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고 느긋한 조용한 시골 한가군.
마을을 뒤집어놓을 만큼 시끄러운 사건이라고 해봐야 옆집 최씨네 영감이 밤늦게 약주를 하다가 마누라한테 두들겨맞고 대판 부부싸움을 했다카더라 정도가 고작인 이 마을에 모처럼 시끌벅적한 소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아아. 모두 모이셨는가잉?"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일일이라곤 비가 많이와서 저수지를 막아야 한다거나 뒷산 윳쿠리들이 떼로 몰려온다 정도 뿐인지라, 이장의 호출에 대부분의 마을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을 회관에 모여있었다.
"아따 성님! 거 뭔일이래요?"
"그러게 말이여. 뭔일 났는감?"
저마다 느긋한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바쁜 사정은 있는 법.
밭일을 하다가 일감을 놔두고 온 사람들, 양로원에서 장기를 두다가 회관 방송을 듣고 황급히 온 노인등 많은 사람들이 회관 바닥에 앉아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장은 2-30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을 눈으로 대충 세아려보고 나서 청년회장을 불렀다.
"알려줄테니께 청년 회장은 싸게싸게 나오더라구."
이장의 부름에 앞자리에 앉아있던 청년회장 박홍길씨가 여엉차 하고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청년회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지만 나이는 이미 불혹을 지나 지천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저래뵈도 마을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힘쓰는일이나 행동하는 일은 대부분 도맡고 있는 사나이였다.
두달전 뒷산자락에 내린 집중호우로 비를 피해 마을로 도망쳐내려온 윳쿠리 수십마리를 키우던 흑염소를 동원해 몰살시킨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었다.
"야. 성님."
흥길은 짧게 대답하며 이장에게 다가갔다.
이장은 흥길에게 빳빳하게 인쇄된 A4용지 뭉치를 건네주었다.
"마을 분들한테 싸게싸게 돌리랑게."
"아 뭐혀. 청년회 임원들 싸게싸게 안나오고."
청년회 회원들 대여섯이 나와 회관에 모인 마을 사람들에게 인쇄물을 나눠주었다.
인쇄물이 대충 배부가 되기 시작하자 이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거 보면 말이여. 대충 알겠지만서두... 이번에 우리 한가군에 거 뭐시냐 공영방송 뭐비엑스?"
"kbx잖아유."
"기래. kbx에서 하는 전국 노래 자랑이 우리 한가군을 찾아온다 이말이여."
"오메 오메..."
"그것이 참말인겨..?"
늘상 조용하던 한가군 사람들은 모처럼의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용히 숨죽이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럼 그 사회자 성해 선상님도 나오시는감?"
"아 당연한걸 무식한소리 좀 작작혀 여편네야!!"
"자 조용! 조용!"
이장의 고함에 사람들은 다시 집중했다.
"이번에는 인기스타인 쾌진아씨도 온다니께, 다들 마을의 특산물을 알리고 우리 마을이 또 번창하도록 노력해야겄소! 그러니께 다들 노래 연습 자알 하시고!! 또 전국 국민들이 다 보는 방송이니께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그 머시냐 장기자랑. 요즘 유행어로 말하면 개인기를 하나 씩 준비하도록 합시다! 알겠는감?"
다가오는 전국 노래자랑은 앞으로 일주일 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지게 되었다.
원래 밭일을 하면서도 흥얼거리며 노래를 하곤 했지만, 이젠 흥얼거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가수데뷔를 하는양, 밤낮없이 다들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
사회자 성해선생에게 특산물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약초와 버섯을 캐러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마을이 모처럼 찾아온 흥미거리로 활기를 찾아 왁자지껄한 가운데,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짜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바로 청년회장 박홍길씨였다.
청년회장은 전통적으로 리더십이 있고, 흥과 신에도 능해서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도 해왔었지만, 이번 대의 청년회장인 홍길 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성실하고 힘도 좋아 맡은일은 틀림없이 해냈지만, 과묵하고 무뚝뚝한 성격의 그는, 마을 사람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서 종종 술자리가 벌어지면, 술이 머리 꼭지까지 취한 마을 장로들이 [이번엔 청년회장을 영 잘못뽑았다니께?] 라는 말을 술안주마냥 내뱉는 것이 이젠 드문일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전국노래자랑은 홍길씨에게 이미지의 대변신을 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뭘 어떡해야 한단 말인겨....'
기회는 왔건만 안타깝게도 재주가 없었다.
춤을 잘추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고, 큰 무대에서 농담을 잘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가 잘하는건 우직하게 잘 참는 것이어서, 마을에서도 고되다는 이 양봉일을 벌에 쏘여가면서도 잘 참는 것 밖에 없었다.
"달콤달콤 냄새가 난다제!! 킁킁! 킁킁!"
한창 흥길씨가 생각에 잠겨있을때, 달콤한 벌꿀냄새를 어떻게 맡고 왔는지 숲을 헤치고 윳쿠리 마리사종이 있지도 않은 코를 벌름거리는 시늉을 하며 벌통 근처로 다가왔다.
"분명 이 상자씨 안에 달콤달콤이 있는게 분명하다제!! 상자씨는 느긋하지 않게 벌꿀을 내놓으라제!!!"
"마리사! 달콤달콤을 찾았어?"
"퍄퍄는 역쉬 대다녜!!!"
평소 같으면 당장 달려가서 호미로 비료로 만들어버렸겠지만, 생각에 심취한 흥길씨는 윳쿠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땡벌을 부르며 춤을 출지, 웃통을 벗을지 어떨지에 대한 고민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리고 굳이 흥길씨가 아픈 허리를 이끌고 나서지 않아도....
"느긋하게 할짝할짝 할고야!!"
"느깃?! 상자씨에 다가가는건 아빠야가 먼저라제!!! 애새끼가 버릇도 없다제!!! 이게 다 레이무가 가정교육을 안시킨 탓이라제!!!!"
"워어째서 그런 마를 하는고야아아아아!!! 레이무는 육아의 달인이라구!! 그런말을 하는 마리사야말로 게스라구!!!"
따위의 말다툼을 하며 단란한(풋) 가정은 알아서 순식간에 붕괴의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부모가 싸우건말건 달콤달콤에만 관심이 가득했던 아기 레이무는 양봉 상자로 뿅뿅 거리며 뛰어가 단내가 느껴지는 입구를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리고
그것이 시끄러운 고함소리로 온 신경이 예민해져있던 병사들의 경계심을 폭발시켰다.
아기 레이무가 할짝하고 벌통을 건드린 것을 기점으로 허공을 멤돌던 순찰조 일벌들은 웅-웅 하는 듣기에도 살벌한 소리를 내며 신호 비행을 시작했고, 그 신호를 받아들인 양봉상자에서 시꺼먼 벌떼가 쏟아져 나왔다.
"할짝할짝 캐캐캐캥뽀오오옥!!! 레뮤는 캥뽁 캥뽁해서 시시한다구 사사사사사사 쌍쾌에에에에!!"
우레 시시를 갈기는 아기 레이무의 행동은 일벌들을 더더욱 자극했다.
윳쿠리의 시시의 성분이 무엇인가?
바로 설탕물이 아니던가?
수천마리의 벌들은 즉시 요란한 날개소리와 함께 아기 레이무에게 달라붙었다.
"느삐이이이이이이!! 먀먀!! 퍄퍄!! 사려쭤어어어어어!! 기엽고 기여운 레-뮤를 당장 구하라구으으으으!!"
"따가와!! 아퍄아아앙아!! 느아아아아!!!!!!"
"늣?! 아가야가아아아아!!!!!! 마리사!! 당장 아가야를 구하라구우우우우!!! 최강의 마리사자나아아아!!"
레이무와 싸우던 마리사는 돕고 싶은 마음이 귀밑털만큼도 없었지만, 최강의 마리사라는 말에 스위치가 작동해버렸다.
"그렇다제! 마리사는 최! 강!의 마리사라제!! 최강의 영윳! 마리사가 게스 벌씨들을 제! 재! 하고 귀여운 아이돌이자 공주인 아기 레이무를 구해낸다제!! 그리고 달콤달콤을 얻어서 행복! 할거라제!!!"
"느아아아아 병. 신 마리사!! 대사가 너무 길어서 아가야가 벌써 죽어버렸자나아아아아아!!!"
"늣?! 그게 왜 마리사 탓이냐제! 감히 영! 윳! 마리사를 비난하는 게스 데이부는 먼저 뒈져줘야하겠다제!!!"
마리사는 그렇게 외치며 이미 팥덩어리가 되버린 새끼를 외면하고 모자에서 공포의 신검. 엑스칼리버(풋)을 꺼내들었다.
"병.신 같은 게스 데이부는 이혼이라제!!!!!"
"워째서 그런마를 하는거야아아아아!! 레이무는 아가야를 잃었다구!!! 불쌍하다구!!!! 비련의 히로인이라구!!!!!!"
"비련의 히로인은 뒈지는게 굿! 엔딩씨라제!!!!"
"느삐이이이!! 레이무의 다이아몬드 같은 눈씨가아아아아!!!!!"
마리사의 엑스칼리버가 레이무의 눈을 관통하자 레이무는 앞으로는 오줌을 뒤로는 응응을 싸갈겼다.
그리고 그 성분은 역시 설탕물과 단팥.
한창 흥분한 벌떼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느후후후 영윳 마리사에게 느긋하게 이혼당하는 거제 데이부....늣? 벌씨들 차례는 아직이라제 조금 기다리... 느꺄아아아아아!!!"
"느아아아아!! 벌씨들 느긋 느긋하게!! 레이무의 안으로 드러오지마아아아아아아!!!"
벌들에게 둘러쌓여 형체를 알 수 없게 변해버린 레이무와 마리사.
뒤늦게 그 광경을 본 흥길씨는 옳거니! 하고 손뼉을 쳤다.
"그래!!!!! 몸에 벌을 붙이는거야!!!!!!"
몸에 벌을 붙이고, 한가군의 특산물 아카시아꽃 벌꿀을 소개한다.
왜 기네스북에 벌사나이 같은 것도 있지 않은가??
모르는 사람은 위험한 도전이라고도 하겠지만, 흥길씨는 자신있었다.
안전장비를 잘 착용하고 벌을 도발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벌은 미물이지만, 나름 주인을 알아보는 부분도 있어서 양봉하는 업자는 경계를 풀고 잘 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튼 사람들의 이목도 끌고 벌꿀도 홍보하고, 몸치가 괜히 춤추고 쇼를 하지 않아도 확실히 한건 할 수 있는 최강의 개인기였던 것이었다.
"좋아! 그럼 내일부터 노래를 연습하자!!! 땡벌을 부르면서 몸에 벌을 붙이는거여! 허허허허!!!"
흥길씨는 절로나는 어깨춤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숲풀 속에서 파츄리들이 지켜보고 있는건 미처 깨닫지 못한채로 말이다.
"무~쿄쿄쿄쿄쿄쿄!"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파츄리는 모든 계획이 현자인 자신의 계산대로 흘러감을 알고 기쁨의 탄성을 흘렸다.
"무큐. 역시 무리의 쓰레기들을 이용해 정찰시킨 보람이 있었다구요. 무쿄쿄쿄!"
그랬다. 두달전 흥길씨와 흑염소 한마리에 의해 무리의 2/3 전력이 괴멸당한 기억을 잊지 못했던 파츄리는 흥길씨를 인간중 최강자로 여기고 그의 약점을 분석하기 위해 마을에서 식량만 축내는 멍청한 가족들을 내세워 정보를 얻으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흥미로운 정보까지 듣게 된 것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전국 노래자랑씨라.... 이번에 새로 발생한 도스에게 전해주면 아주아주 흥미로워하겠는걸.. 무큐큐"
마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 새로 발생해버린 도스!
많은 마을의 특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 노래자랑!
파츄리는 전국 노래자랑 장소를 습격해 인간들을 굴복시키고 노예로 삼는 야망을 느긋하게 꿈꾸며 저부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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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거 하나 보고 생각해낸 소제라구!!
느후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