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o3796 그 레이무를 나는 모른다
번역/ 라디
소재료 사육윳 들윳 희귀종 애호파 자체설정
"느늣! 기다렸다구, 오빠야!!"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에서 레이무 한 마리가 내 앞으로 뛰어나왔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몸에는 지저분한 음식물쓰레기 얼룩이 묻어 있으며, 눈에 띄는 리본에는 사육윳임을 드러내는 뱃지가 없다.
어떻게 봐도 들윳쿠리다.
"오빠야, 레이무를 다시 길러 달라구!!"
왠지 스스럼없이 다시 키워 달라고 부탁하는 레이무. 나는 레이무 따위를 키운 적이 없는데.
"미안하지만 난 너 같은 거 몰라. 그보다 여기는 내 집이야. 냉큼 나가."
그렇게 말하고 나는 레이무를 걷어차고 집에 들어갔다. 뒤에서 레이무가 뭐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지만 무시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런 들레이무 따위는 모르니까.
그 레이무를 나는 모른다
"다녀오셨어요, 오빠야. 일하느라 수고하셨어요."
현관에서 사나에가 마중을 나왔다. 이 사나에, 내가 기르는 금뱃지 윳쿠리다.
어중간한 인간보다도 예의바르고 손도 많이 가지 않는, 내가 자랑하는 사육 윳쿠리다.
"그런데… 아까부터 바깥이 시끄러운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사나에는 걱정스럽게 현관문을 보고 있다. 좀전의 들 레이무를 말하는 걸까.
"오빠야아아아아아아아!!! 열어어어어어어어어!!!"
여전히 레이무는 문 밖에서 떠들고 있다. 이러다가는 이웃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될 것이다.
"아니, 밖에서 들 레이무한테 얽혀 버려서. 이거 곤란한데."
미국인처럼 나는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대로 부엌에 가서 사나에의 먹이그릇에 윳쿠리 푸드를 넣었다.
"오빠야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를 잊어버린 거야아아아아아!!!!"
"…왠지 오빠야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몰라, 저런 레이무. 어차피 다른 누구랑 착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가요."
석연찮은 표정을 지으며 사나에는 먹이그릇의 윳쿠리 푸드를 먹기 시작했다.
"음, 전화번호부를 어디에 뒀더라…"
나는 전화번호부를 찾아 나섰다. 아마 전화기 근처의 잡지꽂이에 꽂아 두었을 것이다.
"오빠야아아아아아아아아!!! 열어어어어어어어어!!!"
현관에서는 아직 레이무의 외침이 들린다. 이제 한밤중인데도 전혀 주변을 신경쓰는 모습은 아니다.
"전혀… 저 녀석은 아무것도 안 변했네…"
사나에에게는 들리지 않게, 나는 툭 내뱉듯 중얼거렸다
사실 나는 그 들 레이무를 알고 있다.
왜냐하면 아기윳 시절에 그 녀석을 주워서 저만큼 기른 게 나니까.
아마 인간에게 싸움을 걸어서 뭉개졌을 것이다.
발자국이 남은, 부모로 보이는 윳쿠리 시체 옆에서 울고 있던 것을 퇴근길에 발견한 것이 레이무와의 만남이었다.
그냥 무시해도 됐지만, 이대로라면 이 녀석 죽어 버리겠지, 라는 생각에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이다.
레이무를 기르는 것은 힘들었다.
우선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듣더라도 전혀 사육윳의 규칙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건 느긋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주변 사람 같은 건 생각지 않고 목소리만은 커서 금방 짜증을 내고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눈속임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화장실의 위치, 먹이를 먹는 법, 인간을 대하는 말투, 매너, 다른 사육 윳쿠리를 대하는 방식 등등.
달래서 간신히 이해시켜도 금방 잊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반성이라고는 없어서 버려 버릴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래도 끈질기게, 때로는 체벌도 불사하는 훈육을 실시한 결과, 간신히 사람들 앞에 내세울 만한 정도는 되었다.
이대로라면 금은 무리라도 은뱃지 정도는 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의 일이었다.
"오빠야, 레이무는 이 마리사랑 결혼! 한다구!!"
레이무가 들 마리사를 데려와서, 이곳을 나가겠다고 한 것은.
당연히 나는 말렸다. 멍청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애착이 있었다.
들윳의 삶에서 세상은 얼마나 가혹하고 느긋할 수 없는지 설명하고, 짝을 원한다면 은뱃지를 땄을 때 자신이 윳쿠리 샵에서 사 오겠다고, 많이 물러선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설득하는 나를 비웃고 이렇게 단언했다.
"미안하지만 오빠야는 이제 쓸모없다구. 이제는 이 마리사에게 느긋하게 해 달라고 할 거니까. 오빠가 하는 말은 시끄러운데다 전혀! 느긋할 수 없으니까!!"
쇼크였다. 레이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확실히 나는 시끄럽고 느긋할 수 없는 놈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레이무를 생각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레이무는 나를 이용할 생각밖에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기생충처럼.
멍해진 나를 두고 레이무들은 두 마리가 바싹 달라붙어서 뛰어간다.
뒤에는 주인을 잃은 적갈색의 동뱃지가 쓸쓸하게 굴러다닐 뿐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레이무를 완전히 잊기로 했다.
저런 배은망덕한 놈을 기억 한쪽에 남기는 것조차 괘씸했다.
레이무의 먹이그릇, 쿠션, 사준 장난감을 모두 쓰레기로 버리고 레이무가 찍힌 사진도 모두 태워 버렸다.
그리고 금뱃지 사나에를 거금을 주고 윳쿠리 샵에서 구입했다.
모든 것은 저 분한 존재를 나의 머리 속에서 지우기 위해서.
그러니까 나는 저런 레이무 따위는 모른다.
처음부터 우리는 만난 적도 없었던 것이다.
"느늣! 겨우 나와 줬네, 오빠야. 느긋하게 너무했다구!!"
현관문을 여니 레이무가 눈을 빛내며 내 쪽으로 뛰어왔다.
"………"
"…어랏? 오빠야 혹시 화났어?"
무표정하게 말이 없는 보며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내 비위를 맞추려 한다.
"아니라구, 그 마리사하고는 잠깐 놀았을 뿐이고, 정말로 함께 느긋하고 싶은 건 오빠야 뿐이라구!"
"......"
"정마알!! 오빠야, 얼굴이 느긋하지 않다구!! 느긋하게 웃어 줘!! 레이무는 오빠야의 웃는 얼굴을 보면 가장 느긋할 수 있으니까!!"
"......"
이상하다. 원래대로라면 미칠 것 같았을 레이무의 말도 낯선 윳쿠리의 헛소리라고 생각하니 화가 나지 않는다.
애당초 나는 이런 모르는 들 레이무의 농담을 들으려고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그게 올 테니 마중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집 앞에 하얀 밴 한 대가 멈춘다.
"늘 감사합니다─. 가공소 윳쿠리 회수 서비스입니다."
운전석에서 작업복 차림의 중년 남자가 나왔다. 손에는 투명한 상자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편해졌다. 이런 밤에도 가공소에서 윳쿠리를 회수하러 와 주니까.
"어대더 가공소가 온고야아아아아아아아!!!!"
생각지도 않은 천적의 난입에 레이무는 귀밑털을 파닥파닥 들썩이며 마음의 평정을 잃는다.
왜 가공소에서 찾아왔냐고? 간단하다. 내가 아까 전화번호부에서 번호를 알아내 불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렇잖아? 낯선 들윳쿠리가 우리집 마당에 함부로 들어와서는, 현관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구제 대상인 게스 윳쿠리이다.
"오빠야 도아져어어어어어어어!!!!"
가공소는 느긋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걸까. 레이무는 나에게 애원했다.
"이제 다시는 들윳이 되겠다고 말하지 안케슴니닷!!! 오빠야의 말 잘 듣게슴니다!!! 그니까 용서해져어어어어!!! 가공소는… 가공소는 시러어어어어어어!!!!"
울부짖으며 내 발에 매달리는 레이무를 향해 나는 정색을 하고 대답한다.
"용서하든 용서하지 않든, 나는 너 같은 거 몰라."
"느으으으으으으으!!!? 어대더 그렁마를 하눈고야아아아아아아!!!!!?"
마지막 희망이 깨끗이 무너진 레이무는 희번덕거리며 절규하고 있다.
"…혹시 이 레이무를 아십니까?"
의아해하는 남자 직원이 나와 레이무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 같다.
"아니오. 저는 저런 윳쿠리는 모릅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나는 이런 레이무는 알지 못한다.
뭐,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라기보다는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해야 맞겠지만. 정말이지 일본어란 놈은 어렵다.
"아─ 그렇군요. 가끔 있거든요. 이렇게 망상과 현실을 구분할 줄 모르는 놈이."
"데이부 거짓말하능거 아니야아아아아아!!! 덩말로 오바야에 사육 유쿠지라고오오오오오오!!!!"
"네에, 네에. 들윳은 모두 그렇게 말하거든."
남자는 익숙한 모습으로 날뛰는 레이무를 투명한 상자에 처박고 차에 올라탄다.
"그럼 확실히 들 레이무 한 마리 회수했습니다!!!"
부르르릉...
나에게 간단히 말하고는 그대로 레이무를 태우고 출발했다.
"…안녕. 모르는 들 윳쿠리 레이무…"
나는 가공소의 밴을 배웅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린다.
아직 그 정도로 깊어지지 않았을 가을밤의 바람이 몹시 차가워서 몸에 사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