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Please don't tell me. 3

by 환관 posted Mar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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윳쿠리숍은 애호 코너와 학대 코너가 나뉘어져 있다. 윳학 취미는 메이저라기에는 아직도 제법 음지에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따로 코너를 할당한 것은 애호파와 학대파를 전부 잡고 싶다는 점장의 소망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파츄리를 안고 학대코너를 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윳쿠리용 아이언메이든 같은 걸 보고 파츄리가 생크림을 토하고 절명해버리면 곤란하다. 안타깝지만 학대 코너는 다음에 보도록 하자.

일단 필요한 건 샴푸, 바디샴푸, 사료랑 그릇정도일라나. 별로 그러고 싶진 않지만 마리사용도 필요는 하겠지. 흘깃 물건을 고르면서 본 학대 코너는 일견 보기에는 공업용 도구 코너나 의료용품 코너, 혹은 이런저런 잡물건들을 들여놓은 것처럼 보였다. 작은 다이소 같다고 해야 할까.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두근거리는 걸 보니 나도 학대파의 마음을 가지고는 있는 걸까

.

.

.

 

 

뭘 하다 이렇게 늦은거냐제? 똥인간! 굼벵이 이하로 느리다제! 마리사님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구제불능이네! 케이크씨를 바치고 느긋하게 죽어! 아니 혀깨물고 당장 죽으라제! 그래도 케이크씨는 바치고 죽으라제!”

 

집에 돌아오니 투명상자 안에 마리사가 굉장한 장문으로 분노를 표출해낸다. 그거 좀 기다린 것 가지고 대단한 분노구만. 두 시간 쇼핑한 것 정도로 이 정도라니, 하루정도 내버려두면 분노로 초사이어인이라도 되버리는 것 아닐까 싶은 정도다. 죽으라는 말이 한번 말하는데 몇 번이나 들어가는 거야. 마음 같으면 파츄리와 부비부비하면서 놀고 싶지만, 이렇게 내 분노가 차올랐을 때 학대해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파츄리 오빠야는 지금 일을 해야 되니까 방에 가있으렴. 오빠야의 일은 윳쿠리가 보기에 좋은 일이 아니야.”

 

자기 입으로 자신을 오빠야라고 칭하는 건 뭔가 부끄러우면서도 좋은 기분이다. 그럼 이 좋은 기분을 마리사에게 풀어보도록 할까. 학대라고 해도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없으니 일단 적당히 때려볼까. 투명상자에서 꺼내놓으니 대단히 깝죽거리는데...

마리사님을 가둬두고 기다리게 한 죄를 치르게 해주는 거제.”

 

몸통 박치기를 준비중인건가.

 

호와타!”

마리사님의 위엄에 쫄아서 머리라도 돌은거냐제?

 

이소룡처럼 강렬한 기합을 내지르며 자세를 잡았다. 날 우습게 보는구만.

 

아뜨아아앗!”

느벡!”

 

뜨거운 물에 데어서 나온 비명 같지만 아니다. 이건 입에서 나온 기합!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중을 가른 내 백블로우가 마리사의 왼뺨을 강타했다. 마리사는 장대하게 시시를 뿜으며 날아가더니 두세 번 구르고 구석에 처박혀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닥에 뭐라도 깔아놓을걸 그랬다. 아직도 시시를 뿜어내고 있는 마리사를 뒤로 하고 난 방을 주섬주섬 치워서 걸리적거리거나 파손될만한 물건을 치웠다. 바닥에는 신문지도 두툼하게 깔아뒀다. 구석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대충 회복이 된 모양이다. 오른쪽 눈을 치켜뜨고 날 노려보고 있다.

 

뭔가 비겁한 수를 썼다제! 비겁한 똥인간! 공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제!”

그럼 이번엔 보이는 공격을 해보도록 하지.”

 

상체를 왼쪽으로 바짝 돌린다. 왼팔은 접어서 겨드랑이 밑에 붙인다.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상태를 잠깐 유지했다가...!

 

그대로 폭발하듯 힘을 해방! 상체를 격렬하게 오른쪽을 향해 회전! 왼팔은 오른쪽으로 회전과 동시에 뻗어나간다! 이것이 필살의 코크 스크류 펀치!

 

코크 스크류 퍼어어어언치이이이!!!!”

 

  바보 같은 마리사는 이쪽의 공격을 본답시고 눈을 부릅뜨고 날 주목하고 있다. 아니..?! 몸 전체가 부풀어 있다?! 혼신의 뿌꾹으로 이쪽을 정신 공격함과 동시에 충격을 완화시키는 전법이다. 예상외로 녀석은 훌륭한 전투센스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상대가 윳쿠리일 때 한정으로 말이다. 혼신의 코크 스크루 펀치는 뿌꾹으로 인해 부풀어오른 배 가운데를 강타! 동시에 머금고 있던 대량의 공기도 내뱉어진다. 이 엄청난 일격으로 공기가 일순 진동했고 마리사는 자취방 벽을 뚫고 날아간 것은 물론 건물 벽을 연달아 뚫고 날아간 후 지면에 처박혀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기진 않았고...

지면에서 십 센티미터 좀 안 되는 정도를 떠서 날아간 후 다시 구석에 처박혔다. 농구공만한 만쥬를 전력으로 친 반동이 주먹으로 그대로 전달돼서 손이 제법 얼얼하다. 필살기라면 이 정도 리스크는 있어야지.

 

지금의 타격이 보였나 마리사? 보이지 않았겠지. 척추 뼈를 거치며 1차 가속. 어깨뼈에서 2차 가속. 팔꿈치에서 3차 가속. 손목뼈에서 4차 가속. 결과적으로 내 코크 스크류 펀치는 음속을 돌파해서 상대를 가격하게 되지. 내 필살의 일격을 버틴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움직일 수 있기는 하나 마리사?”

 

대답이 없다. 배는 움푹 파인 자국이 나있고 구멍에서는 시시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심결의 필살기로 공격하긴 했지만 죽이면 안 되는 입장. 나는 나의 절묘한 힘 조절에 감탄했다.

 

마리사 E.N.D”

 

마리사에게 등을 보이고 파츄리가 있는 방 쪽으로 걸어가면서 양팔을 적당히 굽혀 가볍게 어깨 위로 들어올린다. 이것이 강자의 포즈다. 강한 자의 여유로움을 극한까지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마리사는 아직이라제... 혹시 도망치는거냐제...?”

 

...!!

 

그리고 그 순간 몸을 돌리고 있던 나에게 마리사의 전심전력 몸통박치기가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