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1.12 05:15

아포칼립스 속 윳쿠리 -8-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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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가 넘겨준 맥가이버칼

내가 이 위기를 타파할 유일한 도구다.

현재상황을 다시 되짚어볼까...

마리사와 레이무는 내 위치에선 확인이 안된다.

이 무리의 도스도 위치확인이 안된다. 다만 도스가 있었던 자리에 내 가방이 있는 건 확인했다.

내 시선이 닿는 윳쿠리들은 다 자고 있고, 나무 위의 비행종들도 대부분이 내 감시를 관두고 자고 있다.

레미랴가 갇힌 감옥이 보인다. 레미랴는 좀 굶었어도 괜찮은 듯하다.

제일 걱정되는 플랑이 갇힌 감옥은 바로 내 옆에 있다. 그렇다고 지금 꺼내줄 수는 없고...

상태는 레미랴보단 별로 좋지 않다. 마름모꼴 보석 하나 남지않게 잘려나간 날개는 회복되지 않고

워낙 얌전한 성격에 체력도 영 좋지 않아 지금으로썬 제일 데미지가 크다.

적어도 목이라도 축이게 해줘야 할텐데...

 

"저기 플랑. 내 말 들리니?"

"네에... 들려요."

"힘들지?"

"헤헤, 플랑은 괜찮아요. 오빠야는 괜찮아요? 플랑은 오빠야가 더 걱정이예요."

"인간이란 생물은 윳쿠리보단 튼튼하니까 걱정마."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것보다 지금 너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 이걸로 목이라도 축여."

"네?

 

난 맥가이버칼에서 칼날을 꺼내 내 왼손바닥을 베었다.

손바닥에서 피가 흐른다. 난 그 피 흐르는 손바닥을 플랑이 갇힌 감옥의 나무철창에 갖다댔다.

 

"오, 오빠야 손이...!"

"내 걱정 하지말고, 핥아."

"하, 하지만..."

"놈들에게 들키기 전에 목이라도 축이라고. 도망치려면 네 체력도 챙겨둬야 하니까."

"...죄송해요. 그럼 실례할게요."

 

혓바닥이 상처를 핥는 감각이 느껴진다.

아프지만 싫지만은 않다. 이 고통으로 누군가를 살린다면 말이지.

 

"고마워요, 오빠야. 덕분에 목마른 건 괜찮아졌어요."

"그래. 내 상처도 얕아서 그새 피가 멈췄네."

"오빠야는 정말 친절하네요."

"...그렇게 대단한 놈 아냐. 그냥 나 살기위해 필사적일 뿐이지."

"그걸 위해서 저희에게 잘 대해주는 거잖아요? 그것이 친절하다는 거예요."

"하하, 그러냐? 넌 이렇게나 착하고 레미랴는 열심히에 마리사도 뭔가 하는데 레이무는 뭐하는건지..."

"저... 오빠야? 너무 레이무를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그치만 그녀석 도움된 게 없는걸."

"레이무도 레이무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 그녀석이?"

 

그 누구보다 단세포에 팥소뇌인 녀석이 고민이란 걸 한다고? 플랑이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오빠야는 저희가 귀찮게 굴거나 힘들게 해도 다 참고 받아주었어요. 레이무도 그걸 알아요."

"헤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레미랴는 오빠야가 못찾는 걸 찾아주고 마리사도 오빠야를 돕고, 플랑은 약해서 아무것도 못하지만..."

"대신 넌 그 상냥함이 날 편안하게 해주지."

"헤헤, 고마워요. 하지만 레이무는 자기 혼자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어요."

"...확실히 그녀석한테 뭘 받은 거라곤 자기 애들을 내 식량으로 헌납한 게 다였네."

"레이무는 늘, 어떻게하면 자기도 오빠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 답을 찾기 전에 내 목이 날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레이무는 언제나 플랑을 걱정해주고 돌봐줬어요."

"그래? 난 그런 거 못봤는데?"

"오빠야가 있을 땐 오빠야가 플랑을 돌봐줬지만, 오빠야가 없는 동안엔 레이무가 플랑을 돌봐줬어요."

"어떤 식으로?"

"먹을 것도 플랑에게 많이 양보해줬고, 어떻게 하면 플랑의 날개를 낫게 할까 같이 고민도 해주고, 또 말상대도 되어 줬어요."

"흐음... 사소하지만 확실히 너한텐 도움이랄 수도 있겠구나."

"게다가 요즘은 오빠야가 한 말이 신경쓰였는지 자꾸 무언갈 연습하고 있어요."

"뭔 말? 내가 뭐라 했길래..."

"저도 잘 모르겠지만, 레이무는 몸의 일부분만 아스트론할 수 있다면 자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아아, 그때 그 잡담이 신경쓰였었구나."

"그러니까 레이무를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다들 오빠야 덕에 살아있어서 오빠야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냐..."

 

그녀석,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앞으론 좀 더 관심을 가져줘야겠네.

그러려면 먼저 여기서 살아나가야지.

이 맥가이버칼 하나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플랑. 넌 아직도 다른 윳쿠리를 해치는 게 싫니?"

"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건 나쁜 일이잖아요? 플랑은 그런 짓 할 수 없어요..."

"교육받을 때 그렇게 배운거니?"

"네... 그래서 금뱃지를 받은 거고요... 이걸 어기면 플랑은 금뱃지를 잃을거예요."

"안타깝게도, 인간의 룰을 위한 뱃지였으니, 인간의 문명이 망한 지금은 그 뱃지도 가치가 없다."

"그렇겠죠...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설령 금뱃지라도 다른 윳쿠리를 공격하는 게 허용되는 순간이 있어. 그건 몰랐니?"

"네? 그런 게 있었나요?"

"자신의 소중한 것을 누군가가 빼앗으려 할 때. 소중한 누군가나 장소를 망가뜨리려 할 때. 그것을 지키고자 할때."

"소중한 걸 지키고자 할 때..."

"인간이든 윳쿠리든 오직 그때만은 자신의 소중한 걸 앗아가려는 자들과 싸우는 것이 허락된단다. 금뱃지라도."

"금뱃지라도, 그때만큼은 싸워도 되는 건가요?"

"그래. 소중한 걸 지키고자 하는 건 모든 존재가 똑같이 가지고 있으니까."

"플랑, 명심할게요."

"그래... 명심하렴."

 

어느샌가 플랑도 잠들었다. 하긴 오늘은 여러가지로 피곤했겠지.

난 밤이 깊어가도 머릿속이 혼란해서 잠이 안온다.

하아... 진짜 어쩐다?

어쩌긴 어쩌겠어. 되는대로 해야지 뭐.

여태까지처럼 살기 위해 닥치는대로 들이대는거지, 뭐. 미리 걱정해봐야 쓸모없다.

잠은 안오지만, 지금은 눈을 감고 피로라도 풀자.

결전의 순간은 분명 온다.

 

나뭇잎 사이로 새는 아침햇살이 감긴 눈을 간지럽힌다.

눈을 떠보니 도스가 자기 무리의 윳쿠리들을 소집하는 중이었다.

이 소란스런 상황이 뭔지 파악하려 할때 그걸 알려준 건 내게 익숙한 그 레이무였다.

 

"인간씨, 큰일났어. 아무래도 위험해."

"너가 나랑 말 섞는게 더 위험한 거 아냐? 들키면 어쩌려고?"

"도스가 무슨 의식이네 뭐네 해서 레미랴를 제물로 삼겠다는 모양이야."

"젠장, 시간이 얼마 없구만."

"어떡할거야? 레미랴를 구하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레이무, 마리사한테 전해. 내가 소란을 일으키면 그 사이에 마리사가 레미랴를 구출하라고."

"마리사는 그 어떤 마리사보다 빠르니까 해낼 수 있을거야!"

"그리고 넌 내가 소란을 일으킬 때 바로 플랑한테 가서 플랑을 지켜. 할 수 있지?"

"할 수 있고 자시고, 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그정돈 레이무라도 알고 있다구?"

 

짜식, 그런 대견한 소리도 할 줄 알았냐. 앞으론 잘 대해주마.

살아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마침 그 마리사도 이쪽으로 왔다.

 

"레이무, 이제 빨리 모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제!"

"바로 갈게, 마리사."

"그럼 부탁한다, 둘 다."

"플랑을 지키는 건 레이무한테 맡겨!"

"뭔진 못들었지만 마리사도 실패 안할거라제!"

"설명은 레이무가 해줄게! 지금은 서둘러서 무리 속으로 가자."

"...몸조심해라."

"인간씨도."

"할아범도 조심하라제."

 

할아범이라... 동정도 못뗀 20대한테 너무한 소리구만.

하지만 이젠 싫지만도 않은 별명이네.

그럼 그 할아범은 노장의 발악을 준비해볼까?

 

"무리의 모두들! 어제는 다들 사냥 수고했다제!"

"모두 도스의 지도 덕분이라제!"

"도스는 무리의 가장 도시파적인 도스라구요!"

"다른 도스들도 사냥했을 때 정말 느긋했지! 첸은 알고 있어!"

"갈길없는 레미랴도 받아줬다도-! 느긋한 도스다도-!"

"그럼 모두 다같이 무리의 함성이라제!"

""햣하아아아!!!""

 

...꼴사납구만. 으스대는 모히칸 도스랑 그 도스를 찬양하는 모히칸 윳쿠리들이라니.

저거 무슨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계속 햣하거리네.

 

"오늘은 앞으로의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오랜만에 의식을 할거라제!"

"오오! 데이부 기대돼!"

"여기 이 머리장식에 꼴사납게 금색으로 빛나는 뱃지를 봐라!

이 윳쿠리는 긍지높은 윳쿠리의 자존심을 버리고 인간씨들의 앞잡이로 살아온 증표라제!"

 

지도 은뱃지였던 주제에 개소리 떠벌리는 거 봐라.

모히칸 도스는 감옥에서 금뱃지 레미랴를 끌고 나왔다.

 

"오늘 이 배신자를 처형하고 도스를 포함한 엘리트 모히칸들이 그 시체를 나눠먹을거라제! 앞으로의 사냥을 위한 의식이라제!"

"우우!!! 살려달라도-!"

"햣하하하하! 널 살려줄 녀석은 아무도 없다제! 순순히 도스의 무리의 제물이 되라제!

그럼 적어도 윳국에 갈거라제? 위대한 도스의 무리의 제물이 됐으니 윳신님도 용서해줄거라제?"

 

기회는 지금뿐이다. 지금 단 한번의 기회말곤 아무것도 없어.

난 재빨리 다리에 얽힌 덩굴을 맥가이버칼로 잘라내고 도스를 향해 돌진했다.

 

"개소리 집어쳐! 무슨 님을 만난다는거야! 내 동료들을 우롱하고 학대한 죄, 달게 받아라! 나 인간님이다!"

"뭐, 뭐!? 인간!? 엘리트! 엘리트!"

 

도스에게 달려가면서 바글바글 모여있던 몇마리의 윳쿠리들을 밟거나 차면서 도스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 사이 레이무는 내 말대로 플랑을 향해 달려가고, 마리사는 도스가 내게 눈이 팔린 사이 레미랴를 구출했다.

 

"앗차! 윳질을 놓쳐버렸다제!"

"니가 지금 거기에 눈돌릴 틈이 있냐!"

"하찮은 인간씨는 도스에게서 꺼지라도-!"

"너가 꺼져!"

 

모히칸 레미랴를 칼로 찍어 바닥에 내팽개치고 전력으로 달리려니 다른 모히칸들이 그새 내 앞을 막아섰다.

그새 단단히 무장했군. 각오 단단히 하고 한판 붙어야겠어.

 

"이이익!! 저 인간놈 곁에 있던 윳쿠리는 다 배신자들이었다제!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죽이라제!"

"헹! 마리사가 그리 순순히 잡혀줄 것 같냐제? 레미랴! 최대한 빨리 날아가라제!"

"알았다도-! 최대한 빨리 도망치겠다도-!"

"레이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플랑을 지킬거야!"

"레이무... 플랑 도움이 못돼서 죄송해요..."

"괜찮다구! 레이무, 드디어 오의를 손에 넣었으니까!"

 

젠장, 다른 녀석들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하지만 내 걱정하기에도 빠듯하니...

오냐 덤벼라, 하나씩 차근차근 도륙해주마.

 

"썩을 인간씨! 우수한 엘리트인 마리사의 참!철!검!에 죽으라제!"

"니들 다 구축해주마...! 한마리 남김없이!!!"

 

솔직히 잘 기억은 안난다. 거의 그냥 본능으로 싸웠으니까.

먼저 뾰족한 철근을 들고 덤벼든 금발 모히칸을 양단했다.

유리조각으로 발목을 노리던 흑발 모히칸은 발을 들어 공격을 피한 뒤 그대로 밟아줬다.

그 다음에도 백발, 금발, 갈색, 한번에 둘이 덤벼드는 것도 모두 썰어줬다.

싸우면서 가볍게 베인 상처도 좀 입었지만 그대로 반격해서 하나하나 다 도륙해줬다.

그 정예 모히칸들이 무력하게 썰려나가는 걸 본 이 무리의 평범한 윳쿠리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굳어버렸다.

하지만 모히칸은 아직도 많다. 더구나 나뿐만이 아니라 내 동료인 다른 윳쿠리들도 노리는 놈들이 있다.

잠시 상태를 살피면서 그 두 구역도 살펴봤다.

레이무랑 플랑쪽은...

 

"햣하! 미천한 레이무는 얌전히 우수한 엘리트 앨리스에게 레이프당하세요! 유언정돈 들어줄게요!"

"귀밑털만 아스트론, 귀밑털만 아스트론, 귀밑털만 아스트론..."

"뭔 영문모를 소릴 하나요 촌것! 그딴 게 유언이면 그냥 레이프당하고 죽으세요!"

"레, 레이무! 위험해요!"

"아스트론!"

 

레이무를 덮치려던 모히칸 앨리스가 무언갈 맞고 옆구리가 터지면서 날아갔다.

레이무의 귀밑털, 정확힌 귀밑털에서 홍백의 머리장식 밑부분만 쇳덩이가 되어 있었다.

이후에 덤벼드는 윳쿠리도 레이무는 그 쇳덩이가 된 귀밑털로 차례차례 격퇴해갔다.

녀석, 드디어 성공했구만!

 

"오오옷! 레이무는 드디어 아스트론의 오의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구! 다 덤벼! 플랑은 레이무가 지킨다!"

"레이무...!"

 

저쪽은 일단 괜찮은 것 같고, 그럼 마리사랑 레미랴는?

이런, 도망만 치는 데 열중이구만. 저래서는 결국 체력부족으로 따라잡힐텐데.

 

"레미랴아아아!"

"우!?"

"내가 허락한다, 녀석들과 싸워!"

"하, 하지만 레미랴는 싸우는 법 모른다도-!"

"그럼 이대로 네 소중한 친구들을 잃을거야!? 도망만 쳐선 지킬 수 없다고!"

"그, 그럼 레미랴는 어떻게 해야..."

"넌 포식종이다! 네 안의 야성을 깨워! 네게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 적들을 모두 물어뜯어!"

"레, 레미랴는 사냥하는 법같은 거 배운 적 없다도-!"

"네 본능에 각인되어 있을거다! 그 본능에 몸을 맡겨! 싸워! 지켜내야 할 것 아니야!!!"

"느아아아! 마리사 붙잡혔다제!"

"우-! 마리사!"

"사, 살려달라제!"

"레미랴아아아!!! 싸워어어어!!!"

 

도망치다 붙잡혀 공격당하려는 마리사를 본 레미랴의 상태가 변했다.

뒷통수만 보인 레미랴는 허공에서 온몸을 부들대더니, 곧장 마리사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마리사를 둘러싼 그 무리 윳쿠리들을 크게 베어물어 하나씩 죽여나갔다.

그 순속의 공격에 당황한 무리 윳쿠리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레미랴는 그걸 용서하지 않았다.

그때의 레미랴의 눈빛, 평소의 순하고 초롱초롱한, 동글동글하던 동공은 없고

마치 뱀과 같은 가늘고 날카로운 동공을 가진 선홍색의 눈동자가, 그 맹수의 눈빛이 적들을 포착했다.

레미랴는 시야에 들어온 적을 용서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지키기 위해

그 적들을 도륙해 나갈 뿐이었다.

포식자. 그 자체로써의 모습이었다.

더이상 걱정할 것은 없겠다.

그럼 난 내 눈앞의 상대...

 

"어이, 도스."

"하아?"

"한판 붙자, 새꺄."

 

모히칸 도스에게 집중할 뿐이다.

 

"햣하하하하! 너따위가 도스의 상대가 될 것 같냐제!?"

"넌 내 친구들에게 해를 끼쳤어. 썰어버리지 않고는 못참겠다."

"그 쬐끄만한 칼로 위대하고 거대한 도스님을 썰어버릴 수 있겠냐제?"

"썰릴 때까지 썰어버리면 그만이지! 쫄리면 꺼져!"

"누가 쫄리댔냐 썩을 인간놈아! 다진고기로 만들어주마!"

 

맥가이버 칼을 꽉 움켜쥐고 도스에게 달려들었다.

놈이 왼쪽에 달린 귀밑털을 횡으로 휘두르는 걸 몸을 숙여 피한 뒤, 나도 칼을 휘둘렀다.

녀석도 몸을 뒤로 굽혀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놈이 이번엔 크게 뛰어 날 덮쳐온다.

나도 뒤로 크게 뛰어서 물러나 놈의 보디프레스를 피했다. 쿵 하는 큰 충격음이 숲속에 울린다.

그런 식으로 서로 일합씩 주고받으면서 정신없이 싸워댔다.

 

"썩을 놈이 쥐새끼처럼 피하긴!"

 

놈이 귀밑털을 내게 내려찍는 게 보인다. 그렇게 눈에 훤히 띄는 공격은 가볍게 피하지.

난 오른쪽으로 스텝을 밟아 가뿐하게 피했다. 좋아, 놈의 균형이 무너진 지금이 한방 먹여줄 기회...

발목이 따가워?

 

"아, 아하! 아하하하하! 해냈다! 해냈어! 사나에가 해냈어요!"

 

녹발의 모히칸이 내 발목을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이자식이!?

 

"꺄하하하하하! 플랑도 가세할거야!"

 

이번엔 모히칸 플랑이 내 안면을 강타했다.

 

"잘했다제! 그래야 도스의 엘리트들이라제!"

 

내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 도스녀석은 지 옆에 있던 내 가방을 내 복부로 던졌다.

어우 이녀석 묵직한게 아주 우량아네.

윳쿠리도 도스정도 되면 힘 좀 있는데 내 가방 무게도 있으니 제대로 나가떨어졌다.

어우... 배 존나아퍼.

꿈틀대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새 사태가 영 불리해졌다.

마리사는 체력고갈에, 레미랴는 마리사 지키느라 정신없고, 레이무도 플랑을 지키느라 만신창이다.

 

"햣하하하하하! 결국 인간이라도 기어올라봐야 이정도가 한계라제!"

"느아아아아! 레이무는 플랑 지킬거야아아아!"

"레, 레이무...!"

"크르르르르...! 오지마...! 내 친구한테 오지마...!!"

"헤엑, 헤엑, 아무리 마리사도 더는 힘들다제..."

"아오씨, 이대로는 못 진다고...!"

"오빠야... 레이무... 레미랴... 마리사...!"

"햣하하하하하하! 게다가 무능한 날개없는 플랑까지 감싸느라 저게 뭐냐제! 저 레이무가 제일 꼴사납다제!"

"플랑이... 플랑이 약해서..."

"얘들아! 한번 웃어줘라! 저 아무 힘도 없는 열등한 윳쿠리 하나 지키느라 동료 전원이 몰살당하는 꼬라지를!"

""햣하하하하하하!""

"플랑이... 힘이 있었더라면..."

""햣하하하하하하하하하!!""

"플랑이... 싸울 수 있었더라면...!"

""햣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플랑이 지킬거야아아아!!!"

 

플랑이 갇힌 감옥 쪽에서 콰앙 하는 소리가 났다.

먼지가 연기처럼 날리고, 그 너머로 아무것도 안보인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윳쿠리들의 단말마...

 

"느뷐!"

"느꺄악!"

"능야아아아!"

 

레이무의 소리도, 플랑의 소리도 아니다.

다른 윳쿠리들, 저 도스의 무리의 윳쿠리들의 단말마다.

그 연기를 걷어내고 걸어나오는 인간의 형체...

금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10대 소녀의 나체를 한 채

등에는 위를 향해 호를 그리며 길게 뻗은 한쌍의 검은 줄기같은 것과

그 끝에는 마치 거대한 낫과도 같은 형상의 검붉은, 피와도 같은 색의 보석이 하나씩.

그 소녀의 눈빛은 붉게 빛나는 악마의 것과도 같았다.

그 소녀는 입을 열어 무리를 이루는 윳쿠리들에게 선언했다.

 

"플랑이 싸울거야...! 플랑이 지킬거야...!! 너희들 다 죽여버릴거야!!!"

 

날카로운 포효가 숲속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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