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의 직후부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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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츄리! 파츄리! 왜 그래?”
순찰을 도는 동안 고심해서 어떻게 말을 꺼낼지에 대해 대강 정했지만, 격납고에 들어서자 마자 남자는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말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파츄리의 상태가 이상했던 것이다.
“무...무큐우..
얼굴이 - 윳쿠리에게는 전신이지만 - 발갛게 달아올라,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며 신음한다.
“대체... 파츄리! 파츄리!”
방사선이 윳쿠리에게 아무 해가 없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확인된 상태이다. 약 3년간 이 시설을 가동하는 동안에도 이상 징후를 보인 윳쿠리는 한 마리도 없었다.
“이런... 어이, 파츄리!”
파츄리 종은 다른 윳쿠리들 보다 몸이 약하다. 남자는 얼마 전 읽었던 윳쿠리 관련 서적의 내용을 떠올렸다. 게다가 파츄리는 이질적일 정도로 지능이 높은 개체다. 어쩌면 신체 구조도 다른 윳쿠리들과는 다를 지도 모른다. 애초에 윳쿠리란 존재는 상식이나 과학과는 아예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무... 무큐우... 이, 인간씨...”
“그, 그래! 파츄리, 괜찮아?”
“무큐우...”
초점이 맞지 않는 멍한 눈으로 리더를 바라보며,
“무큐우... 아무래도 파츄리 발정해버린 것 같다구요...”
파츄리는 그렇게 말했다.
“...”
윳쿠리는, 진동에 의해 발정한다.
남자는 얼마 전 읽었던 윳쿠리 관련 서적의 내용을 떠올렸다.
“...”
“무큐우...”
“아- 그, 그래. 뭐, 생리 작용이니, 어쩔 수 없지. 사람도 생명의 위기를 겪고 나면 성욕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그...”
“무큐...”
일단은 안도했지만, 왠지 모르게 뻘쭘해져서 횡설수설하게 된다. 파츄리는 남자의 횡설수설에 대꾸하지 않고 발갛게 물든 몸을 이끌고 서서히 리더 쪽으로 다가갔다.
“그, 그래서, 파츄리, 내가 뭔가 도와 줄 거라도 있어? 잠깐, 너 눈빛이 좀 위험해보이는데? 잠깐, 잠깐, 워, 파츄리, 일단 멈춰봐. 저기, 읏... 다, 다가오지마...!”
“무큐우... 입 다물고 얌전히 있으면 되는거라구요...”
어쩐지 성범죄자가 할 것 같은 말을 남기고, 파츄리는 리더의 옆쪽으로 사라졌다. 리더에 달린 전/후방 카메라로는 볼 수 없는 사각지대다. 파츄리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 불안해서, 남자는 격납고 내부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리더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달려 있는 것이지만, 리더가 외부 손상을 입을 일은 없기에 그다지 쓴 적은 없다.
“무큐우... 리더의 몸... 뜨겁다구요...”
“이... 이상한 소리 하지마... 모터 구동열이 남아있는거라고...”
“무큐...”
파츄리는 리더의 옆에 몸체를 가져다 대 비비기 시작했다. 그것이 윳쿠리의 번식행위라는 것은 남자도 알고 있었다.
“음... 그... 나도 도와줄게.”
남자는 리더를 조종하는 조이스틱을 앞뒤로 살살 움직였다. 남자의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리더도 앞뒤로 조금씩 움직여 파츄리의 뺨을 문지른다.
“무... 무큐우우우...”
“...”
“리더... 딱딱하다구요...”
“아니아니아니아니, 그 뭐냐, 방사능을 차폐하는데는 납이 제일 효과적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사실 납은 금속 중에서는 그리 경도가 높은 편도 아니야. 물론 윳쿠리의 몸에 비하면 딱딱하지만 말이다.”
횡설수설하는 것이 멈춰지질 않는다. 파츄리는 어리광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몸통을 리더에게 더욱 밀착시켜온다. 평소에는 새침하게 굴던 만큼, 그 모습은 심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히...히익!?”
“...응?”
홀린 듯 모니터 너머의 파츄리를 바라보던 남자는 등 뒤에서 들려온 작은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대, 대체...”
“아, 너였냐?”
회사 후배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김이 나는 종이컵을 들고 있다. 철야 근무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려 한 모양이다.
“오, 고마워. 안 그래도 엄청 졸렸는데... 뭐 이것만 마치면 퇴근할거지만.”
“퇴, 퇴근하기 전에 항상... 그걸... 하는 건가요...?”
“뭐...?”
경악, 그리고 숨길 수 없는 혐오가 후배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잠시 눈쌀을 찌푸리며 후배를 바라보던 남자는, 곧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했다.
자신은 시설 내부 관찰용 로봇에 몸을 부비는 발정난 윳쿠리를 화면으로 바라보며 조이스틱을 쥔 오른손을 가랑이 사이에서 - 조이스틱 본체가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양 다리로 고정 시켜 놓았다 - 앞뒤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니야! 내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건 조이스틱이다!”
“그런건 알고 있다구요! 그리고 변명을 하기 전에 일단 손을 멈춰!”
“아니야! 아니라고! 물론 조이스틱이 속어로 그런 뜻이 있는 건 맞지만, 내가 쥐고 있는 건 문자 그대로의 조이스틱이라고!”
“무, 문자 그대로 라니... 조...조이는 기쁨... 스틱은 막대기... 즉...”
“아, 아니야! 진정하고 내 말을...”
“저는 진정하고 있어요! 선배나 진정... 꺄아아아아아아아!! 저리 가아아아아아!!”
“으앗 뜨거!”
새파랗게 질려 조이스틱에서 뗀 오른손을 후배를 향해 내밀자, 후배는 남자의 오른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끼얹고 부리나케 달아났다.
“아니야... 아니라고...”
무엇이 아닌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패닉 상태였지만, 어쨌든 후배가 생각하는 그것만은 아니다. 사표... 명예 퇴직은 근속 몇 년부터 신청 가능하더라...? 자신도 모르게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남자는 몸을 떨었다.
“사...상쾌...!”
화끈거리는 오른손을 부들거리며 망연히 서 있는 남자의 뒤로, 파츄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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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큐, 이곳에 대해 설명해 달라구요.”
“...”
파츄리는 완전히 침착해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소위 말하는 현자타임이다.
“파츄리...”
물론 설명해줄 생각이다. 좀 전에 순찰을 돌면서도 계속해서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남자는 반드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방금 너를 상쾌하게 해주기 위해, 나는 나 자신도 잘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을 잃었다. 그것만은... 알아다오...”
“무큐?”
리더의 그려넣은 웃는 얼굴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비장감이 서린 남자의 말을 - 파츄리는 코웃음치며 흘려 넘겼다.
“무큐훙, 겨우 상쾌 한 번 가지고 그렇게 째째하게 굴지 말라구요. 닳는 것도 아니라구요?”
“너... 너무해...!”
침대에 걸터 앉아 담배라도 하나 물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말투였다.
“거기다가 인간씨를 어떻게 한 것도 아니라구요? 리더는, 인간씨의... 무큐... 그... 무큥?”
리더가 인간씨에 의해 조종되는 무언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무언가’에 해당하는 단어는 알지 못한다. 파츄리는 좌우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려 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이건 로봇이라고 해.”
“무큐, 로봇씨인거네요.”
“음. 아, 이것의 이름이 ‘로봇’인건 아니야. ‘로봇’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종하는 기계를 말하는 거야. 이것 말고도 다른 로봇들이 많이 있어.”
“무큐, 파츄리는 파츄리지만 파츄리의 이름은 파츄리가 아니라 파츄리인 것과 같은거네요.”
“아... 음, 그렇지.”
역시 이 녀석은 기이할 정도로 지능이 높다고, 또 다시 남자는 생각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추상적’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를 뿐, 추상적 개념과 범주를 비유를 통해 파악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있을 만한 생물이 아니다. 아니, 있어서는 안된다.
이 역시 몇 번이고 되뇌어온 생각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무큐? 왜 그러냐구요?”
“아... 그, 뭐랄까...”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린 남자에게 파츄리가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미안하다는 말이 목구멍을 간지럽히고 있었지만, 남자는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무큐후... 됐다구요.”
“...뭐?”
잠시 남자의 말을 기다리던 파츄리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파츄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남자는 멍한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인간씨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거네요. 인간씨가 파츄리를 여기에 집어 넣은 건 아니잖아요?”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인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파츄리의 표정도 목소리도 모두 쓰디 쓴 무언가를 간신히 삼키는 듯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남자는 그 말에 조금은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그래... 그건 그렇지만.”
파츄리의 말 대로, 남자의 잘못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남자는 그저 이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시설에 투입하기 전에 윳쿠리들의 지능을 검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지만, 그것 역시 넌센스다. 윳쿠리 중 이 파츄리처럼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진 개체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순간, 윳쿠리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중단 될 수 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윳쿠리에 관련된 모든 행위는 윳쿠리 중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진 개체는 있을 수 없다는 - 최소한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미미한 확률이라는 - 확신 하에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것은 ‘불운’이라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남자는 여전히 입을 뗄 수 없었다.
“그... 뭐냐, 내가 널 느긋하게 해 줄게.”
자신도 모르게 한 말이었지만, 의외로 그것은 정확히 남자가 하고 싶던 말이었다. 자신이 탓은 아니니 사과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변명할 만큼 뻔뻔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파츄리를 그저 내버려 두기에는, 가슴이 너무 아팠으니까.
“네가 말했던 대로, 여기에는 윳쿠리를 투입하기 위한 통로가 있으니까. 너무 크거나 무거운게 아니면 가져다 줄 수 있어. 그래, 책이나 간식 정도는 문제 없지. 아, 그러고 보니 글자는 읽을 수 있나? 혹시 읽을 수 없으면 내가 가르쳐 줄게. 그러면 책을 읽을 수 있지. 전자 기기는 방사선 때문에 무리고... 음, 역시 책 밖에 없나... 일단 이 ‘리더’처럼 납으로 싸버리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이건 잘 모르겠네. 한 번 동료한테 물어볼게. 으음... 한 번 여기 왔던 걸 밖으로 내보낼 순 없으니, 한 번 읽은 건 이 시설에서 처리하게 버릴 수 밖에 없구만... 아니, 아니, 괜찮아. 책 정도야 얼마든지 사 줄 수 있어. 요즘은 책도 좀 비싸긴 하지만 컬러 사진 같은게 들어간게 아니면 뭐... 아니, 정말로 부담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이래뵈도 연봉은 꽤 높다고. 솔직히 슬슬 취미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 하던 참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너한테 뭔가 해주는걸 취미삼아 하겠다는 건 아니야. 절대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확실히 책임감을 가지고, 너를...”
어느새인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파츄리를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뭐, 여튼, 내가 가능한 범위내에서는, 최대한 네가 느긋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지. 음.”
왠지 겸연쩍어져서 황급히 말을 끝맺긴 했지만, 자신의 진심은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큐훙-”
그러나 파츄리는 남자의 말에 다시 한 번 코웃음으로 대답했다.
“대체 뭐냐구요? 상쾌-한번에 파츄리의 짝이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냐구요? 솔직히 말해 부담스럽다구요? 파츄리 아직 결혼 같은 건 생각해 본 적 없다구요? 무큐훙!”
“...”
정말로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는 표정이었다면 조금 욱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신 코웃음을 흥흥 치고 있음에도, 파츄리의 표정은 여지껏 보여준 적 없는 환한 미소였다.
“흥...”
남자도 파츄리를 따라하듯, 피식 코웃음을 치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참 나... 너 같은걸 구해주는게 아니었어.”
농담삼아 툭 던져 놓고, 남자는 자신의 말에 움찔했다. 파츄리를 최대한 느긋하게 해준다고 결심했지만, 그것에 대해 파츄리가 부채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무큐훙? 누가 파츄리를 구해준거냐구요? 파츄리는 전부 스스로 알아내서, 인간씨는 모르는 사이에 여기 들어와 있던 거라구요?”
다행히 파츄리는 또 한번의 코웃음과 함께 남자의 실언을 시원하게 흘려 보낸다. 파츄리의 말 그대로기에 대답할 말도 없다.
“흥... 몰라, 이제 집에 갈랜다... 가서 자야겠어...”
그렇게 말하고 보니 새삼 피로가 몰려온다. 남자는 크게 하품을 했다.
“아... 진짜 자야겠다. 파츄리, 내일 보자.”
“무...큐. 그렇네요. 내일 보는 거네요, 인간씨.”
다시 한 번 늘어지는 하품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그리고 격납고에 침묵이 찾아왔다. 리더의 구동음도 없고, 분쇄기는 작동하고 있지 않다. 완전한 침묵이었다. 몇 번 인가 경험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기분은 예전의 어느때와도 다른, 처음 맛보는 감각이었다.
“무큐우...”
속에 꽉찬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내보내듯 천천히 달뜬 숨을 내쉬고, 파츄리는 ‘리더’의 옆으로 갔다. 누가 파츄리를 구했다는 건가, 라고, 놀리듯이 말을 해버렸지만, 분명 그 인간씨는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파츄리는 생각했다.
“무큐큐...”
리더에 기대어, 파츄리는 히죽히죽 웃었다. 그 인간씨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다. 그것을 확실히 믿을 수, 아니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자신과 자주 대화를 했다거나, 아까 전 파츄리를 느긋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진지했다던가, 그런 모호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격납고 문 옆에 숨어 있는 동안, 몇 번이고 들었던 것이다. 격납고의 벽 너머까지 들릴 정도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인간씨의 목소리를.
이곳에 갇히게 됐지만 뭐 상관없어,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었지만, 심정적으로는 조금도 납득할 수 없다. 그래도 어쩌면 남자의 말처럼 느긋하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뺨에 닿아 있는 리더의 몸체는 아직도 꽤 뜨거웠지만, 파츄리는 그것이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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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쓴거지만 손발이 좀...
다른거 쓰는 틈틈히 써 올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