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꺄아~"
"마리쨔니믈 자바보라쪠!"
"기다리라규~"
산처럼 쌓여있는 윳쿠리 푸드. 아기윳쿠리들 몇마리가 신나게 놀고 먹고 마시며 잠을 자는. 마치 아기윳들의 천국.
하아.. 미치겠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찌 해보고 싶지만 가공소장은 지체없이 우리를 이곳 저곳으로 끌고 다녔다 마음같아선 당장 뛰쳐나가서 근처 약국에서 두통약을 사고 싶은 심정이지만 나는 프로니까..참을수밖에.
같이 온 여장남자를 슬쩍 보니 이쪽은 아예 혼이 빠져나가기 직전인 얼굴이다. 내가 방해하면 다시는 못볼거라고 안해뒀으면 분명 가공소장을 쐈을것이다
"여기가 아기윳 생산시설입니다."
가공소장이 눈짓하자 이곳을 관리하고 있던 직원이 무언가를 조작해 모니터를 터를 켜자 영상과 소리가 들려나온다.
화면은 어두운곳에서 촬영할때 쓰는 녹색기운 도는 야간 촬영. 어렴풋하지만 대충 동굴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 안에 윳쿠리 마리사와 레이무라는 흔해 빠진 한쌍.
"레..레이무.. 이제 어두워졌으니 느긋하게 사랑을 나누는 거라제.."
"마리사... 느훗... 짐승같다구우.."
그리고 들러붙는 두마리
"느헤에에에에!!"
"능호..능호오오오!!!"
....아 세상에.
세시간에 걸친 가공소 견학..이라는 이름의 정신고문이 끝나고 휴게실에 걸터앉았다
"뭐 먹을래?"
"아뇨..토할것 같으니까 좀 있다 먹을게요."
내가 준다는걸 안먹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명. 그리고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메모장을 꺼내서 개선점을 쓰려고 했지만 곧 포기했다. 너무 너무 많아서 뭐부터 써야 할지 알수가 없을 지경이였다. 차라리 안바꿔도 되는점을 썼다. 단 하나도 그런게 없었으니 말이다.
메모지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다섯글자만 쓰여진채로 툭 던져졌다.
"맛대가리 더럽게 없네."
"저보고 이런걸 돈주고 사라고 하면 그자리에서 돈을 잔뜩 주고 그사람에게 이걸 배 터질때까지 퍼먹일거예요.."
한시간쯤 뒤에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된 우리 둘은 가공소장이 샘플로 준 이 가공소의 상품 몇가지를 먹고 있었다.
최악. 길윳을 잡아다가 만들어도 이거보단 맛있을것 같네.
어떻게 윳쿠리로 만든 식품인데 단맛은 쥐뿔도 없고. 반죽은 푸석푸석하며 젤리부분은 쫄깃하지가 않다.
"이거 드세요."
여장남자는 더 먹을것도 없다는듯 집어던져버리곤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몇개 뽑아다가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 맛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듯 탄산음료로 가글을 하는 괴상한 짓은 덤이였다.
"어쩌실래요?"
"뭘 어째. 맡은 일이니까 끝장을 봐야지."
이번 일은 '웰빙 가공소'의 개선문제다.
처음 들었을땐 그냥 몸에 좋은 윳쿠리 가공품을 만드는 곳인줄 알았다. 뭐 영양첨가를 한다던가 그런건줄 알았지. 그래서 기계 설비 문제인가..하고 여장남자를 데리고 온거고. 그쪽은 여장남자 쪽이 나보다 더 빠삭하니까.
그런데 정작 와보니까 전혀 다른 문제였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란 윳쿠리가 한없이 느긋하게 살다 윳쿠리가 불의의 사고로 가족들의 애도와 사랑속에서 죽으면 그걸 가공해서 판다는. 해괴한 가공소였다는것.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윳쿠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행복하게 살면 상품가치가 급락한다. 고생을 해본적이 없으니 거죽은 탄력을 잃고 팥소는 밍밍하고 젤리부분은 푹 퍼져 비닐씹는 느낌이 난다.
당연히 두들겨 패서 거죽의 탄력을 늘리고 고통속에서 단맛이 엄청나게 늘어나며 고통에 시달리며 사방팔방으로 회전하던 눈동자의 젤리는 쫄깃해지는 다른 가공소에 비할수가 없지.
아기윳 생산 자체도 문제. 아무리 윳쿠리가 번식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저렇게 사랑하는 한쌍이 낳는 윳쿠리의 수는 한정적이다. 더군다나 웰빙이랍시고 윳쿠리 가족들을 붙여놓으니 들이나 산윳쿠리 기준으로 나름대로 교육을 받은 윳쿠리들은 일정숫자 이상은 낳지도 않는다. 앨리스를 붙여서 그토록 좋아하는 아가야를 더이상 낳기 싫다고 울부짖으면서도 낳게 하는 다른 가공소에 비하면 생산력 자체가 극도로 낮다. 아니나 다를까. 가공소장이 내민 자료에따르면 비슷한 규모의 가공소에 비해 -자료제공 여장남자- 아기윳 생산률이 고작 4%에 머무르고있었다.
그리고 도축도 문제다. 윳쿠리들이 아무리 사망률이 높다고 한들. 이렇게 밥도 주고 온도도 따듯하고 집도 있고 필요한게 다 있는 상황이라면 사망률은 당연히 바닥을 치기 마련이다. 안그래도 윳쿠리 숫자도 적은 마당에 사망률도 낮으니 뭘 만들 재료가 없다. 만에 하나라도 엄청난 숫자의 윳쿠리가 있어서 그 적은 사망률로 어찌저찌 수량을 댈수 있다고 치더라도 이번엔 시장 상황에 대응할수가 없다. 이 쥐뿔만큼도 맛없는 물건들이 그럴리야 없겠지만 수요가 폭증하기라도 한다면 간신히 수량을 대던 사망한 윳쿠리가 부족할건 뻔하고. 반대로 수요가 폭락한다면 도축을 멈추거나 줄여서 공급을 줄일수도 없다.
"가공설비만큼은 완벽해요. 제 회사의 기계들이거든요."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원재료가 이따위면 의미가 없다. 그야말로 낭비다 낭비.
여장남자가 열성적으로 협력해준 덕분에 아기윳 생산부터 도축까지의 수많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하자 가공소장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한숨을 내쉴 뿐이였다
"말해보세요. 이런 기초적인것도 모르실만큼 문외한은 아니시잖아요. 뭐가 문제예요?"
한숨을 한번 더 내쉰 가공소장이 말한 사실은 이랬다
실은 윳쿠리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진을 기자들이 잔뜩 찍어갔간데다가. 정작 나온 물건들의 상태가 참혹하자 일반적인 가공소로 개장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들이 반대했다는것.
하긴 가공소도 이제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이니 뭔가 특출날것 없는 신생가공소라면 투자를 꺼릴만도 하다.
"그렇다면 윳쿠리가 행복하게 사는 사진이 거짓이 아니면서도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건데..."
"그럼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 아닌가요?"
여장남자의 목소릴 듣는것만으로도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것 같았다.
"뭐.. 그렇긴 하다만.."
"그럼 소장님. 달링의 얼굴을 봐서라도 특별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어디보자...."
계산기를 두들기며 메모지에 무언가를 써놓는 여장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나는 아까 그 느긋하던 웰빙 윳쿠리들의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고 이제 남은건 지옥 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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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요리 재료인것과 가축이 행복한것과는 상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