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아포칼립스 속 윳쿠리 -7-

by mad posted Jan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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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정이 생겨 연재 텀이 길어진 것에 대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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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내가 멸망물이나 아포칼립스물에 정통한 건 아니지만

세기말 하면 매드맥스나 북두의 권 같은

삐쩍마르고 건조한 바위와 사막의 세계가 생각날 것이다.

그 황토색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한정된 물자로 살아가려 아둥바둥하고

그 중엔 타인의 것을 약탈하는 것으로 삶을 이어가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세기말의 약탈자들은

반라에 모히칸 헤어를 한 폭주족의 이미지같은 게 정석적인 것 같다.

지금 이 소릴 왜 하냐면...

우리가 지금 모히칸 헤어를 한 윳쿠리 무리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가 벌어지기 몇시간 전까진 난 네마리의 윳쿠리를 이끌고 걷고 있었다.

걷다 쉬고, 걷다가 또 쉬고, 몇날 며칠을 그렇게 반복하며 걷다보니

어느샌가 논밭으로 이루어진 풍경도 끝나가고 있었다. 점점 숲의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즉, 교외지역까지 벗어났다는 것이다. 한 도시를 완전히 나온 것이다.

그동안 여러가지가 있었다. 대단할 건 없지만.

그냥 나뭇가지랑 밧줄 좀 잘라낸 걸로 새총을 만들어서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까이에 있는 새를 맞춰 새고기를 먹거나,

더이상 관리되지 않는 과수원에서 과일 몇개를 얻거나

흐릿한 기억으로 덫을 만들어 토끼같은 작은 동물도 사냥해봤다.

여튼 오히려 도시를 나오니 더 먹을 것이 풍족해진 것이다.

윳쿠리들에게도 더이상 잡초만 먹이지 않고 내가 구해온 식량의 일부를 나눠먹었다.

그러는 동안 비상식으로써 윳쿠리들의 새끼들을 먹는다는 약속도 흐지부지되었다.

결국 레미랴와 플랑은 교미 한번 안했고, 마리사와 레이무도 전과는 달리 그 상쾌! 라는 것에 흥미를 잃어갔다.

그렇게 나와 네마리의 윳쿠리들은 더이상 상하관계로써가 아닌 정말 서로가 생존을 위한 동료처럼 되어갔다.

간간히 친구처럼 잡담도 하고.

그러고 보니 전에 레이무하고 이런 얘길 했었는데...

 

"레이무, 그 아스트론이란 거, 왜 해제를 못하는거냐?"

"느늣? 레이무는 모른다구? 하지만 온몸이 쇳덩이가 된다구? 어쨌든 아스트론은 비장의 수단이라구?"

"그럼 그 아스트론이란 거 말이야, 몸의 일부분만 할 수는 없는거냐?

"느늣?"

"가끔 아스트론을 스스로 푸는 윳쿠리들도 있었거든. 어쩌면 그건 아스트론되지 않은 팥소가 남아 스스로 풀 수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귀밑털이라던가, 신체 일부분만 아스트론을 할 수 있지 않나 해서..."

"그런 건 한번도 생각 못해봤어... 그런 게 가능하다면 분명 굉장할거야! 엄청 강하고 느긋할지도 몰라!"

"아 그래 그래 그렇겠지."

 

뭐, 여튼 요 며칠은 그렇게 지내오면서 주변이 나무로 빼곡한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잠깐 물건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점검하면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쪽 숲에서 대량의 윳쿠리가 우릴 둘러싸버린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 지금 상황...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이질적인게, 이녀석들 왜 모히칸이지?

아닌 녀석들이 훨씬 많지만, 모히칸 헤어를 한 윳쿠리들를 마치 대장마냥 모시고 있다.

모히칸 윳쿠리들이 다른 녀석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왜지? 윳쿠리에게 머리카락이랑 머리장식은 자존심이나 인격에 직결된 것 아니었나?

머리장식이 없어지고 머리는 가운데 빼고 다 밀리고 가운뎃머리는 모히칸스타일로 올린 저녀석들을 왜?

왜 윳쿠리로썬 꼴사나워 보일 녀석들이 역으로 리더처럼 되어 있는거지?

게다가... 수가 왜 이리 많지?

몇십마리는 족히 돼 보인다. 이래서야 다른 녀석들을 지키면서 싸울 수 없다.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며 돌파구를 찾아낼 궁리를 할 때 한마리 모히칸 윳쿠리가 내게 말했다.

 

"어이, 망할 인간! 지금 당장 가진 것과 그 윳쿠리들을 모두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보내주겠다제!"

"내가 왜 그래야지? 윳쿠리쯤이야 인간에게 한주먹거리도 안되는데?"

"크크킄, 도시파적이지 못한 발상이네요. 우리 모히칸들은 정예라고요? 다른 윳쿠리랑 똑같이 보지 마세요."

"다른 묭들이 나뭇가지가 한계일때 우리 모히칸들은 송곳조각같은 걸로 싸운다묭? 인간씨가 무사할까묭?"

"게다가 네놈 옆의 윳쿠리들을 지키면서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겠어? 데이부를 속일 순 없다고?"

 

그러면서 몇몇은 정말로 나뭇가지와 비슷한 굵기의 뾰족하게 끊어진 철근을 들거나

뾰족한 돌, 어디서 구한건지 모를 유리조각 등을 내게 겨눴다.

이 모히칸들, 말하는 놈들을 찬찬히 보니 머리카락 색이 제각각이다.

금발은 아마 마리사나 앨리스, 백발은 묭, 흑발은 레이무, 갈색은 꼬리까지 달려 있으니 첸이겠군.

확실히 이놈들 여태까지와는 다르다. 학대파일때 만났던 오만하고 기고만장한 녀석들과도 급이 다르다.

성인 남성도 상처입힐 무기를 들고 눈빛부터 노릴 곳을 찾고 있다. 내 약점이 될 부위를 찾는건가.

젠장, 이렇게까지 지능적인 놈들은 못봤는데 대체 어디서?

일단은 대화로 질질끌어서 돌파구를 찾을 시간을 내볼까.

 

"...원하는 게 뭐야?"

"말했잖아묭? 인간씨가 가진 모든 것. 밥씨, 옷씨, 그밖의 온갖 도구씨들, 다른 윳쿠리들 모두 다."

"쉽게 말해 알몸으로 지나가란 소리란 거로군."

"이해가 빠른 건 도시파적이네요."

"근데 너흰 왜 모히칸이지? 윳쿠리에게 머리카락은 미의 상징 아니었나? 그걸 훼손당했는데 나머지가 너흴 따르다니."

"그야 이건 무리의 엘리트란 상징이기 때문이다제. 우리 무리의 모히칸은 그 우수함을 인정받았단 증표라제."

"그래서 우수한 윳쿠리는 도스가 직접 모히칸으로 만들어줘! 첸은 알고 있어!"

"모히칸이 엘리트라니, 학대형님들이 들으면 웃다 까무러치겠네."

"그보다 대화로 데이부들을 묶어놓으려면 그만두라고? 슬슬 질리니까."

 

들킨건가... 이자식들 머리 굴러가는 것도 보통이 아니네.

내가 계속 대치상태를 질질 끌고가려니까 이녀석들도 내가 순순히 따라줄 생각이 없단 걸 안건지 임전태세로 들어갔다.

그 긴장을 풀어놓은건 어디선가 날아온 비행가능한 윳쿠리 한마리였다.

 

"이봐, 그 인간들과 윳쿠리들 몽땅 데려오라는 도스의 명령이야."

"인간씨를 직접 무리까지 끌고오라니, 도스가 무슨 일이 있는 거냐제? 키메에마루."

"나도 자세한 건 못들었지만 직접 보고 싶다던데?"

 

키메에마루라... 보통은 인간에 우호적인 윳쿠리인데 이녀석은 이 무리와 한통속인가.

그 특유의 스피드로 전령역할이라도 하는 모양인데.

 

"어이, 인간씨! 들었겠제? 당장 그 짐씨들 싹 다 가방씨에 넣고 따라오라제."

 

젠장... 지금은 시키는대로 하는 수밖에 없나...

잠깐, 물건들 중에 맥가이버칼이 없어졌는데, 이거 괜찮나?

아니, 고민하기엔 이녀석들 인내심이 이미 한계인 것 같다. 지금은 보이는대로 다 가방에 넣고 따라주는 수밖에...

그렇게 나는 내 일행들과 함께 녀석들에게 떠밀려 숲속 깊숙히 들어가게 되었다.

특히 인간인 나나 금뱃지를 달고 다니는 두 포식종은 모히칸 녀석들이 집중적으로 감시하면서 말이지.

남은 두 게스놈들이 배신때릴지도 걱정이고... 좀 친해졌어도 근본이 게스인 놈들이니...

긴장덕분에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걸었더니, 도대체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백여마리는 족히 넘어보이는 윳쿠리의 무리

통상종만 있는 것도 아니다. 란이나 사나에같은 희귀종도 보이고

비행가능한 레미랴나 플랑, 키메에마루종은 나무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모자의 윗부분이 뜯겨진 채 옆의 팔처럼 쓸 꽁지머리 빼곤 모히칸으로 밀어버린 도스

그 주변을 지키는, 종의 구분 없이 한가득한 모히칸 윳쿠리들이었다.

도스부터가 모히칸에 그 측근이 되는 엘리트들도 모히칸이란건가...

 

"도스의 무리에 잘 왔다제, 인간씨. 인간씨를 보는 건 오랜만이란 말이제."

"나도 이렇게나 개성적인 도스는 처음 보는 걸 그래?"

"햣하하하하! 하긴 인간씨가 봐도 모히칸은 이상해 보이겠지."

 

이녀석 웃음소리에서 바로 연상된 것.

모히칸 스타일의 학대파들이 윳쿠리 학살할 때 짓는 웃음소리.

햣하~!

저 도스가 그걸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날 왜 데려온거지?"

"인간씨는 먹이씨라제. 밥씨로써만이 아니라 온갖 물건씨들을 제공해줄 그런 먹이씨라제."

"약탈인가. 그런 방식으로 이 무리를 먹여온건가."

"물론 약탈만 한 건 아니라제? 우리도 유카종을 영입해 농사를 하고, 사냥으로 괴물같던 동물씨들도 사냥하고."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도스보다 영리하단 건 알겠다."

"나도 안다제. 하지만 추켜세운다고 도스가 방심할 거란 생각은 말라제."

"그래서, 넌 나도 그 사냥할 먹이로써 무리까지 끌고 온건가?"

"그렇다제. 하지만 당장은 아니고 좀 더 절망과 공포 속에서 부들거리게 만들다가 죽여주겠다제."

"학대파들이나 즐겨할 것 같은 짓을 하는군."

"그야 도스의 전 주인이 바로 그 학대파였으니까."

"...뭐?"

"얘들아, 당장 이 인간씨를 덩굴로 저기 나무씨에 묶어버리라제. 고기로 만들기 전까진 손님이라제?"

 

그리고 녀석들은 길다란 덩굴을 가져오더니 내 한쪽 발목을 덩굴로 감싸 묶고

남은 덩굴 끝은 한 나무에 묶었다.

 

"...설마 이게 다인거냐? 내가 이걸 끊고 도망갈거란 생각은 안하고?"

"인간씨는 그렇게 못할거라제. 윳질이 둘이나 있으니까."

 

녀석들은 굴과 나뭇가지로 만든 감옥에 플랑을 가둬넣고 레미랴는 도스 앞으로 끌고갔다.

 

"인간씨가 허튼 짓을 하면 이 두 금뱃지를 죽여 무리의 먹이로 삼겠다제?"

"이자식...!"

"금뱃지란 건 편리하네. 포식종이라도 교육이란 것 때문에 사냥 하나 제대로 못하니까 말이제."

"도, 도스씨는 굉장하다제! 저딴 할아범보다 굉장하다제! 마리사랑 레이무는 무리에 받아달라제?"

"그, 그렇다구? 레이무랑 마리사는 인간씨한테 끌려다닌 가련한 윳쿠리라고? 아가야들도 바쳐야 했다고?"

"저자식들은 바로 배신을...!"

"흐음... 먹을 입이 둘이나 늘어나는 건 별로지만 노동력이 둘 증가하기도 하니까... 좋아, 받아주겠다제."

"고, 고맙다제! 마리사는 평생 도스를 따르겠다제!"

"저새끼들이 진짜!"

"그게 인간씨의 한계인거라제. 아무리 대단한 인간씨라도 결국 윳쿠리는 도스를 따르게 되어 있다제."

"빌어먹을..."

 

물건이 들어있던 가방은 도스에게 빼앗겼다.

레미랴는 도스 옆에 만들어진 감옥에 갇혔다.

난 발목이 나무에 묶인 채 두 금뱃지가 걱정되어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나마 플랑이 갇힌 감옥 바로 옆이 내 자리인 게 다행이려나...

이자식들은 나나 두 금뱃지에겐 밥도 물도 안주고 종종 감시만 할 뿐 완전히 무시했다.

그 유명한 응응노예로도 쓸 생각이 없다는 건가.

나무가 빼곡해 잘 모르겠지만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색이 붉어진 것이 저녁이 된 것 같다.

레미랴도 플랑도 허기가 져 보인다. 나도 배에서 꼬륵대는 소리가 멈추질 않고...

대부분의 윳쿠리는 실컷 식사하더니 다 저들 집으로 들어갔다.

대체 이 엄청난 양의 윳쿠리들이 살 만한 공간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할 것도 없는데 도스한테 물어보기나 할까. 대답해줄진 모르겠지만...

 

"어이, 도스."

"뭐냐제."

"이만한 무리는 대체 어떻게 이끄는거냐? 도스가 이만한 윳쿠리를 잘 관리한단 소린 들어본 적 없는데."

"햣하, 그건 이 도스가 그 어떤 도스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제?"

"그런 누구나 할 기고만장한 소리를..."

"헛소리가 아니라제. 다른 주제모르는 도스따위하곤 겪어온 경험과 지식이 다르다제."

"...아까 말했던 전 주인이 학대파였단 것과 관계있냐?"

"그 말대로라제. 말하자면 길어지는데 들을 생각 있냐제?"

"배도 고픈데 할 것도 없고, 심심하니 전부 들어주지. 궁금하니까."

 

"도스는 처음부터 도스가 아니었다제. 가공소의 교육소에서 태어나 성체가 됐을 땐 은뱃지를 받았다제.

그리고 그 은뱃지를 단 평범한 성체 마리사였던 날 사간 건 머리가 모히칸인 학대오빠야였다제.

오빠야는 날 학대하는 것이 아닌, 내 앞에서 다른 야생 윳쿠리들을 자기가 학대하는 모습만 보여줬다제.

근데 나는 거기서 어떤 감정을 느꼈다제. 공포도, 분노도 아닌... 쾌감이었다제!"

"쾌감이라고? 동족이 학살당하는 걸 보고?"

"오빠야는 그런 내 감정을 눈치채고 어느 날 자기가 잡아온 윳쿠리를 나보고 학대해보라고 했다제.

난 그동안 오빠야가 해왔던 학대들을 떠올리고 미숙하지만 조금씩 따라했다제."

"...어땠는데?"

"동족을 학대하는 배덕감! 얇은 살갗을 찢고 새어나오는 달콤한 팥소! 살려달라고 비명지르는 그 꼴사나운 모습!

다른 존재를 느긋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느긋해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이냐제!"

"전에 비슷한 인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건 뭔 데자뷰인가?"

"그날부터 오빠야는 혼자 학대하는 것이 아닌 날 데리고 나가 같이 학대를 즐겼다제. 그땐 정말 즐거웠다제.

하지만 어느 날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오빠야도 사라졌다제. 나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숲씨까지 기어가 여기에 도착했다제."

"그렇군... 여긴 너가 도착했을 때부터 꽤나 무사한 지역이었구만?"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 이기고 나니, 어느샌가 도스가 되어 있었다제. 도스가 되고나니 윳쿠리들이 스스로 모여서 자길 느긋하게 해달라고 했다제. 그래서 도스가 된 나는 무리의 장이 되어 생존을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했다제."

"네 무리 꼬라지를 보니 멀쩡한 방법은 아니었겠군."

"햣하! 지금 이 무리의 번성함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제? 이게 도스의 방법이 성공했단 증거라제!"

"...반박은 못하겠군."

"도스는 학대 오빠야에게서 배운 온갖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도스와는 다른 무리의 규칙을 만들었다제.

먼저 최대한 다양한 종을 받아들이는 것. 유카종으로 농경을 하고, 레미랴와 플랑도 동료로 삼아 밤의 안전을 확보!

통상종, 희귀종, 포식종 상관없이 동등하게 받아들이고 평등한 무리의 일원으로 다루는 것!"

"평등이라고? 몇몇은 예외인 것 같은데?"

"바로 맞췄다제. 사냥 실적이 우수한 개체를 선별해 엘리트로 선정했다제. 그 증표가 바로 학대 오빠야들의 상징, 모히칸이라제."

"윳쿠리들이 그걸 순순이 따라줬을 리는 없을텐데? 머리카락은 미의 기준이라면서?"

"그래서 제일 먼저 도스가 스스로 모히칸이 되었다제."

"스스로라고!?"

"스스로 머리카락을 밀고, 남은 부분을 세워 모히칸이 된다. 모자씨의 윗부분을 통째로 뜯어내 모히칸을 부각시킨다.

도스인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윳쿠리들도 모히칸이란 도스의 최측근, 우수하고 느긋한 개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제."

"말문이 막히는군... 설마 스스로 모히칸이 되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엘리트들에겐 사냥 시 다른 윳쿠리들을 지휘할 권리를 주었다제. 즉, 간부들인 거라제."

"왜 다른 놈들이 그 모히칸 윳쿠리들을 절대적으로 따랐는지 알겠군. 그래서 너가 말한 사냥이란 뭐지?"

"약탈이라제. 다른 윳쿠리들의 무리나 도스의 무리, 근처를 지나가던 인간씨를 약탈한거라제."

"이번엔 내가 그 약탈의 희생자로군."

"약탈씨는 느긋할 수 있다제~? 다른 녀석들이 힘들여 모은 것을 우린 단 한번의 폭력으로 모두 가지는 거라제~?"

"인간 약탈자나 걱정하고 있을 때 윳쿠리 산적들이 생겨있을 줄이야..."

"약탈로 얻은 쇠로 된 무기로 인간씨들이 생각하는 형태의 사냥도 가능해졌다제. 토끼씨나 고양이씨, 강아지씨라던가."

"약탈로 얻은 무기로 힘을 키우고 그걸로 더 많은 먹잇감을 얻는다... 그게 백여마리는 되는 네 무리의 유지비결이었군."

"햣하하하하! 이게 바로 도스님의 위대함이라제! 인간씨는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것이라제!"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그 지식을 전수해준 것도 나와 같은 인간일텐데?"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제. 덕분에 이렇게나 거대한 무리를 꾸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제."

"하하... 살다 살다 윳쿠리들이 인간 상대로 산적질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그럼, 이젠 도스도 자러 가겠다제. 허튼 짓 하면 이 레미랴가 어떻게 될 지 알고 있는거제?"

"하나만 물어보지. 왜 이녀석들은 무리에 넣으려 하지 않지?"

"금뱃지를 단 녀석들은 인간씨들의 교육에 익숙해져서 도스의 무리엔 쓸모없다제. 도스의 무리에 금뱃지가 있을 자리따윈 없다제."

"결과적으로 이 아이들을 살려줄 생각은 없단 소리로군."

"햣하하하하! 결말은 기대해도 좋다제?"

 

도스는 그렇게 웃으며 내 시야가 닿지 않는 숲속 깊은 곳으로 잠들러 갔다.

빌어먹을... 뭔진 몰라도 낌새가 안좋아...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이면 좋지 않은 꼴이 될테고...

한쪽 발목이 덩굴에 묶인 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뇌에 빠졌다.

대체 이걸 어떻게 타파하면 되지...

그렇게 밤이 깊었을 때, 한마리의 마리사가 내게 다가왔다.

어지간하면 구별을 못하지만 그동안 봐온 게 있었는지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날 배신때린 그 게스놈이다.

 

"...뭐하러 왔냐?"

"비웃어주러 왔다제."

"그래 실컷 비웃어라. 너도 내 꼴이 우습겠지."

"당연히 우습다제! 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 지금 이게 무슨꼴이냐제! 크크크큭..."

"진짜 열받네..."

"망할 할아범은 위대한 무리에 들어간 승리자인 마리사님의 응응이나 먹으라제!"

 

그 게스 마리사는 내 앞에서 응응을 싸질렀다.

아오 이놈을 진짜... 레미랴랑 플랑이 인질로 잡히지만 않았어도 죽여버렸을거다.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그녀석은 내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해주었다.

 

"하찮은 패배자 할아범에게 데코레이션으로 이걸 응응에 올려주겠다제."

 

그렇게 말하고는 모자에서 무언갈 꺼내 자기가 싸지른 응응 위에 올려놨다.

...! 이녀석 언제 내 맥가이버칼을...!

 

"할아범이 마리사의 응응노예가 될 마지막 기회라제? 감사하라제?"

"너... 언제 이런 걸..."

"......이상한 윳쿠리 무리들이 몰려왔을 때 혹시 몰라 모자씨 속에 숨겨놨다제."

"너 설마..."

"이 이상 대화하면 의심 살거라제. 밤이 깊었어도 레미랴나 플랑의 눈이 많다제."

"...왜 이러는거지?"

"이 무리는 대단하다제. 지금껏 보지도 못했던 엄청나게 크고 다들 느긋한 무리라제. 하지만..."

"하지만?"

"이런저런 일이 많았어도, 귀찮아 하면서도 끝까지 마리사와 레이무를 챙겨준 할아범 곁이 제일 느긋할 뿐인 거라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냐."

"나머진 할아범에게 맡기겠다제. 할아범이 실패하면 마리사는 그냥 이 무리에서 살거라제."

"그래. 네놈 기대 저버리지 않으마."

 

돌아가던 마리사는 내 대답에 멈칫하더니 살짝 웃어보이고는 그렇게 자기가 새로 배정받은 보금자리로 갔다.

손은 자유롭다. 그러니 난 마리사의 응응을 손댈 수 있다.

그래. 지금 난 마리사의 응응노예다. 그럼 노예답게 굴어야지.

네 응응을 먹으면서, 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마.

자아... 이제 이걸로 어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