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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4-

by 아르카나 posted Jan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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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들윳에게 있어서 자연의 시련은 언제나 위협적이지만, 장마는 이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시련. 하늘에서 자비없이 내리꽂히는 빗방울은 윳쿠리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윳쿠리들은 그저 집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벌벌 떨고 있을 뿐이다.

 

"느으으.... 느긋할 수 없는 고제..."

 

 아비 마리사는 오늘도 골판지 문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이로써 3일째. 전혀 바깥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직까지 살아남은 6마리의 아기윳들과 레이무와 같이 골판지 집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먹을 물은 풍부하고, 이 시기에는 포식종들도 날아다니지 않고, 학대파의 발걸음도 뜸해진다는 것일까.

 

"열매씨와 풀씨가 많이 사라진고제... 이대로 있으면..."

 

 먹이씨를 가져오면서 꾸준히 일정량을 비축했지만, 8개의 입은 봄철 내내 꾸준히 먹을 것을 찾는 마리사의 노력을 비웃는 듯, 잔뜩 있는 먹이씨도 줄어드는 양이 한눈에 보일 정도 였다.

 

"이대로면 내일은 굶어야하는고제..."

 

 아기윳들은 어미 레이무의 품에 안긴채 야나루를 내밀고 벌벌 떨고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느긋하지 못하다. 그런 소리가 천지에서 진동하고 있기에 겁에질린 아이들은 어미품에서 안심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골판지 집 위에 비닐봉지를 얹고 잘 고정해놨기에 물 샐 염려는 없지만, 그 사실을 알기엔 아기윳들은 아직 어리고 겁이 많다.

 

"마리사... 어떡하는 거냐고..."

 

 레이무가 걱정스러운듯이 말한다. 집 바로 앞만 가도 무성히 풀들이 비를 맞고 자라나고 있었지만, 그 풀을 뽑으러 가는 순간 빗물에 녹아 죽는다. 지금 바깥의 싱그러운 잡초들은 그림에 떡에 지나지 않았다.

 

"기다려야하는 고제. 비씨가 그칠때까지, 참고 기다려야하는 고제..."

 

 마리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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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 비가 그쳤다고!"

 

"아직 좋아하긴 이른고제. 이시기에는 언제 또 쏟아질지 모르는 고제."

 

 잠시 비가 그쳤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하늘에는 아직 먹구름이 가득했고, 윳쿠리들이 방심하는 순간 언제든지 쏟아져 내릴 것이 당연했다. 적어도 하루밤정도 계속 지켜보고, 포식종의 날개짓 소리가 들려와야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풀씨를 뜯어오기엔 시간이 되는 고제. 잠시 갔다 오겠다제."

 

 너무 작아 집위에 올리지 못한 비닐봉투를 뒤집어쓰고 마리사는 집밖으로 나갔다. 비는 그쳤지만, 수일을 적셔진 땅에는 아직 물이 남아있다. 비를 맞고 죽는 윳쿠리보다는 적지만, 물 웅덩이에 빠져 죽는 윳쿠리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느느... 차가운고제.. 미끌미끌한고제..."

 

 비를 한껏 머금은 풀들은 미끄럽기 그지 없었다. 댕기머리로 뽑기에는 너무 미끄러운 풀. 마리사는 혓바닥을 내밀어 풀을 힘껏 붙잡은 다음 뽑는다. 하나를 뽑을때마다 혓바닥이 아려온다. 그러나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비는 언제 다시 쏟아질지 모르고, 잠깐 사이에 최대한 많이 뽑아서 가져가야한다.

 

툭. 투둑,

 

 집 앞에서 마리사가 풀을 뽑은지 20분쯤 되었을까. 한 두방울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눈앞에는 아직 풀들이 많이 남았지만, 마리사는 이쯤에서 돌아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건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 짧은 거리에서 마리사는 몇번을 뒤돌아보며 다시 가고싶은 마음을 억눌러야했다.

 

"돌아온거제..."

 

"파파! 어셔오는거제!!"

 

"밥씨갸 쟌뜍이라고!!"

 

"늣! 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은고제! 밥씨를 아끼고 아껴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고제!"

 

 밥씨를 보며 눈을 번뜩이고 침을 흘리는 아가야들에게 호령을 주고 마리사는 뽑아온 잡초를 내려놓았다. 잡초에 묻은 물기가 골판지 바닥에 스며들었다.

 

"아가야. 노래 부르자꾸나! 느그탄 날~ 상쾌한 날~"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아비 마리사의 말에 시무룩해진 아기들을 위로하기 위해 어미 레이무는 아가야들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 학대파의 발걸음도 떨어지고, 고양이와 새들도 움직이지 않는 이 폭우속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노래뿐이었다. 저녁에는 마리사가 가져온 잡초를 먹었다. 물에 한껏 적셔진 잡초는 물컹물컹해서 자신이 먹는 것이 물인지 풀일지 모를 정도였다. 그럼에도 참고 먹는다. 투정부리는 아가야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달래고 달래서 먹인다. 저녁이 끝나고 아기들은 하나둘씩 새근새근 잠들었다. 

 

"이상 없는 고제?"

 

"문제없다고 마리사! 결계씨도 아직 멀쩡한 거라고!"

 

"그래도 혹시모르니 한번 더 확인 하는 거제!"

 

마리사와 레이무는 집안 곳곳을 확인한다. 집안에 새는 곳은 없는지, 결계는 멀쩡한지, 청소는 제대로 했는지 살피고 미숙한 것은 보수한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눈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음식상자. 아주 약간만의 마른풀이 남아있다. 내일 아침으로도 먹기 부족한 양이다. 이렇게 비가 오래 내릴 줄 알았다면 미리미리, 더 저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 답은 없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잠에 든다. 빗소리가 골판지 상자 지붕을 매섭게 두드린다.

 

다음날...

 

"느아아아앙! 츕고 배교픈고제에!!!"

 

"햇빛씨가 보고 시퍼어! 어째셔 햇빛씨는 나타나지 않는거야!!"

 

 어미가 불러주는 노래도 한번 두번이지 하루종일 하면 질리기 마련.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초여름에 불과한 지금의 날씨에 쏟아내리는 비는 주변을 차갑게 만든다. 아직 어린 윳들. 따스함이 필요하다. 햇빛이 필요하다.

 

"미안해 아가야! 마마가 아무것도 하지 모태서 미안해!"

 

 어미 레이무는 엉엉 울면서 아이들과 부비부비를 한다. 난방기구도, 이불도 없는 이곳에서 그나마 따뜻함을 느끼려면 부비부비밖에 할 것이 없다. 아비 마리사 또한 울상인 것은 마찬가지. 내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울고 싶은 것은 마리사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집도 따뜻하게 할 수 없다. 밖에 나가기엔 비는 너무나 매섭게 몰아친다. 경험많은 아비 마리사도 이런 상황엔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느아아아!! 비씨 첸을 그만 괴롭혀어!!! 어째서 첸을 느그타게 하지 않는 거야!!!"

 

 바깥에서 돌아갈 타이밍을 놓친 첸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비를 피하려한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비를 피할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벤치 밑 조차도 3일내내 쏟아진 비로 물에 적셔져 있다. 결국 모자까지 벗겨진 첸은 마리사가족의 집앞에서 녹아 죽어갔다.

 

"느아아앙!!! 무셔워어어!!!"

 

"느그치!! 느그타게 이쓰라제에!!!"

 

 아직 어린 윳들에겐 죽음은 익숙하지 못한일. 그러나 피부가 녹아 안에있는 팥소가 드러나고, 탄력을 잃은 눈알이 밀가루피를 벗어나 굴러내려가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런 광경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추위, 배고픔에 의한 스트레스에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윳들. 잘못하면 비윳증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느긋히! 느긋하게 있으라제!!"

 

"할짝할짝!! 느긋하게 있으라구!!"

 

 아비마리사가 문에서서 바깥의 장면을 가리고, 어미 레이무가 할짝할짝으로 아이들을 안정시킨다. 첸의 시신이 비에 녹아 휩쓸려 내려가고 한참이 지나고서야 아이들은 눈물지은 모습으로 잠들었다. 아비 마리사와 어미 레이무는 그런 아이들곁에서 계속 아이들을 할짝할짝하고 있었다. 

 

"레이무..."

 

 한 아기 마리쨔를 할짝할짝하려던 레이무를 마리사가 제지한다. 레이무는 마리사가 어째서 자신을 제제하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마리사의 귀밑털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나서 눈치챘다. 저부 밑, 야나루 바로 아래에 솟아난 커다란 녹색 반점. 곰팡이다. 자주 할짝할짝하고,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빗물로 목욕을 시켰건만, 장마로인해 높아진 습기와 집안에서의 폐쇄적 생활에 결국 올것이 온것이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급히 다른 아기들을 살펴본다. 다행히도 마리쨔 한마리 외에는 별 이상이 없다. 아직 아기들은 새근새근 잠든상태다. 레이무는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마리사는 눈을 감은채 고개를 저었다. 피부박리를 하면 모를 일이지만,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있는 윳쿠리인 파츄리에게 갈 수가 없는 상황. 지금 레이무와 마리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최소한, 고통없이 가게 하는 것 뿐이었다. 레이무의 눈에서 한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리사는 나뭇가지를 들었다. 그리고 곰팡이가 난 마리쨔를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레이무는 다른 아이들을 감싸안은채 눈물을 흘렸다.

 

"느삐-?!"

 

"미안한고제 아가야... 최소한... 좋은 꿈이라도 꾸는거제..."

 

 갑작스러운 충격에 잠꼬대를 내뱉지만 다행히 깨지는 않았다. 그저 비가 내리는 바깥으로 내던져졌을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억센 장마비는 아기 마리쨔가 깨기도 전에 밀가루 피부를 뚫고 팥소를 철저히 유린한다.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비는 아기 마리쨔의 목숨을 가져간다. 몇분도 지나지 않아 아기 마리쨔가 세상에 있었다는 증거는 빗물에 녹은채 휩쓸려 내려간다.

 

"느으으으...."

 

 아비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다. 밀가루 피부가 찢어지고 팥소가 깎이는 고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울 수는 없었다. 마리사가 가지고 있는 가족의 아버지라는 그 무게가, 마리사를 소리내어 울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불끈 감은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느? 아뺘? 어째셔 뉸물씨를 흘리고 있는 거제?"

 

"느.... 아무것도 아닌 고제 아가야. 계속 자는 고제. 이 비도 곧 있으면 그칠고제."

 

"아뺘? 동샹이 사라진거라고?"

 

"동생은.... 윳국으로 간거제."

 

"윳국?"

 

"진정으로 느긋한 윳쿠리들만이 간다는 장소인거제. 거기는 비도 없고, 무서운 고양이씨나 인간씨도 없고, 달콤달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아주 느긋한 장소인거제." 

 

"느! 마쨔는! 마쨔는 어째서 데려가지 않은거제!!"

 

"아가야는... 아직 세상에 할 것이 많기에 윳신님이 데려가지 않은 고제."

 

"마쨔도 가고싶다제!"

 

"언젠가 아가야가 위대한 윳이 되어 진정으로 느긋해 질 수 있다면 갈 수 있을고제..."

 

"느으으..."

 

 아비 마리사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아기 마리사의 모자를 부드럽게 눌렀다. 마음은 아기윳 중 하나를 떠나보냈다는 것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아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과 거짓미소를 지어야하는 아비의 무게는 무거웠다. 너무나 무거웠다.

 

--- 다음날---

 

"해씨가 뜬고제에!!!"
 

"비씨가 그친고제에에!!!"

 

 먹구름이 물러가고 찬란한 햇살이 대지를 비추는 그 모습에 공원의 윳쿠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마리사의 가족들도 환호성을 지른다. 지긋지긋한 비씨가 드디어 끝이났다. 살아남은 가족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자신들이 살아남았음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

 

 미소로 반짝이는 마리사 가족의 모습이 한 젤리 눈알에 비쳐졌다. 개미들에 의해서 운반되고 있는 아주 작은, 마치 아기윳에게서 떨어져 나간 자그마한 젤리 눈알에 장마를 버티고 살아남은 것에 기뻐하는 마리사 가족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쳐졌다.

 

-계속-

 

 위에 등장한 첸은 첸과 오빠야의 첸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 태생부터 야생인 그저그런 윳일 뿐입니다.

 

 이로서 살아남은 아기 윳이 

마리쨔 2마리, 레이뮤 3마리로군요...

이제 슬슬 아기에서 아이윳으로 성장시킬때가 온듯합니다.

그리고 닥쳐올 여름의 폭염속에서, 진정한 윳생이 어떤것인지 보여줄때가 왔습니다.

지금까지가 그냥 자판기 커피였다면, 이제는 T.O.P

언제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겨울 동면전에는 저 윳쿠리 가족들은 3마리만 남기고 전부 영원히 느긋하게 만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