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이 쿄우진의 뒷마당엔 공방이 있다.
그가 윳쿠리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모두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았었다.
그렇기에 그는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 분야인 생물학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과학지식과 기계기술, 프로그래밍에도 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가 이 공방에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그가 애용하는 윳쿠리 세포 성분분석기다.
하지만 오랫만에 돌아가는 이 공방은 오늘은 조금 다른 이유로 돌아간다.
야쿠자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무기와 방어구들을 제작하기 위해서이다.
살인을 일으켜선 안되지만 상해까지는 상관없다는 식의 마인드로
그는 죽지는 않되 야쿠자라는 폭력배들를 무력화시킬 무기들을 이곳에서 제작하기 시작했다.
네일건을 개조해서 단순한 공구에서 더욱 정확하고 치명적인 무기로 만들고
그 탄창을 여럿 두어 못들을 장전해놨다.
얇은 철판을 두드려 스포츠용 보호대에 덧씌워 팔과 다리, 팔꿈치와 무릎을 보호할 보호대를 만들고
검은 가죽장갑의 손등엔 전선과 배터리로 만든 스턴건을 만들고 정권엔 철을 씌워 너클로 만들었다.
새로 장만한 검은 구두의 앞부분에 철을 덧씌워 발로 찼을 때 입힐 피해량을 높였다.
공구를 바탕으로 한 무기의 제조가 끝나자 그는 지하 1층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자신이 쓰던 메스들과, 각종 화학약품들이 담긴 작은 시험관들을 늘 입는 흰 연구복 안쪽 주머니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화학실험에 쓰던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다.
이것으로 그는 무장완료. 이제 야쿠자와 싸울 준비는 마쳤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
제 8 가공소의 소장 덕분에 그는 검은 독사 파의 본거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협상을 하러 직접 찾아간 적도 있었다.
주택가의 한 블럭을 통째로 차지한 호화스런 전통적인 일본식 1층 주택.
그 땅은 에도시대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기와벽에 둘러져 있었으며
벽 주변은 물론이고 마당과 주택 안쪽까지 검은 양복에 인상 험악한 야쿠자 일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가장 안쪽 방에서 살고 있는 검은 독사 파의 두목, 쿠로츠키 카츠오. 65세.
현재 시로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협상만을 위해 찾아갔을 땐 이정도의 정보밖에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적들의 정확한 수와 위치, 본거지의 취약점, 진입로와 퇴각로 등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다.
요 1주일동안엔 시로이 혼자 정보를 수집했다.
거기서 얻은 건 이 야쿠자조직은 정치계의 비리에 관련하고 사채업과 마약밀매를 주 수입으로 삼으며
현재 도쿄의 뒷세계를 4등분하는 조직 중 하나로 서로가 아슬아슬하게 견제만 하는 대치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은 총기를 밀매하지는 않았다는 것. 총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승률은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시로이가 혼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본격적인 침투를 위해선 더 중요한 정보. 본거지인 그 저택의 취약점을 알아야 한다.
이제 대기중이던 전투용 윳쿠리들이 나설 차례인 것이다.
그는 지하 2층의 비밀연구소로 향했다.
"알파, 대기 해제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준비로 들어가지."
"알겠습니다게라."
"우선 지형정보가 필요하다. 감마, 이오타. 너희가 나서라."
"도시파적으로 정찰하도록 할게요."
"우선 근처의 야생윳 좀 뜯어서 복제를 만들겠음."
"좋아, 둘은 준비를 마치면 마당으로 와. 녀석들의 본거지 위치를 알려주지."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앨리스, 감마와
윳쿠리에 기생하여 자신의 분신을 만들 수 있는 리글, 이오타가 정찰역할로 뽑혔다.
"베타와 입실론은 공중에서 녀석들의 본거지를 보고 상면도를 그려. 그 상면도 어디어디에 조직원들이 배치되었는지도
다 표시하고. 완성되면 프사이에게 넘겨서 작전을 짜게 도와줘라."
상면도 그리기. 날개를 가진 베타와 입실론이 맡은 역할이다.
"뮤와 뉴는 야생의 우-팩을 포획해서 공중강습의 준비를, 세타는 둘의 호위를 맡아라."
"알겠어요."
"재밌겠네!"
"세타, 호위라면 전문입니다묭."
"그리고 요새 인근 산속의 숲에서 도게스가 활개를 친다는 이야기를 가공소에서 들었다. 주요 전투직은 근처의 무리들을
소탕하면서 전투감각을 유지시키도록."
"키키키킥, 그 도스는 이 귀무녀님의 사냥감이야. 건들지마."
"시로이님, 오메가의 폭주는 제가 막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카이."
"저흰 그냥 여기서 수련할게요."
"그래도 된다, 제타, 에타."
전투용 윳쿠리들에게 각각의 명령을 내린 그는 2층 연구실의 문을 열어둔 채로 나왔다. 그들이 마음대로 오다니게끔.
그리고 그는 1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기, 주인."
방문을 열고 플라티나가 들어왔다.
"이번 일, 나도 참여하게 해줘."
"흐음? 위험부담이 꽤 클텐데?"
"내 동생을 구하는 일이야. 빠져선 안되겠어."
"마, 맛치도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어요!"
"뭐, 그렇게 말할거라 생각하고 준비한 게 있어."
시로이는 자기 백의의 안쪽 주머니에서 가죽장갑을 꺼내 플라티나에게 넘겼다.
시로이가 자기가 쓸 용도로 만든 것과는 다른, 손가락 끝이 철로 된 손톱으로 덮여있는 것이었다.
"너라면 이걸 잘 쓸 수 있을거야. 자유시간 줄테니까 여차하면 근처에서 연습이라도 하고 와."
"주인..."
"맛치는 전투엔 적합하진 않지만 지능이 높으니 프사이의 보조로 전략 짜는 걸 돕도록."
"네, 네! 맛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전에 저녁이나 먹자. 출출하다."
그날 밤, 인근 야산에서 한 도게스가 자신의 무리들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왔다.
"느헤헤헤, 멍청한 인간씨들은 설마 도스가 밤중에 습격할 거라곤 절대로 예상 못할거라제."
"느하아암... 도스... 레이무들은 졸리다구..."
"시끄럽다제! 지금이 절호의 야!습! 기회라제! 멍청한 인간씨들이 늘어져서 자고 있을 때 느긋한 집씨를 빼앗아서
인간씨들을 노예로 삼고 집씨를 윳쿠리 플레이스로 삼으면 마음껏 잘 수 있다제! 그러니까 조용히 따라오라제!"
"야습한다는 놈들이 말이 많군. 특히 리더라는 녀석이 제일 시끄러워."
"뭐냐제! 누가 감히 도스님에게 험담을 하는거냐제!"
도스의 앞엔 두 몸첨부 윳쿠리가 있었다.
하나는 20대 여성처럼 보이는, 긴 흑발의 생머리에 팔다리가 기계로 된 윳쿠리.
다른 하나는 검붉은 머리카락에 핏빛 눈동자, 역시 피와 같은 색깔의 옷을 입은 몸첨부 레이무.
시로이 쿄우진의 윳쿠리 무기화 계획의 최고의 전투원, 카이와 오메가였다.
"느헤헤헤! 뭐냐제 이 한심해보이는 윳쿠리들은."
"흐히히히, 너구나? 내 사냥감이."
"느? 뭐라고 했냐제?"
"들었을 거 아니냐, 오메가가 널 사냥감이라고 부른 거."
"감히 위대한 도스님이 너 따위 하찮은 윳쿠리의 사냥감이라니, 웃기지도 않다제! 당장 제!제! 해주겠다제!"
"오메가, 도스는 너한테 넘기지. 난 나머지 조무래기들을 청소하겠다. 그리고 자중 좀 하고."
"크키킥, 재미 좀 보게 해달라고, 카이."
"느기이이익! 도스님 앞에서 잘난 체라니, 참을 수 없다제! 도스 스파크로 한방에 윳국으로 보내버리겠다제!"
"키캬캬캬캭! 와봐! 그 전력의 힘을 보여보라고!"
도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입안에서 강한 기운을 모으고 있다.
오메가는 그것을 오만하게, 하지만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도스 스파크으으으으!"
이윽고 도스 스파크가 오메가를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카이는 낮은 자세로 달려나가 도스의 뒷편으로 향했다.
"느?"
단 한마리만이 내뱉은 마지막 말.
그 소리가 그 무리 구성원 윳쿠리들의 유일한 단말마였다.
0.5초. 30여마리의 윳쿠리들이 카이에 의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오메가를 향해 날아간 도스 스파크는...
오메가가 내지른 주먹에 상쇄되었다. 도스 스파크와 맞부딛힌 그 주먹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느에에엑!?"
"...끝이냐? 이게 니 전력이야?"
"느아아아! 도스의 도스 스파크가 통하지 않다니, 말도 안된다제! 괴물이다제!"
"그럼... 이제 내 차례...!"
"느아아아아아! 도, 도스는 느긋하지 않게 도망..."
"끼햐하하하하하!!!"
도스는 뒤조차 돌아보지 못했다.
자신에게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을 느끼고 이해하기 전에, 이미 도스는 온몸이 도륙되어 산산히 흩어졌다.
오메가는 자신의 손에 듬뿍 묻은 도스의 팥소를 핥으며 즐거워했다.
"이 맛이야. 이 살육의 맛... 단순한 단맛으론 다 표현할 수 없는, 죽음이 섞인 단맛."
"아무리 그래도 너무 산산히 흩어놨잖아. 어떻게 정리할거야?"
"그건 내 알 바 아냐. 알아서 썩거나 가공소라는 녀석들이 정리하지 않겠어?"
"하아... 오메가 니 성격을 생각하면 이정도만도 잘 참아준건가."
"그래도 아쉽네. 좀 더 재밌게 해줄 줄 알았는데."
"아종 도스따위한테 뭘 바라니."
"그 야쿠자란 인간들은 날 재미있게 해주려나?"
"그건, 그때의 일이겠지."
"크히힉, 기대가 되네, 그 날이."
달은 더더욱 차오른다. 보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