도스.
그것은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선망과 존경의 대상.
이 세상의 모든 윳쿠리들이 도스의 존재만으로도 느긋함이라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맹신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생존하기 위해 힘을 합쳐 살아가는 집단, 무리를 이끄는 자가 도스인 것만으로도 윳쿠리들은 안심하게 된다.
윳쿠리에게 도스란 안전이며 안심이며 힘이며 느긋함 그 자체이다.
그러한 인식 자체가 유전자에 본능의 형태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지."
그것이 시로이 쿄우진이란 남자가 찾아낸 것.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도스는 크게 원종과 아종으로 나뉜다.
윳쿠리에 관한 문헌같은 건 거의 없고 윳쿠리는 화석을 남길만한 부위가 없기에
윳쿠리의 생물학적 과거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 남자는 연구 끝에 도스라는 부류의 윳쿠리에 대해 어느정도 알아낸 것이다.
옛 역사 속 일상을 기록한 역사서나 근대시대 때 출간된 신문 등을 통해 도스는 이전부터 존재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때 당시만 해도, 정확히는 근대 산업시대 직전까지만 해도 도스는 6m급 크기가 평균이었다.
이것이 원종 도스이다.
원종 도스들은 숲속에서 무리들을 이끌며 특유의 초저주파를 발산해 주변의 윳쿠리들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주변의 윳쿠리들을 이타적이며 선하고 상냥하며 지혜로운 윳쿠리로 발달시켜나갔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이러한 원종 도스들은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에 의한 환경파괴를 견디지 못하거나 인간을 포함한 천적들에 의한 사냥 등의 이유이다.
원종 도스의 수는 극도로 줄어들어 그 발견가능성의 희귀해졌고
인간은 물론이고 윳쿠리 역시 자신들이 존경하고 갈망하던 도스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윳쿠리들은 도스를 계속해서 갈망하며 의존하고자 하였고
가장 외관이 닮은 마리사종이 일종의 변이현상으로 도스 비슷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3m내외의 크기를 가진 윳쿠리가 바로 아종 도스이다.
하지만 아종은 그 근본이 결국 그저 덩치만 커진 마리사종.
윳쿠리들이 느긋 오오라라고 부르는 특유의 초저주파를 발산할 수도 없고
도스 스파크를 쓸 수는 있지만 원종에 비하면 심각한 열화판이다.
그리고 이 아종의 출현은 현대사회에서 윳쿠리에 의한 인간과의 갈등에 한몫을 하게 되고 말았다.
아종은 원종에 비해 확실한 한계를 드러낸다.
지능과 지혜가 얕고, 경험이 적다. 원종이 가진 능력을 지니지 못하거나 열화판으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윳쿠리들은 도스라는 존재 자체에게 크나큰 기대를 본능적으로 품고 있었고
도스가 된 마리사종은 자신이 도스가 되었음에, 윳쿠리들은 자신들을 이끌 도스가 나타났음에
자신들이 느긋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원종 도스가 무리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원종 자체가 현명하고 주변의 윳쿠리의 지혜를 높이는 파장인 느긋 오오라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종은 도스에 대한 갈망을 매개로 변이를 일으켜 덩치만 커진 윳쿠리 마리사종.
아종 도스 스스로도 지식, 지혜, 경험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느긋 오오라도 발산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종 도스도, 그 주변의 윳쿠리도 원종에게 느꼈던 느긋함을 아종에게 바랄 뿐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느긋해질 수 있겠지. 하는 바람을 품게 된다.
그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간단하지. 아종 도스를 포함한 무리 전체의 게스화야. 백수가 아무 근거없이 자신에게 큰 돈이 굴러들어올 거란 기대를
품는 것과 같지. 이룰 수 없는 대박을 꿈꾸며 도박장에 돈을 바치는 도박중독자처럼 말이야. 안그러니 원종 도스씨?"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뭐냐제?」
지금 시로이는 이전에 얻은 축구공만한 크기의 원종 도스의 중추팥에 각종 기계를 연결해
모니터로 그 도스의 생각을 모니터에 텍스트로 띄울 수 있게 하였다.
생명유지를 위해 오렌지 주스에 담근 채.
그렇게 시로이는 아직 살아있는 이 원종 도스의 중추팥과 대화를 하고있다.
"아아, 내가 원하는 거? 난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연구가야. 너한테 특별히 요구할 것은 없어. 내가 찾아낼 뿐."
「그럼 이런 복잡한 기계씨를 달지 않아도 되지 않냐제?」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직 원종 도스의 지능적 한계를 알아내질 못했어. 그래서 대화가 필요해졌을 뿐이지."
「도스가 아무 말도 안할거라는 생각은 안했냐제?」
"응, 안했어. 왜냐하면 지금 넌 생각 그 자체를 띄우는 상태이니까. 언어뿐만이 아니라 이미지의 형태도.
입을 통하는 대화는 입만 안열면 성립시키지 않을 수 있지만 뇌를 통해 직접 생각을 들여다보면 모두 알 수 있지."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인 거다제.」
"맞아, 모두 보이고 말지. 나에게 말이야. 어쨌든 말이야, 너의 반응을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해한 모양인데,
어떻게 생각해? 너희 원종들을 갈망한 나머지 아종이 탄생하고, 그 아종이 자신과 무리들을 파멸로 이끄는 것에 대해서."
「참담한 이야기다제. 도스는 모두를 느긋하게 해주고 싶었다제. 단지 순간적으로만 느긋한 것이 아닌, 오랫동안 계속해서
느긋할 수 있는 것을 원했다제. 잠깐뿐인 욕망에 흔들려 미래를 잃는 것이 아닌, 모두와 같이 미래로 나아가는 느긋함을.」
"하하, 멋진 생각이네. 인간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못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야, 때론 안타깝달까?"
「그런데 그 아종이라는 도스들은 우리들 원종이라는 도스들을 그리워한 나머지 태어난 도스이지 않냐제?
하지만 그런 아종들에겐 우리들 원종만큼의 능력이 없고, 그때문에 결국은 모두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지 않냐제.
그건 너무,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다제. 우리들 원종 도스들이 좀 더 튼튼해서 좀 더 많이 살아남았으면... 어쩌면...」
"뭐, 환경오염에 희생된 건 너희뿐만이 아니니까 그걸 자책할 필요는 없어. 인간을 원망한다면 난 말리지 않지만."
「그러고보면 인간씨는 참 이상하다제. 인간씨인데도 다른 인간씨에게 무정하달까,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말한다제.」
"잘 봤네. 난 인간의 번영에 관심없어. 연구도 어디까지나 날 위해서 할 뿐, 다른 인간들이 어찌되든 아무래도 좋아.
단지 내 연구를 위해 그렇지 않은 척 연기해서 그들 속에서 생존중이라고나 할까?"
「가끔 무리 속에선 어찌할 수 없는 게스들이 나타나곤 한다제. 도스는 그런 윳쿠리들은 어쩔 수 없이 무리에서 내쫓는다제.
인간씨는 인간씨들 속에서 그런 식의 인간씨다제. 그 본성이 들키면 쫓겨날 거다제."
"맞아. 누가 이런 미치광이를 활개치게 두겠어? 내 본성을 아는 자도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다물고 있을 뿐."
그리고 시로이는 다시 원종과 아종 도스에 관한 이야기를 이 원종 도스의 중추팥과 주고받았다.
모든 아종 도스가 게스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종 도스중엔 게스가 확실히 존재한다. 도게스라고 불리는.
하지만 원종 도스는 게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 현 시점에선.
그들 스스로가 매우 지적이고 현명하며, 무의미한 갈등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종 도스들은 옛날부터 인간과의 접촉을 피해 깊은 산속 숲속에 숨어살아온 것이다.
동시에 수명도 매우 길어 그만큼 경험도 많이 쌓이게 된다.
지금 시로이와 대화하고 있는 이 원종 도스의 중추팥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살아왔는지는 세어오질 않았지만 적어도 몇세기는 살아온 존재이다.
그만한 시간만큼 쌓아온 지식과 지혜, 경험.
거기에 선천적으로 주변 윳쿠리들의 게스 호르몬을 낮추고 지혜와 행복도를 높이는 느긋 오오라에
경험에서 기반한 현명함으로 무리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원종 도스들.
그에 비해 아종들은 원종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든 면에서.
일반적인 성체 마리사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지능수준에 살아온 시간은 평균적으로 길어도 몇년이 고작.
경험이 없으니 현명하지도 않고 느긋 오오라가 없으니 주변 윳쿠리들의 생리에 좋은 작용을 주질 못한다.
그런 주제에 아종 도스 스스로도, 무리의 윳쿠리들도 도스라는 존재와 느긋함에 대한 기대감만 커져간다.
도스가 뭐라도 해서 무리를 먹여살릴 수 있다면 모를까, 도스 스스로도 무능할 뿐만 아니라 노력하려 하지도 않으면
그야말로 그 무리는 개판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리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하는 도스에게 불만을 품으며 그로 인해 게스화가 진행되고
도스 스스로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 답답함과 불만을 느껴 게스화가 진행된다.
그리고 그렇게 아종 도스의 무리 전체가 게스화가 되고, 결국엔 그들이 내놓은 대답이라는 것이 약탈이다.
자신들보다 약한 다른 무리의 것을 힘으로 빼앗는 것으로 해결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되지 않은 이 도게스의 무리들은 인간이라는, 자기들 눈엔 나약한 무리를 상대로
사냥이라는 이름의 약탈을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간씨들의 힘의 차이를 깨닫기 전에 전멸해버리는 거다제.」
"오? 이해하는구나?"
「아주 오래전부터다제. 우리들 원종 도스들이 괜히 숨어산 게 아니다제.」
"그래. 너희들 원종 도스들은 오랜 경험으로 인간의 위험성을 뼈져리게 알고 있었지. 인간과 윳쿠리의 격차를 이해하고 있었어."
「다른 윳쿠리들에게도 그것을 이해시켰어야 했다제. 하지만...」
"이미 늦었지. 너희는 도망쳤고, 윳쿠리들의 번식속도는 너무나도 빨라 너희의 깨달음을 다 전할 수가 없었지."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젠 막을 방도가 없다제. 도스도 이런 꼴이고.」
"윳쿠리와 인간과의 마찰은 이젠 필연적인 것. 그리고 그 갈등 속에서 승자는 언제나 인간이 되겠지."
「인간씨는 윳쿠리를 존중해줄 생각이 없냐제?」
"응 없어. 내가 윳쿠리를 보는 시각이 다른 인간들과 다르긴 하지만, 실험체로써 보는 것일 뿐, 존중따위 없어."
「언젠가 인간과 윳쿠리가 사이좋게 공생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제.」
"완전치는 않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지고 있어. 애완윳이라던가 말이지. 뭐, 너의 말은 동등한 관계를 뜻한 것이겠지만."
「역시 인간씨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냐제?」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부분은 완전히 미지로 여기고 있어."
「어째서냐제?」
"난 윳쿠리를 연구하면서 인간과는 다른 커다란 가능성을 보았어. 윳쿠리라는 생물은 굉장히 가변적이야.
인간의 머리에만 해당하는 부분만 있던 생물이 단 몇초만에 인간과 같은 형태의 신체를 지니거나
도스처럼 커다란 크기를 지탱하고 있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선 집윳쿠리처럼 작게 진화하기도 하지.
인간과는 달리 변이의 속도나 방향성이 무궁무진해. 그것은 말이야, 윳쿠리가 인간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아직은 가능성의 범위이고 그 확률도 지극히 낮지만, 불가능의 영역은 아닌거지. 그래서 난 알 수가 없어.
그것을 확정짓기엔 정보가 너무나도 적거든. 그러니까 당당히 말할 수 있어. 윳쿠리의 미래를 난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씨의 연구는 그 미래를 알아낼 수도 있는 거냐제?」
"그러한 목적도 포함한다고 봐야지. 궁금하거든. 탄수화물계 생명체인 윳쿠리. 그 가능성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말이지."
그렇기에 시로이는 지금 원한다.
몇세기를 살아온, 중추팥만 남은 이 도스에게
윳쿠리들의 과거를, 역사를.
거기서 도출할 수 있는 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