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의 숲 속. 형형색색의 꽃들이 곳곳에 피어있고, 여기저기에 나무가 서있다. 가까운 곳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이 숲을 적시고 있는, 말 그대로 고요하고 쾌적한 숲이다. 인적도 없고, 커다란 짐승도 없다. 평화롭고 따스한 숲이다. 누가 알았으랴. 몇년전만 해도 이곳은 사람들이 온갖 짓거리를 하다못해 결국은 포기하고 떠난 황무지였던 것을.
숲속을 들여다보면 여기저기서 늣늣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더욱 자세히보면 윳쿠리들이 여기저기서 활보하고 있다. 지구상 곳곳에서 생겨나는 윳쿠리들. 아무것도 없는 땅에 어떻게 윳쿠리가 생겨나는 지는 아직도 원인불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윳쿠리는 타고난 번식능력으로 자연을 망치고 인간의 공간까지 침범하는 해수다. 물론 사람과 말이 통하고, 애완 윳쿠리로 길러지는 윳쿠리도 있으나 통념은 그러하다. 특히나 윳쿠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이무와 마리사는 수만큼이나 해로운 존재도 많아서, 이런 사회통념이 확산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곳은 좀 다르다.
대부분의 윳쿠리 무리를 이루는 통상종 레이무와 마리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들만이 가득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곳의 윳쿠리들은 숲을 가꾸고 있다. 곳곳에 꽃을 심고, 나무를 심어 숲을 더욱 울창하게 하고, 햇빛이 잘드는 구역은 윳쿠리 유카의 주도하에 농사를 짓고 있다.
아이 윳쿠리들은 윳쿠리 케이네의 서당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보통 윳쿠리들이 받는 교육이 부모의 일방적인 교육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곳의 윳쿠리 사회는 특이했다. 물론 인간과 견준다는 지식과 지혜를 가진 케이네의 교육을 받은 윳쿠리들은 새로운 세대의 유망주로 자라난다.
윳쿠리들이 무리를 짓고 있는 마을의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져있다. 윳쿠리 카나코의 주도로 니토리들이 세운 울타리다. 보통 니토리들이 만드는 물건은 거창하기만 하지 쓸데는 없는 것이 많지만, 카나코라는 철저한 감독관의 존재는 니토리들의 튀는 행위를 방지하면서 실용적이고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게했다. 외부에서 침입자가 들어와도, 왠만큼 크거나 강하지 않은 이상 무너지지는 않는다.
마을의 위치는 숲의 높은 곳에 위치해 태양이 잘 들면서도 개천과 가까워 물을 구하기 쉽고, 그렇다고 물이 쉽게 범람하지도 않는 곳에 위치해있다. 그러면서도 나무와 언덕으로 잘 가려져서 외부에서는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되어있는 천혜의 요지다.
마을의 입구에는 윳쿠리 메이링이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윳쿠리는 메이링을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로 치부해 괴롭히지만, 이곳의 윳쿠리는 메이링을 믿고 입구에서 침입하는 침입자를 막는 역할을 맡겼다. 몸이 튼튼하고 무언가를 지키는 본능을 가진 메이링에게는 적격이다. 만약 침입자가 메이링에게 역부족이다 싶으면 입구에 설치된 종을 울려서 격퇴조를 부르게 되어있다.
윳쿠리들이 잠드는 밤에는 야행성 윳쿠리인 미슷치들이 불침번을 선다. 윳쿠리 미슷치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는 하루 노동에 지친 윳쿠리들이 더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게 하면서, 농사에 해를 끼치는 벌레들이 밤을 틈타 농작물을 먹지 못하게 한다.
윳쿠리들의 마을이 설립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났고, 그만큼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곳곳에서 모인 다양한 윳쿠리들은 그때마다 서로 협조해서 위기를 해쳐나갔다. 그리고 선대가 남긴 유지를 후손들이 이으면서 더욱 숲을 가꿔나가고 있다. 이 마을의 윳쿠리들은 말한다. [서로 도우면 더욱 느긋해진다.]고. 마을을 세웠던 최초의 2윳쿠리 중 한윳인 떠돌이 케이네의 유언이다. 이 유언을 마을의 좌우명삼아 이 마을은 언제나 서로가 서로의 일을 돕는다. 이곳에 게스나 데이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을 밖에서 철저히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데다가, 마을에서 생겨나도 철저히 제제받는다.
이곳은 바깥의 수많은 윳쿠리들이 꿈꾸고 있는, 윳쿠리들이 느긋할 수 있는 '느긋토피아'다.
-계속-
장편 프로젝트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뭐 내용이 내용인 만큼 상대적으로 학대는 별로 나오지 못할 것 같군요.
통상종들이 별로 안나오고 희귀종 윳쿠리들이 어마어마하게 나올겁니다.
옴니버스식으로 해서 윳쿠리 마을에 일어나는 일을 다룰 생각입니다. 잘되면 좋고, 안되면 뭐...
이 작품외에도 단편작업은 계속 할것같으니 학대에 목마르신다면 단편 학대물 보여드리겠습니다... 나올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