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집 윳쿠리 1

by Volf posted Jun 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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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 슬-금"

"윳헷헷, 이번에야말로 쓰레기 인간씨가 독점하고 있는 달콤달콤씨를 아가야들에게 잔뜩! 나눠주는 거다제!"

"그렇다구! 달콤달콤씨는 쓰레기 발적화 인간씨 따위에겐 너무 아깝다구!"

 

또 시작이다.

 

내 집 마루를 슬금슬금 도둑놈들처럼 기어가며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저 망할 똥만쥬, 윳쿠리 놈들.

하지만 저 놈들은 평범한 윳쿠리가 아니다. 우리들이 평균적으로 생각하는 윳쿠리란 놈들은 '적당히 내구성이 있는, 쫀득한 밀가루 반죽으로 된 가죽에 팥소가 들어있는 사람 머리통 만한 크기의 말하는 만쥬'지만 지금 내 집에서 헛소리를 하며 돌아다니는 놈들은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밖에 안될 정도로 확실히 작다. '집윳쿠리' 라고 불리는 윳쿠리의 변종이다.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알수 없지만, 뭐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윳쿠리가 슬금슬금 신종 생물로 흘러들어오듯 이놈들도 언제부턴가 인간의 집에 쳐들어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윳헷헷......마리사님의 우수!한 팥소씨를 물려받은 아가야들에게 달콤달콤을 잔뜩 줄 생각을 하니 팥소씨가 두근두근하다제"

"그렇다구! 마리사와 레이무의 사랑의 결정체는 발적화 인간씨따위와는 차원이 다르게 우수하다구!"

 

........아주 놀고들 있다, 놀고들 있어.......물론 윳쿠리가 인간을 우습게 보거나 인간과 충돌하는 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 머리 사이즈 윳쿠리들이 집에 쳐들어와 집선언을 하거나​ 노예취급하다 학대당하는건 일상이고,그 외에도 온갖 기상천외한 사고를 치고 다니니까. 집윳쿠리가 인간에게 끼치는 민폐도 색다를게 없는 것이다만, 이놈들은 그런 윳쿠리들 중에서도 더욱 더 악질이다. 한술 더 떠 선민사상 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윳쿠리가 이미 인간과는 달리 우리가 훨씬 더 느긋하고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선민사상이냐고?

 

이 집 윳쿠리들은 같은 윳쿠리들 끼리도 노골적으로 차별한다. 심지어 게스로 유명한 그 와사레이무(보들레이무) 조차 귀밑털이 보들보들하지 않은 다른 윳쿠리를 대놓고 욕하진 않는다. 은근히 따돌리고 은근히 자신을 내세울 뿐이지. 그러나 이 집윳쿠리들은 아주 대놓고

 

'우리는 좁은 인간의 집씨에 맞게 진화에 진화를 거쳐, 마침내 최적화씨를 손에 넣은 우수한 윳쿠리니까, 다른 윳쿠리 따위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애완용 윳쿠리를 키우는 집에서도 집윳쿠리는 환영받지 못한다. 아니, 윳쿠리 안 키우는 사람들보다 더 신속하게 제거해야 할 위험 대상이다. 왜냐고? '진화에 진화를 거쳐 최적화씨를 손에 넣은 우수한 윳쿠리인 우리들이 차지해야 할 집'에서 '최적화씨도 안된 진화 덜된 윳쿠리 따위'가 사는 걸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나 장식 없는 윳쿠리를 음식으로 착각해 동족을 잡아먹는 일은 윳쿠리들 사이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집윳쿠리들은 동족인줄 알면서도 사육 윳쿠리를 잡아먹는다. 덕분에 집윳쿠리가 들어온줄도 모르고 애완 윳쿠리에게 집을 맡기고 며칠 동안 여행 다녀온 주인이 온몸이 파먹힌 채 죽어있는 애완 윳쿠리의 잔해를 보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기 윳쿠리는 당연하고, 심지어 성체 윳쿠리마저도! 이게 바로 집윳쿠리가 윳쿠리들 가운데서도 악질인 첫번째 이유다.

 

물론 체급이 차이나기 때문에 보통윳에 집윳쿠리 한둘이 덤비는 정도야 문제 없지만, 이놈들이 악질인 두번째 이유인 무식한 번식력으로 수십, 심하면 수백마리가 동시에 덤벼들기 때문이다. 보통 윳쿠리들의 식물형 번식이 많아봐야 한번에 다섯마리라면, 집윳쿠리들의 산란형 번식은 한번에 열마리는 기본이다. 결국 야생 윳쿠리와는 달리 더 성격이 온화하고 둥글둥글해, 안그래도 부족한 투쟁본능이 더 줄어든 애완 윳쿠리가 대놓고 죽이려고 공격해오는 집윳쿠리들을 이길 확률은 더욱 더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 새끼들 다 쳐 죽여버리자.

 

"어이, 거기 스멀스멀 쳐 기어다니는 존만한 똥만쥬."

 

"유윳?!"

 

내가 부르자 태연스레 제 집인양 기어다니던 쓰레기 부부가 동시에 날 쳐다본다. 그리고는.

 

"마, 마리사! 발적화 인간씨라구!!"

"윳헴! 걱정말라제 레이무, 진화도 덜된 발적화 인간씨 따위 마리사님에게 걸리면 한방이다제! 어이, 거기 씨발 좆같은 발적화 할아범! 당장 마리사님 앞에 엎드리라제! 진화도 덜된 주제에 위에서 마리사님을 내려다 보다니 건방지기가 짝이 없다제!"

 

잽싸게 자기 뒤로 숨은 레이무 덕분에 더 의기양양해져서 지껄여대는 마리사. 건방지기 짝이 없는건 너다. 속에 팥소 대신 똥으로 들어찼다고 해도 믿을 이 쓰레기 만쥬 새끼야.......나는 욕이 나오려는 걸 참고 말한다.

 

"니들, 내 집에 어떻게 들어온거냐?"

 

어차피 죽일거지만, 이놈들이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고싶다. 집윳쿠리가 다른 해충들과 비교해서 유일하게 나은 점이 바로 의사소통이 된다는 거지. 어디서 들어왔는지 술술 불면 그때 다 죽여버리고 들어온 곳을 막........

 

"좆같은 발적화 할아범 주제에 무슨 혓바닥이 그리 기냐제, 씨발 할아범! 닥치고 당장 마리사님에게 달콤달콤을 대령하라제! 마리사님의 우수!한 팥소씨를 물려받은 최적화 아가야들이 기다리고 있다제!"

"그렇다구! 진화도 덜된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말만 많다구! 레이무와 마리사처럼 진화의 최정점에 올라서 우수!해진 뒤에나 떠들라구! 당장 달콤달콤이나 달라구!"

 

마리사 뒤에 숨어있던 레이무도 기가 살아서 뿅뿅 마리사와 나란히 서서 지껄여댄다. 정정한다. 니들은 파리, 모기, 바퀴벌레 이하다. 그놈들은 헛소리라도 안하지? 나는 문답무용으로 근처의 신문지를 돌돌 말아 있는 힘껏 마리사를 향해 내리쳤다.

 

"윳? 뭘하고 있냐제 씨발 할아범, 달콤달콤씨 가져오라고 했지 누가 신문씨 달라고 했냐제? 이래서 역시 좆같은 발적화 하등 할아범으-유겟?!"

 

파앙! 아, 이 찰진 타격감!! 헛소리나 지껄이던 마리사는 내 집 바닥에 화려하게 팥소의 꽅을 피우며 뒈졌다. 마리사의 몸에 있던 '우수!한 팥소씨'(웃음)가 퓻, 옆에 서있는 레이무의 몸에 튀었다.

 

"마, 마리사......? 마리사?"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건지, 아니면 '진화를 거쳐 최적화씨를 손에 넣은 우수!한 단짝'이 나같은 발적화(웃음) 할아범 따위에게 당한게 믿겨지지 않는건지, 아니면 둘 다인 건지......아무튼 멍하니 마리사의 잔해를 보고 있던 레이무는 몇 초 뒤에야 겨우 상황파악을 하고선,

 

"느긋하게 도망간다구!"

 

뿅뿅뿅 아까 슬금슬금 하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바닥을 뛰어간다.

 

"느긋하게! 느긋하게! 레이무는 느긋하게 도망간다구!"

 

어이, 그 우수!한 단짝을 놔두고 그냥 도망가냐. 야, 냉정한 놈이로구만. 이게 진화를 거쳐 최적화씨를 손에 넣은 우수! 한 윳쿠리의 진면목입니까(웃음). 아무튼 최적화든 발적화든 지랄적화든, 진화의 성과가 있긴 한 모양인지 보통 윳쿠리들보다 빠르다는건 인정하겠다만 그래도 근본은 윳쿠리인지라 너무나 쉽게 잡힌다. 

 

"유윳?! 놓으라구! 놓으라구!!"

 

녀석의 리본을 잡아 들어올리자 마구 버둥거리며 소리치는 레이무. 오오,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나 '레이무는 새씨가 되었다구!' 같은 소리 안하네? 역시 진화를 거쳐(중략) 우수!한 윳쿠리 답네 다워 낄낄낄. 그럼 그 좆같이 잘난 진화의 성과, 좀 더 보여주지 않겠는가?

 

"자, 감히 인간님의 집에 침입한 댓가를 받을 시간이란다, 이 존만한 똥만쥬야."

"유, 유윳, 기, 기다리라구, 발적화 할아.....아니, 인간씨! 느긋하게 기다리라구!"

 

그래도 이 레이무는 좀 머리가 돌아가는 축에 속하는지 발적화라고 부르던걸 멈추고 인간씨라고 부른다.

 

"레이무는 마리사처럼 우수한 윳쿠리라구! 위대한 진화씨의 산물이라구? 레이무가 이대로 죽으면 기다리고 있는 아가야들을 돌볼수 없다구? 하나같이 레이무처럼 우수!하고 진화의 최정점에 위치한 아가야들이라구? 이런 팥소씨의 대가 끊기면 세계의 손실이라구, 그러니까 살려달라구? 그리고 덤으로 달콤달콤씨도 달라구, 당장이면 좋다구?"

 

역시나 머리가 돌아가도 집윳쿠리는 집윳쿠리. 뭐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자신이 모든 생물보다 낫다' 라고 생각하는 윳쿠리의 사고방식이 '모든 생물들보다도 나은 윳쿠리들 중에서 더욱 더 나은 집윳쿠리' 라는 사고방식으로 '진화' 된건 사실이니까. 아니, '퇴화'라고 해야 할려나 이건. 아무튼! 이 괘씸한 놈은 마리사처럼 한방에 죽이지 말아야겠다. 들어온 곳과 더불어, 그 잘난 '우수!한 팥소씨의 대'(웃음)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아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윳갸아아아아아아아!!!"

 

'다 있소' 에서 산 조그마한 플라스틱 용기에 묽게 탄 타바스코 소스를 채우고 그 안에 레이무를 넣자마자 우렁찬 비명이 터져나온다. 거 참, 제아무리 위대한 진화씨의 산물, 우수!한 팥소씨라도 밀가루 반죽 사이로 스며들어 팥소를 적셔오는 타바스코의 고통은 이겨내지 못하나보다. 낄낄낄.

 

"유기기기기기!! 느긋할수없어어어어어어어어!!! 발적화하라버어어어어어엄!! 레이무를느긋하게하라고오오오오오오오!!"

 

하반신을 담군 채 얼굴이 씨뻘겋게 되서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레이무. 벌써 얼굴까지 타바스코가 올라온건 아니고, 고통을 참느라 저렇게 뻘개진 거다........아마도.

 

"어이어이, 우수!한 팥소씨의 근성을 좀 보여달라고, 응? 어떤 만화가가 그랬잖아, 육체는 단명해도 근성은 영원하다고."

"그딴거모른다구우우우우우우!! 당장우수!한팥소씨를물려받은레이무를느긋하게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 레이무는우수!하다고,진화씨의산물이라고오오오오오!!느긋해질권리가있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이구 그러셨쎄여? 그럼 너 어디로 들어왔어? 그리고 니 그 우수!한 팥소씨 물려밭은 아가야들은 어디 있어? 그거 말하면 느긋하게 해주마."

"유기기기기기기기!! 차,창문씨틈사이로드러와따구우우우우우우!!그리고아가야들은책장씨뒤에이따구우우우우우!!왜묻는진모르지만가르쳐줬으니어서느그타게만들라구우우우우우우!!레이무는그럴권리가이따구우우우우우우!!"

 

인간이 이런거 묻는건 니 그 우수!한 팥소씨를 물려받은 아가야들을 제재하려고 묻는거 아니겠냐, 이 바보야. 낄낄낄......그런거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느긋함, 자기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다니 참 게스스럽기 짝이 없다. 응 그래, 느긋하게 해줄게! 영원히! 나는 타바스코를 희석도 안하고 숟가락에 좀 받아서 레이무에게 끼얹어버렸다.

 

"유긱?!"

 

뻘건 소스를 뒤집어 쓴 레이무는 잠깐 움찔 하더니 얌전히 있다가, 몇 초 뒤에 마치 꼬리에 불 붙은 고양이처럼 날뛴다.

 

"윳갸아아아아아아아아!!스며들고,스며들고있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레이무의우수!한팥소씨가아아아아아아아아!!!이거짓말쟁이할아범제재한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

 

네네 우수우수(웃음). 우수한 레이무님의 팥소씨라면 타바스코 따위는 여유롭겠지? 자, 어서 그 통에서 나와 날 느긋하지 못하게 제재해봐라, 낄낄낄......

 

"유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좆같은씨발발적화하라버어어어어어어어어어엄!!!"

 

얼씨구, 빠드득 이를 갈.....어라? 툭, 투둑, 사탕 재질 이빨이 잇몸에서 뽑혀 후두둑 떨어진다. 그새 얼굴까지 타바스코가 올라와 팥소 조직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걸까. 그기기기기기기기, 레이무도 이제 그걸 깨달은 듯 최후의 발악처럼 나를 노려보지만, 녀석의 그 눈조차도 충혈하듯 씨뻘겋게 물들더니.......

 

"유보오!"

 

뻥! 시원하게 터져버렸다. 사람이었다면 무슨 호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라 바지에 지렸겠지만 집윳쿠리가 저렇게 되니 사이다를 한병 원샷한 기분이다. 우와 시원하다!!

하지만 내 시원한 기분과는 달리, 두 눈 터진 레이무는 입에서 꾸역꾸역 팥소를 뱉어내며 거무스름하게 바뀌고 있다.

 

"아....안됀다.....구......레이무......우수.....한 팥소씨가.......진화의 최정점이........"

 

네네, 우리 진화의 최정점의 레이무님은 안심하고 뒤지세요, 세계는 우리같은 하등생물들이 알아서 잘 꾸려나갈게요? 낄낄낄......나는 쓰레기로 전락한, 아니 원래부터 쓰레기였던 레이무를 음식쓰레기 통에 버리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자, 그럼 라운드 2를 시작해 볼까?"

 

-꼐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