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3.20 11:57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20-

mad
조회 수 176 추천 수 3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모든 생물은 개체차가 있다.

같은 사자라도 강약의 차이로 어떤 사자는 최고서열을 가지고 어떤 사자는 최하서열을 가진다.

어떤 토끼는 독수리에게 잡혀먹히지만 어떤 토끼는 독수리를 농락하고 결국엔 생존한다.

인간도 누구는 언어에 탁월한 능력이 있고 누구는 수학적인 능력이 좋으며 누구는 예술감각이 좋다.

누구는 관절이 유연하고 누구는 체력이 좋으며 누구는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다.

그리고 개체차를 가지는 것은 윳쿠리도 마찬가지.

똑같은 레이무라도 어떤 녀석은 육아를 탁월하게 잘 하지만 어떤 녀석은 기생충처럼 남에게 의존해서만 살아간다.

어떤 마리사는 잽싸고 상황판단이 좋지만 어떤 마리사는 그저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모든 것에 싸움을 건다.

어떤 앨리스는 순하고 착하나 어떤 앨리스는 성욕이 넘쳐 되는데로 교미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체차란 선천적 요소와 교육이란 후천적 요소로 생성된 지식과 지혜, 성향 등의 요소를

인간이 정한 기준에 맞춰 등급을 매긴 것이 바로 뱃지이다.

동색, 은색, 금색, 그리고 백금색.

이 중 백금색, 즉 플래티넘 뱃지를 가진 윳쿠리는 그 능력이 지극히 독보적으로 뛰어나서

그 몸값도 금뱃지 100마리를 가져와도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가격을 자랑하며

가히 윳쿠리라곤 생각될 수 없는 지능과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어 윳쿠리로썬 최고의 정점에 달하는 등급이다.

그리고 어느 윳쿠리 연구가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수많은 실험체 중 단 한마리만이 이 플래티넘 뱃지를 달고 있다.

종은 레미랴. 입수처는 어느 정치인을 통해서 무상으로.

수준도 가격도 최상급인 개체인 탓에 실험체로써 신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었다.

표본채취는 최소한으로 조금씩 나눠서 했고 장기실험체로써 계속해서 건강을 체크하며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프리랜서 연구가는 이 실험체의 최종목적을 정해놓았다.

<몸첨부로 만들어 새로운 조수로 쓴다>

그래서 그는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윳쿠리를 확실하게 몸첨부로 만들 수 있는 약품을 만들었고

어젯밤, 자신의 이 개체에 대한 목표를 이루었다.

 

"몸첨부가 된 기분은 어떠냐, 레미랴."

"...신기하군. 이것이 몸통. 팔과 다리. 인간의 신체도 이러한 건가?"

"윳쿠리보다는 복잡하지만, 보시다시피."

 

막 몸첨부가 된 레미랴는 자신의 신체를 살펴보고, 가볍게 이리저리 움직여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갔다.

그것이 끝나자, 레미랴는 자신의 눈앞의 남자, 백의의 가운을 걸친 남자를 적의를 품은 채 노려보았다.

 

"난 당신이 용서가 안돼. 당신이 동족에게 해온 잔악한 짓들이 용서가 안돼."

"그렇겠지."

"하지만 난 당신과 거래를 했지. 약속을 했어."

"그래. 너의 동생을 찾아준다... 그 약속이지."

"당신이 그 약속을 지켜만 준다면, 난 당신을 거역하지 않겠어."

"그거 좋군.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백의의 남자가 레미랴에게 손을 뻗었고, 레미랴도 손을 뻗어 그 남자의 손을 잡았다.

악수. 인간들이나 취하는 만남의 행위. 또는 약속의 행위.

둘은 악수하면서 서로의 만남과 약속과 살기를 확인했다.

다음날 오후, 백의의 남자는 조수인 파츄리에게 집을 보게 하고는 몸첨부가 된 레미랴와 같이 외출했다.

이 레미랴의 첫번째 임무를 수행시키기 위해서이다. 버스를 타고 어느 시골로 향했다.

 

"그나저나 마냥 종명으로만 부르려니까 다른 실험체들과 헷갈리는구만. 별명이라도 붙여줄까..."

"당신 편한대로 해라, 주인."

"좋아, 그럼 플래티넘 뱃지였으니까 [플라티나]라고 짓도록 하지."

"...반대는 안하지만 별 성의는 없군 그래."

"이번 일 끝나고 돌아가면 파츄리도 이름을 붙여보도록 할까."

 

버스 안에서 둘이 한 대화는 이것이 전부.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감정이 있지 않은 탓인지 지극히 서먹한 공기로 침묵하며 목적지로 나아갔다.

버스에서 내려 한적한 시골에 도착, 가까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면서 시로이 쿄우진은 자신의 가방의 물품들을 살펴보았다.

그런 그에게 뒤따라오던 , 플라티나라는 이름이 붙게 된 레미랴가 물었다.

 

"아직 듣질 못했군.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거지?"

"이 산의 숲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도스에 대한 정보를 얻었지."

"도스?"

"그래. 그것도 아종인 3m가량의 녀석들이 아닌 원종인 6m급 녀석이."

"그녀석을 포획하려고 날 데려온건가."

"정확히는 현장에서 표본을 채취할거야. 그 거대한 녀석을 데리고 보관할 만한 곳은 없으니까."

 

이윽고 둘은 산길의 어느 지점에 도착했다.

갈림길. 왼쪽으론 출입금지라는 글씨가 쓰여있는 줄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 묶여서 길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땅에 박혀있는 표지판 하나.

 

<주의! 이곳은 위험생물 출몰지역입니다. 출입을 엄금합니다.>

 

물론 이들의 목적은 그 위험생물이므로 준법정신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시로이는

아무 망설임없이 라인을 넘어갔다.

플라티나도 별 수 없다는 얼굴로 따라갔다.

나무로 된 계단은 커녕 흙바닥 산길조차 아닌, 풀이 무성한 내리막길을 둘은 조심스레 내려갔다.

그렇게 숲속으로 들어가서 30분. 그들은 드디어 발견했다.

대략 5~6m정도의 도스가 통치하는 야생의 윳쿠리 무리.

이 무리를 이끄는 도스는 매우 현명하고 선량하여 자기 무리의 윳쿠리가 인간과 갈등을 빚지 않게끔 하고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땐 현명한 판결로 흑백을 가리고, 식량이나 무리의 수도 계획적으로 조절하며 

규율을 두어 불순분자, 즉 게스의 처벌도 확실히 하여 모두가 느긋한 윳쿠리 플레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도스는 개념이다.

 

"플라티나, 시작해라. 너의 힘을 내게 보여줄 겸 저녀석을 도륙해."

"...나쁜 윳쿠리는 아닌 것 같은데 죽이라고?"

"게스고 개념이고는 내 알 바 아냐. 난 연구와 실험이 하고싶고 그걸 위해선 성향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지."

"당신이란 인간은..."

"미치고 미친, 광기의 과학자이지."

 

백의의 광인은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살펴보았다.

그곳엔 자신이 이번에 채취하고자 하는 부위들이 적혀있었다.

 

"내가 지령을 내리지. 녀석의 힘을 최대한 빼면서 내가 말한 부위를 채취해 가져다주라고."

"그래, 분부대로 하지."

 

플라티나는 당당히 걸어 이 무리의 도스에게 다가갔다.

이곳의 도스는 최대한 인간과의 접점을 없앴고, 또한 성향이 매우 선량하기에 의심이 얕다.

 

"느? 처음보는 윳쿠리라제. 뱃지씨가 있는 걸 보면 인간씨의 윳쿠리같은데, 길을 잃은 거냐제?"

"......"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제. 도스와 도스의 윳쿠리들은 모두 상냥하다제. 안심해도 된다제."

"......"

"필요한 게 있냐제? 도스는 숲씨에서 나가는 길씨도 알려줄 수 있다제. 아니면 여기서 같이 살아도 된다제."

"......"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라제. 도스가 힘 닿는 데까지 얼마든지 도와주겠다제."

"......미안해."

"느?"

 

플라티나는 잽싸게 날아올라 도스의 오른쪽 뺨을 손톱으로 찢어냈다.

 

"느, 느아아아아!"

"원한은 없어. 하지만 난 사정상 너의 신체 곳곳이 필요해. 그러니까 죽어줘."

"도, 도스! 무슨 일이냐제!?"

"무, 무리는 모두 숨거나 도망가라제! 위험하다제!"

"호오, 자신보다 무리를 걱정하는건가. 확실히 소문대로 현명하고 무리를 사랑하고 있군. 플라티나, 댕기머리."

 

주인의 명령에 따라 플라티나는 도스의 후방에서부터 다시금 잽싸게 달려들어 한 손으로 도스의 댕기머리를 뜯어냈다.

 

"느, 느아아아아!"

"여기."

"6m급 녀석이라 사이즈가 크군. 가방을 큰 걸로 가져오길 잘했어."

"대, 대체 어째서냐제? 어째서 도스를 공격하냐제?"

"플라티나, 저기 줄줄 새는 팥소 좀 퍼와."

 

첫 공격으로 크게 찢어진 상처로 도스의 팥소가 새고 있었다.

플라티나는 그 상처부위로 달려들어 손을 상처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 순진무구한 도스는 아직도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제아무리 선량하고 현명해도 우물 안 개구리라면 의미가 없지.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 통할거라 착각하니까."

"느, 느아아아아! 아프다제! 도스의 팥소 끄집어내지 말아달라제!"

 

플라티나는 도스의 찢어진 상처에 손을 넣어서 팥소를 한 움큼 퍼내 주인에게 가져다 바쳤다.

주인은 반투명한 비닐봉투에 담아 그 팥소를 보관했다.

 

"다음은?"

"성기. 하지만 조심해. 저녀석 슬슬 발악하려 하는군."

"느으으... 아프다제... 도스에게 심한 짓 하지 말아달라제...!"

"서두르지 말고 빈틈을 노려서 도려내와."

"분부대로."

"이렇게 위험하고 나쁜 짓을 하는 윳쿠리는 제제할 수밖에 없다제! 무리를 위해 도스 싸우겠다제!"

 

플라티나가 거의 순간이동을 하듯 도스의 앞으로 다가가자 도스도 뛰어올라 공격을 시도했다.

상처입은 몸으로 싸움을 시작한 도스. 플라티나는 다리로 도약하고 날개로 추진해서 도스의 누르기를 가볍게 피했다.

도스를 중심으로 땅이 울리고, 순간의 충격파와 같은 바람이 불었다.

6m씩이나 되는 거대한 녀석이다. 무게가 만만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공격은 도스에게 악수가 되었다.

거대한 크기에서 나오는 위협적인 무게. 중력에 의해 작용된 가속도가 붙은 낙하.

하지만 아무것도 짓밟지 못하고 자신만이 땅에 떨어졌을 때, 그 충격은 고스란이 자신의 몸으로 흐른다.

보통의 상태라면 그 물렁한 몸이 충격을 모두 흡수했겠지만 지금의 이 도스는 한번 크게 찢겨진 상황.

중력과 무게의 누르는 힘과 그 반작용으로 생긴 땅의 반발력으로 과학적인 관점에서 도스는 위아래로 눌렸다.

그리고, 그 몸이 눌리는 힘으로 크게 찢겨진 상처로 팥소가 새어나오는 것이다.

 

"느, 느기이이이익!!!"

"...자충수로군."

 

이 틈을 노려 플라티나는 도스의 마무마무를 양손으로 도려내선 뒤로 물러섰다.

플라티나의 주인은 그것을 새로운 봉투에 담았다.

 

"어... 어째서 도스의 팥소씨가 더 새는 거냐제...?"

"눈알 두쪽 다 부탁하지."

"앞으로 몇개를 구해야 하는거야?"

"리스트에 적힌 만큼."

"일단 갖고 오라는 거군."

"맞아, 가져와."

"도, 도스는 질 수 없다제... 무리의... 모두를... 위해서..."

 

플라티나는 날아서 도스에게로 향했다.

도스가 몸의 윗부분으로 플라티나를 치려고 했다. 박치기처럼.

플라티나는 그 공격을 쉽게 간파해서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도스가 고개를 든 순간 왼쪽 눈을 뽑아버렸다.

 

"느갸아아아!"

"여기 왼쪽 눈. 금방 오른쪽도 가져오지."

"아아, 그래."

 

시로이 쿄우진이 새 봉투에 왼쪽 눈을 담는 동안 도스의 무리에 속한 윳쿠리들 일부가 나뭇가지를 들고 나타났다.

일부는 도스를 지키겠다고, 일부는 플라티나를 해치우겠다고, 일부는 시로이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를 공격하려고.

 

"도스를 괴롭히지 말라구!"

"맞아요! 도스는 정말 상냥하고 도시파적인 도스라구요!"

"도스를 괴롭히는 녀석들인 묭이 가만두지 않는다 묭!"

 

그것은 의협심.

자신들을 상냥하게 보살펴주고 보호해준 도스에 대한 보답.

도스가 무리의 윳쿠리들을 사랑하듯, 이 무리의 윳쿠리들도 도스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힘의 차이를 알든 모르든 뭐라도 들고 도스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무의미.

플라티나는 날개가 있다. 좀 날기만 해도 평범한 윳쿠리들의 사정거리에선 벗어난다.

게다가 도스의 아랫부분에서 구할만한 표본은 이미 거의 다 구했다. 굳이 내려갈 이유가 없다.

몇몇은 도스를 지키겠다고 도스를 둘러쌌지만 그것이 오히려 도스의 움직임을 막았다.

도스는 무리를 사랑한다. 여타 멍청한 도스들과는 달리

자신의 덩치때문에 잘못 움직이면 무리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자기 공격에 휘말려 죽은 무리에 대해서 책임전가를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이렇게 딱 붙어서 도스를 호위하겠다는 행위는, 의도는 좋았으나 도스의 행동을 원천봉쇄해버린 것이다.

극히 일부는 한 인간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 인간이 지금 도스를 괴롭히는 몸첨부 레미랴와 한패이며, 또한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령자가 없으면 레미랴의 횡포도 막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훌륭한 생각이다. 다만, 인간을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은 힘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나뭇가지로 구두를 찔러봐야 그에게 무슨 피해가 갈까. 기꺼해야 구두에 자국내는 정도밖에 안되는데.

심지어 몇몇은 기세좋게 돌진했다가 구두는 뚫지 못하고 되려 자기가 나뭇가지에 꿰어져버렸다.

도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된 틈을 타 플라티나는 재차 오른쪽 눈을 뽑아버렸다.

 

"느아아아앙! 앞이 안보여어어어! 어둠씨, 제발 비켜달라구! 도스가 무리를 느긋하게 해줄 수 없다구!"

"자, 여기 오른쪽 눈."

"이젠 오히려 순조롭겠군."

"뭐가?"

"저걸 봐. 도스 산하의 윳쿠리들이 도스를 지키겠다고 둘러쌌잖아?"

"그렇지."

"하지만 이제 도스는 앞을 볼 수 없어. 즉, 자기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무리를 해칠지 아닐지를 알 수 없단거지."

"그건 그렇긴 한데, 그게 뭐?"

"저놈은 무리에게 애정이 강한 녀석이야. 무리가 위험에 빠질 일은 하지 않으려 하지. 즉, 이제 완전 무방비란거다."

"요컨대 당신이 원하는 샘플채취가 손쉬워졌단 소리군."

"이왕이면 좀 더 격렬하게 싸워서 전투데이터도 뽑아보고 싶었지만, 그건 다음에 미루지. 치아 4개 좀."

"알았다."

 

플라티나는 도스에게 날아가 도스의 입술부분을 뜯어냈다.

잇몸역할을 하는 팥소와 연결된 치아가 훤히 드러났다.

한개. 두개. 세개. 네개. 치아를 뽑힐 때마다 도스가 울부짖는다.

총 네개의 치아를 뽑아내 자기 주인에게 가져다줬다.

 

"다음은 모자."

"모자? 그런 것도 필요해?"

"물론. 엄연히 윳쿠리의 일부니까 말이야."

"모자 정도는 직접 하는게..."

"키가 안닿잖니. 6m인데."

"하아... 알았어."

 

모자는 신체에 딱 붙어있는 건 아니니 가져오는 건 손쉬웠다.

본래라면 도스라도 모자가 없으면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 취급이 되겠지만

도스를 호위하겠다는 윳쿠리들은 도스를 등지고 서있어 모르는 상황이고

나머지 윳쿠리들은 도스가 모자를 빼앗기는 모습을 봤기에 일단은 도스임은 인지하고 있다.

시로이는 가방에 그 큰 모자를 구겨넣고 다음 지령을 내렸다.

 

"이제 2개만 남았다."

"반가운 소식이군. 뭐지?"

"우선, 머리카락. 한움큼 뽑아와. 댕기머리 외의 머리카락도 표본삼게."

"그 다음은?"

 

그는 어둡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잠깐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저녀석, 중추팥소가 있다고 들었다. 있으면 가져와."

"그럼 죽을텐데?"

"저 상태로도 제대로 살 수 있을까나?"

"...그건 그렇군. 명령을 이행하지."

 

무리의 모두가 공포에 질려 지켜보는 가운데, 무리를 이끌던 도스는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찢어지고, 뜯기고, 뽑히고, 잘려지고.

이 부근의 모든 윳쿠리가 이 끔찍한 광경을 보고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플라티나는 도스의 머리를 뽑아내 주인에게 전달했다.

플라티나가 재차 다가와 마지막 부위를 채취하려 할 때 도스가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느으으으으...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

"도스는... 그저 모두랑... 같이... 느긋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랬겠지."

"인간씨에게도 피해주지 않았다제. 숲속에서 도스는 무리하고만 조용하고 느긋하게 살았다제."

"그랬지."

"그런데... 어째서 도스를 괴롭히는 거냐제? 도스가 뭔가 나쁜 짓 했냐제?"

"하아..."

 

플라티나는 한숨을 쉬고 대답해주었다.

 

"처음부터 말했어. 원한은 없다고."

"느?"

"나 혼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인간도 너한테 원한이 없어. 네 말대로 넌 인간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어."

"그, 그러면 어째서...!"

"내 주인이 원하거든."

"느...으?"

"너의 몸의 일부 하나하나를 가져가 자신의 어떤 특별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야. 단지 그뿐.

그리고 난 내 주인과 거래를 했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대신 주인의 말에 따르겠다고.

그게 내가 널 공격한 이유야. 그게 내가 널 괴롭히는 이유야. 그게 내가 널 죽이는 이유야."

"느아아아아! 어째서어어어어!"

"그러니까 미안해. 죽어줘."

 

플라티나는 한번 물러나 높이 날더니, 자신의 몸을 회전시키면서 도스에게도 달려들었다.

고통과 공포와 절망이 비명지르는 도스의 입 속으로 들어가, 그 반대편으로 뚫고 나왔다.

도스의 중추팥소를 뽑아내고.

 

"이걸로... 마지막."

"느... 아..."

"여깄다 주인. 원하던 거다."

"호오, 이게 원종 도스의 중추팥. 과연 대단한 크기군. 축구공만해."

"좀... 더... 느그치..."

 

그 거대한 몸뚱아리가 고꾸라지자, 도스 주변에 있던 모든 윳쿠리가 타격을 입었다.

깔려죽은 건 물론이요, 그 거구가 쓰러질 때의 충격파에 신체가 박살나거나, 또는 날려져선 바위에 부딛혔다.

살아있는 윳쿠리들은 여전히 많지만, 도스라는 느긋한 통솔자를 잃은 이들은 희망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원하는 건 다 얻었다. 돌아가지."

"...그래."

 

중추팥이 멀쩡하니 도스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중추팥이 없는 그 거구는 이미 시체가 되었다.

거대한 축구공만한 중추팥이 부숴져버릴 때까지 살아있다고 말하기도 힘든 지경에서 계속해서 고통받으며.

돌아가는 버스 안, 플라티나는 사색에 빠졌다.

실험체로써 고통받아온 자신이 이젠 자신을 괴롭게 했던 그 인간의 조수가 되어

새로이 실험체들에게 고틍을 주어야 한다니.

하지만 플래티넘 뱃지 레미랴, 플라티나는 계속할 것이다.

자신의 동생을 찾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 각오를 굳혔다.

이 광기에 마주할 각오를.

 

[백금의 조수 - 完]

  • profile
    미리내미르 2017.03.20 12:09
    스-타 프라치나!
    역시 몸첨부군요. 전투력 강해! 아니 이 경우는 도스가 방심하다 당한건가? 6M급 원종이면 전투력도 상당하긴 할텐데요 ㅋㅋ
    그러고보면 그렇게 큰 도스는 숲 등 서식지에서 이동에 제약이 크겠군요.
  • ?
    PRASEOD 2017.03.20 15:46
    우오오 흥미진진
  • profile
    무첸 2017.03.20 18:22
    6미터가 넘는 도스가 개념이라니 다행이군
    도게스였으면 ㅂㄷㅂㄷㅂㄷㅂㄷ
  • profile
    류민혜 2017.03.20 19:51

    흠...인터뤠스팅...

    정주행하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공지 글 창작물 게시판 이용안내 2 류민혜 2015.09.05 1143 0
»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20- 4 mad 2017.03.20 176 3
729 애호 비비적비비적 1 미카엘 2017.03.19 247 0
728 학대 교육 1 미카엘 2017.03.18 180 1
727 학대 퓰과 유나 시리즈 ( 더러운 들윳마리사 ) 2 file 유하엘 2017.03.18 341 0
726 애호 우리집 레이무들2 1 미카엘 2017.03.18 171 0
725 기타 무능한 부모들 1 미카엘 2017.03.17 208 1
724 애호 우리집 레이무들의 산책 1 미카엘 2017.03.17 177 0
723 애호 우리집 레이무들 미카엘 2017.03.17 177 0
722 애호 레이무와 레이뮤 미카엘 2017.03.17 200 0
721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9- 3 mad 2017.03.17 169 3
720 기타 살윳 미카엘 2017.03.16 171 2
719 기타 느긋한 아가야 2 미카엘 2017.03.16 181 0
718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8- 4 mad 2017.03.16 155 3
717 애호 남극에서 온 그녀 -完- 7 mad 2017.03.16 186 2
716 기타 미카엘 2017.03.15 127 0
715 기타 월동 미카엘 2017.03.15 145 1
714 가공소(2)(완) 미카엘 2017.03.15 162 1
713 기타 가공소(1) 미카엘 2017.03.15 190 1
712 어른이 되는 길. 미카엘 2017.03.15 128 0
711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7- 3 mad 2017.03.15 161 3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81 Next
/ 81

출근하기싫다
비로그인
비로그인
느긋함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