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느긋한 윳쿠리의 이야기

by 미카엘 posted Mar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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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어느 남자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윳쿠리를 샀다.순수한 아기 윳쿠리를 샀다.남자는 윳쿠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푹신한 솜에 누워.윳쿠리는 어리광을 부렸다.남자는.윳쿠리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해선 안돼는 일을 확실하게 알려주었다.그리고 알아듣지 않으면 제제했다.윳쿠리는 무럭무럭 자라났고.남자는 점점 늙어갔다.

 

윳쿠리는 산책을 좋아했다.남자에게 매일매일 산책을 가자고 졸라댔고.그때마다 남자는 어쩔수 없는듯이 목줄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매일매일 보는 길이지만 윳쿠리에게는 항상 새로웠다.매일매일 밟는 길도.매일매일 마시는 공기도.윳쿠리에게는 그저 신선하고 새로운 것들뿐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남자의 머리는 새햐얘졌고 남자의 아가야가 아가야를 낳아 남자를 보러왔다.윳쿠리는 언제부턴가 남자가 느긋할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됬다.그리고 남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언제부턴가 몸에 힘이없고 기억해둔 추억들도 점점 사라져간다.하지만 느긋한 추억들은 아직 남자의 눈 속에 남아있다.

 

이제 남자는 너무나 노쇠하여 윳쿠리를 보듬어주지 못했다.윳쿠리를 쓰다듬던 보드럽던 손은 거칠고 주름져갔고.윳쿠리에게 말을 걸던 목소리에는 힘이 점점 사라져갔다.윳쿠리를 보던 눈은 먼지로 뒤덥혀지고.윳쿠리를 따라가던 다리는 말라 걸을 수 없게 되었다.이제 남자의 곁에는 윳쿠리만이 남게 되었다.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윳쿠리는 남자가 부를 때마다 쏜살같이 달려갔다.남자가 잠들때마다 영원히 느긋해질까 초조해했다.

 

어느날.남자가 윳쿠리를 불렀다.윳쿠리는 남자에게 다가갔다.남자는 목줄을 꺼내들며 오랜만에 산책이나 가자고 말했다.윳쿠리는 좋아하며 밖으로 나갔다.그 둘의 얼굴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둘다 알고 있었다.이게 둘만의 마지막임을.그날은 특별히 밤 늦게까지 돌아가지 않았다.평소에 가지 않던 곳까지.평소에 갈 수 없었던 곳까지.남자와 윳쿠리는 어디까지나 느긋하게 걸어갔다.이제 밤이 시작되고 남자는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다음날.마을 사람들 모두가 남자의 좁은 방에 모였다.이제 마지막 인사만이 남았다.거기에는 윳쿠리가 눈물을 흘리며 서있었다.남자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보았던 가장 느긋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느긋하게 있으라구'윳쿠리도 인사했다.'느긋하게 있으라구' 그말을 끝으로 남자의 생은 끝났다.남자의 가족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윳쿠리도 마찬가지로 슬퍼한다.하지만 윳쿠리는.남자와의 추억을 기리기 위해 마을에 있는 산까지 올라갔다.이제 윳쿠리의 생도 얼마남지 않았다.참으로 오래됀 인연이다.언제부터였을까.남자에게 정장이 어울리지 않게된 것은.언제부터였을까.남자의 머리가 희어졌을 때는.윳쿠리는 마지막으로.남자와 같이 왔던 산의 정상에 올랐다.정상에 있는 꽃나무가 조용히 꽃잎을 흩날린다.윳쿠리는 조용히.그리고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자신이 가장 느긋하게 있었던.남자와 함께 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