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윳쿠리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 1화

by 대파 posted Oct 29,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금 현재 내 눈앞에서 울상을 잔뜩 지으며 뿅뿅 뛰어다니면서 길고양이를 피해 다니는 농구공만 한 물체가 보였다.

 

. 저게 윳쿠리라는건가.”

 

항상 자동차를 타고 다녔기에 윳쿠리라는걸 말로만 들어왔지 이렇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쉬러 공원에 나왔지만, 딱히 할 일도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눈앞에 있는 이 장면을 생각 없이 보기로 했다.

 

고양이 씨는 느긋하지 못하게 다른 곳으로 가달라구우!”

 

고양이가 가지고 놀고 있다지만 용케도 이리저리 잘 피해 다니며 인간이 걷는 속도에 비하면 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어딘가를 향해서 직선으로 계속 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색의 리본이 찢기고 몸통이 조금씩 터져가기 시작하며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에는 뛰기는커녕 팥을 질척하게 흘리며 기어가는 게 다였다.

 

에비. 고양이가 단 걸 먹으면 쓰나.”

 

일단은 말하고 움직이니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어 성큼 다가가서 길고양이를 내쫓은 뒤 윳쿠리를 들어 올리자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느흐응인간?”

지나가던 인간A 라고 해두지. 어딘가로 계속 가던데 데려다줄까?”

역시인간 씨는똑똑하구나저쪽 풀숲으로 들어가 줘

 

팥이 나오지 않게 틀어막고 있었더니 그나마 좀 나아졌는지 힘든 표정이 조금 풀리며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조금 오른쪽의 가까운 풀숲으로 가달라고 말하는 윳쿠리. 별로 먼 거리도 아니고 아마 둥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에 구경이나 한번 해보려고 작은 나무들을 헤치며 들어갔다. 그리고…… 매우 단내가 났다.

 

……?”

. 상당히 달콤한 현장이군.”

 

길고양이들이 휩쓴 현장은 굉장했다. 팥과 뭔가 알 수 없는 단 것들이 사방에 튀어있고, 파편들이 굴러다니며 꽤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보여줬다. 손에서 갑자기 진동이 느껴서 고개를 내려 바라보니 눈이 돌아간 채 히죽히죽 웃고 있는 윳쿠리가 보였다.

 

미치는 때도 있다더니 이런 경우인건가.”

 

어차피 고양이들에게 찢어발겨질건 당연한 일. 고통없이 보내주려 나무에다가 윳쿠리를 세게 쳐서 터트려버렸다. 팥이 조금 튄 것 같지만 뭐 빨래하면 되니까.

 

그다지 좋은 광경은 아니구만. 말로만 듣던 것들을 봤으니 슬슬 집에 가볼?”

 

누가 휘파람을 부는듯한 소리가 들려서 귀를 쫑긋 세우니 정말로 어디선가 아주 약하게 피- - 소리가 났다. 어디일까 하고 조금씩 짚어서 걸어가니 겉면이 다 찢어진 윳쿠리의 이마 쪽에서 나뭇가지가 쭉 뻗어 있고 잔가지에 아주 작은 윳쿠리들이 매달려 있었다.

 

. 유일한 생존 윳쿠리인가.”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갑자기 이것들을 키워보고 싶어졌다. 아까의 윳쿠리를 보아하니 딱히 게스라고 불리는 것들로 눈뜰 건 아닌 것 같고, 무언가를 키워본 게 유치원 때 비를 맞고 있던 길고양이를 몇 주 동안 돌봐준 게 다였기 때문이었다.

 

보자길윳쿠리를기르는 방법.”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게이버에 검색을 한 후 어느 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세하게 설명된 게시물을 보며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 가지를 설탕물에 담가 주세요. 만약 없다면 윳쿠리의 팥소를 모아 음료수 캔이나 통조림 캔에 모아 담은 후 가지를 꽂으세요. ]

 

내가 만든 쓰레기는 항상 집으로 가져가는 타입이었기에 아주 작은 검은 비닐봉지를 항상 몇 개씩 가지고 다녀 곧바로 뒷주머니에서 한 장을 뽑아 손으로 담은 후 가지를 뚝 끊어 꽂은 후 잘 묶어서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채취는 끝인가.”

 

비닐봉지를 들어 어디 구멍이 난 데가 없나 살펴본 후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집에 도착해 식탁에 일단 내려다 놓았다.

 

[ 윳쿠리들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사는 집이나 자연이나 똑같이 자연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니 어느샌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되도록 아기 윳쿠리들은 방에서 키우세요. ]

 

방이라. 그러고 보니 내 친구가 예전에 같이 살다가 매우 빨리 결혼해서 나가버리는 바람에 창고로 전락해버린 곳이 한 군데 있다. , 말이 창고지 그냥 잡동사니가 조금 쌓여있는 방이니 이리저리 자리를 만들면 되겠지.

 

[ 반년이 지나면 완전 성체가 되는 윳쿠리의 특성상 금방 깨어나기 쉽습니다. 가지의 밑에 푹신한 것을 깔아서 터져 죽지 않도록 해줍시다. ]

 

뭔가 좋은 게 없을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의료상자에서 솜을 발견해서 꺼내 넓게 폈다. 손가락으로 두어 번 눌러보니 매우 푹신하다고 판단되어 일단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가져와 털썩 앉았다. 깨어나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멍하니 있는데 가지가 덜덜 떨리더니 이내 윳쿠리들이 스스로 몸을 흔들며 솜 위로 떨어지자 말자 소리쳤다.

 

례이뮤가 태어나따구!”

여어.”

마리샤! 턔어나쪄!”

. 그래.”

아뺘?”

어어…….”

 

태어나자 말자 혀짤배기로 나를 아빠라고 인식하는 듯한 둘. 이름이 레이무와 마리사인가. 그럼 아침에 본 리본 달린 게 레이무였군. 모자 쓴 게 마리사인가.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둘이 배고프다고 빼애액 울어대자 나는 아차 하며 다시 폰을 켜서 가이드를 봤다.

 

[ 깨어났다면 아직 내부가 텅텅 비어 핵심 팥소 밖에 없는 상태일 것입니다. 팥소는 아기들 입맛에 굉장히 단 편이니 버려주시고, 적당히 쓰고 달달한 가지를 으깨서 주던, 잘라서 주던, 어쨌든 먹을 수 있게 주시길 바랍니다. ]

 

……이거 먹는 용도였어?!”

 

단순히 윳쿠리를 매다는 용도인 줄 알았더니 태어나자 말자 먹는 거라는 사실에 나는 당황하며 게슴츠레 눈을 떠서 가지를 훑어본 후 한 입 베어 물어보ㅇ……

 

우웨에에에에엑

 

맛없다! 이 강렬하게 맛없는 물체는 뭐지? 팥은 맛있을 텐데? 어째서 내 평생 먹어보았던 것 중에서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맛없는 물체냔 말이다. 바퀴벌레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도 이렇게 순식간에 토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건 대체……! 아니 분명 가이드에 적당히 쓰고 달달한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 않았나?

나는 아주 짧은 순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이 맛없는 것을 단숨에 뱉어냈다. 그러자 밑에 있던 윳쿠리들이 재빨리 모여들어 냠냠 먹기 시작했다. 분명 저 둘은 맛있게 먹는데 나는 뭐지. 내 혀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원래 윳쿠리라는건 저런 맛없는 것도 잘 먹는 그런 건가?

 

안 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의료상자에서 가위를 꺼낸 후 잘게 잘라서 둘의 앞에 계속 놔주었다. 이윽고 꽤 시간이 걸려서 다 먹은듯한 둘은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발라당 누워서 뒹굴기 시작했다.

 

드디어 첫 식사가 끝난 건가.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 되겠군.”

 

 

 

------------------------==============

 

 

꽤 오랜만에 들어오네요.


활성화 되어있는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