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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속 윳쿠리 -11-

by mad posted Jan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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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편을 훌쩍 넘어버렸네요. 앞으로 연재 끝날때까지 주인공을 열심히 굴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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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서부터 울려퍼지는 무거운 발포음

분명히 산탄총의 소리임을 확신한 우린 덫을 확인하던 작업을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서둘러서 산을 내려가 터널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가 엔지 아저씨 오른발을 문 채

축 늘어져선 피를 흘려 죽어있었다.

색시 누님의 손이 들려있는 걸로 봐선 다릴 물린 아저씨를 누님이 구해준 것 같다.

내 윳쿠리들은 귀요미 학생과 같이 은신처의 문에서 빼꼼 나와 덜덜 떨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나저나 멧돼지가 아저씨의 다릴 세게 문 것 같은데...!

난 서둘러 아저씨의 상태를 보러 다가갔다.

 

"아저씨! 괜찮아요?"

"난 괜찮여. 니들은 성과 좀 있드냐?"

"아니, 그보다 아저씨 다리가...!"

"허참, 거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네. 걱정말여. 이 다린 이깟 일로 안없어지걸랑."

 

그렇게 말하는 아저씬 죽은 멧돼지의 아가리를 벌려 자기 다리를 가볍게 빼낸 뒤

자기 바지 오른쪽을 걷어올려 자신의 다리를 보여줬다.

...! 이 아저씨, 한쪽 다리가 의족이다. 무릎관절까지만 원래 몸이고 정강이쪽부턴 의족인 것이다.

 

"이깟 일로 망가질 다린 이미 진즉에 없어진 지 오래걸랑."

"그래도 형님, 자기 의족을 미끼로 쓰는 건 좀 적당히 하세요. 전에도 들개 상대로 그러셨는데."

"아 니들 다린 성하니까 이빨 박히면 안되잖여! 내 다린 쇳덩이라 이정도는 괜찮다고. 그럼 이게 낫지 뭘."

"아하하, 아저씬 원래 이런 분이셔..."

 

색시 누님도 약간 난처한 듯한 쓴웃음으로 이렇게 말하신다.

여튼 상황을 듣자하니, 아까 저녁식사 할 때의 음식냄새라도 맡았는지

엔지 아저씨가 점검하고 있을 때 멧돼지가 터널 안으로 들어와 어슬렁 어슬렁 거렸다고 한다.

이제 동물들에게 식량난이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라지만

잡식성인 멧돼지가 사슴이나 토끼처럼 풀만 뜯을 동물은 아니기에

이놈은 좀 굶기라도 했는지 눈빛이 영 좋아보이지 않았더랜다.

그래서 아저씬 바로 소리쳐 산탄총 가져오라고 하고, 그 큰소리에 놀란 멧돼지가 아저씨에게 달려들었다.

아저씬 그 늙은 몸에 맞지 않게 멧돼지의 돌진을 피하면서 의족인 오른발로 녀석을 차댔고

몇대 차다가 그 오른발을 멧돼지에게 물려 넘어졌댄다.

놈이 의족인 오른발을 물고 늘어지다 색시 누님의 산탄총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직후에 우리가 달려온 것이고.

 

"어우, 형님. 전 또 그 도둑놈들이라도 온 줄 알았잖아요."

"그래서 니들 할 일 팽개치고 일로 왔다 이거냐?"

"저도 총소리땜에 위험한 상황인 줄 알았죠. 아무리 그래도 저 없이 그 도둑놈들 상대하기엔..."

"나 안늙었어 임마! 나이 40줄이지만 쌩쌩해!"

"아니, 그게 아니라..."

"여튼, 니들이 살펴본 덫이 성과가 없다면 이번엔 이쪽에서 식량을 조달한 셈이 되는구만."

"그렇네요. 이만한 멧돼지라면 제법 먹겠는데요?"

"고럼 고럼. 이젠 니 차례여. 빨랑 저거갖고 멀리 가서 해체해서 갖고와."

"네에, 네에. 이럴 땐 제 차례죠, 뭐."

"아, 키우미 오빠! 봉지 가져가! 고기 담을 거!"

 

어느샌가 귀요미 학생이 내 앞에 와 잘 접힌 봉지 몇개를 내게 건냈다.

아 이거 나도 해체에 참여하는 그런건가.

그렇지 뭐. 이런 힘쓰는 일은 젊은 남자들 일이지 뭐. 하긴 근육맨 형님만 보내기도 뭣하고.

터널 반대쪽, 그러니까 내가 처음 여길 왔을 때완 반대쪽에 난 터널로 나가

15분 정도 걸으니 고속도로가 강 위를 건너는 다리에 도착했다.

해가 거의 져가 한쪽을 붉은 노을이 서서히 사라지고 반대쪽엔 짙은 푸른빛의 밤이 깔리고 있었다.

근육맨 형님은 멧돼지를 지고 내내 걸어왔는데도 지치지도 않는지 바로 해체작업을 시작하자고 했다.

그러고 보면 여기서 종종 해체를 했는지 굳은 피 얼룩이 군데군데 흥건하다.

토끼정도는 발라봤지만 멧돼지같은 큰 동물은 처음이기에 형님의 조언을 받으며 해체를 도왔다.

뼈와 내장은 다리 너머로 던져 강물에 버리고 고기는 최대한 핏기를 빼 봉지에 담았다.

그렇게 담으니 봉지가 두둑하다. 확실히 아껴먹으면 며칠은 갈지도.

 

"이제 이걸 훈제로 하면 오래두고 먹을 수 있지. 벌써부터 맛이 기대되는걸?"

"그러면서 은근슬쩍 생간을 드시네요."

"몸에 좋은거야. 막 잡은거니까 상한 것도 아니고. 해체하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랄까?"

"전 사양할게요."

"아직은 비위가 약하구만?"

"하하하..."

 

해체가 끝나니 완전히 밤이 되고 달이 선명히 떴다. 전보다 점점 기우는 것이 곧 그믐달이 될 것만 같다.

돌아가보니 귀요미랑 플랑은 넓게 깔아놓은 침낭에서 잠들었고

레미랴랑 레이무도 그 근처에서 같이 잠들었다.

색시 누님은 훈제의 준비를, 엔지 아저씬 잘 듯 누워선 눈만 뜬 상태로 있다.

윳쿠리 중에선 마리사만이 깨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늦었다제 할아범."

"이거 엄청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일이거든."

"그래서, 그 안에 든 게 다 고기씨인 거냐제?"

"그래. 잔뜩이다. 아껴먹으면 며칠은 가겠지."

"잔뜩이지만 잔뜩은 아니란거제."

"그렇단 거지. 근데 왜?"

"아니, 지금껏 생각해본 적 없는데, 할아범이랑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살아보니까 마리사의 한계가 느껴져서..."

 

난 고깃덩이가 가득한 봉지를 누님에게 넘기고, 마리사의 앞에 앉아 마리사의 말을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마리사에겐 둘만 넘으면 잔뜩인거라제. 하지만 마리사는 이제 잔뜩에도 끝이 있다는 걸 알았다제."

"그건 거의 모든 윳쿠리 공통이야. 숫자를 배우지 못한 윳쿠리는 둘 이상은 그냥 잔뜩이라고만 알지."

"하지만 잔뜩에도 끝이 있는 잔뜩이 있고 끝이 없는 잔뜩이 있다제! 그리고 잔뜩에도 저마다의 차이가 있다제!"

"숫자를 못센다는 게 고민이야?"

"그것보단... 그냥 잔뜩이 어떤 잔뜩인지 잘 구분 못한다거나, 그때도 도망만 친 거나... 사냥도 못하고..."

"..."

"그냥... 마리사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능하다는 생각이 든다제. 그래서..."

"그럼 그냥 네 한계 내에서 할 일을 하면 되잖아."

"마리사의 한계 내에서?"

"내가 봤을 땐 넌 어지간한 마리사보단 빨라. 그리고 다른 멍청한 녀석들보다도 똑똑하고.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그렇게 낮게 평가할 정도로 자아성찰이란 걸 할 수 있다는 거지."

"자아성찰?"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거다. 대부분의 윳쿠리는 지금의 본능과 감각에만 충실할 뿐, 자아성찰 같은 건 못한다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마리사는 그런 거냐제?"

"그니까 넌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그거면 충분해."

"정말 그걸로 되냐제? 마리사가 도움이 안되면..."

"네 한계는 너만이 아니라 나도 알아. 아니, 오히려 어느 부분은 내가 더 잘 안달까. 그니까 무리한 건 부탁안해."

"그렇냐제?"

"그니까 넌 그 스피드와 낮은 시선으로 우리가 못보는 곳을 찾아보는 그런 정도로도 일단은 충분해."

"그거라면 마리사 할 수 있다제!"

"그래. 나도 널 믿고 일을 맡기는 거니까 너도 널 믿으라고. 그리고 또 갑갑한 게 생기면 내게 말해주고."

 

그렇게 말해주곤 난 마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쓰다듬어지는 녀석의 표정이 묘하게 기뻐보였다.

 

"이제 자라. 내일은 아마 너도 탐색에 나설지도 모르니까 푹 쉬어둬야지."

"알겠다제. 할아범도 잘 자라제."

"그래, 잘 자라."

 

마리사는 레이무 옆에 꼭 붙어선 10초도 안되어 금세 잠들었다.

윳쿠리란 게 원래 그렇게 잘 잠드는지, 아니면 날 기다리느라 피로를 참은건진 모르겠지만.

자는 사람들 깨지 않게 내 짐을 좀 정리했다. 근육맨 형님은 총과 칼 등의 물건의 손질을 하고 있다.

다들 고요 속에서 제 할 일을 할 때 엔지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전에도 누누히 말했지만 문 주변에 돌담이라도 쌓자고 했지?"

"네, 형님. 그땐 다들 반대했었지만요."

"그러고 며칠 뒤에 도둑놈들이 들이닥친걸 겨우겨우 내쫓았고."

"그랬었죠. 그땐 녀석들은 마땅한 무기가 없었고 저흰 총이 두 자루나 있었으니까요."

"그땐 그놈들이 오히려 무방비라 잘 넘어갔지만 다음에 올 도둑놈들이 무기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지."

"확실히, 이젠 당분간 식량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으니까..."

"일손도 늘었겠다, 이제 돌담 쌓을 시간이 됐어. 내일 아침 밥 먹자마자 너희 둘은 산에서 돌 가져와."

"엑, 저도요?"

"그럼 이 늙은이가 가랴? 의족도 달고있는 늙은이가?"

"아깐 안늙었다고 하셨으면서..."

"시꺼 임마!"

"여튼 알겠습니다, 형님. 저희 둘이 돌을 가져올게요."

"에휴, 또 힘 쓰는 일이네요."

"나랑 여자들이 니들이 가져온 돌을 쌓고, 그동안 저 만쥬들에게 감시를 맡길거다. 불만없지?"

"그럼 감시는 레미랴랑 플랑, 마리사한테 맡길게요. 레이무는 지루해해서 금세 졸 것 같으니까요."

"그려 니 맘대로 해라."

"근데 돌만 쌓아선 좀 부실하지 않을까요? 뭔가 틈새를 메울 만한 게..."

"그럼 저 계집애한테 진흙이라도 퍼오라고 하지 뭐."

"귀요미 말인가요? 혼자 맡기긴 걱정이지만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야..."

"그럼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이제 잠 들 자둬. 내일은 빡셀거다."

 

그리고 아저씬 몸을 돌려 벽쪽을 바라보았다.

그새 주무시는지 조용하시다.

마침 색시 누님도 기본적인 훈제처리가 된 고기를 담아 오셨다.

 

"어머, 다들 잘 준비하네. 맛이라도 보라고 하려 했는데."

"그건 내일 아침에 하자고. 훈제됐으면 그때까지 상할 것 같지는 않고."

"그럼 봉지째 묶어둬서 보관해둘게요."

"그래. 당신도 자야지. 나도 손질 끝났으니까."

"네, 저도 졸리네요. 그럼 다들 잘 자요. 키우미씨도."

"예, 안녕히 주무세요."

 

근육맨 형님은 무기들을 둔 곳 바로 옆에, 색시 누님은 여고생과 아저씨 사이인 이 방 한가운데 자리에

각각 누워 잠을 청했다.

나 또한 내 짐을 둔 문쪽 구석에 머리를 두고 내일 힘 쓸 일을 기약하며 잠에 들었다.

 

 

"아침이다 짜샤들아! 어여 인나!"

 

엔지 아저씨의 성화에 잠에서 깼다.

오늘은 혹시 모를 침입자의 침입을 조금이라도 저지하기 위해 문 주변에 돌담을 쌓는 날.

적이 되는 자가 넘어오는 시간을 늘리거나 무기의 엄폐물이 되어줄 것이다.

어젯밤에 상의한 대로 나와 근육맨 형님이 적당한 크기의 돌들을 구해 나르고

아저씨와 누님이 적당한 자리에 돌을 쌓는다.

레미랴와 마리사는 나와 근육맨 형님이 오다니는 입구쪽을

플랑은 다리 방향인 반대쪽을 감시하기로 했다.

귀요미는 입구쪽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진흙을 모으는 역할이고,

레이무한텐 그냥 자기만한 크기의 돌을 찾아만 달라고 했다.

난 이제 가족같이 느껴지는 윳쿠리들의 반응이 신경쓰여서 살펴보는데

레미랴랑 플랑은 그냥 흔쾌히 받아들여 평범하게 우릴 돕고

마리사는 뭔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게 기쁜지 의욕이 넘친다.

그에 비해 레이무는 좀 지루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기야 그냥 돌만 찾아다니는 일인데 재밌을리가. 그래도 너무 지루해하면 딴 길로 샐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레이무의 상태를 좀 걱정하며 일을 하니 어느샌가 점심시간이 되었다.

돌담의 제작은 제법 순조로워 어느샌가 목표치의 반쯤은 쌓였다.

문에서 약간 간격을 벌려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한가운데에만 문처럼 오다니게 낮은 부분을 쌓는 계획.

지금 쌓인 높이는 제대로 쭈그리고 앉으면 몸이 거의 가려지는 정도이다.

여기까지 쌓는 데엔 역시 두 남자, 근육맨 형님과 엔지 아저씨의 덕이 크다.

힘도 체력도 빵빵한 근육맨 형님이 돌들을 대량으로 퍼나르고

엔지 아저씨가 노련하게 돌들을 쌓은 덕분에 점심먹을 시간엔 이미 반쯤은 끝난 상태인 것이다.

오늘 점심은 그 돌담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먹기로 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면서 난 엔지 아저씨께 그 의족에 대해 물었다.

 

"저... 아저씨."

"뭐셔."

"실례가 안된다면 그 다리는... 어떻게 되신 건가요?"

"이거 말여? 허허허 이게 바로 영광의 상처라는 것이여."

"아아~ 저 아저씨 또 시작이네. 우린 몇번이고 들은 이야기라고 키우미 오빠."

"하지만 키우미씬 처음 듣잖니? 그니까 참으렴 귀요미양?"

"알았어요, 언니."

 

아무래도 이 아저씨, 자기 다리 잃은 일을 꽤 자랑했던 듯하다.

 

"내가 한창때 일할 때였지. 전기공학에 발 좀 들여놓은 덕분에 난 공사판에서 전기배선을 담당했지.

그날도 공사중인 건물을 살펴보면서 전기배선을 어떻게 할 지 알아보는 중이었지. 거기서 사귄 친구가 있는데

아 글쎄 이 친구가 나랑 말이 통해서 말이지, 바로 절친이 됐다 이거야. 요즘 애들 말론 베프지 베프."

"헤에~ 그렇군요."

"근디 이 건물이 암만 봐도 뭔가 묘~했단 말이지. 돈 아낀다고 부실하게 지은 데가 있던겨.

근디 그걸 내가 말해봐야 뭣혀. 윗대가리 놈들은 듣지도 않는데. 그래서 걍 친구랑 같이 일하고 있었는데

아 글쎄 친구 머리 위로 웬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려 하지 뭐야? 그래서 내가 몸을 던져서 걀 구했지."

"오오! 몸을 던져 친구를 구한다니 멋지다제! 영웅이라제!"

"근디 갸는 무사한디 으째 내 오른쪽 다리가 욱씬거린겨. 뒤돌아보니 내 다리가 아작이 났대?

결국 그것땜시 다리 짤리고 공사판에서도 쓸모없다고 짤리고. 그래도 그 친구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술도 사주고

오래오래 친하게 지냈었지."

"저... 과거형이라 함은..."

"그랴. 그 난리 이후 소식을 들은 적이 없어. 뭐 나야 그 난리덕에 의족다느라 병원에 진 빚도 없어진 건 다행이다만."

"형님은 아직도 그 친구분이 살아계실거라 믿으세요?"

"아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구했는데 그리 쉽게 뒤져서야 되겄어? 내 반드시 걀 만날겨."

 

사람마다 저마다의 삶과 사정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그런 데에서 오는 어떤 씁쓸함이 있다.

만약 인류가 그러한 사태에 처하지 않았다면 이 아저씬 그냥 몸에 장애있는 가난한 노숙자로밖에 살 수 없었을거다.

어쩌면 그 사태가 이분껜 또 하나의 기회가 되어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 뭘 멍하니 있어! 밥 다 쳐먹었으면 빨랑 일 할 준비 해야지!"

"후후, 네 알겠습니다 아저씨."

"넌 또 뭐가 좋다고 실실대냐? 으이구..."

 

다시 산 속. 나와 근육맨 형님은 계속해서 적당한 크기의 돌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러고 보면 형님은 옛날엔 뭐하셨어요? 도시가 멀쩡했을 때요."

"난 그냥 별거 없어. 보디빌더 꿈꿔서 공부 때려치고 몸만 키우다가, 군대 갔다오고 나선 그 꿈 때려치고

그냥 피트니스 센터에서 체육강사로 일했었지. 취미로 사격장에서 사격 좀 하고. 그러다가 뭐... 지금이지."

"그렇게 파란만장하지는 않네요."

"어이 그럼 뭘 바란거야? 엔지 형님마냥 뭔가 대단한 허풍이라도 떨어주길 바란거야?"

"아하하, 좀 그렇달까..."

"그러는 넌 어떤 과거가 있는데? 나도 한번 들어나보자."

"저는..."

"오오! 이거 엄청 맛있어!"

"응? 레이무?"

 

레이무의 목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근처에 없다.

말하는 걸 보아선 뭔가 먹고 있는데... 설마 위험한 거 먹는 건 아니겠지?

계속 맛있다고 소리치는 그 소리를 쫓아 레이무를 찾아냈다.

 

"야 임마 레이무! 너 뭐 먹고 있어!?"

"늣!? 레, 레이무 아무것도 안먹었어! 버섯씨같은거 먹은 적 없어!"

"안먹긴 뭘, 입에 우물대는거랑 이빨자국난 버섯은 뭐야!"

"뭐야, 무슨 일인데?"

"그치만 레이무 배고팠는걸! 지루하기도 하고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좀 더 잔뜩 먹고 싶었는걸!"

"그럼 최소한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아무거나 막 먹으면 어떡해! 독버섯이면 어쩌려고!"

"도, 독버섯!?"

"으음, 거의 다 먹어버려서 뭔 버섯인지 나도 모르겠네. 근데 윳쿠리란 거 독버섯으로도 죽나?"

"엄청 잘 죽죠! 사람보다 더 빨리 죽는데! 빨랑 뱉어 레이무!"

"이, 이미 잔뜩 삼켰는데..."

 

갑자기 레이무의 몸이 부들대기 시작했다. 추위에 떨거나 그런 게 아닌 무슨 핸드폰 진동마냥 떤다.

 

"으, 으아아아아아! 레이무 몸이 막 뜨거워지고 부들부들거려!"

"으아악! 대체 뭘 먹은거야 너!"

"어, 어이 어이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으아아아! 인간씨! 살려줘! 제발 살려줘! 다신 아무거나 안먹을테니까!"

"너가 그렇게 말해도 이미 삼킨 걸 나보고 어쩌라고!"

"으아아아아! 레이무 어떻게 되는거야아아아!

 

갑자기 레이무가 있던 자리에서 연기같은 것이 펑 하고 터져나왔다.

나랑 형님은 켈록대며 손으로 그 연기를 얼굴에서 걷어내느라 앞을 제대로 못봤다.

몇초 지나 연기가 걷히니 이제서야 시야가 트였다.

난 시야가 트이자마자 레이무가 있던 곳을 내려다봤다.

레이무는 어떻게 된... 응? 웬 발?

고개를 천천히 들어봤다.

발. 발목. 다리. 골반. 허리. 가슴. 어깨. 팔. 손.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

레이무가 있던 자리엔 한명의 소녀가 있었다.

레이무가 하고 있던 머리장식을 그대로 달고 있는 흑발의 소녀.

10대 소녀의 몸에 적당한 볼륨감이 있는 가슴을 가진 알몸의 소녀.

허리는 부드럽게 들어가 있고 S라인이 멋들어진 소녀.

 

"...레, 레이무는 어떻게 된거야?"

 

레이무는 몸첨부가 되었다.

근데 왜 내 곁의 윳쿠리들은 다 알몸으로 몸첨부가 되는데.

것도 흥분되게 자꾸 윳쿠레나이같은 10대 소녀의 몸으로 변하는데.

아 큰일났다. 이거 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