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 ?
원출처 : 구윳사
밀실 윳쿠리
"늣! 느그타게 이쯔라규!"
작은 목소리가 사방에 울린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밀폐된 공간.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인사를 받아줄 부모나 따듯한 보금자리, 작은 배를 채워 줄 먹이조차 없다.
태어남과 함께 고독.
고요의 틈바구니에서, 누구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느? 느?"
작은 조명.
하얀 벽.
아이는 대답을 받아 줄 이를 찾지만 그 누구도 존재 하지 않는 곳.
"느그티 이쯔라규..."
허공에 메아치려, 자신에게 되돌아올 뿐인 인사.
아이는 시무룩하게 바닥을 기어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위를 돌아다니던 아이는 금새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은 네모 반듯하고, 벽은 하얀색.
바람이 새어들어 올 틈은 없고, 온도 또한 일정.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지극히 적합한 환경이지만 아무런 자극도 없는 공간이다.
애초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모두 배재되어있다.
"느... 배고파... 느?"
순간, 무엇인가가 방 한 구석에 떨어진다.
베이지색에 가까운 엷은 갈색의 작은 알약.
아이는 조심스래 다가가 알약을 이리저리 살펴 보다가 혀를 내밀어 핥아본다.
맛은 없다無味.
마치 톱밥을 뭉쳐놓은 것인양 알약에는 단맛도 짠맛도, 윳쿠리들이 싫어하는 쓴맛도 나지 않는다.
"달콤달콤찌를 먹고시퍼... 느..."
작은 불평을 내뱉으며 입에 담은 알약은 씹는다는 즐거움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그대로 녹아내려 사라졌다.
먹었다는 행위는 하지만 먹는다는 느낌은 나지 않는 허무함.
밥을 먹은 아이는 불평을 내뱉으며 구석에 틀어박혔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배고파 할 쯤이면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알약이 여지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 시간은 멈춤이 없이 계속해서 흘러간다.
"늣! 느그타게 이쯔라구!"
"엄마야는 빨리 나와서 부비부비- 하자규!"
"느... 정말 느긋한 엄마야네!"
"느! 엄먀는 어디에 이써...?"
"느그타게 이쓰라구?"
"엄마야는 달콤달콤씨를 달라구?"
"느... 부비부비 하고 시퍼..."
"느그타게 이쯔라규?"
"우꺽우꺽 하고 싶다구!"
"우꺽우꺽 못한다구!"
"느... 밥씨는 맛 없어..."
"느그타게 이쯔라구!"
"느그타게 이쯔라구!"
"느그타게..."
"느그! 느그티?"
"느...?"
맛 없는 알약을 먹고 좁은 공간에서 지내며 아무런 자극도 없는, 지루한 일상의 반복.
매일같이 불평을 토해내던 아이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갑자기 조용해진다.
"느... 느그탄게... 모야?"
그것은 가장 근원적인 질문.
태어날 때 부터 알고 있지만 경험해 본 바 없으며, 들은 적도 없는 말.
언제나 느긋함을 추구하려 하지만 도달한 적 없는 그것에 아이는 의문을 품는다.
"느? 느...."
아이의 불평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가고, 곧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고요한 가운데 기계적으로 주워먹던 알약 또한 점점 먹지 않게 됐다.
아이가 하는 일은 그저 촛점 없는 눈으로 새하얀 벽만을 바라보는 일.
이것은 윳쿠리일까, 살아있는 만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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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번, 동결했습니다."
"아- 그래. 정리해줘."
"네에."
남자는 37번 이라는 숫자가 쓰여진 박스로 다가가 뚜껑을 열고 작은 카메라를 제거한다.
박스 내부에 있는 것은 아이 윳쿠리.
박스 뚜껑을 열어 박스가 움직이는데도 윳쿠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엿차-"
꺼낸 윳쿠리를 치우기 위해 문을 연 냉장고 안에는 이미 여러마리의 윳쿠리들이 마치 시체와 같이 굳어있다.
"나 참... 선생님, 이 실험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응? 의미?"
질문을 받은 여성이 턱을 만지며 고민한다.
"글쎄,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지 뭐. 일단 '느긋하지 않은 윳쿠리를 만든다' 라는 알수 없는 목표가 있다는 것 같지만... 글쎄?"
"...참 쓸데없는 목표네요."
"그치-"
대답을 마친 여성의 앞에는 아직 스무마리가 넘는 윳쿠리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비춰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