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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온 그녀 -5-

by mad posted Feb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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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는 뜨겁지만 않으면 뭐든 잘 먹는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떫은맛 고소한맛

단맛만 추구하는 윳쿠리에 비해 레티는 본디 윳쿠리였음에도 싫어하는 맛이 없다.

그저 뜨거운 걸 먹기 힘들어할 뿐 맛을 가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있는데 아이스크림과 생고기다.

아무런 조리도 하지 않은 생고기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레티의 남극에서의 식습관이 원인인 것 같고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눈이라는 신기함때문에 꽃힌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만 먹겠다고 생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음식인 식이다.

 

"레티, 밥먹자."

"와아! 밥! 마사히로의 밥 맛있다!"

 

뜨거운 게 힘든 레티를 위해 레티의 식단은 조리한 뒤 냉장고에 넣어 한번 식혀놓는다.

이렇게 해서라도 열기를 빼야 레티가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밥은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레티에겐 따뜻한 밥은 입에 대기도 힘들어하고 레티의 밥을 냉장고에 넣어 식히는 동안

난방이 금지된 집안에서 내 밥도 같이 식어간다.

덕분에 요샌 미지근한 밥상으로 먹고 있다.

하지만 딱히 불만은 없는게...

 

"에헤헤, 마사히로의 밥, 정말 맛있다."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기뻐하는 레티의 얼굴을 보면 미지근한 밥상도 맛있으니까 말이지.

 

"레티, 밥 먹고 산책갈까?"

"응!"

 

옛날엔 어지간해선 집에서만 놀던 나였지만

레티가 오고나선 매일같이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레티의 교육이나 건강상으로도 그게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레티의 다양한 생활상의 관찰을 부탁받았으니

밖에 데려가서 다양한 상황과 마주시키지 않으면 안되니까.

 

"오오! 여기, 나무 많다! 공원보다 많다!"

 

우리집은 도심이 아닌 좀 외곽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지역은 집값이 비싼 게 이유였지만

그 덕분에 지금 레티가 좀 더 다양한 환경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건 잘 된 거려나.

여긴 도시에서 좀 떨어져 나온, 산의 바로 앞.

오늘은 이 적당한 산의 산길을 타는 산책을 하기로 했다.

 

"어헉, 헤엑, 레티, 좀 천천히 가자..."

"마사히로, 힘드나?"

"너 정말 튼튼하구나. 네 페이스에 맞춰오르면 내가 못견디겠다."

 

레티의 철인체력을 잊고 있었다.

그 남극에서 멀쩡하게 몇달을 살아온 애한테 이런 산길 오르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

근데 방학땐 난방 틀어놓고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던 나한텐 레티한테 맞춰 걷는 건 그냥 뛰는거다.

아주 그냥 기진맥진하다.

 

"마사히로, 많이 힘드나?"

"좀 쉬었다 가자, 어후..."

 

분명 이 근처에 산 중턱 적당한 평지에 만들어진 휴식공간이 있었을텐데...

찾았다. 적당히 평평한 흙바닥, 사람이 설치한 나무벤치 두개, 몇개의 운동기구

그리고 이 위로 올라가는 산길을 막고 자는 도스... 도스?

 

"잠만, 저거 왜 저런 데에 있는거야?"

"마사히로, 커다란 윳쿠리다."

"어어, 도스 윳쿠리라는 커다란 윳쿠리인데, 보통 여러 윳쿠리들을 통솔하는 대장역할을 하지."

"헤에~ 도스, 윳쿠리 대장이다."

"유피이... 윳피이..."

 

뭐, 저놈은 자고 있으니 지금은 신경쓰지 말고 나도 그냥 앉아서 쉬어야겠다.

어우 힘들다, 의자에 앉으니까 좀 편하네.

레티도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에헤헤, 레티, 마사히로 옆, 좋다."

"아하하, 그러냐?"

"응! 레티, 마사히로, 좋다."

 

엌 갑자기 그런 고백같은 말을 들으면

 

"그리고 남극의 친구들도 모~두 좋다!"

 

그렇겠죠~ 연애적인 의미가 아니겠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확인당하니 뭔가 서글프네

지금은 그냥 지친 거나 좀 쉬게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어야겠다.

 

...

......

.........응?

앗차, 잠들어버렸다! 지금 몇시지?

핸드폰 시간으론 대략... 1시간은 됐나.

아무리 지쳤다지만 이런 산속에서 그것도 겨울에 잠들다니, 감기라도 걸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네.

일단은 집에 돌아가는 걸로... 레티는?

 

"우웅... 도스 계속 잔다."

 

잠들어 있는 도스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도스가 신기한 듯 계속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살펴보고 있다.

 

"느삐이..."

"도스, 계속 잠만 자나? 도스 일어나 봐라."

"어이 레티, 그녀석 자극해서 좋을거 없..."

"느뺫!? 뭐, 뭐냐제!?"

 

아아, 깨워버렸네.

 

"어떤 게스가 도스님의 느긋한 쿨쿨씨를 깨웠냐제!"

"아, 도스, 일어났다! 도스, 살아있다!"

"너냐제? 도스님의 느긋!한 낮잠씨를 깨운 게스는?"

"응! 레티, 도스 깨웠다! 도스, 잠만 자서, 심심해서 깨웠다."

 

아무래도 나도 잠들어서 레티가 심심했나보다.

그래서 잠들어있던 도스에게 관심을 보인건가.

하지만 저 도스의 말하는 투로 봐선, 저놈 게스인데

게스인 도스는 가까이 가서 좋을 거 없다. 아무리 윳쿠리라도 도스 크기면

맨몸의 평범한 일반인으로썬 좀 그렇지.

난 서둘러 일어나서 레티한테 다가갔다.

 

"어, 어이 레티, 그녀석 괜히 건들지 말고 그냥 돌아가자."

"도스님의 느긋!한 낮잠씨를 깨운 썩을 게스는 제!제!라제!"

"우웅?"

"이런, 레티 위험해!"

 

도스가 그 둔중한 몸으로 배치기 비스무리한 몸통박치기를 시도했다.

난 레티를 잡아당겨 도스녀석에게서 안전한 곳으로 떨어트려놨다.

대신 내가 녀석의 몸통박치기에 맞았지만.

몇킬로냐 너. 부딛힌 충격으로 그대로 몇미터를 날아 슬라이딩했다.

 

"마, 마사히로! 마사히로 괜찮아?"

"어, 으응. 파카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어."

 

대신 파카가 걸레짝이 됐지만.

 

"헹! 도스님에게 기어오르니까 제!제!당하는 거라제! 건방진 인간씨도 도스님이라면 한방! 이라제!"

"도스, 마사히로 괴롭혔다! 마사히로 아프게 했다! 도스, 나쁘다! 사과해라!"

"썩을 할망구가 뭐라는거냐제? 도스님의 제!제!가 이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해야 한다제! 원래는 죽어 마땅하다제!"

"레티, 저녀석은 아무래도 말이 안통하는 상대인 것 같아. 나쁜짓을 해도 절대 사과할 성격이 아니지."

"도스는 아무것도 나쁜 짓 한 것 없다제~?"

"그러니까 레티, 그냥 레티가 도스를 혼내줘. 본때를 보여줘."

"하지만, 남극의 친구들이 힘 함부로 쓰면 안된다 했다..."

"내가 허락한다. 책임도 내가 진다. 저 게도스 하나 없어진다고 아무도 뭐라 안해. 그러니까 해버려."

"아앙? 이 썩을 인간씨가 뭐라는거냐제?"

"...응, 레티, 마사히로 말대로 한다. 마사히로 아프게 한 도스, 혼내준다. 레티, 도스랑 싸운다!"

"헹! 도스님은 쵯!강!이라제! 도스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제!"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동물의 뼈도 부수는 악력, 맨손으로 가죽과 살점을 찢어내는 힘, 산채로 짐승을 뜯어먹는 이빨과 턱

재빠른데다 오래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발, 극한의 강풍과 추위도 견뎌내는 피부와 체력

거기에 더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사냥감을 확실히 끝내는 방법을 알아내는 지능과 지혜와 탁월한 학습력.

레티가 저 도스에게 뒤쳐지는 것은 어느것도 없었다.

레티가 그저 단 한번의 손아귀로 도스의 얼굴을 잡아뜯는 것으로

도스의 안면가죽이 통째로 벗겨졌다.

 

"느갸아아아아아! 도스의 멋찐 얼굴씨가아아아아!"

 

레티는 그 직후 바로 도스의 뒤로 달려갔다.

말이 달려간거지 내가 봤을 땐 그냥 거의 순간이동이다.

레티가 진심으로 속력을 내면 이정도인가.

레티가 온 힘으로 도스의 등을 다리로 차내자

그 충격으로 도스의 팥소와 치아와 눈알 등의 모든 내용물이 뜯겨나간 안면을 통해 쏟아져나왔다.

그걸로 끝.

내용물의 절반 이상이 빠진 도스는 그 남은 몸뚱어리만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아, 레티, 실수로 도스 죽였다. 혼만 낸다는 게 죽여버렸다. 레티 잘못했다."

"아니야, 레티. 그런 녀석은 그렇게 혼내는 게 맞아. 그보다 나 좀 일으켜줄래?"

"응! 레티, 마사히로 도와준다!"

 

레티가 뻗은 손을 잡고 겨우 일어섰다.

파카에서 오리털이 새는 걸 보니 아주 너덜났구만 이거. 더는 못쓰겠네.

 

"어휴, 오늘은 산책치곤 힘든 일이 많았네."

"그래도, 레티, 마사히로랑 산책하는 거, 좋다."

"그러냐? 그럼 내일도 어디로 놀러갈까?"

"응! 레티, 마사히로랑 노는 거, 좋다!"

 

어디 부러지거나 한건 없지만 좀 욱씬거려서 레티의 부축을 받으면서 산을 내려왔다.

이 파카는 버리고, 지금은 빨리 집에 돌아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싶다.

그 다음엔 레티가 도스랑 싸움... 아니, 일방적으로 순살한 걸 녹화해놓은 걸 남극기지에 보낸 다음

그 다음은 그냥 뒹굴거리면서 쉬어야지. 간단하게 저녁먹고 그러고 자고.

괜스레 도스랑 얽혀서 더 피곤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보고할 만한 내용을 얻은 건 다행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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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치다 마사히로의 남극쇼와기지로의 메세지3※

오늘 우연하게 레티가 도스 마리사랑 싸울 일이 생겼습니다.

근데 말이 싸움이지 그냥 압도적으로 순살해버리더군요 레티가.

말로만 들었던 레티의 신체능력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스한테 한대 맞고 나가떨어진 건 그 값이라고 생각하죠 뭐.

영상 첨부합니다.

-첨부파일:레티VS도스

 

※남극쇼와기지에서의 코지마 연구원의 답장※

영상 잘 봤다. 우리도 레티의 신체능력은 측정했고 이론상 이럴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걸 현실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이미 윳쿠리는 커녕 인간조차 초월한 수준이야. 좋은 자료 고맙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영상 자체는 여러모로 쇼크영상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윳쿠리 애호파에다 비위가 약한 하루마 녀석은 영상의 도스처럼 토했지 뭐냐.

이 영상은 연구자료로만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괜히 SNS같은 데에 유출시키지 말거라.

조만간 너희쪽과의 영상통화를 준비할 생각이다. 언제 한번 얼굴 대면하고 실시간으로 대화해보자꾸나.

ps.아사쿠라 녀석이 인터넷 쇼핑으로 레티에게 선물을 보냈다는데 그 음흉한 웃음때문에 걱정되는구나.

그녀석, 변태끼가 있어서 말이지. 혹시라도 택배 받을때 레티가 보기 전에 네가 먼저 확인해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