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1일에 쓴 단편입니다. 원제목은 '나눔'
전 백수, 현 윳쿠리샵 알바인 김 학대씨는 간만에 근무가 없는 날이라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부스스한 검은 머리, 다크서클이 선명한 눈, 싸구려 운동화와 운동복을 대충 걸치고 초코바를 먹으며 걷는 모습이 마치 여고생처럼 보이지만 김학대씨는 여고생이 아니라 훌륭한... 아니,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아무튼 성인이다.
"날씨 좋네... 으엑."
느긋한 날씨에 막 풀어지려던 김학대씨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갑자기 튀어나온 노숙 윳쿠리 마리사였다. 이 마리사는, 게스인지 선량한 윳쿠리인지 순진한 윳쿠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게스인 편이 좋을 것 같다. 게스 마리사는 당당하고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할망구! 잠깐 느긋하게 마리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가라제!]
"누가 할망구냐!"
나이 이야기에 민감해질 정도의 연령이지만, 외모만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동안인 김학대씨는 격분했다. 그러나 김학대씨가 발을 들어 마리사를 걷어차기 전에, 또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늣! 아줌먀! 느규타게 이쓰랴졔!]
"이이이익!"
마리사의 새끼인 듯한 15cm 정도의 아이 마리사다.
[느후후후후. 아가야는 정말 상냥하다제. 마리사의 자랑이다제.]
"뭐야? 죽을래?"
[늣!? 아니라제! 마리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라제!]
[들으라졔!]
"얼씨구..."
[아무리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라도 이 말은 들어본적이 있을거라제!]
[이쓸꺼라졔!]
매번 어미의 뒷말을 따라하는 새끼의 말이 슬슬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김학대씨. 하지만 인위적으로 게스를 만들어내는 윳쿠리샵에서 일한 그동안의 경험 덕분인지, 아직 그다지 화가 나지는 않았다.
"무슨 말인데?"
[[느긋함은 나누면 두 배로 늘어난다제!!]]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분명 기분탓이라제!]
"그렇다 치고, 그래서?"
[그 달콤달콤을 마리사와 나누는거다제! 당장이면 된다제!]
"결국 구걸이잖아..."
이건 또 무슨 참신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결국 흔한 구걸인가. 김학대씨는 가만히 있어도 피곤해보이는 그 얼굴에 한층 더 피로해보이는 표정을 띠고, 마리사를 걷어차기 위해 자세를 조금 바꾸었다.
"이 악물어라-"
[느느늣! 잠깐 기다리라제! 마리사님은 구걸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제!]
"무슨 헛소리야..."
[구걸은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달라고 하는것이 구걸이다제! 마리사는 구걸을 하지 않았다제!]
"나한테 뭘 줬다는 거야?"
[마리사가 가진 최꼬의 느긋함인 아가야를 보여주었으니까 이건 구걸이 아니다제!]
"아... 그러냐......?!"
결국 아가야를 보고 느긋해졌다면 달콤달콤을 내놓으라는 흔해빠진 거리 쓰레기들의 패턴이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김학대씨는 초코바를 세 조각으로 잡아뜯었다.
"그래 그래. 느긋함은 나누면 늘어난다지? 이 느긋함을 너희에게 나눠줄게."
[달콤달코오오오오옴! 마리사의 달콤달콤!!! 전부 달... 늣! 나눔은 느긋할 수 있다제!]
[느와아아아아! 역시 아빠야다졔! 멍청한 인간에게서 달콤달코믈 어더내따졔!]
[느헤헤헤헤헤헤! 마리사님에게 걸리면 이 정도는 간단하다제!!]
"..."
[[우---걱 우---걱, 캐캐캐캐캐캥뽀오오오오오오오오옥!!!!]]
푸쉬쉬이이이익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크기로 뜯겨진 초코바 두 조각. 여섯 조각 정도면 1달러에 살 수 있는 흔한 고칼로리 간식이지만, 음식쓰레기 봉투나 뜯는 지저분한 노숙 윳쿠리에게는 꿈에서나 맛볼 수 있는 달콤달콤이다. 아무튼 더러운 두 마리는 먹는 것인지 입에 묻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게 초코바 조각을 먹고는 시시를 뿜어내며 행복을 외쳤다.
"정말이지 쉽게도 행복해지는구나... 부러워."
[느헤헤! 제법 느긋한 달콤달콤이었다제! 그럼 마리사님은 이만 가보겠다제!]
[가보게따졔!]
"야, 잠깐 기다려."
[[느늣?!]]
"난 내가 가진 느긋함을 나눠줬으니까 너도 니가 가진 느긋함을 나눠줘야지?"
[느? 느푸풉! 몽춍한 할먕ㄱ...]
[느느느늣! 마리사의 느긋한 아가야를 보고 느긋해지라제! 마리사의 쵯꼬의 느긋함이라제!]
"아, 그래, 이걸 나누면 되는거지?"
[늣!? 무슨 소리냐제?!]
본심이 나와버린 새끼에 비해서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지, 새끼의 말을 덮으려는 마리사. 김학대씨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새끼 마리사를 들어올렸다.
[마리쨔니믄 날개를 소네 너어따졔!!!]
"자... 나누어져라!"
[삐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
[아가야아아아아아아아ㅏㅏ아아ㅏㅏㅏ!!!!!!]
김학대씨는 새끼 마리사를 좌우로 잡아뜯어버렸다. 주인 잃은 모자가 팔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지고, 마리사의 절규가 인적 없는 공원에 울려퍼진다.
"행보오오오옥! 고마워 마리사! 네가 느긋함을 나눠줘서 나도 느긋할 수 있었어!"
[아가야! 느긋하게 나으라제! 느긋하게 나으라제! 할--짝! 할--짝! 늣?! 이거 마시써!?]
두토막이 나서 바닥에 철퍼덕 하고 떨어진 새끼 마리사의 시체를 할짝거리는 게스 마리사. 그러나 할짝거리다가 입가에 묻은 초코바 부스러기를 핥기라도 한 것인지 멍청한 소리를 내뱉는다. 김학대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새끼의 시체를 먹기 시작하는 마리사를 잠시 바라보다가, 적당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답례로 나도 한가지 좋은 말을 알려줄게. '느긋하지 못한 것은 나누면 줄어든다'"
[느아아아아아아! 귀엽고 프리티하고 멋지고 쿨한 마리사의 아가야가 어디로 가버린거야아아아아아!]
이후 이 게스 마리사는 공원의 다른 윳쿠리들의 새끼를 습격하면서 새끼를 잃은 '느긋하지 못함'을 나누려고 했다가 무리의 반격을 받아 비참하게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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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정리하다가 문득 옛날 글들이 생각나서 대충 올려도 되겠다 싶은걸 예토전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