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문 사이로 희미하게 스며들어오는 아침햇살
내 눈꺼풀을 간지럽히는 그 따스함에 정신이 들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몽롱한 상태에서 길게 하품을 한 뒤, 기지개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발치에 놓여있는 수건엔 한마리의 성체 마리사와 식물형 임신으로 3마리의 새끼를 가진 성체 레이무가 곤히 자고 있다.
나는 가방을 열어 내가 가진 것들 중 없는 것이 없는지 확인해봤다.
그것이 끝나고 나는 테이블에 놓여진 잡초더미를 두마리의 윳쿠리 앞에 내려놓고 방문을 나섰다.
부스스한 몸을 이끌고 문을 열면 언제나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망한 세계.
문명이 소실되고 인류가 멸종되고 모든 것이 황폐해진 세계.
내 눈에 들어오는 일상은 어느새 그러한 멸망의 세계가 되었다.
멸망 이후의 세계, 아포칼립스.
그것이 이제 내가 살아가야 하는 세계이며, 나의 일상이다.
매일 아침 나는 깨어날 때마다 이 모든 것이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미 어제 한번 둘러봤었지만,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 수색하기로 했다.
어제 없었던 것이 오늘 있을 수도 있고, 어제 있었던 것이 오늘은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둘러보면서, 오늘 나아갈 길의 방향을 정했다.
나는 다시 아까전의 휴게실로 돌아와 수건에서 태평하게 침흘리며 자는 두 윳쿠리를 깨웠다.
"일어나, 짜샤들아. 아침이다."
"느느... 마리사는 느긋히 더 잘거라제..."
"레이무도 더 느긋하게 잘거야... 레이무가 느긋해야 아가야도 느긋하다구..."
"그럼 너네 아침밥은 없다."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잡초를 우걱대는 두 만쥬들
게으름을 피우기엔 식사의 소중함이 간절한 시대이니까 말이다.
뭐, 이녀석들은 그냥 식탐이 많은 것 뿐이지만.
그건 그렇고, 잡초라도 잘 먹어서 그런지 레이무의 새끼들도 어느새 튼실하게 자랐다.
이젠 더이상 열매의 형태가 아닌, 완전한 아기 윳쿠리 그 자체의 형상이다.
"느느? 아가야들이 곧 태어날 것 같다구?"
"정말이냐제? 느긋한 아가야들이 곧 태어나는 거냐제?"
"그럼 때가 됐군."
아직 현 상황이 습관이 덜 된건지, 마리사는 모자를 뒤집어 내려놔 아기들을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곧 줄기에서 떨어져 태어날 아가야들을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었다.
난 그 둘의 기대를 무심하게 짓밟고 세마리의 아기들이 달려있는 줄기를 통째로 꺾어냈다.
"느?"
"아, 아가야아아아아!?"
"뭐, 뭐하는 거냐제!? 망할 할아범이 손댈 아가야가 아니라ㅈ"
"약속"
놈들의 발악적인 말을 끊고 나는 단 한마디로 녀석들에게 한 약속을 상기시켰다.
완전한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기 전까지 모든 아가들은 내 식량이다.
팥소뇌라 종종 잊어먹지만 자주 상기만 시켜주면 금세 기억하는 두 윳쿠리는
아기를 잃는 분함 또는 불만을 생존을 위해서니까 라는 이유로 억제했다.
그거는 그래도 익숙해진건지, 보통은 모성이 강해 제일 반발이 심할 레이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알았다구. 인간씨는 빨리 아가야들을 먹어치우라고."
"말 안해도 그럴거다."
나는 통통하게 자란 아기 윳쿠리들을 하나씩 줄기에서 뜯어 그것들이 채 깨어나기 전에 먹어치웠다.
의식이 없을 때 먹어치우는 게 내가 저놈들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예의다.
마지막으로 새끼들이 달려있었던 줄기를 씹는다.
줄기를 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거 상당히 달고 부드럽다.
식감은 마치 부드러운 감자튀김 같은데 맛은 완전히 설탕이다.
아기 윳쿠리들은 이것마저 딱딱하다고 투정부리는건가. 하긴 그놈들 이빨이 엿이란 걸 생각하면 납득은 가지만.
그렇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나는 내 짐들 중 꺼내놨던 걸 도로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 중엔 녀석들의 화장실로 쓰라고 둔 손수건 사이즈의 천 한장도 있었다.
제법 묵직한 양의 팥소, 녀석들의 응응이 모여 있었다.
"근데 왜 할아범은 맨날 응응을 그렇게 챙겨두는 거냐제? 그건 응응이라제? 더럽다제?"
"이런 때엔 이런 더러운 응응도 어딘가엔 쓸모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거야. 말했잖아."
내 비상식이란 소린 절대 안한다. 알면 기어오를테니까.
응응을 모은다는 게 이녀석들은 이해가 안될 것이다. 하긴 나도 내 변을 뭉쳐다닌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더럽다.
하지만 이녀석들의 응응은 어디까지나 묵은 팥소에 불과하니 이만한 비상식도 없는 셈이다.
그러니 내 진의는 절대적으로 숨겨둔 채 나는 이것을 늘 챙겨놓는다.
마트의 문을 완전히 나서며,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태까지 지나쳐온 임시거처 중 가장 안락했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하루 이상 지내지 않는다. 그것이 내 생존철칙.
애시당초 마트의 외벽 상태가 위태위태한 것이 얼마 못가 무너질 것만 같다.
아무리 안락한 내부라도 건물채 무너지면 그냥 안락한 무덤에 불과하다.
더이상 지낼 곳이 되지 못한다.
"그럼 잘 있거라, 안락한 하룻밤을 선물해준 건물이여."
"하아... 마리사는 떠나고 싶지 않다제."
"하지만 마리사, 인간씨가 떠나는데 우리가 안 따라가면 우리도 살 방법이 없잖아."
"알고 있다제..."
"그래도 여기 참 느긋한 플레이스였는데, 여긴 윳쿠리 플레이스가 아닌거야?"
"건물 외벽의 금이 많이 가 있어. 머지않아 무너질 곳이라는 거지. 너네도 여길 무덤으로 삼긴 싫잖아?"
"그건 그렇다제"
"이 폐도시 내에 완전한 윳쿠리 플레이스는 없어. 모두 잠깐 지나가는 쉼터일 뿐이지."
그래... 여기 있는 모든 공간은 다 무너질 위험을 잠재하고 있다.
최소한 도시를 나가야 도피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의 숲속이든, 논밭의 흔적이라도 남은 평지든 뭐든간에
농경생활이 가능한 지역이 아니면 식량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콘크리트의 숲속에선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
한벌뿐인 옷이라도 청결히 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면 위험하다.
의식주 어느 하나 충족되지 않는 곳에서 무슨 느긋함이 있으랴
하루빨리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지만, 때때로 무너진 잔해가 산처럼 되어 있기도 하고
날 뒤따라오는 저 두 게스만쥬들 챙기느라 걸음도 자연히 느려진다.
그렇다고 저걸 들고 가자니 내 짐 무게도 썩 가볍진 않고, 저것들 버릇도 나빠진다.
서둘러서 가면 오히려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은 이 페이스로 천천히 나아가는 게 낫다.
반나절이 지나 찾아낸 오늘의 쉼터는 공사중이었던 듯한 빌딩이다.
상가로 쓸 예정이었는지 전체적으로 넓고 탁 트여있다.
벽 군데군데는 무너지고 바닥에도 구멍이 뚫린 곳이 있지만
창문을 달기 전이었는지 유리조각은 아예 없고 건물의 전체적인 상태도 전의 마트보다 양호하다.
단지 동서남북 모두 뻥 뚫려있어 불을 피우는 건 필수불가결이 되겠다.
계단을 통해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 건물 한가운데에 먼지나 돌조각들을 모았다.
불을 피우기 전 사전작업으로 화로를 만든 것이다. 조잡하지만 주변으로 불이 번지거나 하는 걸 막아줄거다.
아직 불이 붙지 않은 화로 옆엔 무너진 천장 일부분이 놓여 있었다.
다행히도 천장이 무너진 충격이 바닥까지 무너뜨리진 않은 모양이다.
천장이었던 돌조각을 의자 삼아 잠시 몸의 긴장을 풀기로 했다.
화로에서 약간 떨어트려 펼쳐놓은 수건엔 어느새 두 윳쿠리가 올라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하기야 윳쿠리한테 지금같은 생활은 체력적으로 벅차긴 하겠지.
난 다시 가방을 맨 채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수색을 시작했다.
저것들 먹일 잡초만이 아니라 불피울 땔감도 구해야겠다.
어느새 새까매졌다.
타오르는 화톳불만이 주변을 밝게 비추는 유일한 빛이다.
두 게스놈들은 내가 가져온 잡초를 그새 다 먹어치우고는 태평하게 잠들었다.
불꽃에서 은은하게 전해지는 온기가 따뜻해서 풀어진 모양이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본래라면 창가로 쓰였을 뻥 뚫린 외벽으로 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거 도시에선 별을 볼 수가 없었다. 밤중에도 찬란히 빛나는 불빛들이 우리의 시야를 가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별자리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별들이 빼곡하게 검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지상의 모든 빛들이 사라지고 나니, 그제서야 하늘이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마치 지상에 존재했던 모든 찬란함이 하늘로 올라간 것만 같이...
그렇게 사색에 빠지다 슬슬 자야겠다 생각했는데, 내 정면으로 무언가가 달려들었다.
...아니 잠깐, 여긴 2층인데 사람 머리로 달려드는게 가능해?
아, 그럼 저건 날아오는 거구나.
내 안면으로 날아오는 무언가는 외마디 소리를 내며 기어이 내 안면에 부딛혔다.
"우-☆"
무언가 익숙한 감각이 내 얼굴에 직격했다.
묵직하고 물렁한... 그렇다. 윳쿠리다.
안면을 강타한 윳쿠리 덕분에 나는 뒤로 넘어졌다.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나한테 들이박는거야?
난 엎어져 있는 내 안면에 아직도 달라붙어있는 그 덩어리를 집어들었다.
"아오씨! 뭐야!"
"우- 다행이다도-! 겨우 인간씨 찾았다도-!"
그것은 성체 레미랴였다.
누군가가 키운 애완윳쿠리였는지 머리장식엔 금색으로 반짝이는 뱃지가 보였다.
애완윳쿠리가 먼지투성이인 건 이런 폐허속에서 이상할 것도 없고, 말투가 저런 건 그냥 주인 취향이겠지.
그보다도 이것이 뭣때문에 나한테 들이박은건지가 문제다.
"너 윳쿠리 레미랴구만. 나한테 뭔 볼일있냐?"
"우, 우우-! 도와달라도-! 레미랴의 플랑이 위험하다도-!"
"플랑?"
"주인 언니야 덕분에 레미랴는 플랑이랑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았다도-.
하지만 어느날부턴가 언니야가 없어지고, 레미랴랑 플랑만 남아서 힘들게 살고 있었다도-."
갑자기 웬 신세한탄이야.
여튼 이녀석이 말하는 플랑은 아무래도 자기의 배우자인 모양이다.
"근데 노숙 윳쿠리들이 나타나서 레미랴랑 플랑을 위협했다도-!
레미랴는 아직 날 수 있지만 플랑은 날개를 다쳐서 날 수 없다도-!
일단은 플랑을 숨겨놓긴 했지만 이대로면 플랑이 위험하다도-!"
"넌 레미랴잖아. 그깟 윳쿠리 몇마리쯤이야 혼자 해치울 수 있지 않냐?"
"우... 애완 윳쿠리는 다른 윳쿠리를 함부로 해치면 안된다도- 그렇게 배웠다도-"
과연... 이녀석은 받은 교육때문에 다른 윳쿠리를 공격하는 법을 모르고
자기 배우자는 날 수 없어서 위험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어찌어찌 날 찾아온건가
지금같은 상황에서 윳쿠리를 더 부양하는 건 부담되는 일이다.
내가 구해야 할 잡초의 양이 두배로 늘어나고, 지금 있는 놈들이 포식종에게 대할 태도도 문제고.
하지만 그렇기엔 이녀석의 메리트가 크다.
첫째로 이녀석은 레미랴다. 다른 윳쿠리보다 밤에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 더군다나 비행도 가능하다.
둘째로 이녀석 금뱃지다. 그만큼의 개념과 지식이 있다는거다. 비행능력과 함께하면 내 정찰병이 되어 줄거다.
무엇보다, 레미랴와 플랑의 내용물은 만두다. 각각 고기만두와 야채만두.
지금까지 탄수화물만 처묵처묵하던 신세에서 드디어 단백질이 추가된다는 거다.
이녀석들의 새끼들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줄거다.
고기가 고팠는데 잘됐다.
도울 이유는 충분하다. 남은 건 행동뿐.
"위치를 알려줘. 내가 도우러 가지."
"우-! 고맙다도-!"
"대신, 상부상조다. 널 도우면 다음엔 날 도와줘."
"우? 알았다도-"
미리 이렇게 도와주는 것에 대한 답례를 약속받는다.
금뱃지라도 새끼를 식량으로 내주는 것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렇게 약속으로 묶어놓고, 또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면 결국엔 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손전등 하나만 챙겨 레미랴를 앞세워 밤길을 뛰어갔다.
레미랴의 안내를 받아서 간 곳은 임시거처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공원
공원 한가운데의 조각상 분수는 완전히 박살났고 물도 완전히 말라버렸다.
성한 의자가 없고, 공원을 둘러싼 벽들도 전부 무너져 내린 지 오래다.
하지만 식물이란 것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잡초는 더욱 무성하고 나무는 여전히 푸르르다.
그리고 내가 가자마자 풀숲 사이에서 뛰어서 도망쳐 나오는 윳쿠리 플랑 한마리가 있었다.
양 날개가 부러졌다. 저녀석이 이 레미랴가 말한 배우자 플랑인 모양이다.
그 뒤를 몇마리의 마리사와 레이무 무리가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맨 뒤, 그들을 지휘하는 것으로 보이는 윳쿠리 파츄리 한마리가 보였다.
"무큐큐큐큐, 저 약해빠진 플랑만 잡으면 더이상 무리를 위협할 건 없어요!"
"사, 살려줘요! 플랑은 착하게 살아왔어요! 여러분들을 해치지도 않아요!"
"무큐큐,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 포식종은 모두 위험하니까 제제! 인거예요!
무엇보다 플랑이 가진 금뱃지를 빼앗으면 내가 무리의 리더라는 걸 언제나 과시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약해빠진 플랑은 느긋하게 파츄리의 무리에게 죽는 거에요!"
"으아아앙! 누가 플랑을 살려주세요!"
"오냐 살려주러 납셨다."
레미랴와 함께, 플랑을 뒤쫓던 무리에게 손전등의 불빛을 비치며
마치 영웅과 같이 나타난 내가 있었다.
"플랑! 괜찮냐도-?"
"레, 레미랴! 다행이에요! 플랑, 잘 숨었지만 들켜서 꼼짝없이 끝인 줄 알았어요!"
"레미랴는 플랑을 보호하고 있어라. 저것들은 내가 처리하지."
"무, 무큐큐큐큐!? 어째서 인간씨가 이런 곳에?"
"느아아아아! 인간씨라제에에!!!"
"능야아아아! 눈부셔어어어어!!!"
"파, 파츄리의 무리는 인간씨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았어요? 조용하게 살고 있었어요?"
"너 아까 금뱃지를 뺏어서 니 지위를 확립하네 어쩌네 하지 않았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민피해인데?"
"무큐웃!? 어째서 인간씨가 파츄리의 속내를!?"
"니 입으로 다 떠벌렸거든 멍청아. 꿍꿍이는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입으로 내뱉으면 그게 안들키겠냐."
"호, 혹시 저 망할 플랑은 인간씨의 애완윳쿠리인건가요?"
"그 와중에 망할이란 수식어는 빼질 않는구나."
"무, 무큣! 제가 말실수를...!"
"뭐, 내가 주인인 건 아니지."
"그, 그럼 이건 인간씨하곤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파츄리는 무리의 안전을 위해 포식종을 제제! 할 뿐이라구요!"
"내가 주인이 아니어도 다른 인간의 소유를 건드리는 것 자체를 인간이 용납할 리 없잖아."
"무, 무큐..."
"게다가 아직까진 주인이 아닌거지, 이제부턴 내가 이녀석들 주인이거든."
"무큣!?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건 레미랴도 이해 못하겠다도-! 레미랴랑 플랑의 주인은 언니야다도-!"
"그거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해주지. 지금은 저 멍청이들의 상대부터 해야 하니까."
"어, 어이 리더! 빨리 명령을 내리라제! 무리가 다같이 모여 힘을 합치면 망할 인간따위 별 것 아니라며!"
"무, 무큣! 그런 소릴 지금 하면...!"
"오호라~? 너 그런 식으로 무리를 통합했구나?"
"무, 무큣! 오해라구요! 저 마리사가 게스라서 멋대로..."
"무슨 소리야? 레이무도 들었다고! 무리의 단!결! 이면 인간따위 별 것 아니라고 했잖아!'
"맞다제! 파츄리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제!"
"난 게스가 아니라제, 이 썩을 파츄리!"
"써, 썩을 파츄리라니 너 리더한테 무슨 막말을...!"
"아 네에 네에 니들끼리의 내분은 그쯤하세요."
"무큣!"
"뭐가 어찌됐든 난 너네들을 처분할 생각을 눈곱만큼도 물릴 생각이 없으니까."
"이, 인간씨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다제! 마리사가 제!제!해주겠다제!"
그렇게 외치고는 입에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달려드는 성체 마리사가 한마리.
그 나뭇가지를 신발로 톡 밀어넣어주니 입을 통해 그대로 관통되어선 널브러져 부들대고 있다.
뭐, 냅두면 알아서 죽겠지.
"느, 느아아아... 레이무의 멋진 마리사가아아아!"
"응 다음은 너."
아까전의 마리사와 부부관계인 듯한 레이무를 들어올린 뒤 공원 저편으로 스로잉!
분수의 잔해에 그대로 곤두박질쳐 산산히 뭉개졌다.
남은 놈들은 마리사 둘에 레이무 하나, 그리고 리더인 파츄리 하나
"레미랴, 플랑. 니들은 잠깐 멀리 가서 눈 감고 있어라. 여기서부턴 29세 미만 시청불가다"
밟거나 하진 않을거다. 만약에 몸에 윳쿠리를 죽인 흔적이 남으면
날 따라다니던 게스들이 자기들 이외의 윳쿠리의 존재에 의존하려고 날 떠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내 몸을 더럽히지 않게..."
마리사 한 놈의 두 눈을 뽑고 적당하게 땅바닥에 버렸다.
더이상 보이는 게 없으니 살아갈 수 없겠지.
남은 마리사 한 놈을 잡아 녀석의 음부를 간지럽혔다.
그러더니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페니페니를 크게 세우곤 부들대고 있다.
그리고 남은 레이무... 저 레이무는 눈을 뽑힌 마리사와 부부관계인 모양이다.
계속 눈 뽑인 마리사를 걱정하며 달래주고 있다.
다른 한 손에 그 레이무를 들고 페니페니가 한껏 발기한 마리사에게 강제로 박히게 했다.
마무마무가 아닌, 아냐루에 말이다.
"느아아아아! 레이무는 마리사의 아내야아아아! 마리사가 아니야아아아!"
둘 다 마리사종이니 레이무의 말에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간다.
추측은 가지만 굳이 구분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구분하면 재밌어지겠지.
나는 두 손에 힘을 꽉 주고 레이무가 자기 남편이 아닌 마리사에게 아냐루를 레이프당하게 만들고 있다.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장면을 눈이 뽑힌 마리사에게 들이댔다.
"어~이 거기 장님된 꼴사나운 마리사씨?"
"느아아앙! 아무것도 안보인다제에에!"
"그럼 입 닥치고 잘 들어보라고? 너의 사랑스런 허니가 너가 꼴사납게 장님이 되니
바로 다른 마리사랑 짝짜꿍하고 있다고? 그것도 아냐루 플레이로 신나게 즐기고 있다고?"
"느아아아! 아니야아아! 마리사! 레이무는 마리사를 버린 게 아니야아아아!"
"우호옷! 이 레이무 정말 영계라제! 마리사 정말 느긋하다제!"
"마리사 그만해! 레이무랑 아냐루플레이하는 거 그만... 느힛!?"
"우호호호홋! 사사사사사..."
"상쾌애애앳!"
"상쾌애애앳!"
설령 레이프라도 성체는 절정에서만큼은 행복한 얼굴로 가는구나
그보다 이 마리사는 부모중에 레이퍼 앨리스라도 있었는지 아주 절륜하구만
정자팥소를 싸낸 지 얼마나 됐다고 레이무가 줄기가 돋고 새끼들이 열매를 맺었다
난 구태여 그 새끼들을 눈이 없어진 마리사의 볼에 부벼댔다
"느껴지니? 느껴지지? 너의 레이무는 이제 다른 마리사의 아가야를 가진거란다."
"아,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부정해도 소용없다고? 이 아가야들 속에 너의 팥소는 없다고."
"아니야아...! 그럴 리가 없어...!"
"넌 버려진거야, 마리사! 눈알 하나 없는 꼴사나운 무능남편이라!!"
"아니라제에에에에!!! 마리사의 레이무가 그럴 리가 없어어어어어!!!"
"...그럼 본인한테 물어봐. 레이무. 이 마리사는 어때?"
"느히히... 이번 마리사는 전의 마리사보다 굉장하네... 레이무 굉장히 느긋하게 상쾌했어..."
하하, 이 레이무도 막장이구만
레이무의 발언에 충격을 먹었는지 눈알을 뽑힌 마리사는 그대로 비 윳쿠리증에 걸려버렸다.
"윳! 윳쿠리! 윳, 윳! 윳쿠, 윳쿠리!"
"이봐, 레이무. 저 마리사는 눈알도 없고 이젠 완전히 맛도 가버렸어."
"느느? 정말 그러네?"
"저 마리사가 정말 너의 남편이 맞아?"
"저딴 마리사 레이무의 남편이 될 자격따위 없다구! 이번 마리사가 훨씬 유능하다구!"
"제헤헤, 이 레이무, 전부터 탐났었는데, 망할 할아범이 도와준 덕분에 간단히 마리사의 것이 됐다구."
"오오? 그럼 내가 너흴 도와준거네? 느긋하게 해준거네?"
"제헤헤! 당연하지! 망할 할아범은 앞으로도 계속 마리사를 느긋하게 하라구! 지금 당장이면 돼!"
"맞아! 앞으로 아가야도 잔뜩일거니까 망할 할아범은 느긋하지 않게 힘내서 우릴 느긋하게 하라구!"
"그래, 바로 느긋하게 해주마."
난 그대로 레이무의 이마에 자란 줄기를 뽑아 아냐루와 페니페니로 이어진 두 윳쿠리를 꿰어버렸다.
"영원히 느긋하게 말이지."
꼬챙이에 꿰인 경단마냥 한심하게 죽어버린 두 윳쿠리를 혼자남은 파츄리 앞에 던져버렸다
손에 조금 묻은 팥소를 핥으며 파츄리에게 다가갔다
"호오? 넌 꽤나 근성있는 놈이구나? 그 와중에도 팥소를 토하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다니."
파츄리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안색이 파란 것이 영 상태가 안좋아 보인다
저것은 뿌꾹이 아니라 팥소를 토해 죽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모양새다
난 그놈을 들어 먼지를 털어내고는 팥소가 새지 않게 양손으로 부드럽게 쥐었다
"넌 꽤 대단한 놈이야. 이만큼의 충격에도 어떻게든 버티고, 지능도 썩 괜찮지."
"므극..."
"인간을 업신여긴 건 인간 입장에선 엿같은 일이지만, 무리를 통합하는덴 효율적인 것도 사실이지."
"므그윽..."
"그런 의미에서 넌 꽤나 훌륭한 리더였던거야. 단지..."
"므그..."
"나라는 재앙과 얽힌 게 최대의 미스였을 뿐이지...!"
"므..."
"너, 리더 일에만 열심히라 부부의 연같은 거 맺은 적 없지?"
"믓!'
얼굴을 붉힌다. 부정하는 기색이 없다. 정곡을 찌른 듯하다
무리를 이루는 윳쿠리들 중 그 무리의 리더는 무리를 이끄느라 정작 본인은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윳쿠리에게 무리를 이끄는 일이란 다른 데에 신경 쓸 여유
특히 배우자나 자식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이다
그 낮은 지능으로 똑같이 낮은 지능의 것들을 통솔하려니 힘들겠지
"보아하니 키스조차 해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므그..."
아직도 팥소를 토하지 않는 데에 열중하면서도 표정만으로 보여주는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어차피 배도 고프고, 나도 여자랑 연이 없었고, 옛날같지 않은 학대심이랄까, 뭔가 이렇게 끝내주고 싶었다.
"난 널 죽일거지만, 최소한 황홀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지."
난 그 파츄리와 입을 맞췄다
그 입속에 혀를 파고들었고, 그 틈새를 벌리자마자 연인들이 하듯 진한 키스를 선사해줬다
그리고 키스를 하면서, 양손으로 녀석을 서서히 눌러 속의 내용물을 짜내 내 입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렇게 나는 윳쿠리 파츄리와 프렌치키스를 하면서 파츄리의 생크림을 빨아먹었다
배불러서 반쯤 먹고는 파츄리의 입에서 입을 뗐다. 녀석의 표정을 보니 내장인 팥소를 먹힌 녀석의 표정이 아니다.
어딘가 애절한 듯한, 그리고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 첫경험을 한 듯한 여인의 표정같았다.
"이만큼이나 빨렸으니 너도 오래는 못가겠지."
"무큐우..."
"곧 죽을 너에게 한가지 알려주지. 넌 썩 똑똑한 녀석이니 이해할 것 같거든."
"무큐우...?"
"지금 너의 무리처럼 인간의 무리도 멸망했어. 서로 싸우다가 말이지."
"무... 무큐우...?"
"그 싸움의 여파로 대부분의 윳쿠리도 종이나 신분 상관없이 죽어나갔는데 말이지..."
"무큐..."
"넌 작지만 혼자도 아닌 무리를 보존시켰어. 네가 썩 유능한 리더였단 증거다."
"...!"
"확실히 말하지. 넌 유능하다. 나와 다르게 만났다면 동료로 삼았을지도 모를 정도로."
"..."
"그러니 이제 편히 쉬어라. 수고했어."
"...무, 무큐우..."
"이제 여긴 윳쿠리나 인간에게나 지옥이다. 넌 네 할일을 다 하고 안식을 얻는거야. 이제 편히 쉬어라."
"뀨우우..."
그렇게 게스성향은 있었지만 내가 유능하다 인정한 파츄리는 부드럽게 눈을 감았다
눈앞에서 무리가 학살당하고, 자기 자신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죽게 됐지만,
그런 것 치곤 평안한 얼굴로 숨을 거뒀다. 뭐랄까... 그래, 느긋한 얼굴로 떠났다... 고 해야 하려나.
나도 참 물렁해졌구만. 윳쿠리 상대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이런 행동이나 하다니...
이젠 학대파 오니이상 타이틀도 버려야겠구만.
머리를 긁적이다 이제서야 아까전의 금뱃지 포식종 두마리가 생각났다.
가까운 풀숲을 들춰보니 거기서 부들부들 떨며 숨어있었다.
"괜찮냐?"
"괘, 괜찮다도..."
"구, 구해줘서 고마워요, 오빠야..."
"따라와라. 너희끼린 위험해. 내가 있는 곳으로 가자."
날개가 부러지고, 얕지만 상처입은 플랑을 안은 채, 레미랴와 함께 아직 불이 환하게 타오르는 건물로 들어갔다.
가방에서 수건 한장을 더 꺼내 바닥에 깔고, 플랑과 레미랴를 거기에 앉혔다.
금뱃지씩이나 달았으면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것에 대한 설명은, 화톳불이 전해주는 따뜻한 온기 속에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든 두 녀석에게는
조금 나중에 해주도록 하자.
나 역시 지친 몸을 불 옆에 뉘이고, 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서서히 잠들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아까 그 키스, 나도 퍼스트 키스잖아?
옛날 같았으면 이불킥 각이었겠지만 지금은 이불이 없으니 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