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친구의 유산-3

by 느삐이잇 posted Aug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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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의실 한켠에서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다름아닌, 철호가 순직하며 남긴 윳쿠리 레이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관한 문제였다.

 이 회의 대상에 파츄리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정도 상황이 수습된 금뱃지 애완윳 파츄리의 주인이 파츄리를 다시 데려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이상했던건, 파츄리의 주인은 분명 레이무도 길렀던 것 같았지만 레이무를 데려가겠냐는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아니라고 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며 레이무는 [느기이이잇! 망할 게스!! 나를 사육 윳쿠리로 해준다고 했잖아아아아아!!] 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고함을 지를 뿐이었다.

 

 아마 주인에게 버림받은 쇼크와 분노를 말한게 아니었을까.... 그런 레이무를 막내는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아무튼 인정많은 소방장님은 [고양이나 개처럼 레이무를 우리 소방서의 마스코트로 키워보는건 어떨까?] 라고 제안했지만, 이번 사태로 윳쿠리에 대해 상당히 박식하다는 의외의 면모를 밝힌 막내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윳쿠리는 생각보다 다루기 어려운 생물입니다.]

 

[그래? 말도 하고 대화도 통하니까 말도 잘듣지 않을까?]

 

 소방장의 말에 나를 제외한 레이무를 한번씩 맡아봤던 다른 대원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다들 공황증세로 힘들어하는 레이무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리라... 원래 큰 사고를 겪은 이후 정신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다루기 어려운법이다.

 

[개나 강아지와 달리 윳쿠리는 다루기 정말 까다로워서요... 안그래도 업무에 힘든 선배님들이 윳쿠리까지 신경쓰긴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막내가 발언을 마치자마자 나도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습니다. 저 레이무는 화재현장의 충격과 주인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정신적 장애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이곳의 환경은 그때의 상황을 계속 상기시킬 수 있으니, 좀 더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보살핌이 필요할겁니다.]

 

 내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막내가 나를 향해 맹렬하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뭐가 아니라는건지 이때의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회의는 30분정도 진행되고 마감되었다.

 소방관은 그리 한가한 직업이 아니다. 윳쿠리 문제로 그 이상 길게 회의할 여력은 없는 것이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방서안에서 기르는건 불가.

 그렇다고 야생에 풀어주는 건 더더욱 불가-막내는 풀어주는걸 제의했지만, 철호가 구해낸 소중한 생명이다. 친구의 유산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야생으로 돌려보내는건 너무 가혹한 처사였기에 내가 반대했다.-

 가장 좋은건 윳쿠리 펫샵이나, 전문 브리더에게 맡겨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었지만, 장비를 살 돈조차 지급되지 않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현실로는 꿈같은 소리일 뿐이었다.

 

 결국 내가 자원하여 레이무를 내가 머무는 관사에서 기르기로 하였다.

 원래 철호와 같이쓰던 방이기도 했고, 이제 철호가 없는 이상 나혼자 지내기엔 너무 넓고 쓸쓸한 공간이기도 했다.

 

 

 

 '철호야... 내가 왔다...'

 

 관사로 돌아와 방문을 열고 잠시 심호흡을 하며 감상에 빠졌다.

 철호가 죽은 이후 관사에 돌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둘이 합숙하던 방에 혼자서 잠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철호가 걸터앉던 이층침대의 아래칸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손에 든 윳쿠리 케이스를 내려놓고 침구류를 다시 정리했다.

 이제 이 자리는 레이무의 침대가 될 것이었다.

 

'이정도면 됐고..........'

 

 막내가 써준 쪽지를 보며 다음 해야할 일을 찾는다.

 

[선배 윳쿠리는 아무것도 모르시잖습니까. 그것도 가게에서 파는 뱃지도 아니고... 미교육 윳쿠리는 정말 하드코어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선배가 정 그렇게 결심이 굳으시다면.... 제가 몇가지 메모해드릴테니 일단 이대로 하십쇼. 그리고 문제 생기시면 저에게 꼭 연락주십쇼. 꼭입니다.]

 

 막내놈은 몇번이고 신신 당부했지만, 윳쿠리라는게 뭐 특별할게 있나... 쪽지엔 침구류 외에 화장실 놀이기구 준비 식량 등에 대한 것이 간단하게 써져있었다.

 화장실은 침대 한켠에 A4용지 케이스를 적당히 오려서 배치했고, 놀이용품으로 쓸 것을 찾다가 책상위의 슈퍼마리오 피규어 셋트에 눈이 갔다.

 별을 안고 있는 마리오와 버섯을 들고 있는 루이지의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 피규어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안돼.]

 

 철호가 살아있을적에 어린애처럼 좋다고 득템이랍시고 들고온 물건인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 마리오 장난감.

 나는 애냐고 내다버리라고 책망했지만 철호는 별을 든 마리오를 나에게 주며, 형과 아우를 하나씩 나눠 갖자고 웃으며 말했다.

 다시금 기분이 울적해진 나는 마리오 루이지 장난감을 잘보이는 티비 위에 올려두고, 잘 안쓰는 지우개를 커터칼로 잘라 공처럼 만들어 침대위에 올려두었다.

 대충의 준비를 끝내고 이제 이 방의 새로운 룸메이트를 맞이할 시간이 왔다.

 지금까지는 낯선환경, 낯선 사람이 많은 안정될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레이무도 불안하고 까칠한 태도를 보였겠지만, 이 포근한 침대와 장난감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 마음을 놓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케이스에서 단잠을 자는 레이무를 꺼내 환영할 시간이다.

 

[자 나오라고 룸메이트]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레이무를 꺼내 침대위에 올리고, 난폭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흔들어 잠자는 레이무를 깨웠다.

 

[느피..느피.. 늣.. 느늣?? 느그타게.. 일어난다구.. 늣?]

 

[일어났구나 레이무. 안심해라 여긴 내 방이다. 아니 너와 내가 함께 지낼 방이지.]

 

 레이무는 잠이 덜깬 눈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 방 곳곳을 휘휘 둘러보더니 이윽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귀밑털을 파닥파닥 휘두르기 시작했다.

 삭막한 소방서에 비해 심리적으로 아주 안정된 모양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레이..]

 

[여기를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한다구!!!!!!!!!!!!!!!!!!!]

 

 나의 말을 듣는 둥, 마는둥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는 레이무를 보며 막내가 신신당부했던 한가지가 떠올랐다.

 

([선배님. 이녀석 분명히 가면 '집선언'이란걸 할겁니다. 버릇이 나빠지는..... 아 정신장애...아니구요.. 그걸 하면요. 확실하게 가르쳐줘야되요. 누가 주인이고 누가 밑인지 그러니까 그걸 하면 꼭 때리십쇼. 아니 왜 절 때립니까!!])

 

'진짜 했구나.. 집선언....'

 

 하지만 환자를 막내의 말대로 구타할 수는 없는 것.

 시간이 지나면 분명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나는 보따리에서 미리 준비한 것들을 꺼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배가 고프다고 울부짖을게 뻔하니까

 

[아무튼 내 방에 온걸 환영하면서, 파티를 준비했다고 레이무.]

 

[늣? 오째서 여기가 인간씨의 방이야? 파티는 느긋할 수 있지만 이건 느긋하게 확실히 하고 가야한다고! 여긴 레이무의 느긋한 윳쿠리 플레이스지 인간씨의 방이 아니라구!!!]

 

[.........]

 

[하지만, 느긋한 파티씨를 준비했다고 하니까 인간씨는 특별히 들어올 수 있게 해줄게!!]

 

 뭐가 잘났다는 건지 가슴을 내밀듯 주둥이를 앞으로 내밀며 귀밑털을 허리손 하듯 하는 레이무.

 그렇게 의기양양하던 녀석은 내가 미리 준비한 과자들을 꺼내는 동안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엔 모히칸 머리를 한 오빠야가 안보인다구?]

 

[아 막내 얘기하는건가, 여긴 내방이니까 그녀석은 없어]

 

[느와이! 어쩐지 느긋할 수 없는 오빠야였다구!! 가까이 가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싫었다구!! 완전무결한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인거네!!! 느후후훗]

 

'나중에 막내보고 샤워 자주하라고 해야겠다....'

 

 레이무와 대화하는 동안 파티 준비가 모두 끝났다. 일회용 접시에 나눠 담은 초콜렛과 과자들을 책상위에서 하나 둘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비록 막내는 너무 단거 주면 안된다고 얘기하긴했지만, 그건 일반적인 윳쿠리의 경우가 아닐까??

 이렇게 정신적으로 큰 장애를 입은 환자에겐 특별식이 필요한 것이 인지상정.

 먹는 것도 건강하게 잘먹고 잘 추스려서 몸이 건강해져야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기 마련이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의 레이무의 반응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다....! 달콤달콤!!!!!!!]

 

 소방서에서도 맛없는 밥이라고 불평하면서도 나중에 맛있다고 오줌까지 싸가며 먹어치우긴 했지만, 지금의 반응과는 확실히 다르다.

 레이무는 먹기전에 이미 오줌을 질질 흘리면서 눈을 빛내며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레이무의 귀여움은 세계 최강이라구!!! 레이무가 소중한걸 알고 인간씨가 알아서 극상의 달콤 달콤을 바쳤다구!!!! 레이무!! 귀엽고 소중해서 미안해!!!! 소방관 인간씨가 목숨을 바쳐 구할만한 생명인거라구!!!!!]

 

'....뭐야?'

 

 레이무의 마지막 말에 다시금 비참하게 죽은 철호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전의 기묘한 불쾌함과 혐오감이 가슴에서 솟아올랐다.

 

[우걱 우걱 캐캐캐캐캐캐캐캐캐캐에에엥보오옥!!!!! 이거 마시써!!! 졸라졸라조오오올라 마시써!!!! 존나 짱이야!! 우걱우걱 우걱]

 

 그래도 기운을 차리고 맛있게 먹으니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처박고 먹는 레이무의 귀밑털에 접시 하나가 밀려나자 그걸 레이무 앞으로 다시 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크아아!!!]

 

 얼굴을 처박고 먹던 레이무가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들더니 귀밑털로 내 손을 쳐내는 것이 아닌가?!

 

[이건 몽땅 귀엽고 천사같고 엘레강스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닌 레이무꺼라구!!!!!! 인간씨는 불쌍하고 가엽고 소중한 레이무의 것을 빼앗는 쓰레기인거야?! 그런 쓰레기는 당장 제제! 한다구!! 뿌꾸우우욱!!!]

 

([선배님. 뿌꾸욱이란건 인간을 업신여기고 위협하는 행동입니다. 봐주면 안되고 따끔하게 야단을 치셔야해요.])

 

 나도 이번건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 약간 엄한 목소리로 레이무를 타일렀다.

 

[레이무. 앞으로 함께 지낼건데 지금 같은 버릇없는 행동은 곤란..]

 

[아 뭐라는거야 우걱우걱 레이무는 이 달콤달콤 먹느라 너무너무너무 바쁘다구 캐캐캐캐캐 캥뽀오옥!! 나와!! 레이무의 응응과 시시가 나와버려!! 싸고 또 먹을거야!!! 사사사 쌍쾌에에에엣!!!!!]

 

 [레이무! 똥은 화장실에서 싸야지!!]

 

 그러나 레이무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제 첫날. 앞으로 갈길이 험하지만... 철호를 위해 레이무의 상처를 치유해 줘야겠지....

 그것이 이 윳쿠리를 살리고 세상을 떠난 철호의 뜻을 더럽히지 않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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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연재 중단을 하면

독자분들이 느삐이잇! 하고 정신 학대를 당하겠지!!

 

걱정말라구! 다음화에서 저 레이무는 더더욱 깽판을 칠거라구!!!!!!!

 

마리오와 루이지 장난감부터 부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