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드릴성인 - 어느 오빠야의 명절 쇠기

by 류민혜 posted Sep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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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드릴성인
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어느 오빠야의 명절 쇠기



낮에 잠깐 볼일이 생겨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내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2중문이 설치되어 있는 15층 아파트의 5층에 위치해 있는, 그리고 외출할 때 문단속도 제대로 한 우리집에 윳쿠리 부부가 쳐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윳쿠리의 운동능력으로 5층까지 계단을 올라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같은 층에 사는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태워준 모양이다. 대체 누가 이런 쓸데없는 짓을 했는지 원...


황당한 기분에 현관문을 살펴봤다. 경첩과 가까운 부분에 위치한 신문받이 구멍의 덮개가 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사왔을 때부터 좀 낡아있었던 것을 시간 없다고 차일피일 수리를 미뤄 왔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 듯했다. 아마 내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구멍과 덮개 사이에 난 틈에 몸을 마구 들이밀어 집 안에 침입한 것 같았다(덮개도 아마 이때 부러졌을 것이다).


거실 한복판에서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채 특유의 짜증나는 표정으로 뿌꾹~을 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윳쿠리는 모두 두 마리였다. 한 마리는 윳쿠리 마리사로 더러운 몸으로 잔뜩 볼을 부풀리며 나를 위협하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윳쿠리 레이무로 더러운 말투와 재수없는 표정으로 미루어 데이부종인 것 같았다.


"뿌꾹~~!! 여기는 마리사 님의 윳쿠리 플레이스다제! 멍청한 인간씨는 당장 꺼져버리라제!"

"푸푸푸~~!! 아무리 집이 없어도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함부로 침입하면 안 된다구!!"

"침입? 침입한 게 누군데 어디서 지랄이야?"

"느늣!?"


강한 어조로 윳쿠리들을 위협하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멍청한 게스놈들, 사람이 좀 세게 나간다 싶으면 바로 이렇게 나온다니까.


"보아하니 신문받이 덮개도 깨부수고 들어온 모양인데,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서 개인 재산 파손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사형이야 사형(거짓말)!"

"거...거짓말 하지 말라제! 마리사는 그런 소리에 속지 않는다제!"

"마...맞다구! 그런 말로 레이무를 위협하려고 해도 헛수고라구!!"


내 말을 들은 윳쿠리들이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나, 이미 그들의 얼굴에는 죽음의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좋게 말로 했을 때 사과하고 조용히 꺼져줬으면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할 수 없지. 죄값을 치루게 해주마."


나는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현관문 옆에 있는 서랍장을 연 뒤 그 안에서 커다란 망치를 꺼내 들었다. 자기 몸의 반 정도나 되는 크기의 망치를 꺼내드는 것을 보자, 윳쿠리들은 그제서야 몸을 부들부들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 미안하다제! 마리사들이 잘못했다제!!"

"자, 잘못했다구!! 레이무는 그저 마리사가 시켜서 들어온 것 뿐이라구!!"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제!! 레이무가 아가야를 임신해서 같이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고 있었던 것 아니냐제!"

"레, 레이무가 언제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아달라고 말했냐구! 레이무는 아무 상관도 없다구!!"

"오오, 추하군 추해. 너희들의 돼지 멱따는 소리 들을 기분 아니니까 입 좀 닥치고 있어."

"느...느늣..."


똥만쥬 두 마리가 동시에 입을 다문다. 역시 게스들한테는 공포와 폭력이 최고다.


"뭐, 나도 학대를 즐기는 건 아니니까 이대로 조용히 우리 집에서 꺼져만 준다면 너희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서로 얼굴 안 붉히고 좋잖아?"


나는 두 마리를 향해 그렇게 말하며 현관문을 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러자 마리사가 간절한 목소리로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며...며칠 동안만 이 집에서 있게 해달라제!"

"오호~? 살만큼 살았나 보네? 그렇게 죽고 싶으면 지금 여기서..."

"레이무의 뱃속에는 귀여운 아가야들이 자라나고 있다제! 오빠야가 귀신이 아니라면 아가야들이 태어날 때까지만 이 집에 있게 해달라제!!"


마리사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똥만쥬들 이야기 중에 아가야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부분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레이무도 잠시 눈치를 보고 있다 마리사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자, 마찬가지로 나를 향해 넙죽 엎드리며 옆의 금발 똥만쥬가 하는 것처럼 눈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밖은 임신한 레이무한테 너무 위험한 곳이라구! 아가야들이 태어나면 바로 집에서 나갈테니까, 그때까지만 집에서 머무르게 해달라구! 이렇게 부탁한다구!!"

"끙...이거 또 귀찮게 구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5분 전까지의 위세는 온데간데 없이 비굴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애원하는 두 마리 윳쿠리를 바라보았다. 레이무의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임신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비록 윳쿠리 학대를 취미 생활로 삼고는 있지만, 경우에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아무 윳쿠리나 학대질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의 집에 쳐들어와 집선언을 하는 윳쿠리나 게스, 또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반성할 줄 모르는 건방진 윳쿠리가 그 대상이었다. 


눈 앞의 똥만쥬들이 남의 집 문(의 일부)을 파손시키고 거실에 들어와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채 집선언을 하고, 주인 앞에서 볼을 뿌꾹~하며 재수없는 표정과 말투로 위협까지 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아가야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 이야기는 다르다. 괘씸하기는 하지만, 이제 곧 태어날 아가야들까지 학대할 것은 없지 않은가.


"좋아. 그 대신 이 집에 있는 동안은 조용히, 얌전하게 지내야 한다. 또 아가야들이 태어나면 바로 이 집에서 나가. 난 그렇게 많은 애새끼들 키워줄 능력 안 되니까."

"고맙다제! 고맙다제!!"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거라구!!"


윳쿠리들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내 기분을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며칠 지나면 나에 대한 고마움 따위 까맣게 잊은 채 평소의 더럽고 재수없는 윳쿠리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아가야가 태어나면 바로 쫓아내야지, 하고 나는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느늣!? 좁고 냄새나고 더러운 방이다제!!"

"......죽고 싶냐?"

"느늣!? 넓고 향긋하고 깨끗한 방이다제!!"


나는 평소 창고로 쓰이던 방에 윳쿠리 부부를 데려갔다. 창고로 썼다고는 하지만 상자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인 휑한 방으로, 윳쿠리 두 마리가 생활하기에 충분한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부터 여기가 너희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다. 뭐, 아가야들 태어날 때까지 만이지만."

"느늣!? 정말이냐제? 오늘부터 여기가 마리사와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냐제!?"

"아가야가 태어날 때까지 만이라고."

"고마워, 오빠야! 이런 멋진 윳쿠리 플레이스를 선물해줘서!!"

"느늣!! 여기는 마리사와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다제! 잘 생긴 오빠야는 느긋하게 있다 가라제!!"

"그러니까 아가야가 태어날 때까지...에라이, 어쨌든 그렇게 알아둬."


두 마리는 기쁨에 겨운 나머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는 자신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를 만끽하는 것에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나는 그런 두 마리를 뒤로 한 채 방을 나서려고 했다.


"잠깐 기다리라제!!"

"뭐야, 또?"


귀찮게 자꾸 불러대지 말라는 내 눈빛에, 똥만쥬 마리사가 잔뜩 겁 먹은 표정을 짓는다. 옆에 있던 레이무가 그런 마리사를 대신해 나에게 몇 가지 요구사항을 내밀었다.


"윳쿠리 플레이스가 생겼으니 느긋한 오빠야는 지금 당장 달콤달콤씨를 가져 오라구!!"

"하아? 이것들이 미쳤나. 임마 내가 왜 너희 똥만쥬 새끼들한테 달콤달콤씨를 바쳐야 되냐?"

"하지만 여기는 사냥할 수 있는 밥씨가 하나도 없다구! 밥씨가 없으면 아가야를 낳을 수가 없다구!"

"맞다제! 원래는 마리사가 사냥을 해서 레이무와 귀여운 아가야들을 먹여야 한다제! 하지만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엔 사냥할만한 밥씨들이 없다제!!"

"하아...돌아버리겠네...그럼 문 열어줄테니까 밖에 나가서 사냥하고 돌아오든지."

"느느느느느느느늣!!! 갑자기 배가 아프다구!!! 아가야들이 뱃속에서 밥 달라고 보채는 것 같다구!!!"

"느느느느늣!?!? 레이무 왜 그러냐제!! 오빠야는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달콤달콤씨를 가져오라제! 마리사는 레이무 간호하고 있어야 해서 움직일 수가 없다제!!"

"......에라이 씨발..."


짜증이 솟구친 나는 방문을 쾅 닫고 부엌으로 가 냉장고 속에 있던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를 꺼냈다. 얼마 전에 친구들이 집에 왔을 때 술안주로 먹다 남은 과자들이었다.


꺼내놓고 보니 그 양이 상당했다. 윳쿠리 기준으로 따지면 1주일은 너끈하게 먹고 지낼 수 있을만 했다. 이 정도면 귀찮게 방문 두드리면서 먹을 것 달라고 지랄하는 소리 듣지 않아도 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먹을 것과 신문지를 들고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바닥에서 칭얼대는 두 마리를 대충 구석 자리로 옮긴 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과자 부스러기들을 잔뜩 깔아주었다. 먹을 것을 본 마리사와 레이무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느늣!? 달콤달콤씨다제!!"

"느오오오옷!? 이게 다 어디서 난 거야!!?"

"이만큼 갔다 줬으니 애 낳을 때까지는 어떻게 버티겠지. 경고하는데, 자꾸 귀찮게 소리 지르면서 밥 달라 뭐 달라 그러면 죽을 줄 알아. 아...그리고 똥오줌 아무데나 싸갈겼다가 나중에 걸리면 죽는다."

"느긋하게 이해했다제! 오빠야는 마리사를 어린애로 아는 거냐제!!"

"어린애 이하로 아니까 이런 소리를 하는 거다. 어쨌든 난 경고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창고방 문을 닫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은 아까 더러운 똥만쥬 두 마리가 어질러놓은 잔해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창고방 안에서 느긋하게 음식물 찌꺼기나 처먹고 있을 두 마리를 떠올렸다. 문득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냅다 밖으로 쫓아내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뱃속에 아기가 들어있는 임산부 윳쿠리를 학대하는 것도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런 종류의 학대도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내 취향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불평불만을 중얼거리며 바닥을 쓸고 닦았다. 치워도 치워도 없어지지 않는 잔해들을 보니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은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야, 열어! 아, 돌아버리겠네. 대체 어떻게 잠근 거야?"


창고방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을 윳쿠리들을 불렀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명백히 두 마리 이상의 윳쿠리가 꺄아꺄아 소리지르며 방 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드는 소리였다.


마리사와 레이무가 창고방을 윳쿠리 플레이스로 삼은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창고방에서 뭐 꺼내야 하는 물건도 있고 아무래도 신문지 갈고 물 좀 마시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놀랍게도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 방 문은 잠겨있는 상태였다.


며칠 전에 방을 나섰을 땐 분명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문만 쾅 하고 닫고 나왔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문을 잠근 것은 안에 있는 마리사나 레이무?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윳쿠리에게 그런 지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잠겼다고 볼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이사 오고 나서 제일 먼저 수리한 게 문 자물쇠였기 때문에, 문을 닫는 충격에 저절로 잠겼다고 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윳쿠리들이 외부인, 즉 나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문을 잠갔다? 그런 고도의 지능을 요구하는 행동을 멍청한 똥만쥬들이 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 끔찍한 생각이 진짜라면 나는 터무니 없는 놈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그들에게 살 곳까지 마련해준 꼴이 되지 않는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도저히 문을 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급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문을 똑똑 두드리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마리사와 레이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 하고 문에 귀를 대어보니, 안에서는 최소한 3마리 이상의 윳쿠리들의 목소리가, 그것도 대부분이 혀 짧은 목소리로 칭얼대는 아기 윳쿠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이 썩을 똥만쥬들이 나를 속이고 영원히 이 집에 눌러 앉을 생각이라는 것을. 운 나쁘게도 바지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창고방 문 열쇠를 빨래 널다가 잃어버렸기 때문에,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고서는 내가 방 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갑에서 안 쓰는 카드를 꺼내 드라이버와 함께 이리저리 문 틈을 비집어 열려고 애썼지만, 남이 하는 것처럼 쉽게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야! 나와! 안에서 뭐하는 거야!! 당장 안 나오면 다 죽여버릴 줄 알아!!"

"......!!! ......!! ......♡ ......!!!"


대답하는 윳쿠리는 없었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더러운 목소리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기분이 든 나는 현관문 옆 공구함에서 망치를 꺼내 베란다 옆으로 난 방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갈까 생각도 했으나, 고작 윳쿠리들 때문에 스스로 집안 기물을 파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차피 평소 쓰지도 않는 방이었고, 거기서 꺼내야 하는 물건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없는 건 그냥 하나 사면 된다. 괜히 윳쿠리 때문에 스스로 성질 긁을 필요는 없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안에서 신이 나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묘하게 거슬렸지만, 애써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은 됐다. 어차피 안에서 떠들고 지랄 발광을 하는 것도 며칠이면 끝이다. 전에 넣어준 음식은 윳쿠리 2마리 기준으로 고작 1주일 분. 안에 들리는 소리로 미루어 새끼가 태어난 것 같은데, 총 몇 마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처먹어야 할 입이 늘어난 이상 과자 부스러기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알아서 굶어죽을 것이다. 방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썩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이 돋았지만, 이미 윳쿠리로 더럽혀진 방이다. 어차피 나중에 업자를 불러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긴 해야 할테니, 썩은 음식물 쓰레기 며칠 방치했다고 문제될 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윳쿠리들. 잠글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문을 열 때는 아니란다. 멋대로 장난치다 우연히 문을 잠근 모양인데, 자기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예상하지 못하고 안에서 꺄꺄 신나게 떠드는 윳쿠리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쇠약해진 모습으로 기어들어가는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통 속에 굶어 죽어갈 윳쿠리의 모습을 상상하니,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마음 먹은 나는 여전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채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일하려면 일단 창고방 안의 그 물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뭐라도 대체할 것을 사야했기 때문이었다.


창고방 쪽에서는 여전히 희미하게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아까와 별반 차이는 없어 보였다. 후후후, 멍청한 윳쿠리들. 그렇게 떠들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미의 목소리는 삶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찰 것이며, 새끼들은 자신들을 낳은 어미를 저주하며 게스가 되어 죽어갈 것이다. 감히 모처럼 베풀어준 선의를 악용해서 날 속이고 이 집을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삼으려 하다니, 그 죄는 백만번 죽어 마땅했다. 절명의 순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거리에 널린 것이 윳쿠리다. 죽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번 일의 화풀이로 몇 마리 잡아와 굶겨 죽이면 그만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며 신발을 신으려는 순간, 발에 뭔가 이물감이 느껴졌다. 뭔가 작은 덩어리가 뾱 하고 터지는 듯한 느낌.


나는 신발 신던 동작을 멈추고 발을 들어 발바닥을 살펴보았다.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밀가루 반죽과 팥소가 물방울 떨어진 모양으로 찌부러져 있었다.


"느아아아아아아아아!!! 아가야가!! 아가야가!!!"


뒤에서 찢어지는 듯한 똥만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윳쿠리 레이무와 마리사가, 어림잡아 30마리는 되어보이는 손톱만한 똥만쥬 새끼들을 데리고 현관으로 나와 날 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이비러머글인간!! 귀여운아가야한테무슨지슬하는고야아아아아아아아!!!"


윳쿠리 레이무가 나를 향해 소리 질렀다. 이 빨간 리본을 단 빌어먹을 똥만쥬는 말 그대로 똥 씹은 듯한 표정으로 잡아먹을 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귀여운 아가야를 죽인 영감은 느긋하지 않게 당장 죽으라제! 달콤달콤씨를 잔뜩 갖다 바치고 느긋하지 않게 죽으라제!!!"


옆에 있던 반려자 마리사는 여전히 게스다운 표정으로 게스다운 말을 주둥이에 올리고 있었다. 새끼가 죽었는데도 먹을 것부터 갖다 바치라는 모습에서 진정한 게스의 품격이 느껴졌다.


"어...어떻게...방문 잠겨있었지 않..."


나는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분명 창고방 문은 밖에서 열 수 없게 단단히 잠겨있었다. 직접 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잠갔다고 한다면 윳쿠리들일 것이었다. 윳쿠리가 인간이 사는 집의 방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문이 잠긴 것은 우연이고 그들이 잠긴 방 안에서 천천히 굶어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영감은 바보야? 죽을래? 손잡이를 돌리면 문이 열리는 건 당연한 상식이잖아! 그런 것도 모르는 영감은 진짜 시골뜨기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제! 아가야를 죽였으니 빨리 피해보상금으로 달콤달콤씨를 갖다 바치라제!! 많이 가져와도 된다제! 제재는 그 다음에 하겠다제!!"


문을 잠그고 여는 과정을 이 썩은 똥만쥬들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영리한 놈들일수록 게스가 많다더니, 사람의 선의를 악용해 자기 뱃속을 불릴 정도로 게스인 놈들이라면 금배지도 하기 힘든 문 열고 닫기 따위 식은 죽 먹기로 하는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처음부터 방에 들이지 말고 쫓아내 버리거나 죽여버리는 건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잠긴 문을 열면서 창고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똥만쥬의 시체로 더러워진 양말을 벗어 쓰레기통에 내던진 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윳쿠리들을 뒤로 하고 이들이 있던 창고방 쪽으로 향했다.


예상은 했지만 방 안의 모습은 처참했다. 곳곳에 새끼 윳쿠리들의 알껍질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수십 개의 썩은 똥 덩어리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싸질러져 있었다. 더러워지지 말라고 바닥에 깔아놓은 신문지는 갈기갈기 찢어발겨져 있었다. 먹으라고 넣어준 음식물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며, 창고방 안에 보관해두었던 물건들은 어떻게 이랬는지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일할 때 쓰려고 했던 그 물건도 완전히 박살난 모습으로 발견됐다. 성치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엉망진창을 만들어놓았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야, 똥만쥬 새끼들."

"느늣? 아가야를 죽인 멍청한 영감이 어디 건방진 소리를 하는 거냐구!!"

"맞다제! 그리고 왜 빨리 달콤달콤씨를 갖다 바치치 않는 거냐제!! 전에 넣어준 밥씨가 너무 적어서 못 깨어난 아가야를 먹어야 했단 말이다제!!"

"맞다구!! 아가야를 먹어야 하는 부모 심정을 알기나 하냐구!!!"

"...너희들, 처음에 내가 뭐라고 했지?"


내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제대로 된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있음을 직감하고도 남을 것이다. 사람 뒤통수를 친 데 대한 배신감, 이들을 집 안으로 들인 쓸데없는 온정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직접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인과응보라고 언젠가 죽어버릴 윳쿠리들을 향한 기대감이 확 꺾인 데 대한 실망감이 마치 꿀꿀이죽처럼 이리저리 복잡하게 뒤섞여 고요하게 타오르는 차가운 불꽃 같은 분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똥만쥬들은 윳쿠리들이었다. 인간의 그런 분노를 이해할 리 없었다. 만약 제대로 된 사고행위가 가능했다면, 과거의 약속을 상기시키는 내 말을 듣고 성난 표정으로 뿌꾹~~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여기는 레이무와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라구!!"

"...새끼들 태어나면 나가겠다고 한 거, 기억 나? 안 기억 나?"

"이러니까 멍청한 영감은 어쩔 수 없는 거라제!! 천재적인 마리사의 작전에 속아넘어간 줄도 모르고!!"

"...호오, 그럼 처음부터 나갈 생각은 없었다는 거냐?"

"그럼 어쩔 거냐제!!! 이쪽은 아가야들이 하나, 둘, 셋, 셋, 셋...아무튼 엄청나게 많이 있다제!!! 고작 한 명 뿐인 영감이 우리한테 당해낼 것 같냐제!!! 뿌꾹!!!!"

"뿌꾹!!!!!!"


병신 같은 어미가 나를 향해 뿌꾹하자, 옆에 있던 새끼들도 덩달아 뿌꾹하며 나를 위협했다. 하아...이러니까 윳쿠리들이란.


"후...처음부터 너희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느늣! 이제야 겨우 레이무들의 위대함을 깨달은 거야? 그럼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하고 당장 하고 달콤달콤씨를..."

"내가 오늘은 좀 기분이 안 좋거든? 이왕 방 밖으로 나온 거, 문 열어줄테니까 빨리 밖으로 꺼져."

"느느늣?!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집'은 레이무와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라구!!! 달콤달콤씨도 못 갖다바치는 멍청한 노예 영감은 느긋하지 않게 빨리 집에서 나가라구!!"

"...마지막 경고다. 닥치고 나가."

"케케케케케케!! 나가는 건 영감이다제!! 마리사와 레이무한테는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아주 귀여운 아가야들이 많이 있다제!! 멍청하고 못생기고 더럽고 가난한 영감이 우리한테 이길리느구버버버버궵"


마리사의 얼굴에 강슛이 작렬했다. 마리사는 설탕 이빨이 몇 개 부러진 모습으로 저만치 날아가 베란다와 거실을 구분 짓는 두꺼운 유리창에 처박힌 뒤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 무, 무, 무, 무슨지슬하는고야아아아아아아!!!"

"아뺘야햔톄뮤슌지슐햐뉸교야!!!"


엉멍진창이 되어 저만치 나가 떨어진 마리사의 모습을 보고 레이무와 새끼들이 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유독 심하게 뿌꾹하며 병신 같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새끼 레이무를 한 마리 집어들었다.


"햐뉴를냐뉸고까타~"

"귀여운 아가야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느긋하게 당장 아가야를 내려놓으라구!!"

"그러지 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새끼 레이무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손에서 바닥까지의 거리는 대략 1.5m. 사람도 무방비로 떨어지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무사할 수 있는 윳쿠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느삐이이이이이!! 먀, 먀먀아아아아아아아!!"

"느갸아아아아아아!!! 레이무를 닮아서 귀여운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아아!!!"


바닥에 떨어진 새끼 레이무는 입에서 팥소를 흘리며 애타게 어미를 찾고 있었다. 어느 정도 자란 뒤 태어나는 난생형 윳쿠리지만, 새끼는 새끼다. 지금 당장 오렌지 주스와 팥소로 응급처치를 해준다고 해도,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최후의 온정을 발휘하여 죽어가는 새끼 레이무를 편하게 해주기로 마음 먹고


"느삐이이...아, 아파, 먀먀...느, 느그타(푸직"

"아, 아가야아아아아아아아!!!!"


간신히 마지막 느긋한 유언을 내뱉으려는 새끼 레이무를 있는 힘껏 밟아 터뜨렸다. 밟을 때의 충격으로 얼마간의 파편이 어미 레이무의 얼굴에도 튄 모양이다.


"왜 그래? 난 하나고 너희는 많은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힘을 못 써? 오빠야랑 좀 더 재미있게 놀아보자구."

"느, 느히이이이이이익!!!"

"먀, 먀먀아아아아아! 퍄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먕햘영감! 아빠야갸이려냐면녀갸튼인갼땨위햔뱡에(푸직"

"아~아, 뒷걸음질치다 실수로 또 한 마리 밟아버렸네. 뭐, 더 이상 안 시끄러우니 잘된 건가."

"아...아아...마리샤를 닮아서 용감하고 똑똑한 아가야가아아아아아......"


어미 레이무가 핏기 없는 얼굴로 이미 팥소조각이 되어버린 새끼를 향해 더듬거리고 있었다.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새끼들도 시시와 응응을 지리며 어미 곁에서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더러운 똥만쥬들이 집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나빠 죽겠는데, 거기에 시시와 응응까지 하다니 참 답이 안 나오는 놈들이다. 나는 부엌에 있던 고무장갑을 끼고 새끼 윳쿠리들을 검은 비닐봉지 안에 쓸어담았다. 새끼들은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극한의 공포 속에서 저부씨가 제대로 움직여 줄 리 없었다.


새끼들 정리가 끝났으니 남은 것은 어미들의 처리다. 솔직히 지금 기분 상으로는 이대로 깔끔하게 죽여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주기에는 내 자비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나를 이토록 분노케 한 놈들을 한 방에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것은 게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때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 방법이라면 어미와 새끼들 모두 만족스럽게 처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썩은 똥만쥬 어미들이 어디로 도망가거나, 이번처럼 또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나는 부엌 찬장에서 프라이팬을 꺼내 중불에서 충분히 달구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런 다음 식용유를 꺼내 골고루 두른 뒤,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거실 바닥에서 신음하는 어미 레이무와 아직도 구석에 처박혀 정신을 잃고 있는 게스 마리사를 들고 와 있는 힘껏 프라이팬에 갖다 눌렀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윳쿠리들의 더러운 비명소리가 온 집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윳쿠리들의 저부가 골고루 튀겨질 수 있도록 적당히 힘조절을 하며 기름옷이 잘 입혀지게 했다. 윳쿠리들의 비명은 계속되었지만, 그들의 비명이 자신들의 저부가 튀김이 되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노릇노릇 고소한 냄새가 나는 윳쿠리 저부 튀김이 완성됐다. 나는 더 이상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된 이 음식물 쓰레기들을 창고방 똥 덩어리가 가득한 곳에 던져놓은 뒤 방 문을 닫고 그 앞에 안 쓰는 소파를 가져다 놓았다. 뭐, 엄청난 고통 때문에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내는 것이 고작인 놈들한테 어디 도망갈 여력이 남아있을 것 같지 않지만, 일단 보험이다.


새끼 윳쿠리들이 어미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시시와 응응을 지리며 꺅꺅 거리고 있었다. 몇 놈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기는 했지만, 이 수라장 속에서 이토록 건강하게 있는 것을 보니 참 다행이다. 이렇게 건강하지 않으면, 며칠 후에 있을 여흥에서 제 역할을 못해줄테니...

 

 

 

 

 

"호오, 남자 혼자 사는 집치고는 꽤 넓고 깨끗하네요."

"평소 더러운 걸 보면 못 참아서요."

"하하, 그 기분 잘 알죠. 정말이지, 요즘은 길거리에 더러운 것들이 많아져서 큰일이에요."


학대 커뮤니티에서 교분을 쌓으며 온라인 상에서 친하게 지내던 남자 둘을 명절을 맞이해 집으로 불렀다.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만, 윳쿠리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어색한 분위기도 사라졌다. 윳쿠리라는 공통 분모가 인간관계의 벽을 허물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런데 추석인데 고향은 안 내려가시나요?"

"성묘는 미리 갔다 왔고, 고향집 가봤자 결혼 얘기나 할 뿐이라...게다가 이번 추석 땐 기가 막히게 재밌는 것 좀 해보고 싶어서 말이죠."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거요?"

"예. 아, 그런데 전화로 말씀드린 그거는 가지고 오셨나요?"

"아, 예. 물론이죠. 적당한 크기가 없어서 찾는데 고생은 했지만요."


남자들이 가방을 열고 안에 든 '그것'을 보여주었다. 저부가 잘 구워진 살아있는 윳쿠리였다. 이들의 크기는 며칠 전, 우리집에서 한바탕 소란을 부린 썩은 똥만쥬들의 크기와 비슷했다.


"하나, 둘...저희 집에 있는 것까지 딱 4마리네요. 이제 준비하고 하기만 하면 되네요."

"딱 4마리여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필요하다면 더 가져오고 싶었는데..."


남자A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윳쿠리의 저부를 굽는다는 행위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썩은 쓰레기 똥만쥬 굽는 거야 얼마든지 막 해도 상관은 없지만, 이번 이벤트에서는 딱 4마리만 필요해서요."

"아니 대체 뭘 하시길래요?"

"두고보시면 알아요."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들을 거실로 이끌었다. 거실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그것'을 본 남자들은 그제서야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 것 같았다.


바닥에 펼쳐져 있는 담요, 그리고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저부를 튀긴 두 마리 윳쿠리.


그 옆에 위치한 십여 마리의 새끼 윳쿠리가 담겨져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와, 사각형 안에 X자 모양 칸이 그려져 있는 부루마불 식의 말판...


그랬다. 내가 추석을 맞이하여 윳쿠리들을 이용해 하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윳놀이'였다.

 

 

 

 

 

"어이, 약속도 안 지키는 썩은 똥만쥬."

"느...느으으으...어, 어재서...그런 소릴..."

"한 번만 말하니 닥치고 들어. 규칙은 간단하다. 우리가 너희를 집어 던지면 너희는 재주껏 서거나 누우면 돼. 만약 너희들이 우리보다 먼저 나면 튀긴 저부도 낫게 해주고 맛있는 달콤달콤씨도 주지. 새끼들도 다 풀어줄 거야. 하지만 우리가 먼저 나면 너흰 다 죽어. 알겠냐?"

"그...그게 무슨 소리냐제..."

"그럼 시작한다."


나와 남자들은 담요를 사이에 두고 ㄷ자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남자 둘이 가져온 윳쿠리와 원래 우리집에 있던 윳쿠리를 합해 가지런히 담요 위에 놓은 나는, 남자A를 윳쿠리 팀으로 삼고 남자B를 인간씨 팀으로 삼아 게임을 시작했다.


"느늣!?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느긋하게 하늘을 날고 있...느아아아아!!!"


보통 윷놀이를 하듯 자리에 앉은 채로 윳쿠리를 들어 하늘 높이 던졌다. 이 멍청하고 썩은 똥만쥬들은 하늘을 날고 있다며 처음에는 좋아했지만, 이내 담요 위로 떨어지며 저마다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무슨지슬하는고야!!!"

"어디보자...뒤집어진 게 둘이니까, 개네요."

"아! 저 멍청한 앨리스가 꼼지락 거리지만 않았어도..."

"뭐, 던진 건 던진 거니까요...어이, 상자 안의 멍청한 윳쿠리들."


나는 투명 플라스틱 상자 안에 들어있는 윳쿠리들을 무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윳쿠리들은 지레 겁 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몇몇 새끼들은 여전히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뿌꾹~하며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멍청하지 않아!! 멍청한 건 영감이라구!!"

"됐으니까 닥치고 거기 그려진 칸 두 칸 움직여라."

"레이무는 멍청한 영감의 말 따위 듣...느늣!? 하늘을 나는 것 같아!!"


플라스틱 상자의 뚜껑을 연 나는 말 안 듣고 꼬장 부리는 레이무를 밖으로 끄집어 냈다. 그리고는 다른 윳쿠리들이 보는 앞에서 리본을 뜯어내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머리카락을 되는대로 뭉텅이로 뽑아버렸다.


"느갸아아아아아아!!! 레이무의 찰랑찰랑하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씨가아아아아아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리본씨가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울부짖는 윳쿠리를 다시 플라스틱 통 속으로 투하.


"오오, 불쌍해 불쌍해."

"리본도 없는 윳쿠리는 윳쿠리가 아니야!!!"

"못생긴 윳쿠리는 저리 가라구! 뿌꾹!!!"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 고야아아아아아아아!!!"


리본과 머리카락을 뜯자마자 방금 전까지 형제자매였던 윳쿠리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나와 남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새끼 윳쿠리들의 비협조와 한 번 던질 때마다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는 어미들+들윳쿠리 때문에 더디기는 했지만, 윳놀이 자체는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어미 윳쿠리들도 비명만 지를 뿐이었지만, 아픔도 계속되면 익숙해진다고, 나중에는 '이기면 살려준다'는 말을 기억하는지 적극적으로 몸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물론 바닥에 떨어진 다음 패를 뒤집는 행위는 반칙이니까 그때마다 그에 합당한 제재를 가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가야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아아아아!!!"

"어이, 썩은 똥만쥬. 바닥에 떨어진 다음에 몸 바로 세우면 반칙이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런 거 레이무는 몰라!! 빨리 아가야를 돌려줘!!!"

"싫은데?"

"느느느느느느느느늣!!!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이봐, 네가 아직 이 상황을 이해 못하는 모양인데...아, 죄송. 여기 이 새끼 윳쿠리 좀 부엌으로 데려가 주실래요?"

"그러죠. 다른 놈들 들어있는 데 같이 두면 되죠?"

"레이무의 말을 무시하지 말라구우우우우우우!!!"

"귀 안 먹었으니까 닥쳐."


미친듯이 자기 주장만 해대는 레이무의 튀겨진 저부에 수정 펀치를 가했다. 레이무는 며칠이 지났어도 여전히 저리고 따가운 곳에 강렬한 일격을 받자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원래대로라면 당장에라도 너흴 죽일 수도 있어. 그런데 너희한테 이렇게 기회를 주고 있잖아? 그런데도 불만이야? 그럼 지금 당장 죽을래?"

"느...느으으으..."


멍청한 레이무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공중에서 필사적으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려는 노력만 할 뿐이었다. 물론 팔도 다리도 없는 똥만쥬가 공중에서 개발악을 한다 한들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리 없었다. 그 모습은 그거대로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말이다.


남자들도 나름대로 윳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똑같은 패가 두 번 연속으로 나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플라스틱 상자 안의 새끼 윳쿠리들을 서로 업게 만들었으며(물론 가벼운 쪽이 아래로 가게), 무겁다고 징징대는 윳쿠리는 밖으로 꺼내 장식을 찢거나 머리카락을 뽑았다. 그래도 반항적인 놈들은 아예 부엌으로 보내버렸다. 부엌으로 간 윳쿠리들은 처음에는 공포와 고통으로 엄청난 비명을 질렀지만, 뚜껑까지 덮어버리는 상황에서 비명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올 일은 없었다. 뭐, '그 안'에 있으면서 계속 비명을 지를 정도로 체력이 남아날지조차 의문이긴 하지만.


부엌으로 갈 때마다 비명이 들려오고, 그것이 오래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딱 끊어져버리는 상황은 게임에 임하는 윳쿠리들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윳쿠리들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이를 보는 나와 남자들의 얼굴은 반대로 활짝 피어났다.


"어, 어, 어, 어, 아아! 에이, 아깝네. 거기서 윳이 왜 나와."

"진짜 아쉽네요. 그쪽에 걸 나왔으면 이쪽 차례에서 났을텐데."


약 30분의 접전 끝에 승부가 결정됐다. 막판 연속 빽도로 날듯 말듯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윳쿠리 팀 차례에서 윳이 나오면서 승리는 남자A가 맡은 윳쿠리 팀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남자A는 이겼지만 영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뼈속까지 학대인 사람들인데 처음 한 약속의 결과로 승리한 윳쿠리들을 풀어주게 생겼다는 것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웃음 짓고는 있었지만, 남자B의 표정도 영 개운하지는 않아보였다

.

나는 헉헉대며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윳쿠리들을 축하했다.


"여어, 똥만쥬들. 이긴 걸 축하한다."

"느히...느히...느히...그, 그럼 아가야들 풀어주는고야...? 레이무들 안 죽을 수 있는 고야...?"

"물론이지. 약속했잖아? 무사히 이 집에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느히...그럼 지금 당장...느히...아가야들을 풀어달라제...느히...느긋하게 빨리 풀어달라제..."

"그럼, 물론이지. 하지만 그 전에 뭣 좀 먹고 하자. 게임하느라 힘들었잖아? 아, 저기 죄송한데 부엌에서 '그것'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그거'요?"

"예, '그거'요. 슬슬 따끈하게 쪄졌을테니, 다 같이 나눠 먹어야죠."

"아하...예, 잠깐만 기다리세요."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남자A는 잽싸게 부엌으로 가 가스불을 끄고 들통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접시에 담아 가지고 왔다.

나는 남자가 가져온 것을 하나 집어 윳쿠리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자, 수고 많이했어. 맛있게 먹어."

"느늣? 이게 뭐냐제? 뭔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제."

"송편이라는 거야. 마리사는 문도 혼자 열고 닫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몰랐니? 마리사는 바보구나~"

"느늣! 그렇지 않다제! 마리사는 알고 있었지만 멍청한 영감 수준에 맞춰주려고 일부러 그래본 거라제!!"


방금 전까지 다 죽어가던 놈이 자존심에 상처 좀 주니까 금방 씩씩한 목소리로 반론을 펼친다.


"알았어 알았어. 마리사는 똑똑해. 그러니까 맛있게 잘 먹으라구. 레이무랑 앨리스도 같이 먹어볼래?"

"느늣? 드디어 멍청한 영감이 달콤달콤씨를 내놓는구나! 레이무는 마음씨 착하니까 영감씨가 했던 무례한 짓은 용서해줄게!"

"느홋! 맛있는 냄새!!"


윳쿠리들이 허겁지겁 송편을 먹기 시작했다. 새끼 레이무들도 상자에서 꺼낸 뒤 송편 몇 개를 던져주고 그것을 먹게 했다. 송편 크기가 새끼 윳쿠리만했기 때문에, 송편 하나에 윳쿠리 3~4마리 정도씩 달라붙어 맛있게 쫄깃한 떡과 안에 든 팥고물을 음미했다.


"느늣!? 달콤달콤씨가 달콤달콤하다제!!"

"이런 맛있는 밥씨를 왜 이제서야 내놓는 거야!!!"

"느호오오옷!? 달콤달콤씨를 먹으니 상쾌하고 싶어졌다구!!!"

"하하하, 앨리스는 참 건강하구나...하지만 레이프하면 죽여버린다, 이 망할 크림만쥬 새끼."

"느히이이이이이익"


왁자지껄하게 준비한 송편을 먹어치우는 윳쿠리들. 남자들도 그런 윳쿠리들을 보며 송편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그때였다.


"느삐이이이이이이!!! 마리샤를 함뷰로 꺠뮬지먈랴제에에에에에에!!!"

"응? 아, 이거 아직 살아있네."

"느늣? 이게 무슨 소리냐제? 어디서 아가야 목소리가 들린다제?"


정신 없이 송편을 베어물던 게스 마리사가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어미 레이무도 귀에 익은 목소리에 송편을 반쯤 남긴 채 고개(가 정확하게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지만)를 들고 열심히 아가야를 찾는 모습이었다.


그런 윳쿠리들을 보고 있던 남자B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윳쿠리 앞에 먹으려던 송편을 내려놓았다.


"귀여운 아기 마리샤가 요기잉네~?"

"느늣!? 무슨 소리 하는 거냐제!! 아가야가 어디 있다고 그러는 거냐제!!!"

"그러니까 여기 너희들 눈 앞에 있잖니."


남자B는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송편'을 가리키며 어미 윳쿠리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어미들은 아직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레이무를 속이려고 해도 소용 없다구! 오빠야는 느긋하게 지금 당장 아가야를 내놓으라구!!"

"아...그런가. 머리장식이 없으면 지 새끼인 줄 모르는 건가."


나는 그런 남자B에게 아까 부엌으로 데려간 윳쿠리들을 손질할 때 모아두었던 장식물 중 하나를 건넸다. 작은 리본이 달린 모자를 건네 받은 남자B는 그것을 이빨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송편' 위에 뒤집어 씌웠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아아!!! 느긋하고 귀여운 마리샤의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째서 아가야가 달콤달콤씨가 되어있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와 마리사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남자들이 가져온 윳쿠리 앨리스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으로 우걱우걱 맛있게 송편을 먹고 있었으나, 어미의 비명소리를 들은 새끼들은 자기들이 먹고 있는 '송편'이 사실은 윳놀이 중에 부엌으로 잡혀간 자기들의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알고는


"느뷁!!!"

"느부루루르르르르르르뤡!!!"


하고 새끼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팥소를 토하며 하나 둘씩 죽어갔다.


그랬다. 윳쿠리들이 먹고 있던 송편은, 바로 이 똥만쥬들이 우리집에 들어와 낳은 새끼들로 만든 것이었다. 윳놀이 도중에 말 안 듣는다고 한 마리, 두 마리씩 부엌으로 사라져 간 윳쿠리들은 손질 후 바로 들통에 넣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우~걱우~걱! 맛있어! 졸라 맛있어!!!"

"아...아가야를 먹지 마 이 게스으으으으으으으!!!"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던 레이무가 저부가 튀겨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몸동작으로, 맛있게 송편을 처먹고 있는 앨리스를 향해 기어갔다. 그리고는 페니페니를 곧추 세우고 흥분한 표정으로 열심히 새끼 윳쿠리였던 송편을 포식하던 앨리스의 뒤통수를 입으로 물어뜯었다.


앨리스는 비명 한 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대량의 커스터드 크림을 흩뿌리며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앨리스 역시 이어진 어미 레이무의 공격에 페니페니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자신이 고자가 되었다는 충격으로 쇼크사 해버리고 말았다.


왁자지껄하던 실내는 나와 남자들의 낄낄대는 웃음소리를 제외하면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앨리스 두 마리는 레이무의 공격으로 죽어있었고, 상자 안에 들어있던 새끼들 역시 형제자매를 먹은 데 따른 충격으로 2마리를 남기고 모두 쇼크사 해 있었다. 물론 남은 2마리 역시 죽어가고 있었다. 똥만쥬 마리사는 이빨 자국이 난 자신의 새끼를 마구 핥으며 어떻게 해서든 낫게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들통에서 장시간 쪄지는 바람에 체력이 바닥이었던 새끼가 남자B의 억센 턱에 깨물린 상태에서 고작 혀로 몇 번 핥는다고 되살아날 가능성은 제로였다. 송편 윳쿠리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량의 팥소를 구멍이란 구멍에서 쏟아내며 비참하게 죽고 말았다.


나는 축 늘어진 두 마리 어미 윳쿠리를 들고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활짝 열린 창문 밖에는 두 마리가 그토록 원치 않았던, 하천을 끼고 있는 거친 야생의 잡목림이 펼쳐져 있었다.


"자, 맛있는 달콤달콤 씨도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게 자유롭게 풀어줄 시간이 왔네?"

"느...느...느..."

"괜찮아. 전에도 한 번 이 높이에서 떨어뜨려 봤는데 10마리 중 1~2마리는 살아 남더라고. 너희도 운 좋으면 어디 나뭇가지 같은 데 걸려서 살 수 있을 거야."

"어...어재서...이런 지슬..."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윳쿠리 레이무가 잡목림을 향해 수직 낙하했다. 


"하...하늘을 나는 것 같...(퍽"


그리고 잠시 후, 물풍선 터지는 듯한 상쾌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팥소의 꽃이 그려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게스 마리사가 베란다 바닥에 더럽게 시시를 싸지르기 시작했다.


"제...제발 살려달라제...무슨 일이든 할테니 제발 떨어뜨리지 말아달라제..."


마리사가 간절한 표정으로 내게 목숨을 구걸했다. 나는 뒤에서 싱글거리고 있던 남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살려달라는데요?"

"에이,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들어줘요. 그냥 한 방에 보내버려요."

"야아~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구경했네요. 솔직히 빨간 날이라고 집에서 뒹굴거리는게 고작이었는데, 저도 다음 명절 땐 사람들 불러서 이렇게 한 번 해봐야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죽여야죠."


남자들은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일언지하에 마리사의 운명을 결정내 버렸다. 나는 마리사에게 최대한 자비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리사를 든 손이 천천히 창문 밖으로 향했다.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다가오는 운명에 맞섰다. 마리사가 몸을 마구 비틀 때마다 아까부터 계속 싸고 있던 시시가 사방에 튀었고, 이것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신의 이미지를 더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어이, 똥만쥬. 살고 싶냐?"


마리사에게 물었다. 이 모자를 쓴 더러운 똥만쥬는 몸을 위 아래로 움직여 나에게 긍정의 뜻을 표현했다.


"사, 살려달라제...오빠야 집씨에 들어온 거 미안하다제...사실 레이무가 시켜서 그런 거라제...하지만 이제 레이무가 죽었으니 마리사는 상관없다제...그러니까 마리사를 살려..."

"하지만 거절한다."


마리사가 자유낙하 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리사는 딱 보기에도 골 때리는 웃기는 표정으로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남자들도 알고 있었다. 아마 마리사도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0. 몇 초 이내로 레이무의 팥소 꽃이 핀 옆자리에 더럽고 추한 또 하나의 팥소 꽃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