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첨부가 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수년이 지났고,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미 샤쿠야가 아닌 사쿠야였다.
어머니라 해야할지 아가씨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사나에님이 사라지신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주인을 잃은 코아는 나를 그녀의 대체품 삼았고, 브리더를 잃은 윳쿠리들은 케이네 선생이 맡아 가져갔다.
텅 빈 집은 언제나 낯설다. 노우카링은 말이 없고, 코아는 묵묵히 제 할 일만을 처리하고 있다. 익숙하게 소파에 드러누워 티비를 켠다. 어머니, 아가씨께서 즐겨 보시던 티비 체널이 잡힌다.
집주인은 더이상 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바쁘다 못해 한 숨 돌릴 시간도 없는 불쌍한 인간이다. 우리는 그런 그에게로 부터 간간히 보내져 오는 돈으로 나름 풍족하게 지내고 있다. 옛날과는 비교하지도 못 할 정도로.
어느 날 갑자기 강한 충동심에 사로잡혀 버렸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 팔렸던 펫 샵에 들렀다.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 점주에게는 밀리나 그와 비교할 가치도 없는 혓바닥에 휘둘려 아껴둔 돈을 전부 털어버렸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명백히, 그리고 강렬한 내 의지로 직접 하나를 골라 돈을 지불하여 아기 윳카리를 구입했다. 심지어 아직 교육조차 받지 못해 뱃지마저 없는 그런 윳쿠리를 돈주고 사버렸다.
대체 왜 그랬을까? 라무네를 먹이지 않아 아직 깨어있는 윳카리가 몸을 웅크린다. "느우우, 틈새가 없어..." 라길래 윳카리를 감싸쥔 손가락을 살짝 벌려 바람이 들어오게 해줬더니 까르륵 거리는게 마치 내 어린 시절같아 살짝 웃었다.
집에 들어가면 헛된 소비에 크게 혼나려나- 싶어서 살짝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 끝을 보고싶다는 일념으로 잠긴 문을 열었다.
그런데, 내 어린 시절은 어땠었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기억이...
"그래서, 마음에 들어?"
"뭐, 그렇네요."
코치야 사나에를 닮은 어린 아이가 스스로 17세의 이과계 소녀를 자칭하는 요괴의 틈새로 더이상 닿지 못할 세계를 바라본다.
소수만이 존재하는 윳쿠레나이들은 환상이 되었고, 숨겨진 화원에 도달했다. 이제 사나에는 윳쿠리 사나에가 아닌 야쿠모 사나에로써, 하나의 식이 되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