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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20:50

남극에서 온 그녀 -11-

mad
조회 수 131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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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히로, 어디 가는거야?"

"내 친구들 만나러."

 

대학교의 친구들에게서 술 좀 걸치자는 얘기가 나와서

오늘 저녁식사도 겸해서 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근데 왜 모임을 클럽에서 갖는데?

 

"여어, 츠치다! 여기다!"

 

클럽의 어느 한 자리, 올백머리의 남자가 내게 손을 흔든다.

거기엔 내게 익숙한 4명의 사람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체격에 올백머리를 한 <타카다 히로유키>

어깨가 넓고 머리를 짧게 깎은 근육빵빵한 마쵸남인 <아오조라 고로>

염색한 금발의 긴 생머리를 한 <유메야마 히카리>

160cm정도의 작은 키에 흑색 단발머리를 한 <신조 미치코>

모두 내 대학 동기들이다. 학과는 제각각이지만.

 

"뭔가 오랜만이네, 다들."

"방학중엔 처음인가? 우린 뭐 딱히 별다를 건 없었어 너는..."

 

타카다가 내 옆에 꼭 붙은 레티를 좀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멱살을 잡고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이 배신자 자식! 너만큼은 나와 같이 솔로인생을 걸어줄거라 생각했는데!"

"아냐 멍청아! 니가 생각하는 그거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아주 자랑하려고 지 여친 데려온거 보소!? 오냐 오늘 누구 하나 죽자!"

 

힘좋은 아오조라가 타카다를 가볍게 내게서 떼어내고

신조 양이 진정하라고 타카다의 정강이를 구두로 찼다.

아프다고 꺅꺅대서야 녀석은 진정했다. 그리고 녀석이 이제야 좀 내 말을 들을 것 같아 사정을 설명했다.

 

"헤에~? 남극에서 온 윳쿠리라고? 신기하네~?"

 

유메야마 양이 레티를 신기해하며 아이 다루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티는 쑥쓰러워하면서도 싫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저기 저기, 마사히로. 여기 어디야?"

"클럽이라는 장소야. 사람들이 신나게 춤추거나 술 마시거나 하는 곳이지."

"헤에~ 정말이다. 다들 춤춘다."

"어머~ 이 아이 정말 귀엽다~ 우리 나잇대처럼 생겼는데 아이같아~"

 

앙탈부리듯 말끝을 길게 늘리는 게 유메야마 양의 특징이다.

 

"캬아~! 술 맛 좋고! 그래서, 넌 왜 걜 여기 데려온거냐?"

"타카다, 아까 얘기 못들었냐? 본인이 보호자격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만큼 자기 앞가림 하는 애면 왜 집에 두고 오질 않았냐는거지. 덕분에 분위기 망칠 뻔했잖아."

"그건 니가 멋대로 오해해서잖냐 짜샤. 정강이 한대 더 맞을래?"

"뭐, 뭐어, 여자 한명 늘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랄까 아하하..."

 

그래도 뭐, 이왕 즐기러 왔으니 나도 간만에 친구들이랑 이야길 나누면서 즐겨야지.

레티한텐 무알콜 음료랑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난 친구들이랑 술잔을 기울였다.

확실히 레티를 맡고 나선 이렇다 할 사교적인 모임이 없었지. 간만에 달리지 뭐.

 

"아아~ 그래도 너가 아직 솔로인 게 다행이다. 아오조라도 유메야마랑 사귀고, 이젠 너랑 나뿐이라고 솔로는."

"그러고 보니까~ 신조쨩의 남자친구는 요새 어때~?"

"그 오타쿠녀석은 요새 뭔 용이 메이드를 하는 애니에 빠졌더라. 그 부분은 내 알 바 아니지만."

"어이 어이, 그러는 너도 오타쿠잖아. 그 뭐냐, 그걸 뭐라더라? 부녀..."

"닥쳐 아오조라! 그 이상 떠벌리면 그 근육뇌 아작낸다!"

"아아~ 진짜 신조는 무섭다니까."

 

뭐, 대충 이런 녀석들이다. 이렇다보니 이전까진 난 그냥 이 개성넘치는 녀석들 사이의 겉절이같은 거였는데

지금은 나도 이녀석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특징이 생겼다.

 

"레티, 그건 마시면 안돼. 술이야."

"아, 술이구나. 레티, 술 안마시기로 마사히로랑 약속했다. 레티, 약속 지킨다."

"고마워, 레티. 레티는 착하구나?"

"에헤헤, 레티 또 칭찬받았다."

"어우 짜증나, 니들 관계에 대해 들어도 뭔가 짜증나네. 너가 애를 돌보는건지 사귀는건지 아직도 헷갈린다!"

"시끄러워 타카다. 신조가 또 정강이 찬다."

"그걸 왜 니가 따지고 들어가! 난 내 투정도 맘대로 못하냐!?"

"응."

 

따각 하는 소리와 함께 타카다는 신조한데 맞은 델 또 맞았다.

 

"악! 적어도 반대쪽을 때려라!"

"시끄럼마! 니 생떼가 제일 분위기 흐린다!"

"저기~ 우리 술만 마실 게 아니라~ 나가서 춤도 추자~! 달링~ 가자~!"

"네, 지금 갑니다 공주님."

"저 둘은 여전히 닭살돋네."

"그렇지 동지?"

"누구 맘대로 동지야 한번도 너랑 솔로 동지라고 생각한 적 없거든?"

"마사히로, 레티도 춤추고 싶다."

"흐음, 사람이 많아서 좀 걱정이긴 하지만... 그럴까?"

"응!"

"...커플 아닌 건 아는데 왜 내 배알이 꼴리냐."

 

일단 댄스장 위론 올라갔지만 레티가 다치지 않게 사람 적은 외곽에서 놀기로 했다.

클럽 전체에 DJ의 비트가 울려퍼진다.

 

"...근데 레티, 지금 무슨 춤 추는거야?"

"레티, 펭귄 춤 따라한다."

 

그 말 그대로 지금 레티는 펭귄 걷듯 뒤뚱뒤뚱 걷고 있다.

귀엽긴 한데 클럽에는 좀...

그럼 내가 가르쳐줘야지 뭐.

 

"레티, 나 따라해서 춤춰볼래?"

"응! 마사히로, 춤추는거 따라한다!"

 

난 DJ의 비트에 맞춰 스텝을 밟고, 허리를 흔들고 팔을 휘둘렀다.

레티는 잠깐 가만히 서 있으면서 날 응시하더니 금세 날 따라해서 춤추기 시작했다.

 

"그렇지, 레티! 그렇게 추는거야! 어때, 재밌어?"

"응! 재밌다! 레티 신난다!"

=자아, 오늘의 DJ인 저, DJ루찌우가 보니 여러분들 분위기가 정말 달아오르는군요! 그럼 저도, 볼륨 최대로!=

 

오늘 DJ 실력이 좋다. 짜릿하게 쿵쾅대는 EDM에 신나 점점 무아지경이 된다.

어느샌가 난 무대장 한가운데에서 브레이크 댄스와 비보잉을 하고 있었다.

 

"...어래?"

 

앗차, 나도 모르게 신나서 정신팔렸네. 지금은 레티 보호자로써 좀 자중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찰나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은 날 중심으로 원형으로 물러서서 신나게 환호성을 지르고 있고

내 옆에서 같이 환호를 받으며 춤추는 인물은 다름아닌, 내가 춘 춤을 따라서 추는 레티였다.

언제 내 댄스를 다 마스터했대? 하하, 기특하긴.

 

=오우! 여기 제대로 노시는 분 두분 계시는군요! 이 DJ도 흥이 넘쳐 참을 수가 없네요! 그럼, 새 비트 갑니다!=

"좋아 레티, 이렇게 된거 아예 우리 둘이 호흡을 맞추자! 같이 신나게 춤추는거야!"

"응! 레티, 춤추는 거 재밌다! 그리고 사람들도 우리 춤추는 거 좋아한다! 레티 신난다!"

=준비 되셨나요? 그럼 볼륨 최대로!=

 

이젠 완전히 클럽을 장악해버렸다.

나와 레티 둘만의 독무대다.

레티는 이제 굳이 날 관찰할 필요 없이 비트에 몸을 맡겨 나와 같은 춤을 추고 있다.

어렵고 재빠른 동작도 금방금방 소화해냈다. 그것도 내가 하는 순간과 동시에.

이미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오랜 시간동안 호흡을 맞춘 콤비처럼 보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꽤 오래 춤을 춰왔던 나에 비해 레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삼스레 레티의 능력에 다시금 경탄하면서, 나는 레티와 즐겁게 춤을 췄다.

춤추는 레티의 얼굴엔 즐겁다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리고 춤추는 동안 우연히 본 타카다의 얼굴엔

'역시 저놈 완전 커플수준 아냐'

라고 이마에 써있는 듯한 수준으로 내쪽을 노려보고 있다.

근데 알게 뭐야 지금 즐거운데! 레티랑 함께 춤추는 게 즐거운데!

그렇게 우린 즐겁게 춤추고, 힘들면 자리에 가서 먹고 마시면서 놀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클럽 앞에서 서로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아, 술 별로 안마신 것 같은데 취기가 오르네. 집에 잘 들어가려나..."

"에헤헤헤"

"응? 뭐가 그렇게 즐거워, 레티?"

"오늘 마사히로랑 같이 춤추고 놀았다. 레티 즐거웠다."

"그러냐? 그거 잘됐네."

"에헤헤"

"마사히로의 친구들도 다들 좋았다. 레티랑도 친구해줬다."

"그녀석들, 웬일로 고마운 짓을 다 해주네."

"마사히로, 다음에도 또 춤추자."

"클럽을 또 오게 될진 모르겠지만... 좋아, 굳이 클럽이 아니더라도 춤출 순 있으니까! 같이 즐겁게 놀자고!"

"응!"

 

겨울방학도 반 정도 지났다.

가능한 한 레티에게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 ?
    탄핵남자 2017.03.06 22:05
    여기서 루시우 대사가 있네요
    오우! 제대로 소설보자!
  • profile
    무첸 2017.03.06 22:05
    레티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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