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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 길잃은 윳쿠리

by PADIO posted Feb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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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시리즈입니다.










나름 기차게 여행을 간다고 하여 울 이쁜 자기야 (라곤 해도 이쪽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지만.) 와 집주인 인남케가 배웅해준게 엊그제만 같다. 애완 윳쿠리로써 풍족한 삶을 누리는건 좋았지만 반복되는 생활 패턴에 진절머리가 나버려 기분전환을 위해 자원 봉사를 신청했고, 거짓말처럼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버려 멀리 떠나버렸다.

이 소악마 완벽한 계획으로 슬쩍 빠져나왔다. 자원봉사? 그런거 느긋하지 못하다구. 그러니 달콤달콤한 야채씨도 많은 먼 시골로 떠나기로 했다. 적어도 들 윳쿠리를 먹으면 굶어죽지는 않겠지- 라곤 해도, 백팩에 든 호신을 목적으로 한 윳학용품이라던지, 도시락이라던지 돈이라던지가 있으니까 어떻게던 될 것이다.

그렇게 역에서 내려 목적지 없는 여행길 떠난지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친 곳에 오랜지 주스를 살짝 들이붓는다. 인간으로 치자면 까졌다-라 할만한 상처가 순식간에 나았다. 슬슬 이대로라면 곤란하다 생각해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올랐다. 어렴풋이 보이는 인공 건축물에 윳신에게 감사를 올리며 느긋하게 그곳으로 낙하했다. 허나 길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여전히 헤메게 되었다.

사람이 있기는 한걸까 모를 한적한 시골가에서 약 다섯 시간을 헤맨 결과 나름 관리되는 듯 한 집을 찾아내었다. 눈이 어둑한 할머니와 노우카링이 희미하게 보인다. 늙은 인간은 이미 눈이 침침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는걸까 나를 새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내 등의 우주의 칠흑만큼 검고 빛나는 소악마 날개를 보지 못했다니... 코아코아코앗.

밭일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나를 발견한걸까 노우카링이 어느센가 내 뒤에 서있었다. 경계하는건가 싶어 뱃지를 보여주니 안도하며 생긋생긋 웃는다. 아, 이쁘다. 내 첩이 되어줘.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시길."

윳쿠리들의 인사법에 윳쿠리들의 인사법으로 답변이 돌아온다. 기세 등등하게 외친 소리가 너무 컸던걸까 근처에서 맴돌던 들 윳쿠리들이 놀라 달아나버린다. 그 광경을 힐끔힐끔 보며 멍하니 서있더니 갑자기 집의 문이 열린다.

"오효효, 씩씩한... 처자로구만. 그려, 유카야... 차 한잔... 따라온나."

저부씨... 아니, 다리를 살짝살짝 움직여 부엌으로 향하는 노우카링. 이런 가사일에 완전히 익숙해진 모양이다. 저런 윳쿠리는 내가 아는 한 마리 말고는 없을줄 알았는데, 의외다. 역시 세상은 넓구나- 랄까.

쭈글쭈글하고 힘없는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 할멈, 아무래도 몸첨부 윳쿠리의- 그러니까, 이 소악마의 작은 키를 인간 아이의 그것으로 인식한걸까, 뭐, 상관 없다. 윳쿠리라 천대받는 것 보다야 좋으니 말이다.

노우카링이 찻잔을 내려놓는다. "고구마라도 원한다면 줄 수 있는데..." "과분한 환영에 이 소악마는 몸둘바를 모르겠다구요?" 몸을 배배 꼬며 장난끼를 섞어 말을 건내니, "에, 에에?" 이런 건 처음이라는 걸 까 당황하여 에베베 거리는 노우카링의 모습에 그녀가 타인과 접촉해본 경험이 몇 없음을 깨닫는다.

아아, 천연이구나, 노우카링 귀여워! 첫날밤은 살살 해줄게... 핫, 이게 아니지. 코앗코앗. 정신 차리잣- 하며 마음속 쁘띠소악마를 격려한다. 아자아자 코앗코앗!

"그려, 차도 마시고... 고구마도... 먹게라. 아직... 많이도... 남아있그리 그렁게."

"창고에 다녀올게요, 할머니."

"그려... 느가 맞다면... 맞는기다."

서로 신뢰관계가 깊은 주종관계였다. 마치 모녀마냥, 아니, 그보다도 더. 얼마나 이 관계가 지속되어 온걸까? 저 노우카링의 모습으로 봐선 대략 다여섯 해 쯔음 된걸까? 꾀나 성숙해보인다. 나는 언니라 불러야 할까? 글쎄, 그건 중요하지 않으리라.

그래! 중요한건, 바로! 그녀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 뽀얀 살결, 반짝이는 눈빛, 마치 비단마냥 매끄러운 머릿결, 가지런한 이- 엄청 부럽다구우- 코앗. ...랄까, 이게 아니다. 제정신 제정신.

처음 보는 인간 할멈과 나, 이렇게 둘 만이 앉아있는건 나름 부담되는 일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풀려나갔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도시의 코아코아한 생활과 멋진 내 아내 (가 되길 희망하는) 사나에씨라던지, 아니면 정원 관리윳들과 카드게임을 했는데 내가 져버렸던 이야기라던지- 화젯거리란 화젯거리는 막힘 없이 술술 흘러나왔다. 이야기 거리에 살을 붙히고 뼈대를 만들어 하나의 희극을 만들기도 하고, 아니라면 언젠가 사나에님이 읽어줬던 동화집이라던지를 읆는다.

노우카링은 처음 듣는 바깥세계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빨갛게 달아오른체 이야기가 절정에 이를 때 마다 과장된걸까 생각해버릴 정도로 큰 리엑션을 취하였고, 할망은 내 이야기마다 '계속 하려무나' 와 같이 변함없는 웃음을 지으며 극의 훌륭한 청중이 되어주었다. 어느센가 나는 나 스스로 생각하기도 이전에 이야기를 읆어내는 기묘한 이야기꾼이 되어 객들을 웃기며 울리며 노하게 하다가도 어느센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내 혀는 때로는 만인의 희노애락을 다루는 광대가 되었으며 때로는 대지를 유린하는 정복자가 되어 삶과 이야기를 해방시켰다.

마침내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때 쯔음엔 이미 해가 져물어버렸던 상태였고, 할멈은 중간에 잠들었던건지 눈을 감고 있었다. 눈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오랫만에, 한참을 웃었네요-" 라며 여운이 가시지 않은건지 살짝살짝씩 웃고있는 노우카링이 감사 인사를 하며 노인을 방으로 이송한다.

따뜻한 코타츠는 없지만 시골의 정이라는게 있었기 때문인지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 불에 데인마냥 온몸에 활기가 넘쳤다. 매선 바람이 내 몸을 칼이 지나가는 것 마냥 쩍쩍 가르는 듯 싶었으나 고통은 없었다. 왤까-





어느센가 잠들었다가 깨었더니, 노우카링이 내 옆에 앉아있었다. "아, 좋은 꿈 꾸셨어요? 자다가도 헤실헤실 웃으시던데." 그러더니, 살짝 짓는 미소에 나도 모르게 변태같은 웃음을 흘려버렸다. 코아앗- "부끄러워 하실건 없어요, 꿈을 꾼다는건 오히려 행복한 것 이니까."

나는 꿈을 꿨다. 언젠가, 내가 정식으로, 마치 노우카링처럼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꿈을 꾸었다. 아내? 노예? 전부 필요 없다. 단지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써 인정받게 된다면, 빼놓지 못할 부품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느긋하겠다. 평생토록 느긋하겠다.

이 모든게 잘못된 자원봉사에서 얻어낸 교훈이다. 내 옆의 윳쿠리와, 한 늙은 인간에게서.

"아, 그러고 보니, 할머님은 어디계신가요?"

살짝 쓸쓸한 눈빛이 노우카링의 눈에 비쳤다.

"어젯 밤에 떠나셨어요. 인간들의 윳국으로."

"네?"

"그 누구보다도 느긋하게 떠나셨죠."

노우카링이 입가를 살짝 올렸다. 그녀는 슬퍼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를 위해, 그녀는 노파가 살아있었을 시절 늘 그리하였듯이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 무덤의 옆에 노파는 묻혔다. 그리고 난 이 적막한 집에서 삼일 가량 더 머물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역을 찾아 떠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찻길에서,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수많은 기억을 회상했고, 죽음을 떠올렸다. 죽는다는건 무엇일까, 윳쿠리인 나는 팥소 머리라 그런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가족의 곁에서 최후를 맞는다는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노파는 행복했을까-













랄까 집에 돌아오니 모두에게 잊혀져 있었고, 어째서인지 노우카링이 고구마를 까먹으며 소파에 누워있었다.

"...에에?"

"숙박비는 이걸로 대신할게요. 와아아."

"잠, 잠깐만. 어떻게 여기에-"

"지도를 빌렸죠."

속았다, 천연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