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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속 윳쿠리 -13-

by mad posted Jan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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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덫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수확은 사슴 한마리

전에 잡은 멧돼지에 사슴까지, 식량이 제법 넉넉해졌다

은신처의 문앞엔 돌담까지 쌓아놨으니 침입의 위협도 좀 낮아졌다

시간의 여유가 생긴 지금, 나는 근육맨 형님과 몸첨부가 된 레이무, 플랑을 데리고 산에 올라왔다

둘의 신체활동을 좀 더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플랑이야 시간이 좀 지나서 평범한 생활은 익숙해졌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이 남았다.

레이무도 적응은 제법 빨랐지만 어딘가가 부족하다.

격투력. 어떠한 존재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법. 아무리 생각해도 둘에게 필요한 건 그거다.

모처럼 인간같은 몸에 인간보다 더한 능력을 얻었다. 써먹지 않으면 곤란하지.

레이무에게 격투기를 가르쳐주는 건 근육맨 형님이

플랑의 날개낫을 다루는 법이나 상황에 따른 응용력은 내가 가르쳐주는 것으로 했다.

 

"좋아 플랑. 그동안 너에겐 그 날개를 조심스럽게 다루라고만 했지만 오늘은 아니란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 날개를 제대로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는 거지! ...나도 다뤄본 적은 없지만."

"괜찮은가요...?"

"어떻게든 되겠지 뭐. 만화나 게임에서 본 것같은 느낌으로 하면 어떻게든 될거야."

"잘 모르겠지만, 플랑 열심히 할게요!"

"일단 날개가 어떻게, 얼마나 움직이는지부터 확인해보자. 전엔 너무 간단하게만 봤으니까."

 

보통 플랑종의 날개는 유선형의 검은 줄기같은 날개뼈에 7가지 색의 7쌍의 보석이 달린 형태인데

이 아인 그 날개줄기의 가장 끝부분에 피와 같은 붉은색의 낫처럼 된 보석 한쌍만이 있는 것이다.

모양에서 색까지 보통의 플랑종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리고 그 특이함은 단순히 형태에서 그치지 않고 쓰임새까지 다른 물건이 됐다.

어떤 원리인진 몰라도 일단 플랑종의 날개는 날기 위한 것이다. 몸첨부가 되면 별로 안나는 것 같지만.

근데 이 아이의 날개는 완전한 무기다.

지금 테스트해본 결과 검은 날개줄기는 굉장히 부드럽게 움직이며 유연해 뼈보단 촉수에 가깝다.

끝에 달린 보석은 평소엔 줄기끝과 90도정도의 각도로 접혀있지만

여기서 약 30도 정도 더 접거나 또는 완전히 180도로 펼 수도 있다.

날개줄기는 길이가 변하진 않지만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면 엄청난 잔상에 붕붕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빠르고

보석의 강도는 만져만 봐도 그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강도가 높다. 게다가 호를 그리며 휜 부분은 날카롭다.

사람만한 두께의 나무도 간단하게 베어버릴 수 있고, 주먹만한 크기의 돌멩이도 부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날개의 정밀한 움직임도 가능해 조각도 할 수 있는 정도다.

뭐, 시켜본 결과물을 봤을때 플랑의 미적감각이 뛰어나진 않다는 부가적 사실도 알았지만.

다음으론 플랑의 신체 자체의 능력이다.

날 수는 없지만 제법 높고 먼 도약이 가능하다. 멀리뛰기 좀 해본 고등학생 육상부 정도랄까.

손의 악력은 세지 않다. 사람으로 치면 10대 여학생이 가질 정도의 악력이랄까.

한번 내 손바닥에 스파링을 시켜봤지만 전력을 다해 내지른 주먹도 그리 세진 않다.

그나마 특기할 거라곤 손톱인데 처음부터 날카롭게 자라있었다.

얼핏 만져봤을 땐 일단 인간의 손톱보단 두껍고 강도도 괜찮다. 그렇다고 아주 센 건 아니고.

윳쿠리는 쉽게 찢어발기고 사람은 피부가 얕게 할퀴어질 정도의 것이랄까.

다리의 상태도 딱 10대 여학생정도다.

도약력이 좋은 걸 빼면 특별히 발차기가 세거나 한 것도 아니고, 달리기가 빠른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발차기를 하려면 그 큰 날개가 무게중심을 지탱하는 데 방해되는 모양이다.

종합하자면 플랑의 주무기는 날개의 낫, 준수한 도약력과 손톱이다.

재빠르게 덤벼들어 낫으로 베거나 할퀴는 게 주 전법이 되겠지. 그럼 훈련법도 그렇게 가르칠 뿐.

방향이 정해졌으니 주변의 나무를 시험대로 삼아 플랑에게 플랑만의 전투법을 가르쳐줬다.

 

슬슬 점심시간이 되어가 형님과 합류하니 형님과 레이무 둘 다 상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야, 이렇게 운동신경이 좋은 아가씬 처음인데?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본 적 없어."

"레이무도 뭔진 모르겠지만 몸 움직이는 게 굉장히 좋았어!"

 

무슨 운동회 동지마냥 어느새 친해진 두사람. 아니 하난 윳쿠리.

듣자하니 레이무의 운동신경은 굉장히 뛰어난 모양이다.

달리기도 나쁘지 않고, 자세만 제대로 가르쳐줬더니 훌륭하게 격투술을 소화해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분 아스트론화 능력과 조합해 격투를 하니 나무는 물론 바윗덩이에도 구멍낼 만큼 강한 것이다.

형님 말로는 이정도면 완전 격투의 천재라나 뭐라나.

 

"너 어째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굉장해진 것 같다?"

"느후훗, 레이무가 이만큼이나 강하니까 이젠 아무도 레이무의 친구들을 괴롭히지 못할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레이무는 굉장하군요!"

"네 주인말대로라면 너도 만만찮게 굉장한건데?"

"그, 그럴리가요... 플랑은 그렇게 대단하질..."

"자신감을 가져, 플랑. 넌 강한 게 맞아. 그 힘은 분명 네 소중한 존재들을 지킬 수 있을거야."

"그런가요? 에헤헤..."

 

자신만만한 레이무와 지나치게 겸손한 플랑

둘의 이런 성격을 딱 반씩만 섞으면 좋을텐데.

형님과 함께 서로의 훈련성과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려가는데

터널 바로 앞 도로에서 마리사가 한 윳쿠리를 붙잡고 있었다.

 

"뭐야, 마리사. 무슨 일 있어? 그 윳쿠리는 뭐야?"

"앗, 할아범! 이녀석 그때 그 무리의 녀석이다제!"

"묘, 묘묭! 인간씨한테까지 들켰다묭! 빨리 놔달라묭!"

"윳쿠리 요우무? 근데 그때 그 무리라니..."

"그 모히칸 도스의 무리에 있던 녀석들 중 하나인 거라제!"

 

기억났다. 인간 상대로 산적질하던 그놈들.

도스를 죽이고 나선 지칠대로 지쳐 남은 놈들은 그냥 놔줬는데

이런 곳에서 어슬렁대다니 세상 참 넓으면서도 좁네.

 

"헤에? 이게 요우무란 녀석이야? 머리가 백발이네?"

"그녀석도 지 살길 찾아서 떠도는거겠지. 신경 안써도..."

"잡히자마자 같이 있던 첸한테 누구한테 뭘 알리라고 소리쳐서 도망보냈다제! 뭔가 있다제!"

"뭐? 누구한테 뭘 알리란건데?"

"뭘 알리는건진 그냥 알리라고만 해서 모르겠지만, 대장씨한테 알리라고 불렀다제!"

"대장? 보통 윳쿠리들이 무리의 리더를 지칭하는 명칭은 아닌데..."

"묘묘묭! 빨리 놔달라묭!"

"형님, 이녀석 뭔가 수상해요. 잡아서 데려가보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야. 뭔가 숨기는 게 있군."

"묘, 묭은 숨기는거 없다묭! 그러니까 빨리 놔달라묭!"

"넌 포로다제! 그때 그 무리녀석들도 맘에 안들었는데, 여기서까지 뭔 꿍꿍인지 알아야겠다제!"

"좋아, 마리사. 그놈 나한테 넘겨. 내가 들고 간다."

"묘, 묘묘묘묘묘묭! 큰일이다묭! 제발 묭을 풀어달라묭!"

 

난 이 윳쿠리 요우무의 머리채를 쥐어들곤 은신처로 향했다.

그동안 이 요우무가 살려달라 빌고, 협상을 걸고, 되도않는 욕을 퍼부었지만 다 무시하고 끌고왔다.

 

"어머? 운동 나간다던 남자들 이제야 돌아왔네?"

"점심때 됐잖여. 밥은 먹어야지."

"근데 키우미 오빠, 그 아인 뭐야? 또 새로 키우는거야?"

"거동수상자다. 이녀석 뭔가 숨기는 게 있어."

"그래서 심문하려고 끌고왔지. 나한테 한번 빚진 목숨인 놈이 또 뭘 숨기고 우리 주변을 어슬렁댔지?"

"묘, 묭은 말 안한다묭! 말하면 죽을거다묭!"

"그럼 지금 죽던지. 누님 불피워주세요 이녀석 구워먹게."

"묘묘묘묘묭! 알았다묭! 말하겠다묭! 대신 묭이 말했단 건 비밀로 해달라묭!"

"좋아. 어디 말해봐."

 

난 윳쿠리 요우무를 내려놓고 나 역시 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최대한 감정을 잡아 날카롭게 녀석을 째려봤다. 혹시라도 딴맘먹고 도망치거나 하지 못하게.

 

"묘묭... 잡히지 말았어야 했다묭..."

"쓸데없는 소리말고 빨리 본론이나 말해."

"묘, 묭은 무리가 흩어지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묭. 묭은 도스덕에 느긋하게 살고 있었는데 인간씨가 망쳤다묭!"

"저건 또 뭔 소리여?"

"너 쓸데없는 소리 말랬지?"

"근데 너때문에 삶이 망가졌단건 나도 신경쓰이는걸?"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누님. 지금은 이녀석이 뭘 숨기는지가 더 중요해요."

"묭은 힘들게 이곳저곳 헤메대 새로운 무리를 만나 받아들여졌다묭!"

"어떤 무리지? 또다른 도스가 이끄는 무리인가?"

"도스는 있지만 도스만 무리를 이끄는 건 아니다묭. 도스와 같이 무리를 이끄는 인간씨들이 있었다묭!"

"도스와 함께하는 인간들이라고!?"

"인간씨들의 인상은 무서웠다묭. 다들 험악하고 뭔가 느긋할 수 없는 걸 가지고 있었다묭."

"느긋할 수 없는 것의 형태는?"

"묘묭... 아! 저거처럼 생겼다묭!"

 

그 요우무가 가르킨 건 벽 한곳에 세워진 산탄총과 엽총이었다.

 

"이런 미친! 총 가진 새끼들이 있었단 소리여!?"

"잠시만요 형님, 그냥 자기들 몸 지키거나 동물 사냥할 때 쓰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도스 밑의 윳쿠리도 잔뜩이지만 옛날의 무리만큼 잔뜩은 아니었다묭. 그냥 인간씨도 비슷한 만큼 잔뜩이었다묭."

"이럴땐 윳쿠리가 숫자를 모르는게 짜증난다니까. 3이상은 다 잔뜩이니 규모가 몇인질 알아야지."

"무리의 윳쿠리는 인간씨들이 내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묭. 그래서 묭도 일을 받았다묭."

"어떤 일이었지?"

"거기서 만난 첸이랑 같이 다른 인간씨가 있는 델 찾아다니는 일이었다묭. 찾으면 바로 알리랬다묭."

"이런 썅! 이새끼들한테 정찰시켜서 우릴 약탈할 셈인겨!"

"에에? 정말 그런거야 아저씨?"

"윳쿠리가 과장이나 망상이 많은 녀석들이긴 하지만, 이 얘긴 저도 그렇게 들리네요 아저씨."

"이런... 형님, 우린 무기 챙겨서 바로 방어할 준비하죠."

"그래야겄다. 총알 얼마나 있냐?"

"적진 않지만 많지도 않죠. 잘 써야 할거예요."

"그러고 보니 누님, 전 반대쪽 터널은 들어가본 적 없는데 거긴 괜찮나요?"

"응. 앞뒤로 무너져서 누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은 없어. 그래서 거기서 조리하거나 옷갈아입는 거고."

"우- 잘 모르겠지만 큰일인건가도-?"

"레미랴. 예전에 모히칸 무리한테 당한 거 기억하지?"

"잊을 수 없다도-"

"이번엔 그런식의 일이 인간까지 합세해서 온다는거야. 더 심각한거지."

"그, 그럼 큰일이다도-! 위험하다도-!"

"이 게스 요우무가 잘도 이딴 짓을 했다제!"

"묘묘, 묭은 잘못 없다묭! 안그럼 인간씨들한테 죽었다묭!"

"마리사! 레미랴! 그자식 잘 감시하고 있어! 레이무랑 플랑도 여기서 나머지 사람들을 지켜!"

"오, 오빠야는 어떡하게요?"

"두 어른들한테만 맡길 순 없지. 총알이라도 내줘야 할거 아니야."

"레이무, 이번엔 이해했어. 엄청 나쁜 인간씨들이 오는거지? 그때 그 윳쿠리들처럼?"

"그래. 그러니까 레이무, 플랑. 오늘 훈련으로 배운거 잘 기억해둬라."

 

여차하면 사람한테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누님과 귀요미는 윳쿠리들과 비상통로 안에 남아 우리가 가진 물자를 지키기로 했다.

난 문을 나서서 몸을 낮춰 우리가 쌓은 돌담에 몸을 숨겼다.

 

"너 이섀꺄 어린 놈이 왜 왔어?"

"저라고 놀고만 있을 순 없지 않잖습니까? 칼이라도 든 채로 형님들께 총알이라도 내주는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야!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사람한테 죽을뻔한 적도, 윳쿠리한테 죽을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뭐셔?"

"간접적이라지만 사람을 죽게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어줍잖은 각오로 서있는 게 아니라고요."

"...니도 꽤 파란만장했나 보구만."

"그럼 나도 할 수 없지. 그냥 무리하지만 말아라."

"그럼요. 저도 아직은 죽을 수 없거든요."

 

나도 총알의 갯수를 세어봤다.

산탄총알이 32발에 엽총알이 45발이라...

정말 뭔가 애매한 숫자네. 적진 않은데 많다고도 못할...

우린 돌담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근육맨 형님이 터널 입구쪽을 엽총을 겨누며 감시하고

엔지 아저씨는 반대쪽을 산탄총 들고 감시

나는 쭈그려 앉아 두분께 총알을 주거나 가까이 온 녀석들을 내가 갖고 온 부엌칼로 찌르는 것

이라곤 하지만 몇십분이나 정적이 흐른다. 아무 일도 없다.

그 요우무가 거짓말을 한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만...

처음엔 긴장해서 정신이 바짝 들고 있었지만 이만큼이나 아무 일도 없으니 서서히 졸음이...

 

"뭔가 보인다. 지프차같은데?"

 

근육맨 형님의 말에 잠이 깼다.

나도 엔지 아저씨도 터널 입구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곳을 봤다.

정말로 지프차 한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일단 우리 모두는 몸을 숙여 모습을 가렸다.

 

"제기럴, 이정도 돌담은 차로 들이받으면 금방 무너질겨."

"일단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인데요? 차 멈추는 소리가 들렸어요."

"내가 봤을 땐 탑승자는 두명에 조수석엔 웬 고양이같은 게 올려져 있던데."

"그거 아마 윳쿠리 첸일겁니다. 요우무가 말한 자기 동료겠죠."

"길안내를 받으면서 왔다는 거로군."

"그 뭐셔, 윳쿠리는 셋 이상은 다 잔뜩이라 부른댔지? 근대 지금 차에 둘뿐이라면 저시키들 다 온건 아니란건디."

"그렇겠죠, 형님. 어쩌면 우리의 위치만 알 뿐 정확한 정황은 모를지도 모릅니다."

"그녀석들의 임무는 사람 있는 데를 찾는 것뿐이었지, 전력을 파악하는 건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쩌면 지금은 총으로 물러나게 할 수도 있겠군. 그럼 시간을 벌 수도 있겠어."

"쉿, 조용혀. 인제 나오는 것 같으니께."

 

최대한 몸이 드러나지 않게 고개만 살짝 내비쳐 녀석들의 동태를 살펴봤다.

지프차는 터널 앞에서 약간 비스듬하게 정차하고, 차에선 나이 30대쯤 돼보이는 남자 둘과 첸 한마리가 내렸다.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오른손에 권총을,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는 석궁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첸은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의 손에 꼬리를 잡혀 끌려오고 있었다.

석궁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새끼들 주작질한 줄 알았더니 진짜 찾았구만! 사람의 흔적이야."

"진짜 사람이 있는지 흔적만 있는지 어떻게 아냐?"

"체, 첸은 알고 있어! 저기에 인간씨도 윳쿠리도 있어! 그리고 첸의 친구인 묭이 윳질로 잡혔다구!"

"니들이 아는 건 알 바 아냐. 우리가 확인해야지."

"뭐, 무기로 적당히 위협만 하면 알아서 물건 넘겨주겠지. 우리도 일일이 총알 낭비하긴 싫으니까."

"넌 석궁이라 나뭇가지로 화살만 만들어도 충당되잖아."

"새꺄 그래도 총만하냐?"

"총이면 뭐해, 총알이 없음 쓸모없는데."

 

아무래도 라기보단 역시 저쪽은 우리 전력을 모르는 모양인 것 같다.

첸이 알려준 거라곤 우리의 존재와 위치뿐인 듯하니

대충 적당한 무기로 위협하면 손쉽게 약탈할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어떡할까요, 형님. 지금 위협사격할까요?"

"아녀, 좀 더 여기로 오게 기달려. 저시키들 코앞에 총구 들이민다."

"너무 가까워도 위험할텐데요?"

"아 말이 코앞이란 거지 진짜 코앞까지 기다릴겨? 샷건 사거리 내엔 들어와야 할거 아녀."

"형님들, 다가옵니다."

 

권총남과 석궁남이 서로 잡담하면서 느긋하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아직 우리의 매복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일단 놈들은 발전기가 있는 첫번째 비상구로 들어갔다.

 

"오? 뭐야 이거, 간이 발전기잖아! 거기에 기름통까지, 이새끼들은 호화판이네."

"이따가 차량 트렁크에 싣고가자고. 아니, 무게가 있으니 사람이 더 있어야겠네."

"그럼 이새끼들 약탈하고 한번 더 갔다오자는 거냐? 사람 더 끌고와서?"

"그래야지. 우리 둘이 낑낑대며 옮기다 저것들이 반격하면 안되니까."

"그럼말야, 두번째로 왔을때 그냥 여기있는 놈들 다 죽여버림 안되냐? 간만에 좀 죽여보자!"

"너말야, 석궁의 화살 남아돈다고 막 쏘지말라고."

"뭐 어때, 화살은 회수도 가능한데. 그나저나 그때 기억나냐? 사람은 바글바글하면서 무기 하나 없던 걔네들"

"아아, 다들 물건 바치면서 살려달라고 빌었었지."

"근데 대장이 물건 다 받자마자 제일 먼저 샷건으로 그 병신들 리더부터 날려버렸잖아? 개쩔었다고 그거 큭큭"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빌어댔는대, 살 수 있단 희망이 코앞에서 아작나는 그 전율은 나도 알지."

"그니까 이번에도 그러자고. 설마 저것들도 우리가 두번씩이나 올거라 생각 안할거 아냐."

 

저놈들 쓰레기다.

그때 하수구에서 만난 그년과 같은 냄새가 난다.

사람 죽이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지독한 살인광의 냄새.

말하는 내용에서 보아 저놈들의 집단 자체가 리더부터 살인광인거다.

저런 놈들한테 협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겠지. 공생할 수 없는 부류의 놈들이다.

놈들은 발전기가 있는 쪽의 문을 닫고 다시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거의 다 왔다. 곧 있으면 산탄총의 유효사거리에도 닿는다.

5

4

3

2...

 

"오빠야들! 이 귀요미가 주먹밥 갖고 왔어요~!"

"아 이년아! 왜 하필 지금 산통을 깨냐!"

"뭐, 뭐야!?"

 

이 긴장넘치는 중요한 순간에 문을 박차고 귀요미양이 나타나버렸다.

거의 다 왔는데 놈들에게 들켜버렸다.

근육맨 형님이 지체없이 몸을 일으켜 놈들에게 총을 한발 쐈다.

나도 거기에 맞춰 귀요미양이 위험하지 않게 그녀에게 몸을 던져 엎드리게 했다.

 

"이런 젠장! 저놈들 총갖고 있잖아!"

"이 똥만쥬가 이런 중요한 걸 왜 얘기안한거야!"

"체, 첸은 임무대로 다른 인간씨들이 있는 위치를 알려준거네! 알고 있어!"

"알긴 뭘 알아 썩어빠진 쓰레기가!"

 

나에게 익숙한 무언가 뭉개지는 소리. 첸은 그놈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죽어버린 모양이다.

그보다 두놈 다 팔팔한 소릴 내는 걸 보아 근육맨 형님의 총알은 빗나간 것 같다.

 

"야 이 샹노무 새끼들아! 뒤지기 싫으면 당장 여기서 꺼져!"

"이봐 키우미, 총알좀!"

"아, 네!"

"아오씨, 야 일단 빼! 지금은 이쪽이 불리해!"

"놓칠 순 없지!"

 

근육맨 형님께 엽총알을 계속 내주고, 형님은 계속 쐈다.

엔지 아저씬 총을 겨누곤 있지만 그새 첫번째 비상구를 넘어간 놈들에게 산탄총이 맞을거라곤 생각 않는지

쏘지는 않고 계신다. 그냥 겨눈 채로 입으로 위협하신다.

맨 처음 쏜 총알까지 합해서 이제 다섯발째, 드디어 권총남의 오른쪽 어깨에 총알이 박혔다.

총에 맞은 충격으로 녀석은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녀석도 처음엔 주우려 했지만 형님이 두발을 더 쏘아대자 자기도 포기했는지 그냥 지프차로 도망쳤다.

석궁남은 뒤도 안돌아보고 조수석에 앉았다. 그 와중에 조수석이라니 운전할 줄 모르나보다.

권총남은 피가 흐르는 어깨를 왼손으로 움켜쥔 채 기어이 지프차의 운전석에 올라타

왼손만으로 핸들을 잡고 재빨리 차량을 유턴해 도로 저편으로 도망쳤다.

녀석들이 남기고 간 건 밟혀죽은 첸 하나와 15발 풀장전된 권총 한자루, 그리고 한 남자의 핏자국이다.

 

"젠장, 기어이 놈들이 도망치게 둬버렸군요."

"시간을 끈 것만도 어디여. 거기다 권총을 떨구고 갔으니께."

 

엔지 아저씬 돌담을 넘어 떨어진 권총을 주워 돌아왔다.

그리고 그 권총을 내게 넘겨줬다.

 

"꼬맹이, 이건 너가 들고 있어라. 필요할 데가 있을겨."

"제가 이런 걸 들어도 괜찮을까요?"

"칼로 사람 쑤셔댈 각오한 놈이 총을 못들것냐? 그냥 쟁여놔 임마."

"하긴 그렇죠."

"그거 안전장치가 있을거야. 일단 잠궈놓고 보관하고 있으렴."

"어디보자... 아, 이건가보다."

 

권총의 안전장치를 잠궈놓고 오른쪽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문 안쪽의 사람들과 윳쿠리들의 상태를 보는데

다들 난사된 총소리에 겁을 좀 먹은 것 같지만 괜찮은 것 같다.

아니, 유일하게 괜찮아보이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귀요미양. 안색이 하얘진 채 머리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아까의 총격전에 겁먹은건가? 아니면...

일단 나는 그 학생을 달래보려 했다.

 

"저기... 귀요미양? 괜찮아?

"...죄송해요."

"응?"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가, 갑자기 왜그래? 확실히 위험했지만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필요는..."

"아니, 그게 아녀."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

 

짜-악

엔지 아저씨가 귀요미 학생의 뺨을 때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를 포함해 사람이고 윳쿠리고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신차려 이년아! 지금 죄악감에 빠져 미쳐있을때냐!"

"...아, 아저씨?"

"그려 니년이 실수한 건 맞어. 근데 지금 생각해야 할 건 그게 아니잖여! 저지른 실수를 후회할 시간에 앞으로 어찌 할지를 고민해야 할 거 아녀! 니년이 옛날에 뭔 일을 겪었는진 내도 알어. 근디 지금은 죄송할 게 아니라 뭘 해나갈지를 고민하란 말여! 또 그때처럼 다 잃고 싶은겨!? 후회만 하다 다 잃고 싶은겨!?"

"...저, 전..."

"똑바로 생각혀! 그리고 똑바로 말혀!"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게 몇초였는지, 아님 몇분이었는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낭 길게만 느껴진 조용하고 차가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여학생의 눈은 무언가를 고민하듯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굴리다가 눈을 조용히 감고는 다시 떴다.

그 눈빛엔 어떤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눈엔 아직도 눈물이 맺혀있지만 그 눈동자는 불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아뇨, 다신 잃고 싶지 않아요."

"그려. 그럼 앞으로 뭘 할질 생각하는겨. 후회할 시간은 나중에 잔뜩 있으니까 그때 하는겨."

"형님, 일단 우리 위치는 물론 우리가 총까지 가지고 있다는 걸 놈들이 알았으니 이번엔 꽤 무장해서 올겁니다."

"그것도 대량으로 오겄지."

"아무래도 우리, 여길 떠날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려. 다들 짐챙겨. 놈들 또 오기전에 여길 떠야..."

 

열린 문 너머로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새 이쪽으로 오는건가. 그 살인광들의 집단이.

 

"빌어먹을. 벌써 쳐들어오는구먼."

"짐 챙기는건 이미 끝났어요. 가방만 메면 돼요."

"누님, 짐은 어떻게 나뉘어있죠?"

"식량 가방 하나, 옷가지 가방 하나, 그리고 키우미씨 가방 하나."

"제 가방은 제가 멜개요. 레이무가 옷가방을 메고 가."

"느늣! 알았다구!"

"식량가방은 내가 멜게. 원래부터 식량은 내 담당이었으니까."

"우리 남자 둘은 총대 메고 간다. 준비됐냐, 젊은이?"

"제 근육은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기, 전 뭘 하면 되나요?"

"학생은 살 궁리부터 혀."

 

바깥이 소란스럽다. 사람소리, 윳쿠리 소리.

문이 열릴 때 경첩쪽에 생기는 틈으로 바깥을 엿봤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이렇다.

지프차 두대에 봉고트럭 하나. 봉고트럭엔 도스 한마리가 올라타 있고

지프차에선 아까 그 두 남자를 포함한 몇명의 남자들이 내렸다.

그중에 무슨 하키가면같은 철가면을 쓴 남자가 하나 있다. 저놈이 대장인 모양이다.

무장은 AK-47... 아님 48인가.

아까 총맞은 권총남은 응급처치로 어깨에 붕대만 두르고 왔다.

부상자도 끌고 올 정도면 이게 전력인건가 아님 그냥 대장이 매정한건가.

아니, 지금 저놈들 인성 알아볼 때가 아니지. 다들 총기류로 무장해 있다.

거기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윳쿠리 2~30여마리가 도스가 타고 있던 트럭에서 내렸다.

이젠 우리가 불리하다.

 

"어쩌죠? 이젠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리가 불리한 것 같은데요?"

"내게 작전이 있어야."

 

엔지 아저씨가 자신있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무슨 작전이라는 거지?

아 그리고 신이란 새끼 뒤져라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