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메이드 - 0

by PADIO posted Jan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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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야, 키우기도 쉽고 가장 사랑받는 희소종 윳쿠리중 하나다. 지능이 일반 윳쿠리에 비해 높은데다가 기본적으로 인간을 존중해주고 가사 일까지 능숙하게 해낸다. 마치 가정부를 고용하는 느낌이랄까...

허나 그 개체 수는 희소종 사이에서도 적은 편에 속하기에 은뱃지의 사쿠야가 금뱃지 레이무의 서너배의 가격을 지닌다. 금 뱃지의 사쿠야는 동일한 금 뱃지의 스와코나 나즈린을 두마리나 살 수 있는 가격이고 말이다.

아무리 내가 소위 '금뱃지 인간씨' 라 불리는 어느정도 부유한 사람이라 해도 큰 무리가 따르는 가격대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 품에는 라무네의 효과로 잠들어있는 사쿠야가 안겨있다. 그렇다, 나는 이 사쿠야를 구입했다.






산에서 무리를 지어 살던 빛바랜 백금 뱃지가 달린 사나에에게 애완 윳쿠리를 제안했던게 아마 육개월쯤 전 이야기일꺼다. 기본적으로 애호파인 나는 윳쿠리 보호 구역인 뒷산에서 등산을 하는걸 즐긴다. 그 날도 기분 좋게 산을 오르고 있었고, 적당히 윳쿠리 무리를 구경하기 위해 은근 슬쩍 길을 이탈했다.

그러다가 발견해 버린거다. 사나에를! 희소종인 사나에종이 어째서 이런 곳에 버려져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써는 그저 '심봤다' 라는 느낌이었다. 곧바로 데려와 씻겨주고 먹여주니, 사나에는 크게 고마워하며 내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거면 될 줄 알았다. 윳쿠리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능적인 이 사나에는 나의 훌륭한 말벗이 되어주기도 했고, 술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은 맵거나 쓴걸 먹어도 상관 없단다. 사실, 윳쿠리의 배설이라던지는 윳쿠리의 마음가짐에 달린거라고...) 예전에 키우던 레이무- (들 윳에게 죽었다.) 의 빈 자리를 체워준 이 녹빛 윳쿠리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게 있어서 더이상 떼놓을 수 없는 친구가 되어줬기에-

그녀가 몸첨부가 되고 나서도, 나와 그녀의 사이엔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내게 큰 호의를 보였고, 나는 그것으로부터 힘을 받았다.

나는 이기적이였다. 내가 느긋하다 해서 그녀가 느긋한건 아니지 않을까? 언제쯤인가, 퇴근이 늦어져 어둡디 어두워진 시간쯤에 집으로 돌아오니 희미하게 유-티비에서 방영중인 윳쿠리용 오락 체널의 소리가 들렸다. 아직까지 자지 않는거냐며 사나에를 혼내러 거실에 들어가니, 리모콘 옆에 잠들어버린 사나에가 보였다.

난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녀는 지나치게 머리가 좋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소파에 널부러져 잠든 사나에의 모습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의 어머니가 비췄다. 그날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시지 않으신 체 그저 소파에 누워 티비만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항상 아버지와 가던 산책도 그날만은 없었다. 마치 아버지가 그러셨듯, 소파에 누워 계속 티비 화면만 쳐다보셨었던 그날의 어머를 사나에에게 투영하며 깨달아버렸다. 그녀 또한 외로움을 느낀다는걸.

그 이후 4일 뒤인 일요일에, 사나에가 수마에 빠져있는 시간에 곧바로 펫샵으로 향했다. 브리더가 나를 맞이했고, 수많은 윳쿠리들이 자신을 사달라며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현제 내 상황을 설명하며 브리더에게 윳쿠리를 추천해달라 부탁했고, 그 다음 브리더의 혓바닥이 수많은 궤적을 그리며 내 정신을 혼란시켰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 들린건 값비싼 고급 사료와 잡다한 장난감들이 담긴 비닐봉투였고, 다른 팔엔 내 지갑은 물론 카드마저 무사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황금빛 뱃지로 장식된 작은 메이드가 안겨있었다.

그렇게 한숨을 쉬며 집에 돌아왔고, 여전히 졸고있는 사나에의 옆에 사쿠야를 슬쩍 내려놓았다.

이렇게, 사쿠야는 우리 집의 일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