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한가군 사람들도, 산속의 윷쿠리도 모두가 기다리고 기달렸던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딩. 동. 댕!]
"전구우욱!!!"
"노래자랑!!!!!!"
인가 사회자 성해의 외침과 동시에 전국 노래 자랑의 테마곡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한가군의 군청 앞마당에서 드디어 전국 노래자랑이 시작된 것이었다.
[빰빰빠 빰빰 빰빠~ 빠라바빠빠빠빠빠빰빠~]
흥겨운 노래와 사람들의 환성이 그치고 나자, 성해씨는 꾸벅 인사를 한 후, 인트로를 읊기 시작했다.
"전국의 시청자 여러분 일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또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살아가시는 해외 우리동포 여러분들,해외근로인 여러분들, 해외 자원봉사원 여러분들, 그리고 오늘도 끝없는 대해를 가르면서 당당하게 항진하는 외항선원 여러분, 원양선원여러분,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 장병 여러분들 일주일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오늘 군청 광장을 가득 매워주신 한가군 군민여러분들 그리고 이고장 문화촉진을 위해서 참석해주신 손님 여러분들. 대단히 반갑습니다! 전구우우욱! 노래자랑 사회담당 일요일의 남자. 성해가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오오오오오!!!"
"안녕하세요오오오오!!!"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오오오!!!"
"하하하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죠!!!"
"네!!"
"워머 성해여. 진짜 성해네!!!"
"아따 여편네 호들갑을 떨기는!!"
촌 주민들이 성해를 보고 양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자, 성해는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 이 힘찬 함성이 어디서 나느냐~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도 좋고 모두가 잘 어울려 풍요롭게 살아가는 한가군을 찾아봤습니다. 한가군의 넉넉한 인심과 풍요로운 자연을 기념하는 축제의 첫번째 순서는 초대가수 모십니다. 영원한 트롯트의 오빠. 쾌진아 씨를 모십니다!!!"
성해의 소개에 반짝이는 금박 정장을 입은 쾌진아가 선글라스를 빛내며 나와 인사를 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노래자랑 축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쾌진아의 노래를 열창하기 시작하고,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자 춤추는 아지메와 할배들이 앞에 나와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따 안봐도 성공이구만유."
"그라제. 이제 우리 고향도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될거여."
이장과 군수는 신명난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모두가 흥겨운 이때 오직 단 한사람만이 초조함을 감추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으니...
바로 간신히 예선을 통과해 본선진출에 나서게 된 박홍길씨였다.
'보여줘야혀. 이번에야 말로 보여줘야혀...'
청년회장으로서 확실히 개인기를 보여줘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홍길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미 행사가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벌통을 숨겨 놓은 트럭에가서 벌들이 잘 있는지 몇번이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머 청년회장님 긴장되시나봐. 우황청심환 하나 드릴까?"
홍길씨 다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허니다방 정마담이 우황청심환을 건냈지만 홍길씨는 그걸 먹을 수도 없었다.
어느새 PD가 달려와 다음이 홍길씨 차례라고 준비를 독촉했기 때문이었다.
홍길씨는 부리나케 트럭으로 달려가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여왕벌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턱 밑의 보호대에 넣었다.
"자 다음 참가자를 초대합니다! 한가군의 청년회장! 박 홍 길씨 앞으로 나와주세요!!"
다음 참가자를 크게 외친 성해씨는 터덜 터덜 걸어나온 홍길씨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홍길씨는 온몸이 벌로 뒤덮힌 꿀벌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게 대체......'
홍길씨의 등장에 PD가 달려와 성해씨에게 모기장 형식의 안전 장비를 씌워주고 나서야 성해씨는 홍길씨에게 마이크를 건내주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네. 제가 벌을 잔뜩 붙이고 나온 것은 우리 한가군이 자랑하는 천연 벌꿀을 널리 홍보하고자 이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벌을 붙이고 뭘 좀 보여주실라고."
"벌을 붙였으니까 때.. 땡벌을 불러드리겠습니다."
홍길씨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홍길씨에게 달라 붙은 벌들은 결코 얌전히 있지 않았고, 붕붕 거리며 악단과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한편, 무서운 소리로 웅웅 거렸기에 분위기마저 험악하게 만들었다.
심사위원은 날아다니는 벌때문에 홍길씨의 노래에 집중할 수 없었고, 악단은 쿵짝거리는 음악에 흥분한 벌때문에 연주를 제대로 할 수 가 없었다.
결국 관중석에서 비난섞인 야유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심사위원은 주저 없이 [땡]하고 탈락의 종을 울리고야 말았다.
'이럴수가....'
힘없이 무대를 내려가는 홍길씨 눈앞에 잔뜩 화가난 이장과 군수 마을 주민들이 서있었다.
"자네 대체 정신이 있는겐가 없는겐가!!"
"아니 그 무서운 벌을 붙이고 올라가는게 제정신이유?"
"난 벌써 댓방이나 쏘였어. 이를 어쩔거여!!!"
"면목없다니께... 그저 잘해보려 한건데...."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변명해보는 홍길씨였지만 이미 민폐를 넘어 지역망신을 시켜버린 홍길씨를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더이상 자네 꼴도 보기 싫으니께 싸게 돌아가버리라고!!!"
이장의 고성에 홍길씨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벌통이 있는 자신의 트럭으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홍길씨가 자리를 떠나고 행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처럼 보였다.
홍길씨 다음 타자인 정마담이 노래를 잘 부르고, 그다음 사람도 별 탈없이 노래를 불러 행사는 이렇게 순조롭게 마무리 되는 듯 싶었는데.........
"저.. 저게 뭐지?!"
전국노래자랑 무대 장식 뒤로 거대한 모자가 나타나자 관객들은 모두 공포에 질렸다.
무대 장식을 훌쩍 넘을 정도의 거대한 5미터의 거구.
도스 마리사가 윷쿠리 무리 모두를 이끌고 드디어 침공해온 것이었다.
"한참 찾았다제!!!! 이게 전국노래자랑씨냐제!!! 다들 형편 없는 노래씨였다제!!! 인간씨는 노래도 느긋하게 부를 수 없는거라제!!!!!!!"
"역시 노래는 레이무가 느긋하게 부를 수 있다구. 인간씨의 노래는 시시해! 레이무의 노래를 들어어어! 그리고 달콤달콤을 내놔!!"
"무큐큐큐큐큐큐 여기까진 현자의 계산대로 완벽하다구요!!!"
거대 도스와 함께 내려온 윷쿠리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백.
그러나 성해씨와 마을사람들 모두가 공포에 질린건 일반 윷쿠리 때문이 아니었다.
일반 윷쿠리야 수천 수만마리가 있어봐야 그저 발에 짓밟힐 뿐인 똥만쥬에 불과했지만, 저 5미터짜리 도스는 다르다.
한국 동물학회가 분류한 맹수 분류에 들어갈 만큼, 맹수가 거의 사라진 한반도의 산에서 위험한 동물로 취급되는게 바로 도스였던 것이다.
'빨리.. 경찰이나 소방서를 불러야겠구먼...'
도스의 움직임을 조심히 살피며 이장은 전화기를 꺼냈다.
지금 모인 사람들로는 절대 도스에 대적할 수 없다.
대적한다 하더라도 다치는 사람이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저 정도 크기의 도스라면 스파크를 사용할 수도 있는 만큼 사상자까지 발생할지도 모른다.
사상자가 생기면 고장의 이미지가 일신하기는 커녕, 대외적으로 곤란하게 되버릴게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경찰이나 소방차의 물대포로 도스를 한번에 소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애완윳으로 살다 버려진 경험이 있던 자칭 산속의 제갈공명 파츄리는 생각보다 영리했다.
"무큥. 도스 속닥속닥."
파츄리가 도스에게 뭔가 귓속말을 하자 도스는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그 큰 입을 벌려 쩌렁쩌렁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병신 인간들은 당장 전화기 씨를 앞으로 가져오라제!!!!! 지금 당장이라제!!! 지키지 않으면 스파크로 다 통구이로 만들어주겠다제에에에!!!!!"
'뭐야?!'
이장은 대경실색했다.
지금 저 행동은 관공서로의 신고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도스마리사는 어느새 전화기를 빼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 가져오라는 말이 안들리냐제!!! 귀머거리 인간은 제! 재! 하겠다제!!!"
"히... 히이익!!"
도스 마리사는 쿵쿵 하고 뛰어와 이장을 댕기머리로 후려쳤다.
보통의 윷쿠리라면 간지럽지도 않을 공격이었지만, 5미터나되는 거대 도스의 댕기머리는 샌드백에 부딪히는 충격을 나이 지긋한 이장에게 안겨주었다.
"아이구! 사람죽네에에!!"
"대다네에에!! 인간씨 따위 상대가 안된다구!!!"
"알고 있어!! 도스는 최강이란걸 알고 있어!!!"
윷쿠리들은 신이나서 떠들었다.
개중엔 쓰러진 이장에게 다가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콕콕 찌르거나 시시를 바드라졔!!!! 라며 오줌을 싸는 녀석도 있었다.
"아빠야아아아! 레-뮤도 가서 응응 해주고 싶다구!!!"
"느푸푸푸 어서 가서 하라제!!"
"도스! 레이무는 노래하고 싶다구!! 마이크 씨를 가져다달라구!!"
도스가 가장 아끼는 미윳쿠리(풋) 레이무가 도스를 향해 몸을 비비 꼬며 앙탈을 부리자 도스는 어흠 하며 볼을 붉혔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해 주춤한 성해씨를 노려보았다.
"씨이발 영감! 너도 저기 엎어진 할아범처럼 뒈지고 싶냐제!!! 얼른 마이크씨를 넘기라제!!!"
"이 이거 원참, 이게 무슨일이야..."
성해씨는 투덜거렸지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앞에 휴대폰을 내놓는 상황이었고, 이장은 여전히 엎어진 채, 아기 윳쿠리들의 시시와 응응 세례를 받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성해씨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마이크를 호박만한 크기의 레이무에게 건낼 수 밖에 없었다.
"느느! 마이크씨!!"
레이무는 귀밑털로 마이크를 받고선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세계가 내린 신의 가희 레이무의 노래를 들어보라구!!!"
"지금부터 떠드는 영감은 죽여버린다제!!!"
"무큐 아가야들도 시시 응응 그만하고 느긋하게 감상하자구요."
"늣! 레이무의 노래는 느그탈쑤 이따졔!!"
"레뮤도 레이무언니야처럼 노래하고 시뻐!!"
수많은 윳쿠리들의 환호를 받으며 레이무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노래라고 자칭하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느긋한날~~ 느느~ 행보칸날~~! 느긋~ 느긋~ 느느~~"
'어우 시발. 저걸 노래라고...'
심사위원은 짜증을 느꼈다.
심사위원 경력 30년에 저런 끔찍한 사운드는 처음이었다.
5미터짜리 도스 마리사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30년 경력의 심사위원의 자존심은 그런 상황을 잊고 저절로 팔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땡!!]
"느?!"
"이게 무슨 소리냐제!!"
"세상에..."
도스가 제일 아끼는 미윳쿠리 레이무의 노래를 방해하는 소음에 윳쿠리도 사람들도 잠시 할말을 잃었다.
심사위원 조차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잠시 후 깨닫고 사색이 될 뿐이었다.
"느..느에에에엥!! 너무하다구!! 레이무의 아름다운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탈락!씨를 시켰다구!! 이건 있을 수 가 없다구."
"무큐 미개한 인간따위가 윳쿠리의 예술성을 알아줄리가 없죠.."
"진정하라제 레이무. 이 도스님이 듣기엔 레이무의 노래는 합! 격! 씨였다제. 씨이발 인간!!! 당장 판정을 취소하라제!!! MVP는 레이무의 것이라제!!!!"
사과하고 딩동댕을 치기만하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위기였다.
눈앞의 도스는 무섭게 쿵쿵 거리고 있고 저 통나무 같은 귀밑털에 이 마을 이장이 맞고 넘어지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일을 심사위원은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30년 경력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심사위원은 도스의 위협에 두 주먹을 꽉쥐고 있는 힘껏 외쳤다.
"씨발! 맘대로해!!!! 난 못해!!! 그게 합격이면 노래에 대한 모욕이야!!!!!!!"
"느.............."
패기로운 심사위원의 모습에 도스와 윳쿠리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느케케케케케케!!"
"느푸푸푸푸풋!!!"
도스와 윳쿠리들은 자지러지게 웃고나서 뚝 하고 웃음을 그쳤다.
"아무래도 무서워서 미쳐버린 모양이다제. 오오 불쌍해 불쌍해. 그래서 유언씨는 그게 다냐제?"
"큭...."
"지금까지 못생긴 할아범하나를 엉망진창으로 했을뿐이라서 도스의 위!대! 함을 잘 모르는가본데.... 이젠 울며 빌어도 소용 없다제!!!!"
도스는 그렇게 말하며 모자에서 버섯을 꺼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윳쿠리를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은 전부 사색이 되었다.
도스가 인간에게 스파크를 쏘려하고 있었다!!!!
================================================================================================
진작에 올렸어야 했는데 갈비씨가 아파아파하고
팔에도 마비씨가 오고 해서 늦었습니다.
언제나 건강씨는 있을때 소중히 해야한다구요.
이번편에서 학대하려고 했는데 언제나 그놈의 분량조절 실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