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2016.11.07 00:00

anko9203) 만화씨를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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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불명

 

 

 

 

우리집 애완 윳쿠리는 오늘도 흥에 겨운 목소리를 내며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 아니 귀밑털이라고 했던가?

그곳에는 손잡이가 달린 작은 종이 원통이 쥐어져 있었다.

원통 속을 들여다보면서, 반대쪽 귀밑털로 그것을 빙글빙글 돌렸다.

 

"오빠야! 레이무의 반짝반짝씨는 오늘도 예쁘다구!"

 

"어, 그래? 좋겠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내가 만든 만화경.

취미 삼아 모아두었던 것을 아직 어렸던 레이무에게 구경시켜준 것이 시작이었다.

 

"오빠야! 레이뮤, 마나경찌가가꼬십따구!"

 

윳쿠리는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한다던가.

혀 짧은 소리로 그렇게 보채는데 애호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레이무 자신의 신체 사이즈였다.

대부분의 만화경은 무겁기 때문에, 윳쿠리가 깔려 죽을 위험이 있었다.

그리하여 작고 가벼운 만화경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반사 씰을 플라스틱 판에 붙인 뒤 삼각 기둥을 만들었다.

반짝반짝씨의 재료는 작게 오린 셀로판지와 털실, 비즈 등.

거울 바닥에 투명 아크릴을 붙인 뒤, 반짝반짝씨를 투하.

구멍에 아크릴을 덧댄 뒤 두꺼운 종이를 감자 작은 만화경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직접 들려줘 보니 돌리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꺼운 종이로 원통을 감싸듯 손잡이를 만들어, 손잡이를 쥔 채 원통만 돌릴 수 있게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오빠야! 레이무의 만화씨, 보라구!"

 

"레이무, 그건 만화경씨라고 하는 거야. 만화씨가 아니고."

 

예쁜 반짝반짝씨를 발견하면 언제나 이렇게 나한테도 보여주었다.

물론 나한테 건네주는 시점에 그 반짝반짝씨는 뭉개져 사라진 뒤였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자신의 느긋함을 나누어 주고자 하는 그녀의 배려심을 망칠 수는 없었다.

 

"아아, 예쁘다. 엄청 느긋해지네?"

 

"유후훗...오빠야도 느긋이~!"

 

조금 늦은 아침식사를 한 뒤 레이무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오빠야랑 같이~♪ 같이 산책~♪ 느긋이 느긋이~♪"

 

보따리를 챙긴 레이무가 내 품 안에서 즉흥곡을 만들어 불렀다.

근처 공원에는 애완 윳쿠리를 위한 놀이터, 통칭 '윳쿠리 런'이 있었다.

오늘은 평일이었지만, 윳쿠리 런에는 적지 않은 애완 윳쿠리와 사육주들이 있었다.

 

"옳지, 도착했다."

 

"도~착~!"

 

소중한 만화경을 든 레이무가 친한 윳쿠리들 곁으로 뿅뿅 뛰어갔다.

씩씩한 녀석. 언제나 큰 소리로 웃고, 노래하고, 울고, 화를 내지.

가족 없는 나에게 있어 그녀는 삶의 위안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동거인...아니, 동거 윳쿠리인가?

일상의 피로도 귀여운 동거 윳쿠리 덕에 씻겨나갔다.

언젠가 그녀에게도 가족들 만들어줘야 하리라.

그 전에 나도 가족을 만들고 싶지만 말이다.

 

"저기...죄송한데요."

 

물끄러미 레이무를 바라보고 있던 나를 향해 날아오는 한 목소리.

 

'예, 왜 그러시죠?"

 

그곳에는 지금까지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귀여운 여성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소극적이면서 조심스럽게 나를 보는 모습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린 것은 안 비밀.

 

"저기, 말인데요. 저희 집 마리사가, 그러니까...그쪽 레이무랑 사이가 아주 좋거든요. 에, 저기..."

 

왠지 말을 제대로 못 맺는 그녀.

말하고 싶은데 말을 꺼내기 힘든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아, 혹시 우리 레이무가 무슨 실례라도..."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레이무 엄청 착해요!"
 

큰 소리로 부정당했다.

마치 자식 칭찬을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저기, 말인데요. 저희 집 마리사가...'마리사도 만화씨가 갖고 싶다구!'라고..."

 

"하?"

 

넋이 나간 내 모습을 본 그녀는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줄 알았는지, 새빨개진 얼굴로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다.

 

"레이무의 만화씨를 나누어주세요!"

 

※만화=まんげ(망게)=거기 털이랑 발음이 같음.

 

나중에 이때 무슨 생각했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솔직히 '흥분했다'고 대답하자, 베개로 신나게 얻어맞았다.

 

 

 

 

 

 

오늘도 창가에서 윳쿠리가 밖을 바라보며 융융 노래하고 있었다.

전과 다른 점은 그곳에 레이무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늘도 마리사의 레이무의 만화씨는 예쁘다구!"

 

"유후훗...레이무의 마리사의 만화씨도 아주아주 예쁘다구!"

 

"아빠아야! 마쨔한태됴보여죠!"

 

"엄먀아야엄먀아야! 레이뮤됴느그치보고십따구!"

 

결혼하여 짝을 이룬 윳쿠리 가족이 만화경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빠야! 언니야! 레이무의 만화씨를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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