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가공소. 통칭 방울소리 가공소.
윳쿠리 교화실험 중간점검 후 1주일이 지났다.
드디어 오늘이 최종결과의 날.
"아하하,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긴장될까요?"
"그런가요? 저는 기대되기만 한데요."
"뭐, 시로이씨는 윳쿠리에 대한 연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역시 최종적인 결과는 직접 그 윳쿠리들을 대면하는 게 좋겠죠?"
"그렇긴 하죠. 근데 그러면 분석하실 샘플은 어떻게 구하실건가요?"
"건강검진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죠. 구강에서 소량의 팥소만 채취하면 되니까, 그걸 구실로 삼죠 뭐."
"확실히, 적당히 설명하면 게스도 개념도 이해는 하겠죠. 다들 자기가 건강하길 바랄테니까."
이번 실험의 최종조사. 윳쿠리들의 교화실엔 시로이, 스즈 소장, 뱃지등급을 매기는 평가자 3명, 이렇게 5명이 들어갈 것이다.
윳쿠리들을 직접 대면하고 그들의 성향의 변화와 상태를 두눈으로 확인하며
또한 시로이 본인이 직접 팥소표본을 채취해 분석함으로써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성향의 변화까지 캐치할 것이다.
평가단 5명은 제일 먼저 A그룹의 교화실로 들어갔다.
"A그룹. 확실히 지금까지의 방식대로만 실행했던 그룹이였죠."
"네, 강압적인 방식으로 억지로 교육시키는 방식이죠."
자신들의 방에 인간들이 들어오자, A그룹의 윳쿠리들은 바짝 긴장하고 나란히 1열로 섰다.
"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인간님들을 느긋하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2주간의 강압적 교육은 A그룹의 윳쿠리들에게 긴장감과 공포심을 제대로 심어주었다.
이들은 조교받은 대로 인간에게 충성하며 예절을 지키고 절제된 삶을 살고 있다.
"소장님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확실히 평소대로의 결과네요. 인간에게 충성하고 예의바른."
"충성하고 예의가 바르다... 전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네?"
"윳쿠리들, 난 오늘 너희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 모두 입을 벌리고 차례를 기다려라."
"네, 넷!"
윳쿠리들이 입을 벌리자 시로이는 차례대로 윳쿠리들의 팥소를 소량 채취해 각각의 시험관에 담았다.
25마리의 윳쿠리들의 표본을 모두 채취하고는 뱃지 평가자들이 1대1로 윳쿠리들을 시험할 것이다.
그동안 시로이와 소장은 교화실을 나서 표본을 분석한다.
"자, 분석결과를 보세요. 저들이 정말로 인간에게 충성하고 예의가 바르게 자란 것인지."
"이, 이건...?"
팥소의 분석결과, 게스 호르몬은 중간조사때보다 2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스트레스와 연관된 호르몬인 윳아드레날린은 5배로 늘어났다.
"저들의 게스성은 오히려 증가한 겁니다. 단지 극도의 스트레스때문에 긴장해서 자신을 낮출 뿐이죠."
"그, 그렇군요."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받은 윳쿠리는 상황이 조금만 자신에게 편해지게 되면 금세 풀어져서 게스성을 드러낼겁니다.
이런 식의 교육은 단기간에 고효율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엔 뱃지를 단 윳쿠리가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설쳐되게 만들죠. 어째서 뱃지를 가진 윳쿠리가 주인이 그토록 신신당부해도 바깥의 윳쿠리와 교미할까요?
이런 식의 교육도 한몫하는 겁니다. 윳쿠리가 원체 연약한 탓에 종족번식본능이 강한 게 첫째이유긴 하지만
이런 교육을 받은 윳쿠리 자체가 게스성이 크게 성장하되 그것이 은폐된 윳쿠리이기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교육의 의미가 없다못해 오히려 역효과인 것이군요."
"이 중에 몇몇이 스트레스에 의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 게스성을 폭발시켜서 교화에 실패하기도 하겠죠."
"확실히, 이렇게 보니까 완전히 비효율적인 교육이었네요."
평가자들의 A그룹 채점이 끝났다. 이제 B그룹으로 넘어가자.
B그룹의 윳쿠리들은 겉보기엔 A그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로이가 표본을 채취하고, 이후 평가자들이 1대1 대면으로 시험을 치를 것이다.
그리고 나온 B그룹의 분석결과.
"B그룹은 게스 호르몬이 확실히 감소추세를 보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중간조사때보다 반으로 줄었군요."
"그럼 일단 A그룹보단 나은 거네요?"
"하지만 스트레스 수치가 역시 높습니다. 윳아드레날린이 중간때보다 3배로 늘었어요."
"왜 그런거죠? 분명 교화자를 도스로 여겼을텐데."
"그게 원인인 겁니다. 자신들을 느긋하게 해주는 도스인데 폭력적으로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아! 그럼 이건, 자신들이 잘못했다 여겨서 죄책감에 빠진, 그런 식인건가요?"
"이해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이 윳쿠리들은 교화자를 도스로 여기며, 그 교화자의 폭력적 교육이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겨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러한 교육방식이면 진심으로 충성하고 예의바르긴 하겠지만
대신에 자존감이 극도로 떨어진 소극적인 성격의 윳쿠리가 되겠죠. 자존감 상실은 우울증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요."
"이것도 썩 좋은 방식이라고 볼 순 없겠네요."
C그룹은 들어가자마자 윳쿠리들의 반항적인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척 보기만 해도 인간에게 심히 적대적이며 반항적이다. 이미 게스의 영역을 초월한 것 같다.
윳쿠리들이 심히 비협조적이기에 억지로 입을 벌려 표본을 채취해야 했다.
평가자들도 이미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해 C그룹의 1대1 대면 시험은 무산되었다.
"게스 호르몬의 양은 중간때보단 1.2배. 크게 늘어나진 않았군요."
"그런데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거죠? 어떻게 봐도 도를 넘어선 게스인데요."
"간단합니다. 이건 인간을 내리까는 게 아니라 완전히 천적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영역에서 몰아내려는 겁니다."
"인간을 적으로 여긴다는 건가요?"
"그렇죠. 보이지는 않지만 도스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렇게 여기고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들에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인간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훈육하려고 하고 있는거죠.
이건 확실하게 보려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밀검사가 필요하겠지만 아마 이런 거겠죠.
인간은 자신들을 느긋하지 못하게 하는 적이며, 인간들이 없는 동안엔 도스의 느긋 오오라로 느긋할 수 있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인간이니 인간은 적이며, 그 적을 몰아내면 자신들은 계속해서 느긋할 수 있다. 이런 거겠죠.
실제로, 그녀석들의 반응을 보세요. 하나같이 적대적이고 반항적이지만 오만하게 군 녀석은 없었죠?"
"생각해보니, 게스 특유의 인간을 하등하게 보는 오만함을 보이는 개체가 하나도 없었네요."
"C그룹의 방식은 교화하곤 완전히 거리가 멀군요. 인간을 철저하게 적대적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으니."
"실험이 끝나면 C그룹의 윳쿠리들은 모두 폐기하도록 하죠."
D그룹은 딱 들어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놈들 하나같이 게스라는 것을.
지극히 오만하고 제멋대로 설쳐대는 윳쿠리들. 자기가 싼 배설물을 인간보고 치우라고 윽박지르며
빨리 달콤달콤을 가져오라고 재촉하고 온갖 육두문자를 날려 폭언을 쏟는다.
이녀석들 역시 표본채취에 협조적이기 않기에 억지로 입을 벌려 채취했다.
평가자들도 이미 답이 나왔다는 식이지만 일단 시험을 치뤄보겠다고 한다.
"다른 거 없이 딱 확실하네요. 게스 호르몬 분비가 중간때보다 4배 늘었어요."
"그밖의 변화는요?"
"크게 눈에 띌 정도의 변화는 없군요. 세로파민도, 윳아드레날린도. 딱 잘라 말해 전형적인 게스로 자란 겁니다."
"더 볼 것도 없겠네요."
E그룹은 들어가자마자 시로이를 제외한 모두가 놀라워했다.
"느늣! 인간씨! 느긋하게 있으라구!"
모든 윳쿠리들이 평온하게 있으며 인간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예의범절도 제대로 지키고 있었으며 거의 모든 교육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
"세, 세상에... 이게 정말 그 게스 윳쿠리들이 맞나요?"
소장을 포함한 가공소 사람들이 이렇게 놀라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실험개체들은 하나같이 게스 윳쿠리들. 즉 E그룹의 윳쿠리들도 실험 전엔 전형적인 게스였다.
그런 녀석들이 오늘에 와서 보니까 완전히 개념 윳쿠리들이 되어있던 것이다.
"뭐, 실상은 표본채취를 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겉보기엔 느끼시는 그대로가 맞을 겁니다."
시로이의 표본채취. 이번에 시로이는 E그룹의 윳쿠리에게 처음부터 표본을 채취할 거란 본래목적을 밝혔다.
건강검진이란 핑계를 댔던 다른 그룹과는 달리 이 윳쿠리들에겐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하나 그것에
저항하는 기색조차 보이는 윳쿠리가 없었다. 모두 하나같이 기꺼이 표본채취에 협력했다.
평가자들도 나간 넋을 되찾고 대면시험을 치루기 시작했다.
윳쿠리들의 평가가 나오는 동안 시로이와 소장은 이 특출나게 변한 윳쿠리들의 표본을 분석했다.
"게스 호르몬이 바닥으로 떨어졌군요. 세로파민은 5배로 늘어났고, 윳아드레날린도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 그말은 즉...!"
"네, 매사가 진심으로 느긋하고 행복한 윳쿠리들인 겁니다. 게다가 아까 보였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E그룹의 윳쿠리들은 확실하게 교화되었다고 말해도 좋겠죠."
때마침 평가자 한명이 이들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소, 소장님! 노, 놀랍습니다! 이, 이, 이녀석들...!"
"진정하고 천천히 보고해봐. 무슨 일이야?"
"후우... 이녀석들, 전부 최소 은뱃지예요! 25마리 중 금뱃지가 19마리, 나머지 6마리도 근소하게 금을 놓친 은뱃지입니다!"
"세... 세상에..."
"교화된 건 물론이고 지능수준까지 제대로 향상된 모양이군요."
"그 말씀대로입니다! 지금껏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었어요!"
"시로이씨, 이건 거의 게스윳 교화법의 혁명이예요! 고작 2주만에 이런 결과라니!"
"사람도 윽박지르는 것보단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게 더 성적이 향상된다고 하잖아요. 윳쿠리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시로이씨는 이미 예측하신 건가요...?"
"중간조사 결과 확인했을 때부터요. 자, 바로 다음 그룹 확인하러 가보죠."
F그룹도 E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게스성을 찾아볼 수 없었고 인간에게 호의적이었다.
분석결과 역시 게스 호르몬은 거의 없어졌고, 세로파민도 3배로 증가. 평가단의 평가결과도
25마리 중 20마리가 은뱃지, 1마리가 금뱃지, 4마리가 근소하게 은뱃지를 놓친 동뱃지였다.
G, H, I 그룹까지 모두 평가 및 분석이 완료되었다.
그 결과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A그룹-교도소를 연상케하는 기존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교화를 시도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은 크게 증가. 다만 극도의 스트레스와 억압적 교육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B그룹-A그룹과 같은 방법을 취하되 교화를 담당하는 인간이 나타날 때에만 느긋 오오라 파장을 발산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은 확실히 감소. 하지만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존감이 크게 상실됨.>
C그룹-A그룹과 같은 방법을 취하되 느긋 오오라 파장을 상시 발산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은 소폭 감소. 하지만 인간을 완전히 적으로 인식해 인간에게 심히 공격적임. 오만함은 없음.>
D그룹-어린 아이에게 가르치듯 상냥한 방식으로 교화를 시도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이 매우 크게 증가. 심각한 수준으로 오만하며 절제력이 없음. 재교화를 시도해도 가망없음.>
E그룹-D그룹과 같은 방법을 취하되 교화를 담당하는 인간이 나타날 때에만 느긋 오오라 파장을 발산
<최종결과 : 교화가 매우 성공적임. 게스 호르몬이 극도로 감소했으며 행복도와 지적수준도 크게 상승함.>
F그룹-D그룹과 같은 방법을 취하되 느긋 오오라 파장을 상시 발산
<최종결과 : 교화는 성공적임. 게스 호르몬이 매우 감소. 행복도와 지적수준도 준수한 수준으로 상승.>
G그룹-아무 교화작업도 취하지 않은 채 2시간 간격으로 1시간동안 느긋 오오라 파장을 발산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은 소폭 감소. 그밖의 간섭이 없었기에 교육상태는 불량.>
H그룹-아무 교화작업도 취하지 않은 채 취침시간에만 느긋 오오라 파장을 발산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은 소량 감소. 감소량은 G그룹보다 적음. 역시 교육받은 적이 없기에 교육수준은 불량.>
I그룹-방치
<최종결과 : 게스 호르몬이 다소 증가한 것 외엔 큰 변화 없음. 간섭이 없었기에 게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상승함.>
"어떠십니까, 소장님. 이번 실험의 결과."
"당장 게스 윳쿠리들의 교화방침을 바꿔야겠군요. E그룹의 방식으로 말이죠. 이건 큰 수입이 될거예요."
"그렇겠죠. 이런 결과를 보이는 교화방법이라면 윳쿠리 교화시설로썬 이 방법을 채택 안 할 수가 없겠죠."
"저희 가공소는 게스가 된 애완윳의 교화도 겸하는데, 이 방법을 취하면 낙오 윳쿠리 없이 좋을 결과가 나오겠네요."
"그렇게 되면 게스가 된 애완윳을 교화하려고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날테고, 가공소의 수입 증가로 이어지겠군요."
"이, 이 실험결과... 저희랑 공동으로 소유해주실 수 없나요?"
"애당초 이 실험은 제 8 가공소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을테니, 당연히 그래야죠."
"정말 고맙습니다, 시로이씨! 그렇잖아도 가공소가 서서히 재정난에 처할 위기였는데 정말 고마워요!"
"뭘요. 그보다도, 제가 부탁드린 건 어떻게 되었죠?"
"아참, 그걸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실은 그게..."
아까까지만 해도 기뻐했던 젊은 여소장이 시로이가 부탁한 한 윳쿠리의 추적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말을 더듬었다.
마치 곤혹스러운 것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듯이 말이다.
"흐음... 찾지 못하신 건가요?"
"아뇨... 찾긴 찾았는데... 이걸 말씀드려야 하는지..."
"괜찮습니다. 말씀해주세요."
"실은... 그 플래티넘 윳쿠리가 가장 처음에 있었던 가공소에 플랑종이 딱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그 개체일거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는데..."
"추적했는데?"
"그 플래티넘과 다른 곳으로 이송되고 나서 몸첨부가 되었다더군요. 그래서 본사에서 교육해서 판매되었다는데..."
스즈 소장은 또다시 입을 여는 데 뜸을 들였다.
시로이는 섣불리 이 침묵을 깨지 않고 소장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여자 소장이 그 윳쿠리의 행방에 대해 말을 하였다.
"구매자가... 야쿠자 보스였어요."
[느긋 오오라의 정체와 이를 활용한 교화실험 - 完]



학대용으로 샀을지... 아니면 훈련시켜서 병기로 만들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