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에는 기묘한 배경을 가진 윳쿠리였다. 그녀는 윳쿠리들에 비해 지나치게 머리가 좋은 윳쿠리였으며, 덕분에 플레티넘급 뱃지까지도 쉽게 얻어낸 그러한 윳쿠리였다. 적당히 펫샵에서 지내다가 어느 학자가 학구적 호기심을 가지며 자신을 구입했다. 아니면, 앞의 내용이 단순한 핑계였고 사실은 그 남자가 극심한 애호가여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배부르게 먹고 뜨스한 잠자리에 눕다보니 슬슬 생존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것 여러가지가 떠올랐다. 그 때 사나에가 선택한 것은 독서였다. 어머니 파츄리에게서, 파츄리의 어머니 파츄리에게서부터 내려온 여러가지 배경 지식이 깔린 덕분에 이해하기엔 수월했다. 사나에는 윳쿠리들의 그것에 비하면 수준높은 언어 사용법을 익혔고, 이에 사나에의 독서를 눈채 챈 남자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사나에는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사나에가 자신이 특별하다는걸 깨닫게 된 계기는 처음 윳쿠리 공원에 놀러갔을 때 였다. 그녀는 그녀와 동일 혹은 그녀보다 더욱 더 오랫동안 살아온 윳쿠리들과 교류를 시도하였고 십분만에 그녀가 별종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마치 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이 상대방에게 맞추어주는 대화를 사나에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고, 결국 그날은 벤치에 올라가 가만히 다른 윳쿠리들을 구경하기만 했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윳쿠리란 무엇일까-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첨부가 되고 난 뒤에도, 본능에 이끌려 생활하는 몇몇 윳쿠리를 떠올리며 과연 윳쿠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윳쿠리는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남자의 책장에 꽂힌 책을 전부 읽었을 때 쯤 질린듯이 바라보던 남자가 인근 도서관을 소개시켜주었다. 사나에는 윳쿠리에 관련된 책을 하나도 빠짐 없이 읽어냈고, 자연스럽게 윳쿠리의 본능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사실 윳쿠리에겐 필요 없는 본능이 몇 존재한다. 배설 욕구? 식욕? 달콤달콤? 모두 큰 의미란 없다. 윳쿠리는 잡초를 팥소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소화 능력이 존재한다. 이론상으로는 윳쿠리에게 별 다른 위험 없이 잡초만 주어져도 윳쿠리는 충분히 영생할 수 있다. 단지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뱉어낼 뿐이다.
사나에는 어릴적 브리더에게 여러 욕구 억제 교육을 받았다. 이후 알게된 것은 사나에종 특유의 '믿음 구현화' 능력이었는데, 이는 사나에종의 믿음이 강하게 발현하는 능력-이라고 책에 적혀있었다. 믿음의 힘이다, 윳쿠리가 쓰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죽어버리게 하는 것도, 전부 믿음에 의한 결과였다.
대체 왜 윳쿠리는 반짝이는 물건에 집착하며, 단 음식에 집착하는가, 어디에서 '천국' 과 유사한 '윳국' 에 대한 일종의 신앙을 품게 되며 어떻게 인간과 동일한 언어 체계를 사용하는가, 어째서 인간과 유사한 무리 (혹은 사회) 를 이루게 되는가, 따위의, 원초적인 본능에 대해 직접적으로 던지는 질문들-
풀리지 않는 의문에 머리를 쥐어짜내어 보았으나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대를 이어온 자신의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기억까지 훑어보았으나 이미 오래 전 잊혀지거나 새로운 방식에 도태된 생존 방식 말고는 찾지 못했다.
결국 전부 다 포기하고 소파에 누워 가만히 U-티비를 감상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윳쿠리와 나란히 서있는 인간을 보며 깨닫게 되어버렸다.
'윳쿠리와 인간' 이다, '윳쿠리' 라는 생명체는 '인간' 을 동경하게끔 만들어져 있는 것- 이였다.
왜 몸첨부의 형태는 '2족 보행' 으로 고정되어 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어째서 못했던걸까? 사나에는 윳쿠리에 대해 탐구하며 단 한번도 '인간과 윳쿠리의 유사점' 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진화하는 윳쿠리의 생존 방식은 인간의 진화에 따라 달라져왔다. 그게 들이건 길이건 애완이건 뭐건간에. 자신의 본능이 가르키는 방향을 깨닫게 된 그 순간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 중에서도 가장 의미깊고 행복한 날에 속했다.
사나에는 그 날부터 인간처럼 살기 시작했다. 거래를 하고 식사를 했다. 언제서 부턴가 떠돌기 시작한 소문인 '윳쿠레나이' 라는- 인간이 된 윳쿠리- 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엔 그야말로 천국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헛소문이라도 상관 없었다, '인간에 한없이 가깝다' 라는 것으로만 해도 윳쿠리에게 있어선 최고의 느긋함이나 다름 없다는걸 깨달았기에-
-라곤 해도, 사나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윳쿠리는 결국 윳쿠리였다.
사나에가 인간을 아무리 흉내낸다 하여도 그녀는 태생부터가 인간과 달랐다. 인간처럼 노화하여 죽을수도 없고, 인간처럼 질병에 걸릴수도 없다. 그녀의 내용물은 피와 살이 아니었고 그녀를 덮고있는 물질은 피부가 아닌 만쥬피였다.
본능은 인간을 부르짖지만 그녀는 인간이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윳쿠리였고,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다. 모든 정신체계가 그녀를 향해 인간을 부르짖으나 그녀는 자각했다. 그녀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인간을 흉내낸 행위 모두는 단순한 인간 놀음에 지나치지 않았다. 이 세계의 모든 윳쿠리가 비인간의 증거였고 그녀 스스로가 변하지 않는 진실을 증거했다.
그 때였나, 깨달아버렸다. 윳쿠리들이 죽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본능을 따르지 못할 때' 였다. 단지 매운걸 먹었다는 이유로 내장을 토해내며 죽는게 바로 윳쿠리다. 그리고 그녀는 윳쿠리였고, 윳쿠리이며, 윳쿠리로써 존재하게 되리라.
자각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모든 그녀의 무의식과 의식적 무언가가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었다. 모든게 두려워져 느긋함과는 거리가 멀어졌으나 비윳쿠리증 약을 먹었기에 자멸하지도 못한다. 죽음으로 도피하기에는 죽음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죽음이 두려운건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며, 사나에종 특유의 믿음 구현화 덕분에 생기가 충분하다 못해 넘쳐흐른다.
오늘도, 윳쿠리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의 학대가 아닌 윳쿠리의 학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