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2017.03.16 10:43

남극에서 온 그녀 -完-

mad
조회 수 186 추천 수 2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그쯤? 될거다.

레티가 그렇게 돌아가버린 이후, 난 삶에 즐거움이 없어져버렸다.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게임을 해도 재밌지가 않다.

길거릴 돌아다녀도 놀고싶은 곳이 없다.

친구들한테 불려나가 클럽에 가도 즐겁지가 않다.

술이 맛있지도 않다.

윳쿠리를 학대하는 것조차도 관뒀다.

오늘도 현관 앞에서 집을 내놓으라 으름장놓는 윳쿠리 하나를

그냥 들고 적당한 공원에 두고왔다. 옛날같았으면 고문하거나 죽이거나 했겠지만...

그런 것조차 하고싶지가 않다.

대학친구들이 나보고 이렇게 말한다.

'너 요새 무슨 갱년기 온 주부같아.'

맞는 말인 것 같다.

삶에 권태가 왔다.

 

"오랜만이야, 마사히로군!"

"아, 아사쿠라씨군요."

"여전히 그 우중충한 얼굴은 여전하구나."

"그러게요."

 

아사쿠라씨는 이전에 입은 부상으로 정기적인 치료를 계속 받고 있었고

결국 3년 전 즈음에는 남극 연구원 자리는 후임자에게 넘기고 완전히 도쿄로 돌아왔다.

물론 아직도 연구원이시지만 적어도 이젠 남극이란 수식어는 달지 못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오신 이후론 가끔가다 우리집에 놀러오곤 하신다.

뭐... 놀러 온다는 건 핑계고 실제론 날 위로하러 오시는 거 알지만.

 

"하아... 아직도 레티 생각하니?"

"그런 것 같네요."

"미안해, 아무것도 도움 못줘서."

"아뇨, 괜찮아요. 아사쿠라씨가 어떻게 할 수 있던 것도 아니잖아요."

 

레티와 화상통화하겠다던 약속은 지난 5년간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도, 쇼와기지의 사람들도 권한을 잃었기 때문이다.

레티는 미국 연구원들 쪽으로 인계되었다.

그동안의 연구내용이나 친밀도적인 문제로 쇼와기지의 연구원분들도 협력의 형태로 레티와 만난다곤 하지만

레티에 대한 관리라는 측면에선 권한을 모두 잃은 셈이다.

그리고 난 도쿄에서 레티의 보호자 겸 보조연구원으로써 같이 지냈지만 결국은 그냥 일반인이기 때문에

미국쪽에선 나와 레티의 화상통화를 거절했다.

그나마 레티에 대해 몇가지 소식만 조금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레티는 어떻게 남극에 잘 도착했고, 지금은 건강하다는 것.

최소한 난 레티가 건강하다. 그 하나만 위안으로 삼고 살고있다.

 

"캔맥주 좀 사왔는데, 마실래?"

"예, 상관없어요."

"후우... 상관없다라... 이도저도 아니라는 거로군."

"그렇죠, 뭐..."

"레티에 대해 상심이 크다는 건 알지만, 너무 오랫동안 이런 상태인 건 역시 좋지 않다고 생각해."

"하아... 저도 알죠. 알고는 있는데..."

 

머리로는 알고는 있다. 하지만 마음으론 그렇지 못하다.

대학도 졸업했지만 지금은 딱히 취업도 못한 상태로

이전에 신세졌던 점장님께 다시 찾아가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레티가 없다는 허전함이 너무 커서 취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겠다.

아사쿠라씨도 그게 신경쓰이시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까 나중에 네 사촌형인 츠치다씨한테 들었어. 그 날이 네 생일이었다면서?"

"그렇죠. 1월 6일. 레티가 처음 우리집에 왔던 날. 아마 제가 받은 최고의 생일선물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내일...인가. 좋아, 아사쿠라님이 크게 한턱 쏘도록 하지! 생일선물로 뭘 갖고싶어?"

"......"

"...아직도 포기를 못한 거구나."

"제가 받고싶은 선물은 그거 하나뿐이니까요."

"레티와의 대화... 확실히 이젠 무리지. 특히 나로써는."

"미국은 왜 레티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거죠?"

"전에도 얘기한 것 같지만, 역시 그거지. 자기들 연구내용은 국가재산이니까. 그래서 알려주지 않는 거겠지."

"그나마 무사하단 소식만 알려준 것이, 그들이 베푼 최소한의 친절인 셈이군요."

"애당초 그걸 확인한 건 남극에서 레티의 무사를 같이 확인한 츠치다씨니까 딱히 미국이 베푼 친절은 아니지만."

"하긴, 그렇죠."

"에잇! 분위기 우중충하네. 오늘은 취할 정도로 마시자! 마시고 다 잊자고!"

"네, 어울려 드릴게요."

 

그날 밤은 둘이서 같이 술을 마시며 이야길 나눴다가

아사쿠라씨는 밤 11시 정도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그대로 그냥 내 방에 들어가 잠에 들었다.

다시금 겨울이지만, 난방은 틀지 않는다. 그것이 익숙해져버렸다.

레티도 없건만, 난 오늘도 파카를 입고 이불에 들어간다.

 

"하아... 해 떴나..."

 

점심 즈음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주말이고 알바도 없어서 늦잠잔 건 문제가 없다.

적당히 씻고 밥이나 먹으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자고있는 동안, 오전동안에 몇통의 전화가 이미 부재중전화로 와 있었다.

모두 같은 번호다. 지금 걸려오는 번호와 같다.

내 사촌형. 츠치다 연구원이다.

 

"여보세요."

{야 임마, 너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냐?}

"잤어."

{어우... 팔자 좋다. 난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찬바람 쌩쌩 부는 남극에 나와있는데.}

"무슨 일이야?"

{뭐긴 뭐야, 너 오늘 생일이잖아. 1월 6일! 그래서 이 형님이 좋은 선물 하나 보내줬지.}

"별걸 다 챙겨주네."

{형이 특별히 신경써서 고른 선물이다. 오늘 즈음에 너희 집에 도착할 것 같은데.}

"...받아는 둘게."

{뭐야, 받아는 둘게는. 선물한 사람 섭섭하게.}

"나한테 오늘은 내 생일따위가 아냐."

{......}

"레티가 우리 집에 온 날이지."

{하아... 아직도 그 소리냐.}

"이젠 생일따위 아무래도 좋아."

{그러고 보면 너한테도 말 안했었네.}

"뭐가?"

{우리가 레티를 확보한 날짜도 1월 6일이었어. 신기하지 않냐?}

"신기하긴 하네."

{운명이라는 건가, 하여튼 신기하다니까.}

"그 운명이 지금은 아무래도 좋게 됐지만."

{...정말 그럴까?}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내 선물이나 받아봐. 그럼 알거야. 끊는다.}
 

그리고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하아... 대체 뭔 소린지. 점심이나 먹자.

 

-띵동-

 

집안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 누군가가 우리집에 왔다.

이 시간에 올만한 사람이 없는데...?

아아, 그, 형이 보낸 선물이란 녀석이란건가?

그럼 택배원이라도 온 모양이겠네.

점심 차리는 건 그 선물이란 걸 받고 나서 차리도록 하자.

 

-띵동-

 

벨이 재차 울린다.

 

"네에, 나갑니다."

 

선물이 뭔지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그 어떠한 것도 지금 내 이런 기분을 위로해줄 순 없을테니까.

난 심드렁하게 문을 열었다.

 

"택배인ㄱ..."

 

...아무리 봐도 택배원은 아니다.

하지만 난 내 앞의 이 인물을 알고있다.

한 여자.

 

"저... 이거..."

 

그 여자는 말을 더듬으면서 무언가가 적힌, 서류같은 종이 한장을 건넸다.

 

"아직도 여기 맞아? 츠치다가 여기랬어."

"너...!"

"찾았다. 츠치다 마사히로."

 

눈앞이 흐려진다.

눈물이 흐른다.

난 흐르는 눈물을 닦고 내 앞의 여자를 다시금 보았다.

형은, 내게 정말 최고의 생일선물을 보냈다.

그녀다.

 

"레티, 다녀왔어."

 

내 앞엔, 그때의 그, 처음 나와 만났던 그대로의 복장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미소짓고 있는 레티가 서 있었다.

난 눈물을 흘리면서 레티를 안았다.

레티도 나를 안아줬다.

 

"다녀왔어, 마사히로. 레티, 다녀왔어...!"

"응... 어서와... 레티..."

----------------------------------------------------------------------------------------------------------------------------------

※남극 쇼와기지의 연구원 코지마 타케루의 최종보고서※

남극에서 발견된 윳쿠리 레티의 돌연변이종은 경이적인 적응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당 개체는 윳쿠리였던 때에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극단적으로 변화시켰고

윳쿠리로써의 정체성은 상실했지만, 대신에 남극에서 맨몸으로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생존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변이만으론 장기간의 생존이 불가능했고, 이에 대한 대처로 남극의 토착생물을 포식하여

수분과 에너지를 보충함과 동시에, 자신의 변이를 재차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인간과 비슷하게 뼈와 내장 등을 갖추어나갔고, 조직검사에 협력한 협력자의 도움으로

이 개체가 단순히 몸첨부 윳쿠리가 된 것이 아닌, 점점 윳쿠리와는 다른 생물이 되어감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XX년 1월 6일, 쇼와기지에선 이 개체의 남극 외 환경적응력을 알아보기 위해 M군의 협력을 얻어

M군이 개체를 돌보면서 관찰일지를 작성해 쇼와기지로 보내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개체는 남극으로 복귀할 예정이던 2월 25일의 전날에 갑자기 40℃의 발열증상을 일으켰고

급히 해당개체를 환자이송용 항공기를 이용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거쳐 맥머드 기지로 이송,

그대로 그곳에서 개체의 상태검사 및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를 위해 개체의 관리권한을 맥머드 기지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발열증상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5일 뒤에 완화가 시작되어 그로부터 7일 뒤, 증상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후의 조사결과, 해당 개체가 또 한번 변이를 일으킨 것을 확인했습니다.

체온이 20℃에서 36.5℃로 변화, 세포는 기존의 상태에서 완전히 인간의 세포로 변이.

해당 개체가, 탄수화물계 세포와 단백질계 세포가 혼합된 형태의 혼종 몸첨부 윳쿠리에서

완전한 호모 사피엔스로 변이를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즉, 연구개체, 레티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를 확실시하기 위해 이후로 맥머드 기지에선 약 4년에 걸친 장기간의 연구와 실험, 적응훈련 등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이 연구개체가 인간으로 변했다는 결과는 오류가 없으며, 계기는 개체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인간이란 종족에 대한 동경과 한 인물, 도쿄의 연구협력자 M군에 대한 강한 애정이 변이의 계기가 되었음을 밝혔습니다.

이후, 남극의 쇼와 기지와 맥머드 기지 양측의 연구원들의 회의결과

해당 개체를 더이상 연구할 필요가 없고, 또한 연구할 부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이 개체를 더이상 연구개체로써 여기지 않고, 완전히 하나의 인간으로써 대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개체, 정정. 해당 인물의 의사에 따라 국적을 일본으로 두어 신분등록절차를 거친 뒤

해당인물의 의사를 존중하여 M군의 거처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이상입니다.

                                                                                                       ◎연구원:코지마 타케루

----------------------------------------------------------------------------------------------------------------------------------

"여어, 마사히로. 잘 지내냐?"

{형! 전화는 몇달만인 것 같네! 웬일이야?}

"그냥, 잘 지내나 해서."

{나야 잘 지내지. 형이 보내준 최고의 선물 덕분에 내 삶이 다시 봄이 왔거든.}

"어이구 그래, 잘됐다 짜샤."

{레티도 잘 지내. 집안일도 잘하고, 이젠 아주 내조의 여왕이야! 헤헤헤.}

"좋아 죽는다 짜샤. 소리만 들어도 입 찢어지는 거 보이네."

{레티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지 알아? 요번에도...}

"아 그만! 야 이 팔불출아, 레티 자랑만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까 하지마!"

{헤헤헤, 미안. 아, 며칠 전에 윳쿠리를 하나 사서 키우게 됐어. 금뱃지 레이무종인데, 레티랑 아는 사이였나봐.}

"그건 또 뭔소리래?"

{원래는 태만한 노숙윳이었는데 레티한테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배우고 열심히 살게 되었고,

우수한 윳쿠리가 된 것이 한 브리더 눈에 들어왔다나봐. 그래서 그 브리더가 교육해서 단기간에 금뱃지를 달았다나?}

"헤에~? 그리고 그 윳쿠리를 우연히 샵에서 발견해서 샀다?"

{응, 레티가 먼저 알아봤거든. 레티, 인간이 되면서

여러모로 신체능력이 낮아지거나 하긴 했지만 윳쿠리 구별능력은 여전해서 말야.}

"그 부분은 나도 알지. 연구원인데. 여튼 그래서 알아봤다는 거구만."

{그 윳쿠리도 레티를 알아보고 금방 친해져서, 지금은 두명과 한마리, 이렇게 셋이서 잘 지내고 있어}

"뭐, 잘 지낸다니 다행이구만."

"츠치다씨! 이제 출발하셔야 해요!"

"알았어, 하루마. 금방 간다고."

{흐음? 연구 일이야?}

"뭐, 남극 연구원이니까. 그래봐야 그냥 멀리서 펭귄들 관찰하는 거지만."

{어쨌든 일하러 가는 거잖아. 서둘러야겠네.}

"그래,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그럼 전화 끊는다."

{그래, 언제 한번 시간나면 놀러와. 다같이 즐겁게 놀자고.}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츠치다 마사히로 남극 연구원 지망생씨."

 

수화기가 내려지고, 전화가 끊긴다.

  • ?
    탄핵남자 2017.03.16 12:39
    해피엔딩!!!!
  • profile
    무첸 2017.03.16 13:46
    오오오!
    그 게스 레이무가 금뱃지를 따게되다니!!
    무엇보다도 레티가 살았다! 만세!
  • profile
    심심한인간 2017.03.16 14:42
    아 그 레이무인가...그리고 결말이 대충 내가 예상한거랑 비슷하냐...
  • ?
    타카타이 2017.03.16 16:59
    그 데이부가 금뱃지를 따서 다시 재회를...
  • profile
    미리내미르 2017.03.16 20:07
    오오 해피엔딩 오오
  • ?
    hundredsshootingkill 2017.03.18 13:42

    ㅡ아아아ㅏ아ㅏㅏㅏㅏ 레티이이ㅣ이ㅣ이ㅣ!!!!!!!!!

    레티!잘 살아야한다!!!

  • ?
    윳살윳G 2017.06.06 11:15
    해피엔딩이다아아아아아아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공지 글 창작물 게시판 이용안내 2 류민혜 2015.09.05 1143 0
730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20- 4 mad 2017.03.20 176 3
729 애호 비비적비비적 1 미카엘 2017.03.19 247 0
728 학대 교육 1 미카엘 2017.03.18 180 1
727 학대 퓰과 유나 시리즈 ( 더러운 들윳마리사 ) 2 file 유하엘 2017.03.18 341 0
726 애호 우리집 레이무들2 1 미카엘 2017.03.18 171 0
725 기타 무능한 부모들 1 미카엘 2017.03.17 208 1
724 애호 우리집 레이무들의 산책 1 미카엘 2017.03.17 177 0
723 애호 우리집 레이무들 미카엘 2017.03.17 177 0
722 애호 레이무와 레이뮤 미카엘 2017.03.17 200 0
721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9- 3 mad 2017.03.17 169 3
720 기타 살윳 미카엘 2017.03.16 171 2
719 기타 느긋한 아가야 2 미카엘 2017.03.16 181 0
718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8- 4 mad 2017.03.16 155 3
» 애호 남극에서 온 그녀 -完- 7 mad 2017.03.16 186 2
716 기타 미카엘 2017.03.15 127 0
715 기타 월동 미카엘 2017.03.15 145 1
714 가공소(2)(완) 미카엘 2017.03.15 162 1
713 기타 가공소(1) 미카엘 2017.03.15 190 1
712 어른이 되는 길. 미카엘 2017.03.15 128 0
711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7- 3 mad 2017.03.15 161 3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81 Next
/ 81

느긋하게 있으라구!
비로그인
비로그인
느긋함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