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4년 11월쯤에 쓴 단편입니다. 원래 제목은 뭔지 모릅니다. 밑에 있는 것도 몇번 바꾼 제목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복수의 맛이 어떠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상한 세계관 주의
이 글은 특정한 지역, 야구팀 및 팬덤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상쾌한 학대 장면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김복수 씨는 흔한 회사를 다니는 흔한 회사원이었다. 특별히 더 쓸 말이 있다면, 그가 열성적인 야구 팬이라는 점, 그리고 집에 윳쿠리 앨리스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는 점 정도이다.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 어느 추운 날, 김복수 씨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집안이 엉망이 되어 있고, 기르던 윳쿠리 앨리스가 무참하게 죽어 있었다.
'야생 윳쿠리인가...'
김복수 씨가 생각한 대로, 야생 윳쿠리가 집에 침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금 예상과 빗나간 점이 있었다. 윳쿠리의 가족이나 커플이 아니라, 마리사종 한 마리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리사의 표정이나 반응도, 역시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집선언한 윳쿠리 특유의 잘난체하거나 억울한 듯한 분노의 표정이 아니라, 사람을 업신여기는 띠꺼운 표정으로, 대단히 기쁜듯한 목소리로 마리사는 말했다.
[느긋하게 있으라제! 여기는 아저씨의 집이제? 알고있다제!]
"뭐?"
[마리사는 마리사다제!]
"그건 보면 알아."
김복수씨는 그렇게 말하며 신발장에 걸려 있던 파리채를 힐끗 보았지만, 그걸 들어 마리사를 후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래뵈도 김복수씨는 살아있는 부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집안이 온통 흙과 나무 따위로 엉망이 되고,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풍기는 만두가 뭐라고 떠드는 정도로는 흥분하지 않는다.
[느히히... 윳쿠리 플레이스가 망쳐진 기분은 어떻냐제? 마리사의 고통을 느껴보라제...]
그렇다 쳐도 정말 집안이 엉망이 되어 있다. 윳쿠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한계까지 어지럽혀 놓은 것 같다. 물건을 어지럽혀 놓은 건 그렇다치고, 냄새나는 몸으로 가구에 부비부비라도 했는지 음식쓰레기 얼룩 같은 것을 묻혀놓은 꼴은 평범한 학대파라면 진작 마리사를 박살내버렸을 정도로 끔찍하다.
"...난 널 처음 보는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냐?"
[느기기기기기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거냐제에에에에! 멍청한 인가아아아안!]
사람을 업신여기는 미소를 짓고 있던 마리사의 표정이 확 일그러진다.
"그렇게 말해도 기억에 없다고. 너처럼 더러운 윳쿠리는 처음 본단 말이야."
[느아아... 느, 느훗! 더러운 말로 마리사님을 도발해볼 속셈인거제? 통하지 않는다제!]
분노로 벌벌 떨던 마리사는 이성(???)을 회복했는지 다시 아까의 건방진 표정으로 돌아왔다. 김복수씨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직 행동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이녀석의 태도의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면, 설령 이놈을 죽인다 하더라도 뒷맛이 개운하지 못할 것이다.
"..."
어떤 감정도 읽어내기 어려운 표정으로 마리사를 내려다보는 김복수씨. 그리고 마리사는 건방진 웃음을 띠고 그런 김복수씨를 올려다보고 있다.
[정말로 기억도 하지 못하는거라면 구제불능인 잉여인간이다제.]
"그러니까 난 널 처음 본다고 몇 번을 말하냐."
[모른척해도 소용없다제! 마리사는 다 기억한다제! 그 모자를!]
"뭐, 이 모자?"
김복수씨는 당황하여 자신이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더듬는다. 이 모자는 유서깊은 야구팀, '패왕' ○화 이글스의 팬 상품으로서, 이 지역은 ○화 이글스의 연고지가 아니기 때문에 ○화의 팬은 거의 없고, 그 중에서도 이 모자를 쓰고 다닐 정도로 열성적인 팬은 정말 적다. 한 10여명 정도.
[그렇다제! 그 모자를 쓰고 마리사의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모두 느긋하지 못하게 만든 악마! 아직도 기억한다제!]
"그...런건가."
○화 이글스는 수백년의 전통을 가진 야구팀이며, 별칭은 패왕이라고 한다. 覇王이 아니라 敗王이다. 이 팀의 팬들은, 마치 생불과 같은 엄청난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람인 이상 한계가 있는 법이다. ○화의 팬들은 경기가 너무나도 졸렬하여 분노를 참을 수 없거나, 혹은 ○화가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말도안되는 일이 일어나 너무나도 기쁠 때면,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주위의 노숙 윳쿠리들을 구제하며 그 스트레스를 풀거나 기쁨을 표현한다. 아마 이 마리사도 그때 구제당한 노숙윳쿠리의 가족인 것 같다.
[느아아아아아!! 이제야 기억난거냐제!! 똥잉여인간! 마리사의 원수!! 악마!!]
"흠... 그래서 내 집은 어떻게 찾아왔지?"
김복수씨의 집은 작은 단독주택이고, 윳쿠리가 침입하기 어려운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김복수씨가 사는 집은 야구 경기장에서 제법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개 윳쿠리가 찾아온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 느긋하지 못한 악마의 노래를! 마리사는! 똑똑히 기억한다제에에에에에!!]
말하면서 분노가 차올랐는지 큰소리를 치는 마리사.
"노래? 무슨 노래 말이냐?"
[나아아아느으으은 행보캄미다아아아! ○화라서 행보캄미다아아아아! 아저씨가 맨날 부르는 그 노래말이다제!!]
김복수씨는 술에 취하면 ○화의 유서깊은 응원가를 부르는 술버릇이 있었다.
[그 노래! 그 느긋하지 못한 노래를 부르면서! 마리사의 집을 부수고! 가족들을 죽였지 않았냐제에에에!]
그리고 ○화의 경기 후에 이어지는 팬들의 일제구제 때도,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그렇군... 이제 알겠어."
[느흐, 느흐으... 최강의 마리사라도 비겁한 수를 쓰는 인간에겐 이길 수 없다는걸 안다제! 하지만! 마리사도 비겁한 수를 쓰면 인간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제! 가족같은 앨리스가 마구 상쾌당하고 죽은 기분이 어떠냐제!]
"아, 그러고 보니 앨리스가 죽었군."
[느헤헤... 앨리스는 마리사님의 빅 매그넘으로 상쾌당하면서 몇번이나 아저씨를 찾았다제! 생겨난 아기들은 마리사님이 모조리 밟아서 앨리스에게 먹여버렸다제!!]
"아, 뭐 별로 상관없어. 딱히 펫도 아니었으니까."
[늣?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도 안 속는다제?]
"어차피 그 앨리스, 그냥 음식쓰레기 처리용이었어."
[느... 웃기지말라제! 그렇게나 인간씨를 좋아하는 애리즈가 펫이 아닐리가....]
"동뱃지니까 기본적인 복종훈련정도는 되어있었을 뿐이지.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느아아아아아아! 느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때린 것도 아닌데 엄살피우지 말라고. 너, 내가 집을 부수고 가족을 죽였다고 했지. 그게 언제였냐?"
[느그극...마리사가... 마리사가 아기였을 때라제...!]
"뭐...라고?"
○화 팬들의 일제구제가 있었던 것은 대략 한 달 전, 그리고 일주일 전이다. 김복수씨가 본 일주일 전의 경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졸전이어서, 분노한 ○화 팬들에 의해 그 주위의 윳쿠리들이 거의 전멸할 정도였다. 그때 그 지역 경기장 주변의 구제에서 살아남은 마리사가 직선거리로 100km가까이 되는 거리를 걸어서 자신을 찾아온 줄 알고 경악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이 마리사는 간신히 성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고, 이 마리사가 아기였을 때라고 하면, 3주에서 5주 정도 전의 일일 것이다... 한달 전이면, 이 지역에서 벌어진 김복수씨가 보지도 못한 경기다. 무려 75년만에 ○화가 2연승을 거둔 역사적인 경기였기 때문에, 그 경기를 보지 못한 것이 굉장히 유감스러워서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너,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다."
[느읏...?]
"애초에 이 모자를 쓰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것도 아니고,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나 말고도 많은데."
윳쿠리는 머리장식으로 개체의 구분을 한다. 그리고, ○화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 모자는 정말 흔한 것이라, 일제구제나 응원 중에 모자를 서로 바꿔쓰거나 하는 일이 얼마든지 생긴다. 특히, 김복수씨가 최근 이 지역의 다른 ○화 팬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모자를 바꿔쓴 일이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결과, 이녀석은 모자와 노래만으로, 다른 ○화의 팬과 김복수씨를 착각해버린 것이다.
"가족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노래와 모자를 단서로 원수를 찾아온 행동력, 모두 인정하겠어.
훌륭해. 윳쿠리로서는 정말 대단한 복수야. 상대를 잘못 찾은 것 같지만."
[그럴리가...없다제... 최강의 마리사님이... 착각같은거... 거짓말이라제에에에에에에! 비겁한 인가아아안!]
"앨리스를 대신할 쓰레기통이 필요하니까, 널 죽이진 않겠어. 하지만... 내 집을 망쳐놓은 복수는 확실히 해 주지."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화라서 행복합니다-♪"
김복수씨는 마리사에게 큰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훌륭하게 괴롭히고, 강제로 발정시켜 새끼들을 만든 다음 음식물 쓰레기 처리용으로 몇 마리 남겨두고 나머지는 마리사가 보는 앞에서 끔찍하게 먹어치웠다. 그리고 김복수씨가 아는 훌륭한 학대파에게 마리사를 넘겨주며, 꼭 죽이지 말고 오래오래 괴롭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글은 특정한 지역, 야구팀 및 팬덤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불쾌감을 느끼신 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야구를 안 보기 때문에 ○화 이글스가 뭐하는 팀인지도 잘 모르고, 리그의 일정도 잘 모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머리장식으로 개체를 구분한다는 윳쿠리의 특성과,
들윳이 집에 침입해 애완윳을 죽이는 클리셰와 억울한 윳쿠리가 인간에게 복수하려고 한다는 클리셰,
그리고 ○화 이글스 등의 소재를 넣고 몇 번 비틀어보려다가 잘 안된 미묘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