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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11:28

과수원과 윳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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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수원과 윳쿠리

 

 사과나무가 나무위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붉고 탐스럽게 익은 그 사과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로 달콤하고 아삭해보이는 사과였다. 또한 사과나무는 한그루가 아니라, 몇 백 그루가 있다.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고 그 안에 심은 사과나무들이 성장해 수많은 사과가 맺힌 것이다.

 

"늣늣늣! 먀먀! 져 사과씨는 너무 마시써보여!!!"

 

 달콤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무언가가 꼬이기 마련이다. 잎이 필때는 풀먹는 곤충이 꼬이고, 꽃이 필때는 벌이 꼬이고, 과일이 맺힐때는 새가 꼬이기 마련이었지만, 요즘에는 윳쿠리가 꼬인다. 현재 상황을 얘기하자면, 아기 레뮤랑 레이무가 사과나무 밑에서 열심히 때를 쓰고 있다. 목적은 당연히 사과를 먹으려는 것이다. 이 사과를 심고, 약을 주입하고, 직접 가지치는 등의 노력을 하나도 하지 않고, 오로지 그 과실만 가지려하는, 전형적인 윳쿠리의 마인드를 가진 윳쿠리 모녀다.

 

"사과씨! 아가야가 사과씨를 먹고싶어한다고! 그러니 얼른 떨어지라고!!"

 

"뗘러지라고! 떠러지라고!!"

 

 아무리 소리친들, 사과가 떨어질리가 없다. 직접 따고 싶어도,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사과조차도 윳쿠리에겐 너무 높이 있었다. 날개가 달려있다면 또 모를까, 땅에서 기어다니는 레이무따위들에게 사과는 그림의 떡이었다.

 

"느으으으! 사과씨는 레이무의 말을 들으라고!"

 

"능야아아아! 능야아아아! 사과아아아! 사과아아아!! 레뮤껀데 왜 안떠러져!!!"

 

 소리질러도 가만히 있는 사과를 바라보며 레이무는 계속 소리치고, 아기 레이무가 울부짖는다. 아기의 울음을 참다 못한 레이무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사과나무에 몸을 부딪힌 것이다.

 

"느흐느흐느흐 아프지! 하지만! 사과씨때문에 울고있는 아가야와 그런 아가야의 모습을 보는 레이무의 마음이 더 아프다고! 이정도의 아픔은 우리들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읏!"

 

 한번 더 부딪힌다. 자신의 몸통박치기에 사과나무가 아플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무가 그런걸 느낄리 없다. 느껴도 단단한 나무가 팥소만두인 윳쿠리의 공격에 손상을 입을리도 없다. 2번 부딪히자, 너무 몸이 아파서 레이무는 박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레이무의 제제가 너무 무서워서 사과씨가 떨고 있는 모양이네! 무서우면 얼른 사과씨는 떨어지라고!"

 

"떨어져! 떨어져!!"

 

 레이무가 나무에 몸을 박고 그 충격으로 나무가 조금 흔들리자 나무가 떠는 걸로 보고 레이무 모자는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곧 사과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하늘이 무심하게도, 나무가 흔들린 진동은 줄기를 타고 올라가 가지로 전달되었고, 가지에 매달린 사과에도 전달되었다. 그 사소한 충격이, 탐스럽게 익어 떨어질 준비를 한 사과의 심지를 흔들었다. 그 흔들림에 버티지 못한 사과는 가지로부터 해방되 하늘에서 떨어진다. 레이무 모녀가 기다리고 있는 지상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는 레이무 모녀의 눈이 기쁨과 승리감으로 커졌다. 이제 몇초만 있으면 사과의 달콤함과 아삭함으로 굶주린 배를 가득 채울 수 있을것이다.

 

"오오 나이스 캐치 나이스 캐치"

 

  지상으로 낙하하던 사과를 어디선가 나타난 키메에마루가 캐치했다. 땅에 떨어진 사과는 손상되어 못쓰게 된다. 손상된 사과는 팔 수 없게 되고, 과수원의 손해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키메에마루가 사과를 잡아내서 대가없이 행운만 바라던 두 윳쿠리의 기대 또한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거기 잠깐! 그건 레이무들의 것이라고! 키메에마루는 당장 사과를 내놓으라고!"

 

"내노으라규! 내노으라규!!"

 

 키메에마루가 잡은 사과는 자신들의 것이었다. 자신에게 굴복한 사과나무가 바치는 공물이었다. 그것은 온전히 레이무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걸 키메에마루가 빼앗았다. 참으로 느긋할 수 없는 키메에마루라고 생각하며 레이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오오? 무슨소리? 이건 인간씨의 것이라고. 그런것도 모르다니 오오 불쌍해 불쌍해."

 

 키메에마루가 그 특유의 표정으로 반박한다. 그 모습을 본 레이무 모녀는 더욱 분노에 빠진다.

 

"닥치라구! 레이무가 먼저 발견했으니 레이무 것이라고! 그리고 레이무는 싱글마더에 아가야를 키워야하는 숙명씨인거라고! 그런 레이무가 사과씨를 먹는 건 당연한거잖아! 당장 키메에마루는 사과씨를 내놓는 거라고! 안그러면 제제라고!"

 

"제제라규! 제제라규!"

 

 제제네 뭐네하면서 키메에마루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지만, 하늘을 나는 키메에마루에 닿을 방법은 레이무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키메에마루는 그런 레이무를 피식 비웃은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사과나무를 담는 수레다.

 

"모미모미? 잘 익은 사과씨네! 얼른 집어넣으라고!"

 

 모미지 몇마리가 지키는 수레에 사과를 집어넣는다. 그 광경을 본 레이무 모녀가 더욱 분노로 치달았다.

 

"느으으으 게스들이 사과씨를 독점하고 있는거네!"

 

"느아아아아앙! 사과! 사과아아!!"

 

 눈앞에서 사과를 빼앗기는 레이무 모녀, 하지만 사과를 독점하는 통을 지키는 윳쿠리들이 너무 많은데다, 좀더 시야를 넓혀보니 키메에마루가 하늘을 뒤덮으며 사과를 수확하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모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이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간 키메에마루와 모미지들의 집단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레이무는 귀밑털로 자신의 아가야를 머리위에 올렸다.

 

"사과아아아아! 사과아아아아아!!!!!!"

 

 상황은 보지 않고, 사과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기 레이무는 소리를 더욱 높여서 울부짖는다. 사과의 달콤함. 윳쿠리가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먹이중 최상급에 위치한 사과를 먹지못하는 상실감에 더욱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이다.

 

"잠깐! 아가야! 그만 울으라고! 계속 그러면 무서운 윳쿠리들이 느긋하지 못하게 할거라고!"

 

"느아아아앙! 사과아아아!"

 

 어미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사과를 찾는 아기 레이무. 아직 어린 이 아기 레이무에겐 천적 관계, 위기 상황같은건 너무 복잡하다. 그저 눈앞의 먹이와 자신의 식탐만이 중요할뿐이다.

 

"어쩔 수 없는거라고! 느긋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은 거라고! 사과씨는 알아서 생겨나는거니 이번엔 포기하고 다음엔 오는거라고! 그러니 조금만 참으라고!"

 

"느으으으으으....사과씨... 사과씨 머꼬싶다고..."

 

"다음에 꼭 먹을 수 있을테니 지금은 도망친다고"

 

 어미의 말에 울음을 끄치고 결국 도망치는 모녀다. 아직 아가야지만, 최강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버지가 레미랴에게 허무하게 죽는걸 본 아기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리고 어미 레이무가 그걸 말하고 있는데, 약하디 약한 자신이 계속 버틸 수는 없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

 

 레이무 모녀가 사라진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키메에마루와 모미지의 사과 수확은 계속되고 있다. 키메에마루가 사과를 수확하고, 모미지는 설마 있을 야생윳들로부터 사과를 보호하는 동시에 수레를 끈다. 그런 분업을 통해 사람이 힘들게 사다리타고 올라가 사과를 딸 필요가 사라진 상태다.

 

"오오! 여기 해충 발견! 맛있게 먹겠다고! 오오 맛있어 맛있어!"

 

 사과를 수확하는 동시에 사과에 해를 끼치는 해충들도 구제한다. 해충방지용 약을 박는 것으로 부족한 것을 키메에마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모두! 조금만 더 힘내라고! 내일은 비바람이 심하다고 하니깐 미안하지만 좀만 더 노력해달라고! 대신 맛있는 사과파이해줄께!"

 

 어느새 나타나 키메에마루의 작업을 보고 있는 과수원 주인 시원씨가 소리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과과수원에 윳쿠리 조경법을 도입하니 성과가 좋다. 윳쿠리를 이용해 하는 획기적인 농법이라고 찬사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오오 사과파이! 사과파이!!"

 

"모미모미!!!!!"

 

 사과파이를 해준다는 소식에 작업의 능률이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색깔, 냄새, 농도를 확인하고 익은 사과를 수확한다. 땅에 떨어진 사과들도 전부 수확했다. 비록 떨어진 상품은 팔 수는 없지만, 사료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의 시간이 지났을까. 수확이 끝났을때는 벌써 해가 서편으로 지고 있었다.

 

"전부 수확했다고요! 모미모미!!"

 

"오오 힘들어 힘들어."

 

 사과 수확을 마치고 시원씨가 수레를 움직인다. 일단 끌고올때는 모미지들이 끌고 오고, 돌아갈때는 차에 연결해서 다시 가져가는 구조다. 밤중이라 있을 수 있는 포식종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농원을 순찰하는 몸첨부 플랑이 손전등을 가지고 마중나왔다. 깜깜한 밤에 나타난 플랑에 시원씨마저 깜짝 놀랐지만, 곧 자신의 플랑인 것을 알고 마음 졸인다. 하지만 시원씨의 반응에 플랑은 삐진듯 하다.

 

"사과파이 줄테니깐 화풀어."

 

"흥! 플랑은 밤중에 보면 무서운 윳쿠리라 미안하네요!"

 

"왕찐빵 사줄테니깐."

 

"....흐...흥! 플랑...은 유혹에..."

 

"하아... 내가 졌다.  고기 만두도 줄께."

 

"와아! 오빠야 최고!"

 

 협상이 잘 된듯 하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플랑이 시원씨에게 매달려 애교를 부린다. 집에 도착하자 약초밭을 가꾸던 에링이 맞아준다. 키메에마루와 모미지도 윳쿠리 축사에 들어갔다. 늦은 저녁으로 약속한 사과파이 한조각씩 키메에마루와 모미지들에게 돌려졌다. 물론 상품을 줄 수는 땅에 떨어진 사과들을 잘 갈아서 만든 파이다.

 

"하아... 그러고 보니 들윳들이 꽤 많아진 느낌이란 말이지..."

 

 현재 사과 시세를 찾아보며 시원씨는 오늘 수확한 사과의 무게를 살펴본다. 현재 전부 냉장고에서 싱싱하게 보관되있는 사과는 이틀 뒤 출하될 예정이다. 최근 들윳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을철을 맞이해 월동준비를 서서히 시작하는 상황. 먹이를 찾는 윳쿠리들이 농촌까지 출몰한 것이다.

 

"피스녀석 부르기엔 내가 가진 윳쿠리들이 너무 많아서 그러긴 힘들겠고... 하아... 어떻하지...?"

 

 야생 윳쿠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농사일에는 치명적이다. 물론 시원씨의 약초밭과 과수원은 야생윳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지만(한쪽은 건들지도 않아서, 한쪽은 나무가 커서) 그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로 끝날 듯 하다.

 

-------------------------------------------------------

 

 다음날 점심.

 

레이무 모녀는 다시 한번 과수원에 왔다. 사실 더욱 일찍 오려고 했었지만, 과수원과 집을 오고가고 슬피 우는 아가야를 진정시키고 재우느라 체력이 많이 소모됬던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해가 중천에 떠올라서야 일어나고, 급히 과수원을 향해 갔다.

 

"느느? 이번에 그 게스들은 없는 모양이네?"

 

"먀먀! 사과!! 사과아아아!!!'

 

 어미의 반응에 이번엔 사과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아기 레이무가 사과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느느? 아직까지 인간씨가 없는 걸 보면 오늘은 사과씨 포식을 할 수 있을것 같다제!"

 

"사과씨! 맛있는 사과씨!"

 

 레이무 모녀뿐만이 아니다. 사과는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식량이자 약재이기까지 한 식품. 인간과 사육윳쿠리들이 두려워서 숨을 죽이던 야생윳들도 튀어나와 과수원을 향한다.

 

"느? 사과씨? 다 어디로 간거냐제?"

 

"사과아아아아!!!!!! 사과아아아아아!!!!"

 

"사과씨! 느긋하지 않게 숨어있지 말고 얼른 나오라고!"

 

 하지만 수확 끝난 과수원에 사과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가지에 매달린 안익은 과실들은 잎사귀에 가려서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땅에 떨어진 사과들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느느! 이럴리 없다고! 분명 있을거라고!"

 

 수확은 어제 다 끝났건만, 어딘가에 분명 사과가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고 끝까지 과수원을 헤메는 윳쿠리들이다. 그렇게 한참을 과수원에서 헤메고 있었을때,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방울, 두방울, 얼마안가 쏟아진다.

 

"느? 물씨?"

 

"비씨가 오는거제! 비씨! 느긋하게 멈추는 고제!"

 

"오지말라고! 첸에게 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느갸아아아! 발씨 움직이라고! 녹지말고 움직이라고!"

 

 갑작스레 오는 비에 당황한 윳쿠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들이 밀가루 반죽을 뚫어 팥소를 가차없이 유린한다. 뒤늦게나마 집으로 도망치는 윳쿠리들도 있지만, 과수원 한가운데에서 집까지 가는 거리를 버티지 못하고 비에 전부 녹아 죽어간다. 바람도 세차게쳐서 어떤 곳에 있던 비가 몰아친다.

 

"느으으.. 비씨 느긋하지 않게 멈추라고..."

 

 레이무 모녀는 어떻게든 수풀과 잎사귀가 우거진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가림막이 되어주는 잎들이 많기에 비가 묻는 부분이 적다. 어떻게든 지키겠다고 마리사와 약속한 아기 레이무는 머리위에 올려서 비를 더 피하게 하고 있다.

 

"느느느... 사과씨... 어째서 없는 거냐구..."

 

 목숨이 위험한 와중에, 레이무는 아직도 사과를 생각하고 있다. 눈앞에서 집으로 가려다 쓰러지는 첸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보는데도, 먹지 못한 사과를 생각하고 있다.

 

"...다규..."

 

"느?"

 

 한창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느라, 머리위의 아가야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듣지 못했다. 아기 레이무의 말에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렸는데, 뭔가가 심상치 않다.

 

"레...레뮤... 너무.. 츄..츕다규... 먀먀... 느그탈... 수...없다규..."

 

 아침부터 먹구름껴서 어두침침했다. 특히나 가을이라 기온도 여름에 비하면 많이 낮은 상황, 게다가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온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머리위에 올린 아가야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특히나 온도에 약한 아기윳에게, 비바림이 몰아치는 지금의 상황은 위험했다.

 

"아가야 정신 차리라고! 엄마야가 할짝할짝 해준다고! 할짝할짝!"

 

 아기를 느긋하게 하기 위해 어미 레이무가 할짝할짝을 한다. 어미의 할짝할짝과 침에 따뜻함을 느끼고 약간 기운을 차리는 아기 레이무. 하지만...

 

"느피! 더... 츄워져따규.... 샤려져 먀먀... 레뮤 주고시지 아나..."

 

 바람이 몰아치면서 아기 레이무의 몸에 묻은 침이 급속히 차가워지고, 아기 레뮤의 체온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계속 할짝할짝을 하면 할 수록, 아기의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자신의 팥소까지 유린하는 차가움에 아기 레이무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

 

"할쨕할쨕! 어재셔! 아가야 정신차려!! 할짝할짝! 할짝할짝! 안된다고! 죽으면 안된다고!!"

 

 할짝할짝을 계속하지만, 아기가 깰 기미를 안보인다. 어미 레이무는 나무 바깥을 바라본다. 아직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죽은 첸의 사체도 벌써 빗물에 떠내려갔다. 그리고 귀밑털로 붙잡은 자신의 아가야를 본다. 아직 숨을 쉬고 있지만 이대로 있으면 얼마안가 죽을것이다. 어미 레이무는 결심했다.

 

"조금만 차므라구 아가야. 지베 가서 따뜨타게 해주게따고."

 

 아기를 입에 넣고 나무밑에서 나와 빗물이 흐르는 대지를 기기 시작했다. 입에 아기 레이무가 있기에 폴짝폴짝을 하지 못하고 단지 기어갈뿐, 빗물이 가차없이 저부의 밀가루를 훍고 내려간다. 1M도 이동하지 않았는데 저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느으? 저부씨! 얼른 움직이라고! 아가야를 지브로 데려가야한다고!"

 

  아무리 호통을 쳐도 저부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몸통에 세차게 내리꽂히는 빗방울들이 레이무의 피부를 가차없이 유린하고 팥소에 스며든다. 그 고통은 아무리 모성애가 뛰어난 레이무라도 비명을 지르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느아아아! 아프다고!! 안돼! 아가야! 도라오라고!!!!"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입안에 들어간 아기 레이무가 튕겨나갔다. 아기 레이무가 입밖으로 나간 걸 안 레이무가 급히 아기 레이무를 불러보지만, 땅에 떨어진 아기 레이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혀를 바깥에 내놓은채, 두눈을 부스스 뜨고 있을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검게 빛나던 눈동자는 흰색으로 변한채 빛을 잃은지 오래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아기 레이무는 가을비를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그리고 어미 레이무가 자신의 자식이 죽었다는 사실도 실감하기 전에 세차게 내리는 비는 아기 레이무가 세상에 있었다는 흔적을 지워나간다. 순식간에 피부와 팥소, 장식, 머리카락 한올 남기지 않고 빗물에 떠내려갔다.

 

"안돼! 아가야 데려가지마!!!! 돌려달라.... 느...느느느느느!!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자신의 모든것이 사라져버렸다. 레미랴에게 잃은 마리사와 했던 약속, 아가야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못지켰다. 아가야에게 사과를 먹게 해준다는 약속을 못지켰다. 그것도 모자라 아가야가 죽어가는 와중에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한순간의 정신적 충격은 육체적으로 지친 어미 레이무를 붕괴시키는데 충분했다.

 

'어재셔... 어재셔... 레이무와 아가야는... 그저 사과씨... 먹고싶었을 뿐인데...'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빗속 한가운데에 울려퍼지던 레이무의 울음소리는 얼마안가 그쳤다. 비가 그친후 과수원에 남은 건 시체가 된 팥소더미들과, 비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나뭇잎과 설익은 사과다. 물론 설익어서 맛은 없고 시기만 한 사과다.

 

-------------------------------------------------------

 

"모미지는 따뜻하다고오오~"

 

"오오 따뜻해 따뜻해~"

 

 키메에마루와 모미지가 살고 있는 윳쿠리 축사. 말이 윳쿠리 축사지, 건물내부는 사람이 살아도 될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사람 사는 곳을 좋아하는 윳쿠리다보니 굳이 가축처럼 취급하지 않고 사람 사는 집처럼 건물 내부를 꾸민 것이다. 어제 저녁 맛있는 사과파이를 먹고, 오늘 아침도 윳쿠리 푸드로 해결한 포만감을 느끼며 키메에마루와 모미지는 집안의 아늑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닥에는 전기 보일러도 달아놔서 바깥에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아랑곳하지않고 윳쿠리들은 따뜻함을 느끼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오 비 진짜 세차게 내리네. 환기도 못하겠구만."

 

 시원씨가 축사를 점검한다. 말이 점검이지 비바람이 못들어오게 창문을 확인하고 청결을 위해 배설물 치우고 사료통을 다시 채우는 일이다. 그리고 온도와 습도도 체크했다. 전혀 이상은 없었다.

 

"아마 며칠동안 계속될것 같으니깐 한동안 한가하게 지낼것 같은데 괜찮겠어?"

 

"모미지는 괜찮다고요 모미모미"

 

"오오 한가해 한가해"

 

 키메에마루와 모미지가 시원씨에게 재롱을 부린다. 시원씨는 축사 한가운데에 있는 TV를 튼다. 거기에선 윳쿠리 교육방송이 나왔다. 애완윳으로 행동해야할 지침과 위반시 대가를 쉽게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머리가 좋은 희귀종 윳들이다보니 갑자기 비뚤어질 확률은 별로 없지만, 방송을 통해 더욱 말을 잘듣게 되고, 설마하는 게스출현을 방지할 수 있어 이렇게 한가한 날에 틀어준다.

 

"비바람이 그치면 이젠 월동준비할거라고! 알겠지?"

 

 과수원의 월동이라면 사과나무들이 얼어죽지 않도록 보온처리 하는 일이다. 이과정은 사람들이 전적으로 주도하지만, 시원씨는 운반이라도 하게 함으로 충성스러운 이 윳쿠리들이 보탬이 되도록 하고 있다.

 

"오오 맡겨줘 맡겨줘."

 

"모미지는 오뺘야의 말대로만 하겠다고요!"

 

 그렇게 한가로이, 축사의 애완윳들은 따뜻함 속에서  비바람이 내리는 가을날을 보낸다. 과수원에서 울부짖고 죽어가는 야생윳쿠리들과는 다르게 느긋함을 만끽하면서.

 

-끝-

 

느긋하게 한편 더 썼습니다.

사과가 보통 9월 정도에 수확하니깐... 보통 윳쿠리들이 이르면 10월 중순, 늦어도 11월 초에 월동을 하니 9월에는 월동준비를 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사과에 정신팔려 과수원에 침범한 저 윳들은 겨울이 오면 굶주림에 시달리고 동족식까지 했을 겁니다. 오히려 비바람에 감사해야 할듯 하군요. 

저 레이무는 자식은 아끼지만, 좋은 어미는 아닙니다. 게다가 사람 입장에서는 게스이기도 하고요.

시원씨는 전작의 시원씨랑 동일인물입니다.

그럼 저도 이제 자야겠군요ㅋㅋㅋㅋㅋ

  • ?
    이쑤시개 2016.05.05 02:59
    윳쿠리들을 세빠지게 일시키고 과연 시원씨는 최저임금이라도 주고 있는지?
  • ?
    아르카나 2016.05.05 02:59
    가축에게 돈주는 주인도 있나요?
  • profile
    심심한인간 2016.05.05 02:59
    죽어라 야생
  • ?
    읏우 2016.05.05 02:59
    윳쿠리에겐 시급보다 최저먹이법이 필요할지도
  • ?
    마리모 2016.05.05 02:59
    모미지랑 플랑이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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