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11.27 21:07

anko9267) 머리가 딸리는 오빠야

조회 수 2635 추천 수 13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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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호시아키

 

 

 

 

 

찾는게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

 

 

 

 

 

 

그마내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고 싶었을 뿐이라구여어어어어어어!

느긋하게 지내고 싶었을 뿐이라구여어어어어어어!

 

인간님을 노예로 삼으려 하다니 당치도 않은 말씀이에여어어어어어어!

 

레이무는 울부짖고 있었다. 바이크를 모는 오빠야 위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입 안은 바싹 말라있었지만, 바람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통에 입을 다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제 봐주세여! 잘못했어여! 레이무가 잘못했어여! 그러니까 제발 봐주세여!

인간님! 제발 부탁이에여! 기분 상하셨으면 사과드릴게 제발 용서해주세여!

무슨 잘못인지 모르지만 사과할게여! 어쨌든 사과할게여!

 

채 맺히지 않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레이무는 어둠 속을 맹렬한 속도로 달려나갔다.

흘러내린 눈물이 엄청난 속도로 뒤를 향해 날아가는 통에, 레이무의 두 눈은 순식간에 안구건조증을 일으켰다.

 

이럴 리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병신인간을 노예로 삼고 달콤달콤을 잔뜩 얻어먹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뭐지 이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바이크라고 불리는 인간의 씽~에 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한 번 달리기 시작하니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익숙한 광경이 엄청난 속도로 멀어져 가는 게 무섭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입을 벌리자마자 공기씨가 안으로 확 들이닥치는 바람에 두 번 다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 것이 느긋할 수 없었다. 거기에 바이크가 점점 빨라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갑자기 입술 끝에 통증이 일었다.

너무나도 센 바람에 가죽이 찢어진 것이다.

 

레이무의왕자님의키스를기다리는매혹의입술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바이크 위에서는 도무지 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방금 전에 난 상처를 통해 흘러내리는 팥소가, 피부 위를 수평으로 스쳐 지나갔다.

 

어째서, 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레이무는 중추팥을 필사적으로 굴리며 생각했다.

짓궂은 바람씨가 시간이 갈수록 레이무를 미이라처럼 말라 비틀어지게 하려는 상황 속에서,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공원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이었다.

 

 

 

 

 

 

공원 한 구석, 꾀죄죄한 종이 상자 속에서 레이무는 살고 있었다. 생활은 각박했다.

가을씨가 저물고 느긋할 수 없는 겨울씨가 다가올수록 먹을 수 있는 것은 줄어만 갔고, 언제나 빵빵씨는 꼬르륵했다.

흙과 함께 낙엽을 먹으며, 레이무는 느긋해지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다.

 

이대로 겨울씨가 오면 틀림없이 레이무는 영원히 느긋해지리라.

공원 안에 겨울나기 할 수 있는 곳은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병신인간과 지역 윳쿠리 놈들이 그곳을 발견해내리라.

지금부터 산으로 이사를 간다 쳐도 위험이 가득한 거리를 걷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부근을 어슬렁거리는 학대 오빠야와 거리를 쏘다니는 커다란 씽~, 까마귀씨와 포식종 따위가 언제라도 윳쿠리를 죽이려고 대기 중이니까 말이다.

산에 닿기도 전에 레이무로서는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죽임을 당하고 말리라.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가는 종이 상자 째로 꽁꽁 얼어붙을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오늘은 아침부터 추웠고, 집에는 서리까지 생겨 있었다. 낙엽을 이불 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윳감기에 걸려 있었으리라.

앞으로 훨씬 더 추위가 심해질 것이다. 냉동만쥬 신세가 되는 윳쿠리도 나타날 것이고.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하기 전에, 무슨 짓이든 해야만 했다.

 

그래.

인간을 노예로 삼자.

 

레이무는 바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었다.

느긋할 수 없는 인간에게 느긋한 윳쿠리가 질 리는 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금세 비겁한 수작을 부린다. 그런 녀석들한테 정정당당하게 도전하는 것은, 까놓고 말해 연못씨에 뛰어는 것과 같았다.

 

실제로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던 마리사가 인간에게 너무도 간단히 뭉개지는 것을, 레이무는 수없이 보고 또 봐 왔다.

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슨 대책이 필요했다.

 

레이무는 융융대며 생각했고, 잠시 뒤 뭔가를 떠올렸다.

 

맞아. 나도 비겁한 수작을 부리면 돼.

 

자신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치밀어 오르는 유푸풉 한 웃음을 구레나룻으로 틀어막는 레이무.

 

놈들이 모는 씽~ 앞에 뛰어들어 그 상태로 아스트론하면 되는 거야.

씽~끼리 부딪혀서 인간이 아파할 때도 있다니까, 이렇게 하면 저 비겁자들한테도 이길 수 있겠지.

 

느긋하지 않은 인간과 느긋한 윳쿠리가 동시에 비겁한 수단을 써서 겨루면, 당연히 윳쿠리가 이기겠지.

이러한 깨달음에, 레이무에게는 드디어 미래가 빛나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완벽해. 이거라면 절대 안 져. 쇠뿔도 단김에 빼랬지.

지금 당장 인간을 노예로 삼아야만 해.

 

레이무는 집을 뛰쳐나가 저녁 노을이 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출구로 향했다.

초조한 마음만이 앞서 나가는 것인지, 전속력으로 달리는데도 저부씨가 굉장히 느리게만 느껴졌다.

 

빨리 인간을 노예로 삼아야 해. 그리고 윳쿠리의 미래를 거머쥐어야지.

그렇게만 되면 더 이상 조용히 안 지내도 돼. 부르고 싶을 때 마음껏 노래하며 느긋해질 수 있어.

일제구제 따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구.

 

들뜬 마음으로 달리던 레이무는, 중간에 벤치에 앉아있는 인간을 발견했다. 

그 너무도 느긋하지 않은 모습에 레이무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윳햣햣햣햣햣햐! 느긋하지 않은 게스인간이 있다구! 오오, 불쌍해 불쌍해!"

 

레이무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시비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느긋하게 지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이 오빠야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느긋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장식물이 없는 건 전에도 그랬지만, 이 남자에게는 머리카락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놈을 보고 안 웃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유웃힛힛힛힛히! 빵빵씨가 아프다구! 어째서 그렇게 느긋하지 못하냐구!? 윳햣햣햣햣햣햐!"

 

침을 튀기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레이무에게,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머리가 딸리는 오빠야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레이무에게는 절호의 먹잇감. 살짝 놀래켜 주면 노예로 삼는 것도 가능하리라.

 

"유힉유힉. 더 이상은 못 웃겠다구!" 느긋하지 않은 네 잘못이라구! 알았으면 달콤달콤 달라구!"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레이무는 무시당한다는 마음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 되겠어. 이렇게 된 이상 힘으로라도 말귀를 알아듣게 해야지.

 

레이무는 몸에 힘을 주고 뺨을 크게 부풀렸다.

바람이, 멈췄다. 세상이, 요동쳤다.

죽으면 미안해! 라는 마음 속 사과와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필살기.

 

"뿌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남자는 말이 없었다. 레이무도 말이 없었다.

멀리서 까마귀가 울었다.

여기서부터는 고집 싸움이라구.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느긋하지 않은 스피드로 엄청난 배틀이 펼쳐지고 있다구!

레이무는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그런 그들 곁으로 젊은이가 지나갔다.

가을 해가 일찍 저물면서 완전히 어둑어둑해진 공원 안에서, 그 젊은이는 레이무들 쪽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다.

 

어쩔 수 없다구. 목숨을 건 배틀을 펼치는 중이니, 겁에 질려도 할 수 없다구.

 

레이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섰다.

쭉 뻗은 손에 붙잡힌 채, 레이무는 그대로 남자 위에 얹혀졌다.

드디어 이겼구나, 하고 안심하는 바로 그 순간. 남자는 세워져 있던 바이크에 몸을 싣더니 액셀을 밟으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마등처럼 떠오른 기억은, 레이무가 마지막으로 느긋함을 느낀 때의 것이었다.

남자에게 뿌꾹~을 해서 이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쩌다 이런 꼴을 당하게 됐단 말인가.

 

엄청난 속도로 바이크는 달리고 있었다.

공기가 무거운 벽씨가 되어 두 눈을 꾸욱 눌렀다.

방심하다가는 눈알이 뽕하고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쩍 벌린 입 안은, 바람씨가 꾸룩꾸룩 소리를 내며 휘젓는 통에 타들어가듯 바싹 말라있는 상태였다.

 

새카만 풍경 속에서, 흐릿한 불빛이 선을 그리며 뒤쪽으로 사라져갔다.

깜빡이는 빛의 감각만이 눈에 남아 느긋할 수 없었다.

 

무서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나도 느긋할 수 없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지금 당장 바이크를 세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런 식으로 기세 좋게 소리 질러대려고 했던 시절이 그리울 따름이었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하려고만 하면 그 순간 공기씨가 확 밀어닥치며 '보보보' 하는, 무슨 코털진권 비스무리한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마내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이제그마내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계속해서 달리는 바이크 위에서, 레이무는 소리 없는 절규를 이어나갔다.

딱히 몸이 고정된 것도 아닌데 튕겨나가지 않는 것은, 착각의 힘 때문인 것일까.

 

찌지직, 레이무의 몸에서 소리가 났다.

입이 자동적으로 벌어지면서 입 가장자리가 순식간에 찢어지기 시작했다.

 

아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주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생각을 떠올리고 바로 다음 순간에, 레이무의 위턱은 뜯겨져 나갔다.

 

중추팥이 상하는 일 없이 뜯겨진 레이무의 반신은 어두운 도로를 향해 튕겨져 나갔고, 엄청난 속도로 가드 레일 너머 절벽 밑으로 떨어지며 충분한 공포심을 맛본 뒤 바닥에 철퍽 부딪히며 뭉개졌다.

 

 

 

 

 

 

레이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물건 찾을 때 윳쿠리는 정말 도움이 된다.

그 애들을 태우고 다니면 사람들도 안 놀라고, 드라이브 기분도 낼 수 있으니까. 윳쿠리들도 분명 즐거워 하리라.

 

나는 레이무를 내려준 뒤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했다.

왠지 태웠을 때보다 가벼워진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괴롭히는 취미를 가진 놈들도 있다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친구 여자애가 최근 도스를 학대하며 모히칸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난 도무지 그런 취미는 가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도 찾는 거 못 찾았으니, 다음에도 윳쿠리를 양 어깨 사이에 태우고 달려야겠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분명 물건도 찾아지겠지.

 

 

 

 

아아, 그건 그렇고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내 머리는.

 

 

 

 

 

 

 

목 없는 라이더는 오늘도 밤길을 달린다.

잃어버린 머리 대신 윳쿠리를 태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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