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o4602 느긋하게 자살하라구!
번역/ 라디
학대 관찰 들윳 아이윳 현대 책임을 떠넘겨 학대
"느구우…… 느깃, 느그지, 느그지이……"
한겨울 어느 공원, 모래밭 위에 윳쿠리 모자가 있었다.
그것은 이제 더럽고 더러운데다가, 더럽다는 표현 말고는 형용할 수 없을만큼 비참하고 지저분한 윳쿠리들이었다.
"느비이…… 어대더, 마리쨔드리 이런 꼴을……!"
"느느, 늣…… 늣"
"아가야들…… 느그지, 느그지라구"
전체적으로 흙먼지와 오물, 그리고 뭔지 모를 기름때로 찌든 더러운 화장을 하는 레이무.
당연히도 머리카락은 부스스한데다가 듬성듬성 머리가 빠진 흔적도 보이고, 귀밑털은 뿌리부터 뜯겨져 절반 정도밖에 안 되고, 장식물은 시커멓게 물들었다. 걸레보다 심한 악취가 난다.
아이 마리사는 어미보다는 낫지만, 어디까지나 나은 정도일 뿐이고, 구멍이 뚫린 모자 끝에서 발끝까지 만신창이가 되어 더러워져 있다.
아이 레이무에 이르러서는, 희미하게 거무스름하게 되어 있어, 반쯤 죽어가는 꼴이었다.
즉,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들윳쿠리의 모습이었다.
그 막다른 지경에 놓인 윳쿠리들이 모래밭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눈 앞에 있는 것이 알려준다.
그것은 모래밭에 단단히 고정된 날카로운 나뭇가지였다.
하늘로 향한 뾰족한 끄트머리는, 윳쿠리의 몸 정도는 쉽게 찢어발길 것이다.
그런 대용품을 눈 앞에 두고 윳쿠리 모자는 ─줄곧 경련하는 한 마리를 제외하면─ 훌쩍훌쩍 울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아갸야아, 이런 나븐 엄마라서 미아내……!"
"느삐, 마, 마, 마리쨔, 여기 무섭지 안타졔……"
"느비, 늣, 비"
뺨을 선명하게 가로지르는 눈물의 길에 새로운 눈물을 더하는 레이무와 아이 마리사.
실은 좀 더 다른 방법,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두렵지 않을 리 없다. 자신조차도 무섭다. 이런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이것 말고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괜찮다구, 아빠야도, 반드시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바야, 마리쨔, 아바야를 만나러 가눈고졔."
"느느, 느"
레이무는 아이 레이무를 혀로 들어올렸다.
이제 이 아이는 스스로 뭔가를 할 체력도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도와주는 것이 어머니로서의 마지막 역할이었다.
혀 끝에서 전해지는 작은 떨림이 단말마의 고통을 전한다.
"그럼, 간다구……! 아가야, 엄마야가 하는 걸 잘 보라구……!"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공포에 사로잡힌 발걸음을 옮긴다.
편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레이무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해서, 아이 레이무를 머리 위로 쳐들었을 때,
"뭐하는 거야?"
느긋하게 자살하라구!!!
"느, 늣, 느, 인간, 씨"
갑자기 뒤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반응해, 레이무가 돌아서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인간 남자였다.
인간.
그것은 즉 레이무─나아가 들윳쿠리에게는 신이며, 악마이기도 한 존재였다.
모든 능력에서 윳쿠리를 훨씬 능가하고, 변덕스럽게 윳쿠리를 살리고, 변덕스럽게 윳쿠리를 죽이는, 윳쿠리들이 사는 도시의 지배자.
만일 마음에 들게 되면 윳쿠리의 몸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달콤달콤을 줄수도 있고, 어쩌면 사육 윳쿠리가 되어 평생 부족함 없는 생활을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노여움을 산 윳쿠리를─또는 무리를, 어쩌면 거리 전체를─ 구제하는 무서운 존재.
그런 인간이, 어느새 레이무의 뒤에 있었다.
자연히, 레이무는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공포에 습격당해 얼어붙었다.
"야, 야. 뭐하는 거냐니까? 무시하지 말라고!"
당연히, 인간 남자는 레이무의 사정 따위를 참작하지 않는다.
남자는 웅크려 앉아서, 레이무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야, 빨리, 왜 가만히 있는거야? 가르쳐주지 않으면 화낸다? 어?"
"느비잇!!"
"무셔어어엇!!"
"늣, 느느"
인간이 화를 낸다. 들윳쿠리에게는 살해당한다는 강박과 다르지 않다.
아이 마리사가 공포에 떨며 안개 같은 시시를 흩뿌린다.
레이무을 얽어매던 두려움은, 입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바뀌었다.
"레, 레이부느은!"
"응. 냄새야."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레이부느은! 레이부드르은!!"
"응, 뭐? 빨리 말하라고."
"여, 여, 영어니 느그대지려고 해슴니다아아아!!"
레이무는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외쳤다.
동시에 눈물이 쏟아졌다.
다시 한 번 자신들이 하려던 짓을 인식하고,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다.
"헤에, 흐응."
그런 레이무에게 남자는 지극히 김빠진 대답을 돌려 주었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마치 "산책 중이야"라고 잘못 말한 것 같은, 그런 반응이었다.
"레이부는, 남편 마리자가 사냥에 가따가……"
"아 좋아, 그런 거 대충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짝이 죽고 무리에서도 험담을 듣고, 아이가 몇 마리 정도 죽은 거겠지?
게다가 장식도 엉망이 되어 버렸고, 더 이상 살아 있어도 괴로운 일밖에 없을테고, 죽고 싶어졌다는 거지?"
"늣……!"
레이무는 침묵했다.
대체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남편인 마리사가 중상을 입어서도 집에 돌아와, 레이무의 간호를 받았음에도 허무하게 죽고 나서, 가족에게는 노동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어져 버렸다.
레이무가 대신 사냥에 나섰지만, 음식물 쓰레기 쟁탈전에 참여하지조차 못하고,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시든 풀뿐.
무리도 그런 레이무 일가에게 줄 온정은 존재하지 않아서, 조금 뒤 레이무들은 지금까지 속했던 무리에서 추방당했다.
열 마리 가까이 있었던 아가야도 한 마리, 두 마리 죽어갔고, 지금은 아이 레이무가 뒤를 쫓으려 한다.
그리 멀지 않아서 아이 마리사도, 레이무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뭐어, 어쩔 수 없어, 죽고 싶어도.
아이가 몇 마리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상당한 고통에 빠지게 해서 죽게 한 거지?
그래서 그 조그만 녀석도 죽여서,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도 알겠어.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죽음을 '영원히 느긋해진다'라고 말하고, 윳쿠리라면 죽는 것도 느긋할 수 있을 테니, 좋구만!"
"느굿, 느으으, 능구우우우우우"
노골적인 단어의 칼이 레이무에게 꽂힌다.
알고 싶지 않았던, 알았지만 무시했던 진실이 파헤쳐저, 그것이 레이무의 마음을 깎아내린다.
"거기 꼬맹이, 그러니까, 뭐더라?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거기 가면 너희 아빠도, 자매들도 만날 수 있어.
어차피 태어난 뒤로는 대체로 느긋할 수 없었잖아? 힘들었겠구나, 너도.
뭐, 그러니까 얼른 죽어서, 편해져라! 저 하늘에서 모두 기다린다구!"
"느삣, 느삐이이이이이이! 느에에에엥!"
남자의 배려 없는 말은, 아이 마리사에게도 가차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란 죽음이란 현실을 은폐하는 거짓말은, 간신히 아이 마리사에게 자살을 허용해주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사실 바라지 않는 죽음을 강요받아서, 아이 마리사는 울었다.
"아이고, 미안하구만! 죽는 걸 방해하다니!
이제 방해 같은 건 안 할 테니까, 마음껏 자살하라구!
그래서 죽으려고 했던 거지? 자기 몸을 콰직─해서 말야! 자, 자!"
"늣"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고 미소짓는 남자가 가리키는 곳에는 나뭇가지가 있다.
"그, 그래…… 레이부, 드른…… 죽고 싶다구……"
"느삐이, 느삐삐…… 무,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업다졔……"
레이무와 아이 마리사는, 나뭇가지를 응시했다.
마리사가 남긴 무기인 나뭇가지로, 중추팥소를 관통해서 끝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고통은─적어도 굶어 죽는 고통에 비하면─ 없다. 편하게 죽을 수 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갈 수 있다.
"가자… 가자구, 아가야……"
"느꾸, 마리쨔, 하뉴레, 하뉴레 유쿠지 프레이슈……"
"늣늣늣늣늣"
두 마리는 나뭇가지를 응시한 채 중얼중얼중얼거린다.
가지 이외의 모든 것을 시야에서 배제하고, 죽을 각오를 다진다.
"아브지 아나…… 느그지, 느그지이……"
"아바야, 여동섕, 엉니야……"
"늣"
계속 중얼거린다.
움직이지 않는다.
"느꾸……"
"가눈고졔…… 하눈고졔에……」
"느"
"아직─?"
레이무는 돌아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있었다.
"어재, 어재저 인간찌가 아직도 인눈고야아아아아아아!!?"
"어, 나?"
레이무의 봉창 두드리는 외침을 뒤집어쓴 남자는 오히려 당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욱 레이무을 부채질했다.
"레이부드르은! 레이부드른 영원히 느그다려고 하눈고야아아아앗!
부다기니가 가마니 내버려두라굿! 레이부드란테 상관하지마앗!"
"어, 왜?"
"늣?"
이번에는 레이무가 말문이 막힐 차례였다.
남자는 계속한다.
"아니, 물론 방해 같은 건 안 한다구? 너희를 죽이거나 상처 입히거나 할 생각은 없는데?
상관없잖아, 보는 것 정도는. 별로 닳는 것도 아니고…… 아니, 닳는 거냐?
어쨌든, 나도 보고 있을 테니까. 자아, 빨리 자살하라고!"
"그래"라고 말하는 듯 까딱까딱 가지를 가리키는 남자.
레이무는 이번에야말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뭐가?"
"……레이무들이 죽는 걸 구경해서, 뭐가 즐거운 거야?"
"딱히 즐거운 건 아니지만, 흥미가 있어.
그리고 나와 문답을 주고받을 틈이 있으면, 빨리 죽으라고!"
그 말을 듣고, 레이무는 포기했다.
이제 이 인간은, 생각하는 것이 레이무들과는 전혀 다르다.
대화하는 건 시간 낭비다.
천천히 나뭇가지로 향한다.
"오, 옴마야……"
"괜찮다구, 아가야. 자, 무섭지 않다구."
레이무는 그 인간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곁눈질로 힐끔힐끔 인간의 모습을 훔쳐보는 아이 마리사를 진정시키고 달랜다.
"느……"
"아가야……"
이미 저 인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굴욕적인 심정이지만, 방해할 생각이 없다면 거기에 넘었던 적은 없다.
그보다 지금은 아이 레이무를 빨리 편하게 해 주고 싶다.
천천히 아이 레이무를 혀로 움켜쥔다. 떨림이, 조금 작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야…… 지금, 편하게 해주테니깐……"
또 아이 레이무의 생명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레이무 자식 레이무를 치료하는 기술이 아니라 편하게 해 줄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래도 눈물이 복받쳤다.
"아가야, 미─"
"느와아아아아앗! 옴마야, 저깃! 저기이이이이이이!!"
─안해, 라는 사죄는, 아이 마리사의 절규에 의해 싹 지워졌다.
돌아본다.
아이 마리사의 시선을 더듬어 가면 거기에는,
"응? ……뭐야?"
역시라고 할까, 인간이 있었다. 그것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그러나 아이 마리사의 시선을 더듬어 가면, 그 끝에는 레이무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 있었다.
어느새 가지고 있었는지, 남자의 손에는 사탕이 있었다.
"달콤, 달콤"
"느빗"
레이무는, 저도 모르게 아이 레이무를 떨어뜨렸다.
사탕, 즉 달콤달콤.
당분이야말로 최대의 에너지원인 윳쿠리에게, 그것은 최고의 식사이며, 동시에 만병통치약이다.
예를 들면, 거기에 굴러다니는 아이 레이무를 치료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인가…… 오, 오, 오, 오빠야!!"
"응?"
방금 전과는 다른 호소 어린 외침과 함께, 레이무는 남자에게 다가섰다.
레이무의 시선은 반짝이는 사탕에 못박혀 있다.
"그, 그 달콤달콤, 달콤, 어대더, 달콤달콤"
"아? 이거? 조금 배고파져서 먹으려고 하는데."
"그거, 그, 그 달콤달콤, 달콤달콤을, 레이무드레게, 그──"
"달라고 말하는 거라면, 싫은데?"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사탕을 입에 쏙 넣었다.
"느아앗!! 느으으으아아아아아아앗!!! 느아아───앗!!! 느으으으으읏!!!"
"아앗!! 마리쨔에에에에!!! 마리쨔에 댜콤댜콤찌가아아아앗!! 어댸뎌어어어엇!!"
"오오, 왜 그래?"
레이무는 오늘 몇 번째인가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아이 마리사는 사탕이 사라진 순간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두 마리의 반응을 미소지으며 바라보았다.
"어댓, 어대덧! 어대더 그런디드으을"
"아니, 왜냐면 너희들 곧 죽잖아? 그럼 사탕 같은 거 줘도 낭비잖아."
"느굿"
레이무는 말문이 막혔다.
남자는 실실 웃으면서 계속 말한다.
"너희들은 이 세상에서 느긋할 수 없어서 저 세상으로 가는 거지?
별로 그런 건 상관없고, 마음껏 느긋해지면 좋겠구나.
나는 나대로 이 세상에서 마음껏 느긋할테니까, 너희도 어서 느긋해질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있지 않을까?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라든지! 자, 어떻게 된거야? 빨리 가라구? 응?"
"느끼기기기기기기기……"
이제 결정적이었다.
이 인간은 레이무들을 비웃고 있다.
늦었지만 드디어 레이무는 이해했다.
"왜 그래? 이런 싸구려 사탕 하나도 못 먹는 세상 같은 건 빨리 단념하고, 죽으면 되잖아!
이왕이면 나도 응원해 줄까? 자, 힘내라! 빨리 죽어라! 레이무!
하늘의 플레이스는 분명히 좋은 곳이야~ 줗으면 원하는 만큼 그야말로 영원히 느긋할 수 있어~"
"느굿, 느꾸, 느구우우우우우……"
즐겁게 응원까지 시작하는 남자.
그런 남자를 레이무는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굴욕이 레이무의 팥소를 뜨겁게 책망한다.
복받치는 눈물은 이미 슬픔과는 다른 감정에 의해 흘러나왔다.
레이무에게 이미 죽을 기분 따위는 달콤달콤을 본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쓸데없는 희망을 가져 버린 탓에 더 절망이 깊어졌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배가 되고, 죽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늣"
옆의 아이 레이무를 본다.
거무스름한 반점이 점차 짙어지고 있어, 자신의 아가야를 구할 방법은 없다.
혹시나 했던 것도, 그것은 환상으로, 결국은 인간을 즐겁게 하는 데 그쳤다.
더 이상 인간의 장난감이 되는 것은 질색이다. 한시라도 빨리, 아가야를─
"마리쨔는 이제 죽고 싶지 않다졔!!"
"아?"
레이무의 사고가 막다른 곳으로 이르는 것을 막은 것은 아이 마리사의 외침이었다.
"옴마야, 역시 아니라졔. 죽다니 느긋하지 못하다제."
"아가야……"
레이무는 아이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아이 마리사의 눈동자에는, 뭔가 무척 느긋할 수 있는 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영원히 느그챠다니 고짓말이라졔. 하뉼에 유쿠지 프레이슈라니, 새빨간 고짓말인고졔"
"능, 능……!"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영원한 느긋함'이란 윳쿠리가 죽음의 공포를 감추기 위해 빚어낸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라는 것도 존재할 리 없다.
"인간찌뉸, 대댜난고졔. 강한고졔. 느그챤고졔.
그치만, 그러타고 마리쨔드리 느그챠지 모탸다고 정해진건 아니다졔!"
"느! 그렇다구!"
레이무는, 자신의 아이에게 가르침을 얻었다.
확실히 인간은 대단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윳쿠리가 느긋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윳쿠리라도, 느긋할 수 있는 것이다!
"여동섕 레이뮤도 반드시 치료하눈고졔!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다졔!!"
"그래!! 엄마야도 힘낼게! 아가야를 치료하기 위해서 잔뜩, 잔뜩 노력할게!"
결국 자살 따위는 도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레이무는 간신히 그것을 자각했다.
아이 레이무는 확실히 구원받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포기해버리면 정말 구원은 불가능하다.
어머니로서 그것만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니까!! 마리쨔됴 여동생됴, 옴마야랑 어떤 일이 이쎠도 살아가는고졔에에에에!!!"
"느으으으으으!! 그렇다구! 아가야!!"
레이무는 팥소가 왠지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느긋함'이라고 생각했다.
생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느긋함을, 지금 레이무는 명확하게 느꼈다.
이제 인간에게 현혹되는 일따위는 없다. 레이무는 인간을 노려보았다.
"……흐응……"
남자는 분명히 흥이 깨졌다.
방금 전까지의 미소는 벌써 사라졌고,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목소리도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았고, 거기서는 낙담한 기색까지 엿보인다.
"이제 죽고 싶지 않아?"
"늣! 이제 죽고 싶지 않다졧!"
"그래! 이제 절대 죽고 싶지 않다굿!"
"자살 안 해?"
"늣! 구런 느그챨슈 업뉸고 싯타졧!!"
"그렇다구! 레이무 정신이 들었다구!!"
"………흐으응………"
레이무들의 대답을 듣고도 여전히, 남자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고, 가만히 레이무들을 본다.
이윽고, 조용히 일어나서,
"재미없어. 돌아갈래."
그런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남자는 가 버렸다.
"……느───읏!!!"
"늣!! 아가야!! 다행이얏!! 다행이라구웃!!!"
남겨진 것은, 승리의 기쁨으로 들끓는 레이무들.
두 마리는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저 인간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잘 이길 수 있다니, 기적이 일어났어도 어렵다.
아가야를 믿어서 다행이다.
레이무는 오늘 몇 번째일지 모를 눈물을 흘렸다.
"능…… 마리쨔들, 꼭 살아남뉸 고졔. 여동섕도, 힘내뉸고졔."
"그래, 아가야……! 레이무, 힘낼게!"
"늣"
애정이 담긴 부비부비를 한다.
죽어가는 아이 레이무를 사이에 두고, 두 마리는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기분 탓일까, 아이 레이무의 안색이 좋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레이무는, 이미 죽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죽어버리면, 느긋함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만, 느긋할 수 있다. 죽어버리는 것은, 도피다.
"아가야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규챠게 이쯔랴규!!!"
"느꾸……"
겨울의 공원에, 윳쿠리의 인사가 메아리쳤다.
결과를 말하자면, 아이 레이무는 그로부터 사흘 뒤 굶어 죽었다.
인간에게 큰소리를 친 다음날, 다시 모래밭에 나타난 레이무들을 맞은 것은 바로 그 남자였다.
"이야, 또 죽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왔는데, 바로 정답이었구만!"
빛나는 것처럼 웃는 얼굴로 묻는 남자 앞에, 죽은 듯한 얼굴을 한 윳쿠리 모자가 있었다.
결국, 윳쿠리 따위가 뭘 결의하든간에,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어랏? 어제 나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잊어버렸어? 어?
혹시 어제 오늘로 자살 할 생각은 아니잖아~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제 죽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 건 어디의 누구였지? 엉, 꼬맹아!"
손가락질하며 조롱하는 남자를, 레이무들은 조용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봐, 이봐, 꼬맹이. '영원한 느긋함'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도 거짓말이지?
죽으면 느긋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 그래도 너희는 또 다른 새로운 변명도 떠올렸어? 그렇다면 다행이구만!"
오히려 때로는 자살을 만류하기까지 했다.
결국 마리사의 비참함을 더할 뿐이었지만.
"왠지 너희들 시든 풀을 먹고 있네. 뭐야, 그 풀. 맛있냐?
나는 일단 케이크 사왔어!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내가 느긋해지는 걸 잘 보라고!"
밤낮으로, 남자는 윳쿠리의 눈에는 성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앞에서 계속 먹었다.
레이무들에게는,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딱히 레이무들을 방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살을 도와주는 일따위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가 한 것은 단지 비웃는 것뿐이다.
레이무들은 남자의 모멸을 견디다 못해 도망치지만, 자살하려고하면 남자가 나타난다─ 그렇게 해서 며칠을, 레이무들은 또 살아있었다.
아이 레이무는 괴로워하다 죽고, 아이 마리사가 그 뒤를 쫓으려 하고 있다.
"늣… 늣… 늣… 늣…"
"아가야……"
온몸이 거무스름해져 예전의 아이 레이무처럼 된 것은 아이 마리사였다.
그 옆에서는 레이무가 고개를 숙이고,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고 있다.
즉,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들윳쿠리의 모습, 의 복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마리가 부족하다는 것일까?
"오─ 어쩐 일이냐, 꼬맹아, 애처롭구만─, 불쌍해라.
그렇게 비참해져서, 덜덜 떨고, 게다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니 어쩔 수 없겠지!
이제 차라리 편해지고 싶어? 아니면 아직도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
나는 어느 쪽이든지 응원하마! 힘내라, 꼬맹아!"
어두워지고 있는 두 마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자는 이 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하고 있었다.
두껍게 껴입은 옷은 겨울의 추위를 막아 주었고, 아까 두 마리의 앞에서 먹어치운 붕어빵은 몸 속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그 미소는 윳쿠리가 보기에도 '느긋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악의에 젖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늣…… 늣…… 늣……"
"느그지, 느그타라구우! 아가야아!!"
"그래! 느긋하게 있어라, 꼬맹아! 뭐,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레이무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시선이 위력을 가진다면, 남자가 세 번은 날아갈 듯 살의에 찬 눈빛이었다.
물론 레이무의 시선에는 아무 효과도 없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는다.
"늣……… 늣………"
"아가야, 정신차렷!! 느그타라고 말해짜나아!?"
레이무는 아이 마리사에게 매달리다시피 했다.
그때 레이무에게 느긋함을,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아가야.
그 아가야가, 지금 이렇게 거무스름해지고, 쇠약해졌다.
아이 레이무가 죽었을 때의 상황을 레이무는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 상황과 비슷했다.
"늣……………"
"아, 이제 죽는 걸까."
"닥져어엇!! 아가야는 안주글거라고옷!!"
능글능글 웃는 남자를 침묵시키고 레이무는 아이 마리사에게 향한다.
입으로는 부정했지만, 레이무도 알고 있었다.
경련이 잦아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부다기얏!! 아가야, 눈을 떠어어어어!! 엄마야를 외톨이로 만들지마아아아아!!!"
"느………………"
미친 듯이 레이무는 울부짖었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지금, 눈앞에서 아이 마리사의 생명이 꺼지려 하고 있었다.
".............................."
"아─ 죽었나. 의외로 싱겁구만, 꼬맹이."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이봐, 이봐, 슬퍼하지 마. 너도 곧 뒤를 쫓으면,"
"…………………………옴마야."
"늣!!?"
"오오!!? "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이 마리사가 눈을 떴다.
여기에는 남자조차도 경악했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거무스름해진 몸에 퀭하니 두 눈동자가 떠올랐다.
왠지 섬뜩했다.
"아가얏!? 아가야, 아가야아가야아가야앗!!!"
"시끄러워, 닥치고 들어! 놓치면 어떻게 할 거야"
"…………………………"
발광 직전에 빠지려는 레이무를 남자가 제지했다.
아이 마리사는 작게 떨고 있다.
마지막 힘을 다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
"…………………………"
"…………………………"
이상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아이 마리사의 떨림이 멈추고 입이 열렸다.
"역시, 그때, 죽었으면, 좋았다, 제"
와작.
그렇게 말하고, 아이 마리사는 시커멓게 변해서, 죽었다.
"………풋! 푸하하하하!! 하핫하하하!!!"
"……………"
남자는 웃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때! 그때 죽었으면 좋았다! 라니!
하, 배아파! 풋, 크크크, 꼬마놈 최고다!"
"……………"
남자가 웃는다.
레이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야, 야! 그 때는 언제야!
첫째 아가야가 죽었을 때!? 아니면 아가야가 멍청한 말을 했을 때!? 혹시 나랑은 상관없이 훨씬 예전 일이야!?"
"……………"
배를 잡고 남자가 웃는다.
레이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 느긋하겠다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고, 더 빨리 편해진다는 거지!
그 꼬맹이, 최후의 순간에 똑똑해졌구나!"
"……………"
껄껄거리며 남자가 웃었다.
레이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웃고, 웃고, 또 웃었다.
그동안 레이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아~ 재미있었다. 만족, 만족. 아니─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이 웃었지.
이제 너를 용서해줄게. 마음대로 죽든지 살든지 아무래도 상관 없어. 마음대로 해."
아이 마리사의 마지막 한마디는 남자에게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더는 레이무에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이라면, 아이 마리사의 어머니로서 어느 정도는 상냥하게 대할 여유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만족하는 김에 조언하자면 말야. 그 막대기로는 너, 아마도 쉽게 죽을 수 없어.
편하게 죽고 싶다면 어딘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차에 치이는 게 어때? 그쪽이 확실할걸?
아아─ 하지만 그러면 남한테 꽤 폐를 끼칠지도 모르겠네. 역시 그 막대기에 찔리는 편이 폐를 안 끼치려나."
그 말을 듣고, 레이무는 아무 말도 않고 기어나갔다.
향하는 곳은 공원 출구.
그리고 아마도 그 앞에 있는 도로였다.
"…폐는 끼치지 말라구─"
거기까지 말하고 남자는 걷기 시작했다.
놀이는 끝났다.
그 레이무는 반드시 죽겠지만, 뭐 아무래도 좋다. 이제는 상관없다.
역시 비참한 윳쿠리를 조롱하는 것은 재미있구나.
남자는 그런 취향을 가진 학대파였다.
상처를 입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윳쿠리의 비참함을 부각시킨다.
그렇게 고통받는 윳쿠리를 가리키며 비웃고, 거기 반응하는 윳쿠리를 다시 비웃는다.
남자에게 윳쿠리는 그런 놀잇감이었다.
이번에는 재미있었어.
남자가 만족스러운 발걸음으로 공원을 떠날 때,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와 물주머니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기분 탓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남자는 떠났다.
결국, 레이무는 도망쳤다.
이 세상에서 느긋해지려는 데 지쳐 편해지려고 도망쳤다.
그리고 아이 마리사가 말한 것처럼, 영원한 느긋함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더 빨리 죽었다면 적어도 레이무는 좀 더 행복했을 것이다.
[끝]
나는 애호파니까, 윳쿠리를 상처입힌다니 불쌍해서 그럴 수 없어!
거짓말이야! 단지 몸을 망가뜨리기보다 마음을 강하게 접어 버리는 것이 취향일 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