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12.21 13:27

이기적으로 이타적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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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겨울이 다가온다는걸 말해주려는듯 서리가 낀 낙엽이 딱 봐도 부자연스럽다 싶은 흙으로 된 작은 언덕을 슬쩍 가리고 있다. 그 낙엽 너머에는 딱 봐도 부자연스럽다 싶은 나무젓가락으로 된 문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모두가 예상했을 평범한 산윳쿠리 가족이 있었다.

 

"아가야들. 아빠가 할말이 있다제."

아기윳과 자신의 반려인 레이무를 불러모은 아비 마리사는 무게를 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밥씨가..모자르다제."

"뉴읏?!"

"밥쯰가 모자랴?!"

"그게 무슨말이냐구?"

다들 놀라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비 마리사는 다시금 무거운 톤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겨울을 보내기에는 밥씨가 부족하다는 뜻이라제...."

확실히. 창고에 있는 식량은 4마리 가족이 겨울을 보내기에는 다소 모자라보였다.

"그..그러면 빨리 사냥을 해오라구?"

"힘들다제..."

 

사냥을 도맡아 해오고 있는 마리사가 그렇다면 그런것이다. 요 근래 해가 떠있을 시간이면 추위도 버텨내며 계속 사냥해왔는데 그런 마리사가 해온 말이라면 사실일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반려 레이무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래서 결단 했다제.. 마리사가... 그러니까.. 입을 하나라도 줄이면 되는거라제.. 그렇지만. 팥소같은 마리사의 가족을 내버릴수는 없다제! 그래서 마리사를.. 먹으세요!"

 

마리사가 쩍 하고 갈라졌다.

 

"느아아아앙!!"

"파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흑..느흑..."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비 마리사의 시체를 보며 가족은 서럽게 울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장녀 마리사가 이제 슬슬 아이윳이라고 해도 될만한 덩치가 되었을 즈음이였다.

결계를 지켜주고 있던 낙엽은 바람에 날아간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아직 결계 본체인 나무젓가락은 잘 버텨주고 있었다.

 

"오늘도 맛없는 낙엽씨인거라구..."

어미 레이무가 작은소리로 한탄했다 산윳이라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식량이지만. 달디 단 마리사의 시체를 맛본 가족에게는 맛없는 식량이 되버린것이다. 하지만 어쩔수 있겠는가. 굶어죽지 않으려면 먹어야만 했다.

 

"우걱..우걱... 불행..."

"마덥쪄.."

식사를 하던 윳쿠리들. 하지만 갑자기 무언가 맛난 냄새를 맡았다

"늣?!"

"이게 뭐냐제에..?"

침을 흘리며 결계쪽으로 나아가는 아이윳들

 

"잠깐!"

하지만 어미 레이무가 막았다.

"아가야들! 밖은 위험하다구! 날씨는 춥고! 어두워서 길씨를 잘 모르고! 레미랴까지 돌아다니는거라구!! 엄마야가 나가서 맛난걸 들고 올테니까 아가야들은 기다리고 있는거라구! 그리고... 마리사!"

"늣!"

"엄마야는 위험한곳에 가는거라구. 그러니까 만약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마리사가 여동생을 돌봐줘야 하는거라구.. 알겠냐구?"

"엄마야..."

"위허마면 가찌먀아아아!!"

"안된다구. 아가야들에게 맛난걸 먹여줄거라구..! 마리사. 알았냐구?! 절대로 나오지 말고 엄마를 기다리는거라구. 안오면 마리사가 가!장!인거라구!"

"아..알았다제에.."

 

엄마 레이무는 비장한 표정으로 결계를 치우고 문을 나선다음 꼭 꼭 결계를 닫았다

"다녀오겠다구!!"

 

그게 엄마 레이무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5분쯤 지난 후에 "느꺄아아아아!! 레이무가 쥬거버려어어어!! 그망뎌어어어!! " 라는 비명소리가 들려온걸 뺀다면 말이다. 

 

아이 마리사는 그 비명소리를 듣고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자신이 여동생을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춥다규..."

이제 막내 레이무도 슬슬 어린아이의 말투가 반쯤은 빠진 시기가 되었다 

다행히도 맛이 없다는것만 빼면 식량은 어느정도 풍족할 정도여서인지 언니 마리사도 제법 덩치가 불었다.

식량은 아직 많았지만. 언니 마리사는 불안했다. 겨울이 끝날때까지 이걸로 충분한걸까. 언니 마리사도 겨울을 보낸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니까. 아비 마리사도. 어미 레이무도 겨울이 얼마나 긴지 말해준적 없었다. 한낫 산윳에게 말해준들 이해도 못했겠지만. 때문에 풍족한 식량을 앞에 두고서도 불안해할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동생 레이무가 덩치가 불면서 먹는것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 원래대로라면 부모가 식사량을 제안했겠지만 언니 마리사가 오냐오냐 해주는 바람에 동생 레이무는 사실 나이에 비해선 비만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기를 키워본적 없는 레이무로써는 이게 당연해보였다.  

 

 

"느우우 춥다제..."

언니 마리사는 몇번인가 밖에 나가서 사냥을 시도했다.

수확이라고는 나뭇잎 몇장이 전부지만 없는것보다는 나았다. 삼한 사온이라고 했던가. 일주일에 반정도는 그래도 잠깐정도는 사냥해볼만한 날씨였다. 나머지 반은 틀어박혀있어야 했지만.

 

"레이무. 내일은 함께 사냥 가보지 않겠냐제?"

"사냥씌?"

"그렇다제. 바깥은 생각보다 안전했다제. 잠깐만 나가는건 별 문제가 없었다제. 레이무도 집안에만 있는것보다는 잠깐이라도 나가서 뛰노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라제."

"느으읏.. 아라따구.. 언뉘야의 말이면 믿게따구."

 

레이무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언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자아. 레이무. 이렇게 눈 밑을 잘 뒤지면 나뭇잎씨가 있다제 가끔 운이 좋으면 벌레씨도 있다제!"

"느와아 대다내!"

 

며칠간 독학한 사냥 비법을 전수해 주는 언니 마리사. 비록 크나 큰 덩치로 뒤뚱거리긴 하지만 좋아라 하며 따르는 모습은 단란한 자매의 모습이였다.

"이렇케 하는거네 이로케!"

사이좋게 맛없는 나뭇잎이나마 꺼내어 배를 채우며 기뻐하는 자매. 

하지만..

 

"끼루룻..! 끼루루룻!!"

자매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느아아앗?! 고..고양이씨라제!!"

윳쿠리의 천적중 하나인 고양이였다. 칠흑같은 시커먼 고양이는 오직 네 발만 새하얀 털을 가지고 있었다.

 

"느으으으읏!! 마리사가 막겠다제!! 레이무는 어서 집으로 들어가는거라제!!"

언니 마리사가 나섰다. 입에는 아비 마리사의 유품인 나뭇가지를 물고. 당당하게 고양이를 향해 맞선것이다.

"언뉘야아아!! 가치가아아아!!"

"씨끄럽다제! 곧 따라갈테니까 가라......!"

"캬아아앙!!"

"느꺄아아아아!!"

하지만 그 말을 마치지도 못한채 언니 마리사는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언니 마리사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막내 레이무는 하루종일 울며 슬퍼했다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날씨가 따듯해지고 개구리들이 기어나오며 죽은것만 같았던 나무에서 새 순이 돋는 시기가 왔다. 봄이 온것이다.

 

"이게..봄..씨?"

늦가을 내지 초겨울에 태어났던 레이무는 처음 보는 봄이다. 언니 마리사도 보진 못했었지만.

"이제..나가도 되겠다구..?"

어느덧 아기 말투도 사라진. 이제 성윳이라고 해도 믿을수 있는 레이무는 결계를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4마리 분의 겨울식량을 다 쳐먹은 나머지 너무 살이 뒤룩뒤룩 쪄서 이제는 결계를 살짝 열고 나가는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이 봐왔던 세계와는 다른. 새롭게 태어나려는 생명이 가득한 숲을 보며 레이무는 놀라움에 젖었다. 

그때였다

 

"옴먀아아아아!! 어디쪄어어어어!!!"

아기윳쿠리의 목소리였다.

 

막내 레이무가 큰 덩치를 이끌고 가보니 아기 마리사 하나가 울고 있었다 아마 겨울동안 상쾌욕구를 꾹 꾹 참고 그나마 아이를 키울만한 봄에 낳은 현명한 부부의 아이이리라.

"왜그러냐구우..?

"온뉘야아아아 마리쨔의 파퍄와 마먀를 이러버려쪄어어어어!!"

부모를 잃어버린 모양이였다

"괜찮다구. 레이무랑 함께 찾는거라구."

"뎡먈?!"

"물론이라구!"

 

사랑과 희생으로 자라서일까. 막내 레이무는 그 덩치와는 다르게 마음씨 하나만은 따듯하게 자란듯 했다.

 

하지만 아기 마리사의 부모찾기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버렸다 

"늣헥..늣헤에엑.. 물씨좀 먹고 오겠다구.."

"늇.. 뉴규타게 기다리께!"

너무 덩치가 크고 운동부족인 탓에 지치는게 당연하리라. 아기 마리사보다도 금방 지치는 모습은 한심하지만.

막내 레이무는 근처에 물소리 들리는 곳을 향해 뒤뚱거리며 내려갔다

 

 

"늇? 유꾸리가 아니라졔? 누규냐규?! 레-뮤는 레-뮤야! 오쨰뜐 뉴규타게 이쯔랴쪠!"

갑자기 나타난 상대를 향해 인사를 하는 아기 마리사

"끼루우우우웃...!꺄릉..꺄르르릉...!"​

하지만 상대는 채터링 소리로 응답할 뿐이였다. 상대는 고양이였던 것이다. 막내 레이무의 언니였던 마리사를 죽였던 바로 그 고양이.

"뉴우웃,,,?!"

"크아아앙!!"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마리사따윈 고양이의 한입거리. 하지만

"이 게쓰가아아아아아!!"

막내 레이무가 그 덩치로는 믿지 못할속도로 달려와 고양이에게 몸통박치기를 했다.

"크냐아아아앙...!"

"레이무의.. 소중한..!!"

고양이에게도 지지 않을법한 덩치의 막내 레이무와 고양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기 마리사는 겁에 질려 레이무를 버리고 도망쳐 버렸다.

 

 

 

"요기랴쪠...."

"마리사가 확인해 보겠다제."

온몸에 상처가 나 있지만 강렬한 눈빛을 가진. 베테랑 산윳쿠리라는걸 온몸으로 표현한듯한 마리사.

아기 마리사의 아비인 마리사는 나름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살금살금 다가갔지만

 

"이건..심하다제..."

한때 이 팥소쪼가리들이 덩치 큰 윳쿠리였음을 알려주는듯한 리본빼고는 팥소쪼가리와 눈깔 하나가 터진채로 굴러다닐 뿐이였다

 

"아가야를 목숨바쳐 지켜준거라제.. 고맙다제...."

"정말로 고맙다구.."

 

아기 마리사의 부모 윳쿠리 둘은 눈물을 흘리며 한때 막내 레이무였던 잔해에 감사를 표했다

이타적인 가족의 최후다운 일이였다.

 

 

 

 

.....

 

 

.....

 

 

아비 마리사는 자기 희생따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아직 주변에는 먹을거리가 제법 남아있었기에 사냥만 열심히 한다면 가족이 겨울을 보낼정도는 충분히 모을수 있었으리라. ​

 

아비 마리사는  그저 계속된 노동에 지쳐서 자신의 노고를 가족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이제 좀 자란 아기윳과 반려가 자신의 노동을 나눠 해주기를 바랬을 뿐이였다 그래서 그저 자살소동 비슷한걸 해보려고 했을 뿐이였다 

"먹으세요!를 하려고 결심한거라제.."

라고 하면 반려와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말리겠지. 뭐 그런 생각. 

하지만 먹으세요라는 말을 하자 마자 자신의 몸이 쪼개질줄은 꿈에도 몰랐다

때문에 아비 마리사는 산채로 가족에게 파먹히며 중추팥소를 갉혀먹힐때까지 가족을 원망하고 욕하며 죽어갔다

 

 

어미 레이무는 자식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게 아니였다

겨울이라고 해도 잠깐 나갔다 오는건 성체윳쿠리에겐 위험한일이 아니였다.  레미랴는 겨울에 산을 기웃거리지 않았다. 어차피 윳쿠리들이 다 집안에 틀어박혀있는데 뭐하러 산을 날아다니겠는가. 도시의 길윳을 노리고 말지 산을 기웃거리는건 바보짓이였기에 겨울산에 레미랴는 거의 없었다.

그럼 무엇때문에 어미 레이무가 나선것이였을까?

 

어미 레이무는 독차지 하고 싶었던것이다. 맛난 냄새가 나는 맛난 밥씨를. 나가서 실컷 쳐먹은다음 쥐꼬리만큼만 집안에 가져와도 충분히 영웅노릇을 할수 있을테니까.

다만 어미 레이무가 생각하지 못했던게 좀 있었다.

그 맛있는 냄새가 나는 맛난 밥씨가 인간이 가져온 통조림이였다는 사실과 그걸 실컷 쳐먹고 있을때 잠깐 오줌을 싸고 돌아온 등산객이 자신의 먹을거릴 쳐먹고 있는 윳쿠리에게 무슨짓을 할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언니 마리사는 동생 레이무는 동생 마리사를 위해 희생한게 아니였다.

반대였다. 언니 마리사는 소중한 식량을 먹어치우고 있는 동생 레이무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살윳은 안된다. 그렇다면 자기 손으로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며칠간 산을 찾아온 언니 마리사는 알게 된것이다. 집 주변에 겨울을 보내는 들고양이가 있다는것을.

그래서 여동생을 그쪽으로 유인했다. 그러면 고양이가 나올것이고. 고양이는 언니 마리사와 동생 레이무중 레이무를 죽일것이다. 왜냐하면 마리사는 자신이 무기를 들고 있으니 고양이가 자신을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할것이고 도망치며 등을 보인 동생 레이무를 노리는게 쉬울것이라고 생각한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 고양이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윳쿠리나 도망치고 있던 윳쿠리나 둘다 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냥 가까이 있던 마리사부터 죽여버린것이고 고양이는 마리사만으로도 배가 부를것이라 생각하여 동생을 쫒지 않았을 뿐이다

 

 

 

막내 레이무는 아기 마리사를 지키려고 했다. 이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막내 레이무는 어린시절 먹었던 아비 마리사의 달콤함을 잊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덩치가 커지고 자신보다 훨씬 약한 아기 마리사를 보자 그 달콤함이 다시 머리를 꽉 채운것이다. 하지만 레이무는 너무 덩치가 크고 느려서 도망치는 아기윳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아기 마리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여 잡아먹으려 했었던것이다. 막내 레이무의 싸움은 자신의 소중한 달콤달콤을 지키려는 행동이였을 뿐이다 식탐 때문에 자신의 천적에게 덤벼들정도로 막내 레이무는 멍청했지만 그 멍청함 덕분에 아기 마리사는 살수 있었다.

 

 

이타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참으로 이기적인 가족이 최후를 맞이했다.

 

 

 

-------------------------------

 

사실 겨울나기 시작할 즈음에 새끼를 낳았다는 자체가 사망 플래그.

 

  • ?
    령아 2016.12.22 10:18
    오우...명작
  • profile
    심심한인간 2016.12.22 10:18
    와 윳쿠리 다워
  • ?
    느구우 2016.12.22 10:18
    이기적이기에는 넘나 무능한 것...
  • ?
    chobit 2016.12.22 10:18
    예전에 번역이었던걸로 기억나는 한 단편이 생각나네요.
    자기를 희생해서 막내를 살렸지만 실은 빨리 이 지옥을 벗어나고싶었고 막내도 그걸알고 왜 자기를 무책임하게 끝까지 남겼느냐고 울부짖는 그런 내용으로 기억해요
  • ?
    LIM0301 2016.12.22 10:18
    아 그거...
    명작이죠. 다 읽고나니 여운이 남더군요.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 ?
    느구우 2016.12.22 10:18
    anko9164) 레이뮤가 마지막
    요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 ?
    건달바 2017.12.16 23:50
    오웆... 무시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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