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2.23 21:03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5-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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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이곳은 결혼식이나 피로연 등을 위해 마련된 어느 연회장이다.

오늘 이 시간에 열리는 것은 대기업 아마다제과의 회장, 아마다 카츠라기의 50세 기념 생일파티이다.

수많은 부자들이나 기업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이 자리에

그 사람들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평범하고, 또 눈에 띄게 특이한 차림으로 자리한 남자가 있다.

평균보다 두배는 큰 파츄리를 ​데리고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 앉은 백의를 입은 이 남자.

시로이 쿄우진. 윳쿠리 연구의 선두자급 인물인 매드사이언티스트다.

 

"정말이지 화려한 잔치로군요. 한 인간의 생일이 이렇게도 화려하게 찬사될 수도 있는 겁니까?"

"뭐, 아무래도 대기업의 주인씩이나 되는 사람이니까 말이지."

 

연회장의 정면에 마련된 무대에, 드디어 이 파티의 주역인 아마다 카츠라기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사람들의 갈채가 그의 등장을 환영해주었다.

유일하게 박수를 치지 않는 사람은 쿄우진 단 한명 뿐.

그는 자신의 흰 가운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다는 한 손에 금뱃지 레이무를 든 채 들어와 마이크 앞에 섰다.

 

"오늘은 저, 아마다 카츠라기의 생일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윳쿠리 애호파의 한 사람으로써, 저의 제과에 그 어떠한 윳쿠리도 첨가하지 않고

또한 그 어떠한 윳쿠리도 싼 값에 좋은 품질의 저희 제과를 즐길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윳쿠리가 그저 움직이는 만쥬라니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마다 회장은 자기가 들고 있던 레이무의 머리를 가볍게 몇번 쓰다듬고는

다시금 자신의 길고 긴 윳쿠리 애호적 연설을 이어나갔다.

가끔가다 회장이 던지는 농담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웃기도 하며

그의 결정적인 호소엔 모두가 환호하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 쿄우진만이 여전히 자신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이 장황한 연설중에 한 것이라고는

 

"파츄리, 이 수많은 음식들 보면 먹고싶단 생각 안드냐?"

"저를 개조하면서 식욕억제력도 상승시키신 건 주인님이시지 않습니까."

"어지간한 윳쿠리라면 참지 못하고 바로 달려들텐데 말이지."

"윳쿠리의 본능이 이성보다 강한 건 이미 당신이 연구해서 알아낸 것이지 않습니까."

"적절한 교육 또는 개조로 이성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지."

 

이 정도의 자신의 조수와의 잡담 몇마디 뿐이었다.

 

"다시금, 저의 생일잔치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린 건 많이 없지만 부디 느긋하게 즐겨주십시오."

""하하하하하하하!""

 

장난섞인 이 말에 다시금 사람들은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건배합시다, 여러분! 인간과 윳쿠리가 함께 아마다제과를 즐기는 날을 위하여!"

""위하여~!""

 

그 이후로 연회는 두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그리고 밤 11시 30분. 모든 것이 정리되고 대부분의 사람이 빠져나갔다.

단 몇사람만을 제외하고.

 

"그럼, 우리도 슬슬 가볼까?"

"돌아가는 겁니까?"

"아니, 이 영감의 진짜 연회에. 연회의 뒤에 열리는 진짜 연회 말이지."

 

남자가 짓는 웃음은 언제나처럼 어둡고 사악했다.

그는 자신의 조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뒤, 무대 뒷편으로 가 두명의 보디가드가 지키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 써있는 철문 앞으로 다가갔다.

두 보디가드가 남자의 진입을 막아섰지만, 남자가 자신의 신분증과 함께 한 초대장을 보여주자

두 보디가드는 친절히 문을 열어주고 그를 안쪽으로 안내하였다.

 

"어이쿠, 이런. 이 뒷풀이는 자네가 제일 중요한데 그런 자네가 제일 늦게 올 줄이야."

"주인공은 제일 늦게 등장한단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 그것도 그렇군!"

 

이 방엔 둥근 원탁과 그 원탁을 둘러싸듯 놓여있는 3인소파 3개와 1인소파 하나가 있었다.

소파에는 몇명의 인물이 앉아있었고, 아마다 회장은 문과 정반대에 놓여진 1인소파에 앉아 있었다.

원탁에는 몇몇 고급 음식들이 놓여 있었지만 아마다 회장이 먹고 있는 것은...

바로 직전의 연회때까지 자기 아이처럼 애지중지하던 금뱃지 윳쿠리의

저부를 굽고, 머리 위의 부분을 잘라내 드러난 팥소였다. 그것을 숟가락으로 퍼먹고 있었다.

그 레이무는 눈물을 흘리고 입을 움찔대는 것이 크게 울부짖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그 입은 단단히 꿰메어져 있어 열리는 일이 없었다.

 

"여전하신 연기력이시군요. 속내론 그렇게 윳쿠리의 고통을 즐기시면서 남들 앞에선 애호파인 척 하다니."

"나도 자네의 논문엔 언제나 놀란다네. 자네 덕분에 윳쿠리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니까?"

"그거 영광이군요. 제가 한 대기업의 회장씩이나 되는 분께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됐다니."

"나도 젊었을 적엔 평범한 학대파에 불과했지. 딱히 드러내놓고 그러진 않았지만.

하지만 자네의 논문을 읽고 나니, 윳쿠리가 생명체라는 말이 납득이 가더군. 그리고 나의 학대심도 변했네.

단순히 생물의 흉내를 내는 음식쓰레기에게 분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생명체의 고통을 생생히 본다.

그러한 것을 즐기게 되었지 뭔가?"

"윳쿠리를 탄수화물계 생명체라 칭한 자네의 논문은 학계 전체를 놀라게 했다네."

 

왼쪽 소파에 앉은 다른 남자가 말했다.

실제론 윳쿠리 학대파이지만 애호파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연기를 하는 한 정치인이었다.

 

"저에겐 단지 취미생활일 뿐인데, 의도치않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군요."

 

쿄우진은 회장의 맞은편에 있는, 문을 등지는 자리의 소파 한가운데에 앉고, 자신의 조수는 자기 옆에 놓았다.

 

"그 파츄리는 자네의 연구성과물인가?"

 

아마다 회장이 자기 앞의 레이무의 팥소를 떠내며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통상의 파츄리와 달리, 정신적인 충격에도 내성이 높고, 지능과 지혜, 완력까지 특출나죠."

"놀랍군!"

 

그러면서 그는 달콤하게 익혀진 살아있는 팥소를 음미했다.

오른쪽 소파엔 두명. 한명은 윳쿠리를 주제로 한 소설을 쓰는 소설가이고

다른 한명은 윳쿠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둘 다 애호파인 척 하는 학대파이다.

그 둘 중 한명. 소설가가 물었다.

 

"하지만 그걸 만들기까지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파츄리 종 300여마리 정도 죽었죠. 하지만 설계도가 완전히 완성되었으니 추가제작에 실패할 일은 없습니다."

"수많은 시체의 산 위에 세워진 찬란한 성과로군."

 

화가가 대신 답했다.

 

"그나저나 그 분은 안오신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전 그분 한번 뵙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 사람은 스케쥴이 바쁘다더군. 특히 자기 연구물을 돌보느라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나."

"게다가 그 사람은 윳쿠리 정형외과도 하잖나. 유일한 윳쿠리 정형외과니 사람이 많이 몰리겠지."

"그렇군요. 저와 비슷한 테마로 연구하시는 분이라 언제 한번 뵙고 싶었는데 말이죠."

 

쿄우진이 만나고 싶어하던 사람.

그는 [윳쿠리의 능력과 가능성]을 연구테마로 연구하는 의사로써

평소에는 윳쿠리를 사람의 형상으로 개조하는 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다.

윳쿠리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쿄우진으로썬

자신과 비슷한 테마로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학자를 만나보고자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욕망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는 그 기회를 다음으로 기약해야만 했다.

 

"그건 그렇고 언제나 스폰서로써 연구자금을 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다 회장님."

"별거 아닐세. 자네의 연구엔 언제나 기대가 크니까 말이야."

"회장님 뿐만이 아닐세. 정치계에 있는 나도, 내 앞의 이 두 창작가도 자네의 연구에 관심이 많네."

"시로이씨의 논문은 제 소설에 여러모로 영감을 주거든요. 애호물인 척 꾸미는 게 힘들긴 하지만요."

"솔직히 윳쿠리를 그렇게까지 파고드는 사람, 당신밖에 없어요. 언제 한번 초상화라도 그려도 될까요?"

"하하하, 다들 이렇게나 고평가를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거짓말이다.

시로이 쿄우진은 대인관계따위 관심이 없다.

사교성이 없다 못해 사교 자체에 관심이 없는 이 남자가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들이 자신이 연구를 계속해서 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거짓으로 겸손해지며 거짓으로 이들과 친밀해진다.

그나마 가장 진실된다고 할 만한 사람은 이 중에선 아마다 회장뿐.

쿄우진의 스폰서인 그는 오랜 기간 교류하면서 쿄우진의 본질을 알아챈 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연구와 그 결과가 매우 마음에 들어 계속해서 쿄우진의 스폰서로써 뒷받침해주고 있다.

광기의 수준에 달한 연구욕만이 가득한 그를 존중해준다.

쿄우진 역시 그것을 알기에 아마다 회장에겐 진심으로 예를 갖춘다.

그러니 그가 진정으로 몸 둘 바를 모르는 건 아마다 회장 단 한사람뿐이다.

 

"어이쿠,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여기선 다른 데선 못하는 속얘기를 하게 되니 시간가는 줄 모르니까요."

"그럼 회장님,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내 파티에 참석해줘서 고맙네."

 

정치인, 소설가, 화가가 방을 나섰다.

 

"이제 우리 둘만 남았군, 쿄우진 군."

"그럼 저도 이제 제 스타일대로 말해도 괜찮은 거겠죠?"

"난 자네의 가시돋힌 말투도 마음에 들거든."

"딱 잘라 말해, 멋진 악식이십니다. 지금 드시는 거."

"하하하, 그런가?"

"일부러 중추팥만 남겨놓고 계속 파먹고 있지 않습니까?"

"잘 익어서 따뜻하고 달콤하거든. 정말 이건 참을 수가 없는 맛이라니까?"

"파츄리, 이젠 너도 뭐라 말해도 돼. 이분하고만 있으면 괜찮아."

"...그럼 저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 레이무, 금뱃지였습니다. 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금뱃지, 고등교육을 받고 비싼 몸값으로 팔리는 훌륭한 개체들이지."

"은뱃지나 동뱃지도 한다 해도 이해가 안가겠지만, 왜 금뱃지씩이나 하는 아이를..."

"그렇기에 더더욱 달콤한 것인게야. 자신이 노력한 만큼, 친절한 주인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 거라 기대한

그 기대를 한순간에 철저하게 부숴버려 절망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그때가 정말 여러가지로 달콤하거든."

"...전 같은 윳쿠리로써 납득할 수 없습니다."

"걱정마, 회장님의 식성은 나도 이해 안가거든. 난 학대파가 아니라 연구파라 말이지."

"하지만 자네의 연구는 그 어떠한 학대파보다 더하지 않나?"

"그래서 제가 매드 사이언티스트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두 남자의 미친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둘이 담소를 나누고, 파츄리는 고통받는 레이무를 보며 씁쓸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이윽고 레이무의 팥소가 중추팥만 남았을 때, 두 사람의 이야기도 끝이 났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새 연구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새벽이 깊어가는구만. 다음에 보세."

"그 중추팥은 어떻게 먹어치우실 겁니까?"

"입안에서 사탕녹이듯 천~천히 녹일게야. 그러면서 이 아이의 표정을 볼거지.

자신의 목숨이 내 입안에서 녹아가는 걸 느끼는 이 아이의 표정이 기대되는구나!"

"장비를 챙겨왔으면, 그 순간의 감정기복을 확인해보고 싶네요."

"하하하, 자네다운 발상이구만!"

 

쿄우진은 아마다 회장에게 인사하고, 연회장을 나왔다.

백의의 남자와 그의 조수가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의 조수가 물었다.

 

"...주인님은 그 광기를 멈출 생각이 없으십니까?"

"그건 내게 숨도 쉬지 말라는 것과 똑같아."

"윳쿠리를 생명체로 인정하면서도, 이런 끔찍한 일을 계속하실 겁니까?"

"인간 대상으로도 하려고 했던 나야. 내 연구욕만 채워진다면 뭘 대상으로 하든 상관없거든."

"그 뒷쪽의 연회장의 인간들도, 주인님만한 수준의 인간은 없었습니다."

"말했잖아, 이 광기는 나만의 것이라고."

"...저는 언제 처분하실 겁니까?"

 

남자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만월이다. 둥근 달이 둘을 밝게 비추고 있다.

그리고 남자는, 달빛에 비친 그 악마의 미소를 자신의 조수에게 보여주며 그 질문에 답해주었다.

 

"너의 의지가 행동으로 행해질 때에."

"...이미 알고 계신 거군요."

"때가 되기 전까진 넌 내 조수다. 그때까진 정성을 다해 돌보고, 또 성심껏 이용해주지."

"그럼 그 때가 오면..."

"너의 설계도가 완성된 만큼, 널 완전히 부술 준비 역시 완성되어 있다. 그 때가 오면 확실하게 죽여주지."

"...각오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둘은 서로의 적의를 확인하며 재차 자신들의 동거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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