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2017.03.11 13:22

상자속의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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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골판지 상자의 아가야인 레이뮤는 오늘도 느긋하게 지내고 있다.밥도 잔뜩 있고.자신을 사랑해주는 엄마야가 매일매일 놀아주고.따뜻한 집이 있으니 어찌 느긋하지 않겠는가.

 

"엄먀.엄먀! 레뮤 뺴꼬파! 빱쯰 딸라꾸!"

"맛있는 풀씨라구! 느긋하게 우걱우걱하자구!"

"컝뽁!"

 

풀쪼가리 하나지만 레이뮤에게는 맛있는 밥이다.입에 잔뜩 붙어있는 수액을.엄마야가 정성스레 닦아준다

 

"다 먹은 다음에는 깨끗히하자구~"

"느꺄~! 느그태!"

 

입가를 닦고 나면 이제 응응을 할 시간이다.좁은 골판지 상자에서는 화장실에 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응응하꼬야!......썅쾌애애!"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는 아가야네! 오늘도 똑바로 화장실씨에 응응을 한거라구!"

"엉먀야 깨끄치 해져?"

 

레이무가 혓바닥으로 저부를 깨끗하게 만든다.바닥에 내려오자 레이무의 옆에 달라붙어 비비적거린다.엄마야의 배씨는 정말로 느긋할 수 있었다.커다란 배는 항상 탱탱하고 푹신하며.또한 미미하게 느껴지는 온기가 레이뮤를 느긋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느긋하게 낮잠을 잔다구!"

"쿨쿨씨 하꼬야!"

 

그 다음은 낮잠을 잘 시간이다.엄마야의 배 위에서 누워 낮잠을 자는 것은 아가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쿠울~쿠울~"

"느으~느픠이..."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자그마히 골판지 상자안에 울려퍼진다.달콤달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라던가.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꿈이라던가.이러한 달콤한 환상이 윳쿠리들이 느긋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지대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느쁴?"

 

어이쿠.레이뮤가 깨어난 모양이다.

 

"느으? 다콤다콤?"

 

아마도 달콤한 것을 먹는 꿈을 꾼 모양이다.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달콤한 것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지만 본능적으로는 각인되어 있는 것이리라.

 

"느삐잇! 능야!능야아! 다콤다콤! 레뮤의 다콤다코옴!"

"느으?"

 

꿈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아가야들은 종종 이렇게 울고는 한다.분명 아까전까지만 해도 아주 느긋할 수 있었는데 눈을 잠깐 감았다 떠보니 아까보아오던 환상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아가야 그건 꿈씨라구! 달콤달콤은 없는 거라구! 대신 엄마야가 부비부비해준다구!"

"시져어! 다콤다콤 머꼬시픈데 없써어! 느그찌이!"

 

아가야의 이런 투정은 인간도 가장 대처하기 힘든 투정이다.애초에 꿈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아가야에게 그런 것 말해 보았자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이다.

 

"느끄윽! 다콤다코옴! 느끄읍! 느끗치!"

 

레이뮤가 울음을 멈추고 레이무의 배에 비비적댄다.몇번 부비대다 보니 어느새 얼굴은 다시 환해져 있고 눈에 고여있던 눈물은 자취를 감춘다.

 

"느으! 이제 엄마야가 있는 거라구! 아가야는 안!심!하라구!"

"느응~ 엄마야는 느그탈 수 이쪄!"

 

다시 화기가 감도는 상자.아직 겨울은 길지만 느긋하게 버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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