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11.27 19:49

anko9272) 절벽 마리사

조회 수 2062 추천 수 1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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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불명

 

 

 

 

 

 

여러분은 '절벽견(崖っぷち犬: 영역 다툼에서 밀려나 절벽에서 살다가 구조된 일본의 개)'을 기억하는가?

절벽 중간에 걸려 거동도 못하고 있다가 뉴스에 보도되면서 일약 유명해진 바로 그 개 말이다.

훗날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새 주인 밑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그리고 현재, 새로운 절벽 동물이 발견되었다.

그 이름하여 '절벽 마리사'.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가도로 밑에 머물면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신고가 들어간 것이 그 시작이었다.

윳쿠리의 목소리는 날카로운데다 쩌렁쩌렁하다.

처음엔 어린이의 비명인 줄로만 여겨졌고, 최초 신고도 아동학대 의심신고였다고.

실제로는 윳쿠리였지만 말이다.

 

"마리사를 여기서 내보내 달라제!"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간 것인가?

처음엔 학대파 짓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성체 윳쿠리를 10m나 되는 높이에 올려놓는 것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같이 주위를 가득 메우는 구경꾼들이 저마다 수수께끼 풀이에 열을 올렸다.

 

"씨부렁거리지 말고 빨리 도와달라제, 병신인간!"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었으면 누군가 돕는 사람이 나타났으리라.

TV카메라가 더러운 욕을 하는 마리사를 포착했다.

누가 봐도 들윳쿠리로만 보이는 마리사의 모습에 사람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윳까아아아아아아악! 마리사님이 무섭냐제? 다 안다제!"

 

구경꾼들한테는 한때의 유희거리였지만, 24시간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 그 자체였다.

얼마 뒤, 구경꾼 중 한 남자가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메가폰이 들려있었다.

 

"야! 들리냐, 마리사!"

 

남자가 메가폰을 통해 마리사를 불렀다.

 

"유아아아앙? 뭐냐제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남자를 내려다 보는 마리사를 향해, 그는 다시 말을 건넸다.

 

"데리러 왔어, 마리사!"

 

그 말을 듣고 놀란 것은 구경꾼들이었다.

설마 애호파인가?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

 

"무슨 소리냐제에?"

 

"마리사, 생각날 거야. 우린 형제처럼 살아왔어!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초원을 뛰놀고, 같이 이불을 덮고 잤잖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봐, 마리사!"

 

갑작스러운 부름에 마리사는 난처해 했다.

마리사는 아직 아기윳이었던 시절, 도로 위를 탐험하다 배수구에 빠졌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가도로 기둥 위인 상황.

그 뒤에는 자라있던 잡초와 기어들어온 벌레 등을 먹으며 살아왔다.

그렇게 성체까지 자라난 것이다.

청년이 말하는 추억 따윈 없었다.

 

"마리사! 넌 기억 안 날지도 몰라! 하지만 난 기억해! 난 네 날개였어.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청년은 그렇게 말한 뒤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왼손을 옆으로 펼쳤다.

 

"자아, 뛰어 마리사! 내가 널 받아줄게!"

 

그 모습을 본 마리사의 뇌리에, 남자와 보낸 있지도 않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남자는 달콤달콤을 줬고, 남자는 기저귀를 채워주었으며, 남자는 외로울 때 부~비부~비를 해주었다.

그런 기억 따위 눈곱만큼도 없었을텐데, 마리사의 머리 속에 남자와의 추억이 쌓여만 갔다.

 

"서, 설마, 오빠야냐제!?"

 

"맞아, 마리사! 겨우 기억이 났나보구나!"

 

주위 구경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애완 윳쿠리였나?

에이, 그렇게 안 보였는데.

감동의 재회인가?

그런 그들의 눈 앞에 감동의 광경이 펼쳐졌다.

 

"자아, 마리사! 그때처럼 뛰어봐! 난 네 날개야. 너라면 틀림없이 날 수 있어! 가, 가라구, 마리사!"

 

마리사 속에서 자라난, 남자와 함께 하늘을 날던 기억이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마리사는 일단 뒤로 물러나 도움닫기를 한 뒤 힘차게 하늘로 뛰어올랐다!

 

"유오오오오오오오오! 아이! 캔! 플라아아아아이! 다제!"

 

그 모습을 본 구경꾼들 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파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양동이를 들고 달려왔다.

 

"우왓! 잠깐, 빨리빨리!"

 

황급히 지면에 놓인 양동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마리사가 뛰어들었다.

 

 

철퍽!

 

 

질척한 소리가 잠잠해진 주위로 울려퍼졌다.

 

"죰뎌...느그치..."

 

윳쿠리의 단말마를 들은 남자는 품 속에서 파란 모자를 꺼내 머리에 뒤집어 썼다.

가공소라는 글자를 보고 구경꾼들은 이해했다.

 

"자아, 철수~"

 

남자는 방금 전까지의 정열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귀찮다는 듯 이야기했다.

 

"주임님, 역시 윳쿠리 설득에는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여자한테는 인기 없지만."

 

부하들의 놀림에 어렴풋한 미소로 대답하면서,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남자들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

 

"정말 살았습니다. 역시 가공소 부르길 잘 했어!"

 

장년의 남자가 웃으며 칭찬했다.

그는 이 마을의 동네 회장.

매일 같은 소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윳쿠리를 다루는데 가장 익숙한 가공소에 의뢰를 한 것이었다.

 

"아뇨, 이게 직업인 걸요."

 

주임이라고 불린 남자는 부하들에게 양동이를 들게 한 뒤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TV카메라와 구경꾼들.

가공소의 활약은 저녁 뉴스에서 아주 잠깐 다루어졌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절벽 윳쿠리가 있는 곳에 그들은 향한다.

바쁜 구조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귀찮은 도로청소를 안 해도 되게 하려고, 그들은 오늘도 싸워 나가고 있다.

절벽 윳쿠리라고 하는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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