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기, 인터뷰는 깨어나고선 처음이네요. 저 지금 잘나오고 있겠죠?"
매력적인 은발과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아가씨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괜시리 목에 두른 머플러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노란 장식의 머리핀 아래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았다가 풀기도 하며 그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시선을 두다가 이내 가슴에 선을 얹고 심호흡을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한 모습과 편안한 얼굴로 카메라를 보며 자기를 소개했다.
"반가워요 여러분! 저는 전직 윳버워치 요원인 '발레티나 벨리아브나'입니다! 친구들은 레티라고 불렀어요! 동면에서 깨어나고서는 처음 뵙네요."
...
..
.
..
...
그녀는 분명 윳버워치의 요원이었다.
윳버워치 내에는 헌터:76처럼 전투병과의 요원도 있었고 에이린네 메르켈처럼 재난구호 등을 맡는 요원도 있었지만 그녀의 역할은 이상기후를 조사하는 탐사요원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기 전까지도 시베리아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대여섯명의 동료들과 윳쿠리들의 변화와 함께 심각해진 이상기후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날도 하늘은 맑았고 기온은 평소처럼 추웠다.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
..
.
..
...
"아뇨, 칭찬받을 정도는 아녜요. 저 혼자 쓴 것도 아니고 다른 분들과 함께 모은 자료들이었으니까요."
벨리아브나가 허공에 손짓을 하자 막대한 양의 화상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온갖 전문용어로 빼곡하게 채워진 화상들을 손으로 슥 밀어 한곳에 정리해놓은 그녀는 그중 하나를 집고서 자랑스런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확대해 내밀었다.
"특히나 이 치르노종과 이상기후의 관련성을 조사해놓은 자료는! 알..."
그녀는 동료의 이름이 나오자 갑자기 표정이 굳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벨리아브나는 아주 잠깐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회복했다.
"...제 동료와 제가 공동집필해놓은 자료죠. 예? 아... 제게 있던 일이요... 네, 말해드릴게요."
...
..
.
..
...
그날도 벨리아브나와 동료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들들들들들...]
시추기가 이 이상 고울 수 없을 것 같은 순백의 눈 밭 한가운데에서 지표면을 두껍게 덮은 만년설 층을 시추하고 있었다.
윳버워치 기후탐사요원들로 구성된 이 탐사대는 이곳의 아이스 코어를 조사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정체불명의 기후변화에 대해 자료를 더 모을 예정이었다.
"대장님! 시추 거의 끝났습니다!!"
윳쿠레나이 치르노 '카톨리아 치르노바'가 시추기의 진행상태를 보며 소리쳤다.
아이스 코어를 통해 그간 축적된 기후 데이터를 뽑아본다면 현재 이 기후변화가 그저 지구에 때가 온 것인지 아니면 뭔가 더 독특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들은 작업을 했다.
탐험대의 대장, 윳쿠레나이 앨리스 '앨리스 플레처'가 시추기를 확인하려 가까이 다가갔다.
"현재 9% 남았습니다."
치르노바가 시추기에 집중하는 사이 벨리아브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도 맑던 날씨는 단 몇십초 사이에 급격하게 흐려지고 있었고 바람도 아까보다 훨씬 거세졌다.
"코어 시추 완료!"
"대장님, 하늘이 심상치 않아요."
"좋아, 복귀하자!"
그녀들은 아이스 코어를 스노모빌에 싣고 기지로 복귀했다.
항상 푸르가-시베리아 지방에서 눈보라를 부르는 이름-가 몰아칠때면 그들은 감시소로 피해 눈보라가 멎기를 기다렸다. 감시소에는 늘 한달간 여섯이 먹을 식량이 구비되어 있었으며 영양제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지하 벙커도 있었다.
그러나...
...
..
.
..
...
"감시소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되었어요.
벨리아노프는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날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쩨로 바꿔놓았으니까.
"구조되고서 들은 건데, 말도 안되는 폴라 보텍스가 발생해서 주변을 강풍과 폭설로 휩쓸었고 중심부의 모든 걸 얼려버렸대요.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에 일어난거죠."
...
..
.
..
...
"이게 무슨..."
[휘이이이이... 이이이... 휘오오오오....]
감시소 밖의 풍경을 보던 벨리아노프는 황당하단 얼굴이었다.
오늘로 12일째였다. 눈보라는 잦아들 기미가 없었고 점점 더 거세졌다.
기록적인 눈보라 안에서 시설은 하나씩 파괴되어갔다. 4일차에는 통신이 끊겼다.
[깜빡깜빡...]
"뭐... 야?"
벨리아노프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점차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전기계통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조명들이 점멸을 반복하며 불길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이내 완전히 꺼져버리고 말았다.
12일차. 전력이 손상되었다.
...
..
.
..
...
"네, 말 그대로에요. 암흑 속 생활. 두꺼운 구름과 눈보라에 가려져 한낮에도 어두웠는데... 한번은 치르노프가 보존식량을 실수로 엎은 적도 있었다니까요? 아하하하! 아하하.. 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처음에는 즐거운 일을 말하듯 웃던 벨리아노프는 점차 비통스런 목소리로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숨길 생각인지 울면서도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계속했다.
웃음을 멈춘 그녀는 고개를 푹 떨궜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그 실수만 아녔어도!!"
...
..
.
..
...
38일차였다.
보존식량을 아껴먹고 영양제와 각종 약물들을 먹으며 버틴 끝에 그들은 원래대로라면 식량이 다 동났을 오늘까지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팍!!]
"이게 마지막 보존식이야."
앨리스는 한팩뿐인 보존식을 뜯으며 말했다.
다른 대원들도 초췌한 눈빛으로 보존식을 뜯어 무기력하게 먹기 시작했다.
구조요청은 닿지 않았다. 도저히 돌파가 불가능한 두꺼운 폴라 보텍스로 인해 구조요청이 닿았다고 해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을 일은 없었겠지만.
"지하 벙커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시설이 있어."
"대체 뭐가 있는겁니까...?"
"동면 시설."
앨리스의 이야기에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대체 왜 그런 걸 진작 쓰지 않았단 말인가? 윳쿠레나이 레이무인 '키사라기 레이무'가 앨리스에게로 달려들었다.
"왜 그걸 진작 말하지 않았죠?!"
"시설에 사소한 문제가 생겼어. 동면 장치가... 하나만 살아있다는 거야."
한순간에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오늘로써 식량이 다 동난 지금 단 하나의 동면 장치만 살아있다는 이야기는...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느냐, 게다가 고칠 수도 없거든."
윳쿠레나이 니토리 '키타카와 니토리'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바닥을 긁으며 넘어가지 않는 보존식을 억지로 삼키고 있었다.
"부품 자체가 부족해. 곧 있으면 온도 조절 기능도 거의 망가질 거야."
"설령 동면에 들어가도 구조 받을 때까지 살아있을 거란 보장도 없어. 그러니까 우리중 가장 생존률이 높은 사람이 들어가도록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 니토리가 손을 들었다.
조용히 다들 니토리에게 시선을 모았다.
"기왕이면 겨울을 잘 나는 레티와 치르노종이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동감이야."
그 이야기가 나오자 윳쿠레나이 파츄리인 '파츄리 르마탱'도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벨리아노프에게 한표."
윳쿠레나이 레티인 벨리아노프는 그 이야기를 듣자 심장이 덜컥 오그라 드는 기분이었다.
치르노프도 역시 긴장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아, 걱정 마. 모르핀은 5명이 치사랑만큼 주사할 양은 되니 말야."
...
..
.
..
...
"여섯명이에요? 짝수라서 결과가 무승부가 나올 수도 있어요."
몸을 떨면서 벨리아노프가 말했다.
벨리아노프는 무서운 이야기를 말하듯 말을 끊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첫표. 파츄리 르마탱. 저.
둘째표. 앨리스 플레처. 저.
셋째표. 키사라기 레이무. 치르노프.
넷째표. 저. 치르노프.
다섯째표. 키타카와 니토리. 저.
...그리고 마지막."
...
..
.
..
...
"...발레티나, 4표."
앨리스가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오직 벨리아노프만이 당혹스런 얼굴로 주위를 두런거렸다.
치르노프의 표는 무효표였다.
"식량이나 쏟는 덜렁이같은 나보다 레티가 사는 게 낫지 않겠어?"
"그, 그런 이유가 말이나"
[턱!!]
순식간에 앨리스가 벨리아노프를 등 뒤에서 제압했다. 그리고 목에 뭔가를 주사했다.
"조금만 참아. 금방 잠든다."
그것이, 발레티나 벨리아노프가 동면하기 전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녀가 깨질 것 같은 머리와 걷지 못할 정도의 굶주림을 가지고 깨어났을 땐 수개월 넘게 몰아친 폴라 보텍스로 감시소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윳버워치는 해체, 윳닉 사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몇년이나 지난걸까. 혼자만 살아남은 그녀는 너무 무거운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
..
.
..
...
"뭐, 그렇다구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카메라를 끄고 카메라 뒤의 존재에게로 다가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싸이코가 된거야."
발레티나는 아주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불탄 저부와 하나뿐인 눈, 다 깎여나간 머리카락과 넝마가 된 장식으로 대체 무슨 품종이었는지 구분도 가지 않는 윳쿠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중에 안거지만... 이상하지 않아? 왜 시베리아의 연구소가 눈보라를 못 견뎠을까. 누가 시설을 손상시키고 갔을까.
윳닉이야."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이상한 총기가 들려있었다. 총의 안전손잡이를 올리고 방아쇠를 당기자 총 끝에 길다란 고드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걸 윳쿠리에게로 가져다댔다.
"너희와 나. 누가 먼저 지워지려나?"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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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코패스 대신 레티코패스.
눈에 살집 토실토실이면 레티 아임미까.
매력적인 은발과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아가씨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괜시리 목에 두른 머플러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노란 장식의 머리핀 아래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았다가 풀기도 하며 그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시선을 두다가 이내 가슴에 선을 얹고 심호흡을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한 모습과 편안한 얼굴로 카메라를 보며 자기를 소개했다.
"반가워요 여러분! 저는 전직 윳버워치 요원인 '발레티나 벨리아브나'입니다! 친구들은 레티라고 불렀어요! 동면에서 깨어나고서는 처음 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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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분명 윳버워치의 요원이었다.
윳버워치 내에는 헌터:76처럼 전투병과의 요원도 있었고 에이린네 메르켈처럼 재난구호 등을 맡는 요원도 있었지만 그녀의 역할은 이상기후를 조사하는 탐사요원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기 전까지도 시베리아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대여섯명의 동료들과 윳쿠리들의 변화와 함께 심각해진 이상기후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날도 하늘은 맑았고 기온은 평소처럼 추웠다.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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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칭찬받을 정도는 아녜요. 저 혼자 쓴 것도 아니고 다른 분들과 함께 모은 자료들이었으니까요."
벨리아브나가 허공에 손짓을 하자 막대한 양의 화상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온갖 전문용어로 빼곡하게 채워진 화상들을 손으로 슥 밀어 한곳에 정리해놓은 그녀는 그중 하나를 집고서 자랑스런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확대해 내밀었다.
"특히나 이 치르노종과 이상기후의 관련성을 조사해놓은 자료는! 알..."
그녀는 동료의 이름이 나오자 갑자기 표정이 굳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벨리아브나는 아주 잠깐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회복했다.
"...제 동료와 제가 공동집필해놓은 자료죠. 예? 아... 제게 있던 일이요... 네, 말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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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벨리아브나와 동료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들들들들들...]
시추기가 이 이상 고울 수 없을 것 같은 순백의 눈 밭 한가운데에서 지표면을 두껍게 덮은 만년설 층을 시추하고 있었다.
윳버워치 기후탐사요원들로 구성된 이 탐사대는 이곳의 아이스 코어를 조사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정체불명의 기후변화에 대해 자료를 더 모을 예정이었다.
"대장님! 시추 거의 끝났습니다!!"
윳쿠레나이 치르노 '카톨리아 치르노바'가 시추기의 진행상태를 보며 소리쳤다.
아이스 코어를 통해 그간 축적된 기후 데이터를 뽑아본다면 현재 이 기후변화가 그저 지구에 때가 온 것인지 아니면 뭔가 더 독특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들은 작업을 했다.
탐험대의 대장, 윳쿠레나이 앨리스 '앨리스 플레처'가 시추기를 확인하려 가까이 다가갔다.
"현재 9% 남았습니다."
치르노바가 시추기에 집중하는 사이 벨리아브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도 맑던 날씨는 단 몇십초 사이에 급격하게 흐려지고 있었고 바람도 아까보다 훨씬 거세졌다.
"코어 시추 완료!"
"대장님, 하늘이 심상치 않아요."
"좋아, 복귀하자!"
그녀들은 아이스 코어를 스노모빌에 싣고 기지로 복귀했다.
항상 푸르가-시베리아 지방에서 눈보라를 부르는 이름-가 몰아칠때면 그들은 감시소로 피해 눈보라가 멎기를 기다렸다. 감시소에는 늘 한달간 여섯이 먹을 식량이 구비되어 있었으며 영양제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지하 벙커도 있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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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소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되었어요.
벨리아노프는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날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쩨로 바꿔놓았으니까.
"구조되고서 들은 건데, 말도 안되는 폴라 보텍스가 발생해서 주변을 강풍과 폭설로 휩쓸었고 중심부의 모든 걸 얼려버렸대요.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에 일어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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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휘이이이이... 이이이... 휘오오오오....]
감시소 밖의 풍경을 보던 벨리아노프는 황당하단 얼굴이었다.
오늘로 12일째였다. 눈보라는 잦아들 기미가 없었고 점점 더 거세졌다.
기록적인 눈보라 안에서 시설은 하나씩 파괴되어갔다. 4일차에는 통신이 끊겼다.
[깜빡깜빡...]
"뭐... 야?"
벨리아노프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점차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전기계통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조명들이 점멸을 반복하며 불길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이내 완전히 꺼져버리고 말았다.
12일차. 전력이 손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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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 그대로에요. 암흑 속 생활. 두꺼운 구름과 눈보라에 가려져 한낮에도 어두웠는데... 한번은 치르노프가 보존식량을 실수로 엎은 적도 있었다니까요? 아하하하! 아하하.. 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처음에는 즐거운 일을 말하듯 웃던 벨리아노프는 점차 비통스런 목소리로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숨길 생각인지 울면서도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계속했다.
웃음을 멈춘 그녀는 고개를 푹 떨궜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그 실수만 아녔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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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차였다.
보존식량을 아껴먹고 영양제와 각종 약물들을 먹으며 버틴 끝에 그들은 원래대로라면 식량이 다 동났을 오늘까지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팍!!]
"이게 마지막 보존식이야."
앨리스는 한팩뿐인 보존식을 뜯으며 말했다.
다른 대원들도 초췌한 눈빛으로 보존식을 뜯어 무기력하게 먹기 시작했다.
구조요청은 닿지 않았다. 도저히 돌파가 불가능한 두꺼운 폴라 보텍스로 인해 구조요청이 닿았다고 해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을 일은 없었겠지만.
"지하 벙커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시설이 있어."
"대체 뭐가 있는겁니까...?"
"동면 시설."
앨리스의 이야기에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대체 왜 그런 걸 진작 쓰지 않았단 말인가? 윳쿠레나이 레이무인 '키사라기 레이무'가 앨리스에게로 달려들었다.
"왜 그걸 진작 말하지 않았죠?!"
"시설에 사소한 문제가 생겼어. 동면 장치가... 하나만 살아있다는 거야."
한순간에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오늘로써 식량이 다 동난 지금 단 하나의 동면 장치만 살아있다는 이야기는...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느냐, 게다가 고칠 수도 없거든."
윳쿠레나이 니토리 '키타카와 니토리'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바닥을 긁으며 넘어가지 않는 보존식을 억지로 삼키고 있었다.
"부품 자체가 부족해. 곧 있으면 온도 조절 기능도 거의 망가질 거야."
"설령 동면에 들어가도 구조 받을 때까지 살아있을 거란 보장도 없어. 그러니까 우리중 가장 생존률이 높은 사람이 들어가도록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 니토리가 손을 들었다.
조용히 다들 니토리에게 시선을 모았다.
"기왕이면 겨울을 잘 나는 레티와 치르노종이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동감이야."
그 이야기가 나오자 윳쿠레나이 파츄리인 '파츄리 르마탱'도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벨리아노프에게 한표."
윳쿠레나이 레티인 벨리아노프는 그 이야기를 듣자 심장이 덜컥 오그라 드는 기분이었다.
치르노프도 역시 긴장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아, 걱정 마. 모르핀은 5명이 치사랑만큼 주사할 양은 되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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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이에요? 짝수라서 결과가 무승부가 나올 수도 있어요."
몸을 떨면서 벨리아노프가 말했다.
벨리아노프는 무서운 이야기를 말하듯 말을 끊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첫표. 파츄리 르마탱. 저.
둘째표. 앨리스 플레처. 저.
셋째표. 키사라기 레이무. 치르노프.
넷째표. 저. 치르노프.
다섯째표. 키타카와 니토리. 저.
...그리고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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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티나, 4표."
앨리스가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오직 벨리아노프만이 당혹스런 얼굴로 주위를 두런거렸다.
치르노프의 표는 무효표였다.
"식량이나 쏟는 덜렁이같은 나보다 레티가 사는 게 낫지 않겠어?"
"그, 그런 이유가 말이나"
[턱!!]
순식간에 앨리스가 벨리아노프를 등 뒤에서 제압했다. 그리고 목에 뭔가를 주사했다.
"조금만 참아. 금방 잠든다."
그것이, 발레티나 벨리아노프가 동면하기 전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녀가 깨질 것 같은 머리와 걷지 못할 정도의 굶주림을 가지고 깨어났을 땐 수개월 넘게 몰아친 폴라 보텍스로 감시소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윳버워치는 해체, 윳닉 사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몇년이나 지난걸까. 혼자만 살아남은 그녀는 너무 무거운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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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구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카메라를 끄고 카메라 뒤의 존재에게로 다가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싸이코가 된거야."
발레티나는 아주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불탄 저부와 하나뿐인 눈, 다 깎여나간 머리카락과 넝마가 된 장식으로 대체 무슨 품종이었는지 구분도 가지 않는 윳쿠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중에 안거지만... 이상하지 않아? 왜 시베리아의 연구소가 눈보라를 못 견뎠을까. 누가 시설을 손상시키고 갔을까.
윳닉이야."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이상한 총기가 들려있었다. 총의 안전손잡이를 올리고 방아쇠를 당기자 총 끝에 길다란 고드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걸 윳쿠리에게로 가져다댔다.
"너희와 나. 누가 먼저 지워지려나?"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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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코패스 대신 레티코패스.
눈에 살집 토실토실이면 레티 아임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