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내 눈앞에서 울상을 잔뜩 지으며 뿅뿅 뛰어다니면서 길고양이를 피해 다니는 농구공만 한 물체가 보였다.
“음. 저게 윳쿠리라는건가.”
항상 자동차를 타고 다녔기에 윳쿠리라는걸 말로만 들어왔지 이렇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쉬러 공원에 나왔지만, 딱히 할 일도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눈앞에 있는 이 장면을 생각 없이 보기로 했다.
“고양이 씨는 느긋하지 못하게 다른 곳으로 가달라구우!”
고양이가 가지고 놀고 있다지만 용케도 이리저리 잘 피해 다니며 인간이 걷는 속도에 비하면 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어딘가를 향해서 직선으로 계속 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색의 리본이 찢기고 몸통이 조금씩 터져가기 시작하며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에는 뛰기는커녕 팥을 질척하게 흘리며 기어가는 게 다였다.
“에비. 고양이가 단 걸 먹으면 쓰나.”
일단은 말하고 움직이니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어 성큼 다가가서 길고양이를 내쫓은 뒤 윳쿠리를 들어 올리자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느흐응… 인간…씨…?”
“지나가던 인간A 라고 해두지. 어딘가로 계속 가던데 데려다줄까?”
“역시… 인간 씨는… 똑똑하구나… 저쪽 풀숲으로 들어가 줘…”
팥이 나오지 않게 틀어막고 있었더니 그나마 좀 나아졌는지 힘든 표정이 조금 풀리며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조금 오른쪽의 가까운 풀숲으로 가달라고 말하는 윳쿠리. 별로 먼 거리도 아니고 아마 둥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에 구경이나 한번 해보려고 작은 나무들을 헤치며 들어갔다. 그리고…… 매우 단내가 났다.
“아……?”
“음. 상당히 달콤한 현장이군.”
길고양이들이 휩쓴 현장은 굉장했다. 팥과 뭔가 알 수 없는 단 것들이 사방에 튀어있고, 파편들이 굴러다니며 꽤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보여줬다. 손에서 갑자기 진동이 느껴서 고개를 내려 바라보니 눈이 돌아간 채 히죽히죽 웃고 있는 윳쿠리가 보였다.
“미치는 때도 있다더니 이런 경우인건가.”
어차피 고양이들에게 찢어발겨질건 당연한 일. 고통없이 보내주려 나무에다가 윳쿠리를 세게 쳐서 터트려버렸다. 팥이 조금 튄 것 같지만 뭐 빨래하면 되니까.
“그다지 좋은 광경은 아니구만. 말로만 듣던 것들을 봤으니 슬슬 집에 가볼… 응?”
누가 휘파람을 부는듯한 소리가 들려서 귀를 쫑긋 세우니 정말로 어디선가 아주 약하게 피- 피- 소리가 났다. 어디일까 하고 조금씩 짚어서 걸어가니 겉면이 다 찢어진 윳쿠리의 이마 쪽에서 나뭇가지가 쭉 뻗어 있고 잔가지에 아주 작은 윳쿠리들이 매달려 있었다.
“엌. 유일한 생존 윳쿠리인가.”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갑자기 이것들을 키워보고 싶어졌다. 아까의 윳쿠리를 보아하니 딱히 게스라고 불리는 것들로 눈뜰 건 아닌 것 같고, 무언가를 키워본 게 유치원 때 비를 맞고 있던 길고양이를 몇 주 동안 돌봐준 게 다였기 때문이었다.
“보자… 길윳쿠리를… 기르는 방법….”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게이버에 검색을 한 후 어느 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세하게 설명된 게시물을 보며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 가지를 설탕물에 담가 주세요. 만약 없다면 윳쿠리의 팥소를 모아 음료수 캔이나 통조림 캔에 모아 담은 후 가지를 꽂으세요. ]
내가 만든 쓰레기는 항상 집으로 가져가는 타입이었기에 아주 작은 검은 비닐봉지를 항상 몇 개씩 가지고 다녀 곧바로 뒷주머니에서 한 장을 뽑아 손으로 담은 후 가지를 뚝 끊어 꽂은 후 잘 묶어서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채취는 끝인가.”
비닐봉지를 들어 어디 구멍이 난 데가 없나 살펴본 후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집에 도착해 식탁에 일단 내려다 놓았다.
[ 윳쿠리들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사는 집이나 자연이나 똑같이 자연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니 어느샌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되도록 아기 윳쿠리들은 방에서 키우세요. ]
방이라. 그러고 보니 내 친구가 예전에 같이 살다가 매우 빨리 결혼해서 나가버리는 바람에 창고로 전락해버린 곳이 한 군데 있다. 뭐, 말이 창고지 그냥 잡동사니가 조금 쌓여있는 방이니 이리저리 자리를 만들면 되겠지.
[ 반년이 지나면 완전 성체가 되는 윳쿠리의 특성상 금방 깨어나기 쉽습니다. 가지의 밑에 푹신한 것을 깔아서 터져 죽지 않도록 해줍시다. ]
뭔가 좋은 게 없을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의료상자에서 솜을 발견해서 꺼내 넓게 폈다. 손가락으로 두어 번 눌러보니 매우 푹신하다고 판단되어 일단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가져와 털썩 앉았다. 깨어나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멍하니 있는데 가지가 덜덜 떨리더니 이내 윳쿠리들이 스스로 몸을 흔들며 솜 위로 떨어지자 말자 소리쳤다.
“례이뮤가 태어나따구!”
“여어.”
“마리샤! 턔어나쪄!”
“어. 그래.”
“아뺘?”
“어어…….”
태어나자 말자 혀짤배기로 나를 아빠라고 인식하는 듯한 둘. 이름이 레이무와 마리사인가. 그럼 아침에 본 리본 달린 게 레이무였군. 모자 쓴 게 마리사인가.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둘이 배고프다고 빼애액 울어대자 나는 아차 하며 다시 폰을 켜서 가이드를 봤다.
[ 깨어났다면 아직 내부가 텅텅 비어 핵심 팥소 밖에 없는 상태일 것입니다. 팥소는 아기들 입맛에 굉장히 단 편이니 버려주시고, 적당히 쓰고 달달한 가지를 으깨서 주던, 잘라서 주던, 어쨌든 먹을 수 있게 주시길 바랍니다. ]
“……이거 먹는 용도였어?!”
단순히 윳쿠리를 매다는 용도인 줄 알았더니 태어나자 말자 먹는 거라는 사실에 나는 당황하며 게슴츠레 눈을 떠서 가지를 훑어본 후 한 입 베어 물어보ㅇ……
“우웨에에에에엑”
맛없다! 이 강렬하게 맛없는 물체는 뭐지? 팥은 맛있을 텐데? 어째서 내 평생 먹어보았던 것 중에서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맛없는 물체냔 말이다. 바퀴벌레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도 이렇게 순식간에 토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건 대체……! 아니 분명 가이드에 ‘적당히 쓰고 달달한’ 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 않았나?
나는 아주 짧은 순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이 맛없는 것을 단숨에 뱉어냈다. 그러자 밑에 있던 윳쿠리들이 재빨리 모여들어 냠냠 먹기 시작했다. 분명 저 둘은 맛있게 먹는데 나는 뭐지. 내 혀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원래 윳쿠리라는건 저런 맛없는 것도 잘 먹는 그런 건가?
“안 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의료상자에서 가위를 꺼낸 후 잘게 잘라서 둘의 앞에 계속 놔주었다. 이윽고 꽤 시간이 걸려서 다 먹은듯한 둘은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발라당 누워서 뒹굴기 시작했다.
“후… 드디어 첫 식사가 끝난 건가.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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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들어오네요.
활성화 되어있는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그럼 전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