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5.09.29 12:05

노력의 증거 (4)

조회 수 377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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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증거

w/ 라디

 

 

 

마리사를 깨운 것은 빛이나 소리가 아닌 냄새였다. 잠에 취해 멍한 정신으로도, 마리사는 그 냄새가 적대적이거나 불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데 안도했다. 요 며칠 새 마리사의 몸과 정신 양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민해져 있었다.

 

“느으으…… 여, 기는……?”

 

가늘게 뜬 눈을 통해, 마리사는 아직 개점 전인 매장 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훈육실이 아니다. 마리사가 맡은 냄새는 전시용 케이지의 건조하고 차가운 냄새였다.

 

“그렇구나……. 마리사, 용서받은 거야……?”

 

이 케이지가 반가워지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마리사는 꾹 참았다. 우는 것은 느긋할 수 없다. 브리더씨가 ‘제재!’할지도 모른다. 대신 마리사는 조심스럽게 땋은 머리를 허공에 휘저어보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기도 하면서 몸 상태를 확인했다. 아프거나 불편한 구석은 한 군데도 없었다. 브리더씨가 케이지에 도로 집어넣기 전에 의료적 처치를 모두 끝마친 모양이었다.

 

윳쿠리 샵에 반납되고 나서 마리사가 보내야 했던 일주일은 각별한 것이었다. 처음 은뱃지를 달기 위해 받았던 훈육은 재교육에 비한다면 애교스러울 정도였다. 다제 말투를 순식간에 교정하고, 인간에 대한 뼈저린 공포심을 새길 수 있을 정도로.

 

“마리사는 이런 쓰레기를 먹을 수 없다제!”

 

첫날 기절할 때까지 맞고 나서도, 마리사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싸구려 푸드가 담긴 그릇을 옆으로 밀어내며 한가하게 밥투정이나 늘어놓았던 것이다. 앞서 ‘왜 맞았는지 알겠느냐’라는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예상된 일이라 할 수 있다. 브리더씨는 더 이상 불필요하게 도발하거나 대꾸하려 하지 않았다. 곧바로 마리사의 입에 손을 처넣었을 뿐이다.

 

“느뷁?!”

 

장갑도 뭣도 끼고 있지 않았지만, 브리더씨는 미끈거리는 혀를 놓치지 않고 능숙하게 끌어냈다. 그리고 대못을 때려 박아 바닥에 고정시켰다.

 

“갸아아아아아아아악!!! 아햐아아아아아아아!!!! 히허 해효오오(아파, 이거 빼줘)!!!!”

 

브리더씨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마리사가 끔찍한 고통에 익숙해질 때쯤 되자, 이번에는 대바늘을 혓바닥에 빼곡히 꽂았다. 혓바닥의 1/4쯤 되는 면적에 대바늘이 촘촘하게 꽂힐 때마다 친절하게 오렌지주스를 뿌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늘이 다 꽂힌 다음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고통이 밀려왔다. 섣불리 몸을 움직일 때마다 혀 전체가 갈래갈래 찢어질 듯 아팠다. 최대한 움직이려 들지 않자, 이번에는 부자연스럽게 벌어진 턱과 고정된 혀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침이 질질 흐르는 것도 잠깐뿐, 금세 입안이 메말랐다. 지독하게 목이 말랐다. 입을 다물거나 혀로 훑어서 적실 수도 없었다.

 

마리사가 울음소리와 애걸, 원망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신음을 흘리는데도, 브리더씨는 무심하게 손목시계만 들여다보았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대바늘과 대못이 뭉텅뭉텅 뽑혀나갔다. 이건 또 이것대로 혼이 나가게 아팠다. 마리사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비명을 지를 기운도 없었다. 그저 조그맣게 몸을 떨 뿐이었다.

 

“자, 마리사. 네가 뭘 잘못했지?”

“다시는 밥씨로 심술부리지 안케씁니다!!! 인간님이 주시는 건 느긋하게 다 먹게씁니다!!!!”

“하나가 빠졌잖아.”

“늣……! 느, 느긋한 밥씨를 주셔서 고맙씁니다!!!!!”

 

브리더씨는 싸구려 푸드가 든 그릇을 가져가는 대신 응응이 잔뜩 담긴 그릇을 내려놓고 떠났다. 입맛이 있는 대로 높아진 터라 응응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팥소를 토할 것 같았다. 마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그것들을 억지로 입에 밀어 넣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멍청한 구제불능 팥소뇌라도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함부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학습하기 마련이다. 마리사도 그랬다. 하물며 전(前) 은뱃지. 게스화했다고는 해도 은뱃지는 은뱃지다. 하지만 혼잣말을 참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브리더씨는 마리사가 잠자리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귀신같이 잡아냈다.

 

“느으으, 여긴 폭신폭신씨가 없…….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브리더씨는 마리사의 땋은 머리를 끈으로 묶어서 천장에 매달았다. 소중한 땋은 머리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마치 철봉이나 손잡이에 매달리듯 온몸에 힘을 주어야만 한다. 덕분에 마리사는 잠들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배설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참는 데까지 참아 보려고 했지만 한계는 금방 찾아왔다.

 

“화, 화장실씨에 가야 한다구. 여기서 느긋하지 않게 내려……. 느, 느으으으, 안돼애애애애애! 응응 나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응응이 마리사의 아냐루에서 비어져 나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아아, 아아아…….”

 

마리사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배설의 쾌감은 각별했지만, 곧바로 좌절감과 공포가 밀려들었다. 마리사는 훈육실의 두꺼운 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어떻게 알았는지 곧장 브리더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저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의 정체를 인식하기도 전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브리더씨는 마리사를 끈에서 풀어서 내려 주었다. 매달려 있는 동안 뻣뻣해진 온 몸을 이완시키며 안도할 틈도 없이, 마리사의 마무마무와 아냐루에 뭔가가 쑤셔 박혔다. 배변교육용 플러그였다. 마리사는 이미 이것을 이용한 훈육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플러그에 캡사이신 원액이 발라져 있다는 것이다.

 

고추를 다듬던 손으로 아랫도리를 긁으면 어떻게 될까. 불닭볶음면을 열 그릇쯤 먹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든다면 다음날 어떻게 될까. 마리사에게 닥친 일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더군다나 마리사는 매운 맛에 약한 윳쿠리. 매운 것을 윗입으로 먹든 아랫입으로 먹든 그 사실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삐갸아아아아아아아!!! 매어어!! 따가어!!!! 느느느느느느느느느느그탈수업써!!!!! 재성해여!!!!! 응응 흘려서 재성해여!!!!!!! 쀼교오오오오오오!!!!! 이기가갸갸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에에에에…….”

 

한참 동안 용서를 구하는 비명을 쏟아내던 마리사는 걸쭉해진 팥소를 토해내며 괴로워했다. 브리더씨는 토사물과 응응을 그러모아 마리사의 입에 쑤셔 넣고는 껌 테이프로 틀어막았다. 그렇게 하루를 버텨야 했다. 당연히 밥은 없었다.

 

만 하루가 지나, 브리더씨가 돌아와 플러그를 빼냈다. 응응이나 시시를 내놓을 때와 달리 배설의 쾌감 따위는 없었다. 마무마무와 아냐루가 붉게 달아올라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마리사는 흐느껴 울었다.

 

“느극, 늑, 이런거 싯타구우……. 바디자, 느흡, 미윳쿠리랑 자안뜩 상캐, 하고 시픈데에에…… 느그탈수 인는 아가야 만들고 시픈데…… 느구, 베니베니 세울쑤 업써어…….”

 

당연히 착각이다. 윳쿠리의 마무마무는 조금 특별한 처치가 된 플러그를 꽂아 두었다고 해서 쉽게 망가지거나 하지 않는다. 오렌지주스 몇 방울로도 가벼운 상처는 금방 나아 버리는, 터무니없는 만쥬니까. 브리더씨가 주목한 것은 다른 쪽이다.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는 것이 브리더씨의 연륜을 증명한다. 브리더씨가 들고 온 이동장에서 뭔가를 꺼냈다. 마리사는 기척이 느껴진 쪽으로 굼실굼실 몸을 틀었다.

 

무척 아름다운 앨리스였다. 곱게 빗겨진 금발은 가지런하고, 손질이 잘 된 빨간 머리띠와 금뱃지는 금발과 어우러져 느긋한 빛을 발했다. 푸른 눈은 동그랗고 영롱했다. 그러나 그 탁월한 외모가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마리사는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앨리스의 신체 부위 한 곳을 응시했다.

 

마리사의 것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페니페니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앨리스는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잔뜩 붉히고 콧김을 내뿜었다.

 

“느흥, 제법 도시파적인 마리사라구요? 정말로 상쾌해도 되는 거냐구요, 오빠야?”

“그래. 그간 착하게 굴었던 상이야. 마음껏 상쾌하렴.”

“정말 고맙다구요, 오빠야!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다구요!”

 

앨리스가 눈을 빛내며 마리사에게 달려들었다. 마리사는 기겁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저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리사는 몇 발짝 도망치지도 못하고 앨리스에게 붙들렸다. 뒷덜미에 와 닿는 앨리스의 콧김이 울고 싶을 정도로 기분 나빴다.

 

“마리사아아아아!!! 응호오오오오오오오!!!!!”

“느아아아아아! 시이러어어어어어어!!!! 마디쟈 상캐하고십찌아나아아아아아아!!!!! 시러!!! 레이퍼는 시러어어어어어!!!!”

“응호오!!! 응호오!!!! 응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 앨리스, 브리더씨가 개인적으로 기르는 애완 윳쿠리였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금뱃지의 표본이었으나, 상쾌 욕구가 통상보다 왕성하다는 게 흠 아닌 흠이었다. 바로 그 점 덕분에 브리더씨가 앨리스를 싸게 매입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금뱃지인 만큼 마음대로 들윳쿠리와 상쾌하는 게스 같은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스트레스가 쌓여서 터질 때면 무척 힘들어하곤 했다. 안쓰러워하던 브리더씨는 앨리스를 훈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바로 이런 식으로.

 

“……느, 느, 느, 느, 느, 상캐애애애애!!!!!”

“응호오오오!!! 상쾌-!”

 

먼저 마리사가 나가떨어졌다. 마리사의 이마에서 줄기가 쑥쑥 자라 순식간에 열매 윳쿠리를 네 개나 맺었다. 그 다음 앨리스가 마리사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잠시 숨을 고르던 앨리스는 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의 모습은 어디로 갔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새침하게 말했다.

 

“오빠야, 앨리스 만족했다구요. 느긋하게 고맙다구요!”

“그래. 집에 가서 씻겨줄 테니까, 일단 이동장에 들어가 있자. 오래 안 걸릴 거야.”

 

브리더씨가 사라졌다. 마리사는 혼란스러웠다. 레이퍼에게 억지로 상쾌당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앨리스는 레이퍼가 아니었지만 마리사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임신!’까지 해 버렸다. 마리사는 아빠야가 되고 싶었는데도. 하지만 줄기에 달랑달랑 매달려 느긋하게 자고 있는 아가야들을 보면 느긋할 수 있다. 팥소 깊은 곳으로부터 모성애라는 게 샘솟았다.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이동장을 갈무리해 직원 휴게실에 가져다 놓고, 브리더씨는 마리사 앞에 쭈그려 앉았다.

 

“미윳쿠리와 상쾌한 소감이 어때?”

“…….”

 

하마터면 웃기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할 뻔했지만, 마리사는 가까스로 참았다.

 

“좋아서 말도 안 나오는 모양이네. 그러면 아가야가 생긴 기분은 어때?”

“……무척, 느긋할 수 있다구. 아가야들은 마리사의 보물씨라구.”

“얼레, 꽤 착실한 놈이었구나, 너. 보통은 ‘레이퍼의 아가야 따위 낳고 싶지 않아!’라고 할 텐데. 그렇지만 말야.”

 

뽀작. 느긋할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마리사는 부들부들 떨며 줄기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브리더씨의 손가락이 열매 윳쿠리 마리사를 짓이겼다. 남은 세 마리 열매 윳쿠리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눈은 여전히 감긴 채였으나, 줄기로부터 전해지는 감각만으로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모양이었다.

 

“마, 마디자를 달믄 느그탄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네가 너무 편하게 사느라 잊어버린 모양인데, 애완 윳쿠리는 아가야 만들기 금지라고. 미윳쿠리랑 상쾌? 할 수 있지. 얼마든지 해. 아가야도 좋을 대로 만들어. 하지만 그 때마다 이렇게 해 줄 거야. 아가야를 죽이고 네 좋을 대로 상쾌만 하고 싶다면 꼭 나한테 말해라. 원하는 대로 해 줄 테니.”

“늣, 늣, 늣…….”

“대답 안 해?”

 

푸직. 남은 열매 윳쿠리 세 마리가 한꺼번에 뭉개졌다. 마리사는 지나친 충격에 꺽꺽거리며 입을 벙긋댔다. ‘아가야, 느긋하게 있어!’ 같은 판에 박힌 말도 하지 못했다. 실은 이대로 정신을 놓아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마리사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떨구고 대답했다.

 

“느그타게 이해해씀니다…….”

 

마리사가 번식욕을 잃는 데에는 단 한 번의 훈육만으로 충분했다.

 

마리사가 이 모든 지옥을 제정신으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브리더씨가 중간 중간 오렌지주스를 뿌린 덕도 있었지만, 그 자신의 집념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마리사는 ‘네 노력 여하에 따라 사육 윳쿠리로 만들어 준다’는 브리더씨의 말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 결과, ‘노력의 증거씨’는 마리사의 모자로 얌전히 되돌아와 있었다. 용서받은 것이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들어 은뱃지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홀에 불이 들어왔다. 개점 시각이었다. 

  • ?
    느긋한철수 2015.11.24 04:48
    갓 달린 열매윳도 표정을 지을 수 있나요? 아니면 모체인 마리사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서 인가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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