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는 가족의 가장이었다,그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져야했다.그렇기에 마리사는 가족들을 위해 먹으세요를 했다.그것이 모자라자.레이무가 먹으세요를 했다.그다음은 언니가.그다음은 차녀가.그 다음은 삼녀가.그리고 이제는 마리사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겨울은 끝나가고 있었건만 마리사는 누구보다 추워했다.어째서인가.어째서 모두들 가버린 것인가.자신은 아무것도 할수 없는데 사냥씨도 할수 없고 아가야도 낳을수 없는데.어째서.어째서.마리사는 그런 의문을 품은채 차갑게 굳은 동토를 달리고 있다.아빠야한테 들었기 때문이다.저쪽에는 산이 있으니 저기로 들어가면 살수 있다고.먹이도.집도 잔뜩 있다고.그렇게 믿으며 마지막 남은 마리사는 죽을 힘을 다해 산으로 뛰고 있었다.입가는 이미 바짝 말라있었고 눈은 점점 뿌옇게 흐려져만 갔다.저부도 이제는 한계인듯.굉음소리를 내며 뛰기를 거부하고 있었다.마리사는 이를 악물었다.저부를 억지로 움직이며 눈에서는 설탕물이 흐른다.춥다.외롭다.힘들다.이제 자고싶다.모두와 만나고 싶다.생각들이 마리사의 팥들을 조여왔다.그럼에도 마리사는 흔들리는 동공을 바로잡으려 애썼다.이제 조금이다.이제 조금만 더 가면 산이다.나무와 풀잎들이 마리사를 안아주고.풀에 맺힌 이슬이 마리사의 목을 축이고.나뭇가지를 기어가는 애벌레가 마리사의 배를 채워줄 것이다.하지만 잔혹하게도 진눈깨비가 마리사의 눈앞에 내리기 시작했다.너무도 차가웠다,부비부비하고 싶다.따뜻한 엄마야의 품에 안겨 어리광부리고 싶다.할짝할짝하고 싶다.촉촉한 혀로 쓰다듬쓰다듬 해지고 싶다.하지만 엄마야도.아빠야도.언니야들도 모두 가버렸다.어째서? 마리사만 남겨두고 가지마.같이가자.라고 마리사는 말하고 싶었다.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마리사는 달리고 있다.눈이 시야를 가려도 차가운 비가 피부를 녹여도 바람이 마리사를 밀어내도 꿋꿋히 전진했다.하지만......
콰직!
무언가가 마리사의 몸을 꿰뚫었다.작은 나뭇가지였다,그런 작은 나뭇가지가 마리사를 멈춘 것이다.마리사는 벌떡 일어서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마리사의 저부는 녹아버린지 오래였고 피부는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다,마리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그럼에도 마리사는 희망을 놓고싶지 않은지 계속해서 뛰어간다.
철퍽!
저부가 완전히 분리되고 얼굴만 남은 마리사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산으로 올라가려했다.하지만 얼굴만 남은 마리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마리사는 자신이 죽을 것을 예감하고는 최후의 단말마를 지르기 시작했다.
"오째소!오째서 바디자가 혼자 나마야 하는 고냐제에! 엄먀야! 이 눈씨를 업쎄져어어! 할짝할짝 해져어어!"
점점 눈이 마리사를 감싼다.
"시러어어! 바디자 아직 쥭고 십찌 아나! 누가 좀 쿠캐줘어어!"
산에는 고요함과 적막함만이 남았다.마리사의 절규는 그저 새들의 지저귐에 지나지 않았다.
"아빠야아아......부비부비해져어어...언니야아아....마리사를 구캐줘어어....어마야아아..다듈왜 마리짜를 두고 가는거냐규우우.바디자도! 가치 가고 시펐는데에!"
마리사의 절규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하얀색만이 남은 세상은 마리사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 마리사가 필사적으로 온 길과.절규를 묻어버린다.새카만 팥소들과 모자도.전부 눈에 가려져간다.얼굴만 남은 마리사의 눈이 꺼지고.이내 눈이 마리사를 덮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태양이 눈을 녹이기 시작한다.마리사의 웃음을 비웃듯이.태양빛은 어느때보다.따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