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말곤 입지 않는 이 남자는 오늘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테마에 다시금 손을 댔다.
몸첨부 윳쿠리에 대한 것이다.
둥근 머리만 있는 듯한 단순한 형태의 윳쿠리가, 인류와 비슷한 신체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세간에선 흔히 몸첨부화라고 불리는 이 현상에 대해 시로이 쿄우진은 아직까지도 확실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윳쿠리가 어떻게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고 몸이 생겨나며
이것이 가능한 조건 또한 무엇이며, 애당초 왜 몸첨부가 되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광기의 연구욕은 난항을 겪는다고 포기한다는 선택지 자체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수많은 몸첨부 윳쿠리를 해부했고, 아직 모든 것을 밝혀내진 않았지만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먼저 그는 일반 윳쿠리와 몸첨부 윳쿠리의 유전자의 차이가 없음을 밝혀냈다.
이 말은 몸첨부화란, 신체가 추가로 생겨난 것일 뿐이지 유전적으로 어떠한 돌연변이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몸첨부 윳쿠리도 사람처럼 몸과 팔다리가 생겨도 결국은 반죽피부와 팥소내장을 가지는 것이다.
둘째로 그는 몸첨부 윳쿠리가 왜 훨씬 똑똑해지고 강해지는지도 해명했다.
내장기관인 팥소 자체의 양이 늘어났기에 기능이 확장된 것이다.
컴퓨터로 치면 메인보드 하나만 쓰던 컴퓨터를 개조해서
메인보드 두개에 CPU나 그래픽카드같은 것도 두배가 되어 성능이 증대한 식인 것이다.
다만 대체적으로 신체능력의 강화를 위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탓에 지능향상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거나
얼핏 보기엔 되려 퇴화한 것 같은 경우도 생긴다. 몸첨부되면 더 멍청해지곤 하는 윳쿠리 레미랴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그는 윳쿠리를 몸첨부화시킬 수 있는 약을 개발중이다.
숲이란 숲은 다 돌아다니면서 몸첨부란 몸첨부는 다 데려와서 해부했고
기어이 마을의 노숙윳을 구제하는 역할을 하는 시 소속의 몸첨부 플랑까지 남몰래 납치해서 해부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엔 드디어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놀랍군! 왜 이걸 전엔 보지 못했지? 진작에 알아챘으면 연구기간이 훨씬 단축되었을텐데."
연구실 한가운데의 테이블에 알몸으로 대자로 누워져 팔다리가 묶여 고정된 채
아직 살아있는 상태로 배가 갈라져 고통에 신음하는 마을윳 플랑을 뒤로 한 채
이 남자는 새로운 발견에 사악한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기뻐하고 있었다.
"세포에 변동이 없는 건 유전자, 즉 세포핵에 한해서였어. 그밖의 구성요소, 세포질엔 변화가 생긴거야!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소포체, 골지체! 그 중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건 탄수화물을 합성하는 골지체!
역할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걸 이루는 분자의 구조와 크기, 형태 등이 크게 변했어. 무언가가 추가됐군. 뭐지?
질소? 변화된 모든 세포질에 질소분자가 추가되어 변이를 일으켰군. 잠깐, 그러고 보면 윳쿠리의 세포질 중엔
다른 생물에겐 없는 윳쿠리만의 세포 소기관이 하나 있었어. 내가 테이크이솜(takeisome)이라 명명한 이것.
이것의 역할은 윳쿠리의 호흡을 담당했지. 하지만 실제로 윳쿠리가 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내뱉은 호 하나.
윳쿠리는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아. 세포활동에 산소가 필요없지. 그러니까 유일한 숨구멍일 터인 입을 막아도
질식사하는 상황 자체가 없어. 하지만 세포활동중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세포 내의 이산화탄소는
윳쿠리의 세포의 활동성을 떨어트리기에 내뱉는 작업은 필요하지. 순전히 이산화탄소를 내뱉기 위해 공기를 마시는거고.
근데 어째서 테이크이솜은 존재할까? 테이크이솜의 정보를 다시 찾아봐야겠군."
"으아아아아아아아! 제발 플랑을 놔줘어어어! 살려줘어어어!"
남자는 비명을 지르는 플랑은 신경쓰지 않고 컴퓨터에서 자료를 찾고있다.
그리고 플랑이 죽을 일은 적어도 아직은 없다.
오렌지주스하곤 비교도 안되는, 각종 귤속 식물들의 열매의 즙을 추출해 정제한 고성능의 회복약.
그 약을 또 고농도로 만든 말 그대로 윳쿠리용 최고의 회복포션을 링거로 주입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별다른 명령을 받지 않은 조수는 배가 갈라진 고통에 괴로워하는 플랑을 보며 공포에 떨고있을 뿐이었다.
"아아! 이거였군! 테이크이솜은 질소를 받아들이고 있었던거야! 윳쿠리는 내쉬는 것만 아니라 들이쉬는 것도 했군!
단지 그게 산소가 아닌 질소였고, 또 생명활동하곤 연관이 없었을 뿐이지. 잠깐, 산소도 받아들이고 있었잖아!?
마찬가지로 생명활동관 하등 관계가 없었지만 호흡으로 산소와 질소 모두 흡수하고 있었군. 테이크이솜. 넌 누구냐?
이런, 이제보니 몸첨부 윳쿠리에겐 테이크이솜이 없군 그래. 이건 테이크이솜이 몸첨부화와 관련이 있다는 건가?
당장에 표본이 필요하다. 파츄리! 종별 케이지에서 아무 윳쿠리나 하나 가져와라! 성체로! 당장!"
"예!? 아, 네!"
파츄리는 개체보관실에서 윳쿠리 마리사를 가져왔다.
마침 밤시간이라 제대로 골아떨어진 참이다.
백의의 미치광이씨는 그 마리사를 낚아채듯 잡아들곤 실험대에 고정하고 곧장 피부를 갈라 팥소를 채취했다.
몸이 베인 고통과 아직까지 울려퍼지는 플랑의 비명에 잠에서 깬 마리사는 이내 고통을 느끼고 당황해하지만
마리사를 벤 당사자는 세포분석에 여념이 없다.
남자는 무언가 생각난 듯, 창고로 가 액화질소와 액화산소가 담긴 통을 가져왔다.
남자는 입구가 두개인 구형 플라스크에 채취한 팥소 소량을 넣고 양쪽을 각각 관을 통해 액화질소와 액화산소가
기화되어 기체상태로 플라스크에 들어가게 했다.
"테이크이솜. 질소와 산소를 받아들이는 세포질. 자아, 네가 원하는 걸 잔뜩 주마. 내게 너의 변화를 보여다오."
플라스크 안쪽엔 점점 대량의 질소와 산소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러자 플라스크에 담겨있던 팥소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크를 만져보니, 플라스크 안쪽의 공기가 점점 가열되고 있었다.
플라스크마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거 안좋은데."
남자는 재빨리 플라스크의 한쪽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그 열린 구멍을 통해 세찬 열기의 공기가 뿜어져나왔다.
강한 열기에 아지랑이가 질 정도였다.
열기가 다 빠진 뒤의 플라스크 안쪽을 보니, 팥소가 처음보다 2배로 늘어나 있었다.
남자는 그 팥소를 꺼내어 분석해봤다. 그리고 플라스크에 넣지 않은 팥소의 분석데이터와 비교해봤다.
남자는 그 결과에 놀랐다.
"세상에. 플라스크 속의 팥소, 몸첨부 윳쿠리의 팥소가 됐잖아!? 세포질들은 질소가 추가되어 변이하고,
테이크이솜은 사라졌어. 테이크이솜의 역할은 윳쿠리를 몸첨부로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뭔가... 잠깐.
윳쿠리는 탄수화물계 생명체다. 그리고 탄수화물의 구성성분은 탄소, 수소, 산소. 플라스크가 내뱉은 공기는 건조했고.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지고, 이산화탄소는 탄소와 산소... 이건가! 테이크이솜은 질소와 물, 이산화탄소를
일정량 이상 가지게 되면 활성화되어 몸첨부화를 유도하는건가! 아냐, 아직 가설일 뿐이야. 하지만 가능성은 있어.
추가실험을 해봐야겠군. 더 넓은 장소에서,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더 제대로 된 조건하에 말이야."
"저, 저어... 주인님. 그럼 오늘 실험은..."
"오늘은 여기서 마친다. 마리사는 봉합해서 도로 돌려놓고, 몸첨부 플랑은 폐기한다. 내가 봉합할테니 이거 도로 갖다놔."
"아, 알겠습니다."
"으아아아! 플랑을 놔줘! 살려줘! 플랑 일 열심히 했는데!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어째서!"
남자 역시 안다. 시로이 쿄우진 역시 안다. 플랑은 잘못이 없다.
오히려 죄를 지은 것은 자기자신. 이 플랑은 시의 재산이다. 도시의, 관청의 관리 하에 있다.
그걸 자기는 자신의 실험을 위해, 연구욕을 충족하기 위해 남몰래 납치해 해부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런 것에 개의치않는다. 그저 지금 눈앞의 실험체만 인멸하면 된다.
남자는 서랍에서 뼈톱을 꺼냈다. 윳쿠리 상대로 쓸 일이 없기에 맨 아랫서랍에 놓고 쓰지 않았던 커다란 칼날.
남자는 그 톱으로 몸첨부 플랑의 목을 베었다. 머리를 잃은 신체가 경련하며 실금하고 있었다.
베어낸 머리를 분쇄기에 넣는다. 이후로도 차례차례 사지를 자르고 몸통도 4등분해 분쇄기에 넣는다.
그가 이런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풀어주면 이 실험체는 자길 고발할 것이기에 죽여야 했고
통째로 넣기엔 너무 큰데다가 살아있는 채로 밧줄을 풀어주면 5살 아이의 힘 정도는 가진 이녀석이 발악할 것을 염려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 뿐이다. 오직 원활한 폐기만을 위한 잔인한 토막살윳이었다.
마지막으로 1층에서 행주를 빨아와 테이블과 바닥을 더럽힌 설탕물을 닦는다.
"저...아까의 마리사를 원래 있던 곳에 되돌려 놓았습니다."
"그래. 오늘은 이만 자자. 내일은 가공소에 지원을 부탁해보고, 일정을 조율해서 실험을 진행해야겠어."
몸첨부 윳쿠리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이 백의의 광인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 몸첨부 플랑을 토막내어 죽였다. 그것도 도시의 관리 하에 있던 것을.
만약 그가 윳쿠리를 알지 못했다면, 대학시절에 생각했던대로 사람을 상대로 연구와 실험을 하려 했다면
그는 대체 어떤 괴물이 되었을까. 어떤 살인귀가 되어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을까.
그가 윳쿠리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천운이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