윳쿠리는 X 같고, 나노 머신 기술은 더 X 같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동네 뒷골목을 헤메고 있는 한 남자의 생각을 요약한 것이다. 말로만 듣던 나노 머신이 상용화 되고, 그 여파는 애완 윳쿠리 시장에까지 밀려왔다. 고가형 윳쿠리 푸드 중에는, 그 안에 나노 머신이 섞여 있는 제품이 있다. 나노 머신을 통해 윳쿠리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이전에는 윳쿠리의 위치 추적을 위해 위치 추적 기능을 탑재한 애완 윳쿠리 뱃지를 썼지만, 펫 윳쿠리가 되어 한방에 윳생을 역전시키려는 망상을 품고 있는 야생 윳쿠리들이 뱃지를 빼앗는 경우가 워낙 많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나노 머신 방식은 다르다. 사료와 함께 윳쿠리 내부로 들어간 나노 머신은 윳쿠리의 신체 전체에 정착하게 된다. 이 나노 머신과 스마트폰 앱을 연동시켜 윳쿠리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우-걱우-ㄱ... 늣! 인간씨! 마리사는 느긋이 도망간다제!”
“늣! 인간씨는 느긋할 수 없다구!”
“레이무! 앨리스와 같이 가자구요!”
골목 그늘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던 윳쿠리 세 마리가 남자의 기척을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간다. 닳고 닳은 야생 녀석들이 분명하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그 혜택은 야생 윳쿠리의 삶에는 조금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 지저분한 것들을 여기저기 뿌려대다가, 그 누구의 동정도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죽어나간다.
“망할 똥만쥬놈들...”
어쨌든 남자는 이 나노 머신을 통한 위치 추적 방식을 조금도 좋아할 수 없었다. 남자의 아내는 소위 말하는 윳쿠리 애호파이다. 아주 윳쿠리 홀릭이다. 개나 고양이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주부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 시대이지만, 남자의 고통은 그 여자들의 남편의 고통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도 사람을 깔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개나 고양이는 사람 말을 지껄여대지는 않는 것이다. 윳쿠리 애호파라는 아내지만 제대로 윳쿠리를 훈육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윳쿠리들은 있는 대로 남자의 신경을 마음껏 긁어 댄 후 자유를 찾겠다느니 아가야를 갖고 싶으니 하며 가출을 해 버리고 만다. 그때마다 그 윳쿠리들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자신이다. 요즘 핸드폰은 너무 어렵다는 것이 아내의 변명이다.
“젠장... 나노 머신 덕에 뭐라 둘러 댈 수도 없고...”
고작 똥만쥬들 찾겠다고 나노 머신을 쓰다니, 지랄이 아주 풍년이다. 고대 이래 이 나라의 농사가 이 지랄 만큼만 풍년이었으면 보릿고개란 단어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나노 머신 때문에 남자는 굉장히 귀찮아졌다. 예전의 뱃지식 위치 추적을 사용할 때에는 ‘신호가 끊겼어. 아무래도 차에 깔려서 망가진 것 같아.’라고 말하면 됐었다. 아니면 적당히 싸구려 금뱃지를 사들고 와서 ‘야생 윳쿠리가 달고 있더라고. 아무래도 뱃지를 빼앗긴 모양이야.’라고 말해도 됐다. 찾아낸 즉시 그간의 울분을 마음껏 토해 낸 후 뱃지만 떼어서 보여주면서 ‘야생 윳쿠리~ 이하생략’ 이라고 말해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이 나노 머신 방식은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뱃지와는 달리 망가지지도 않고 다른 윳쿠리들에게 뺏길 수도 없는 것이다.
“배알 꼴리지만 이번에는 다시 집으로 모셔가 드려야겠구만... 음?”
푸념을 뱉으며 핸드폰 화면을 확대시킨 남자는 더 이상 레이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가, 이윽고 아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레이무의 위치를 나타내는 광점이, 세 개로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