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 후타바 / 長月
우연히도 그 날은 마리사가 그토록 기다리던 날. 릴리가 울고,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의 일이었다.
번역자 : ?
번역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anko4098 봄이 오면
작가: 나가츠키
어느 산의 숲 속. 마리사 한 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었다.
계절은 2월 하순. 점차 따뜻해지곤 있지만, 아직 추운 날이 이어지는 계절이다.
"느훗...느후후훗......"
눈을 감고 히죽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마리사.
기본적으로 윳쿠리는 겨울을 날 땐 꼼짝도 하지 않고 봄에 느긋하게 지내는 것을 몽상하며 지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는다.
쓸데없이 움직이면 겨울나기에 필요한 식량이 설사 방 안에 가득하다고 해도 부족하리라.
기초대사가 없는 윳쿠리라면 이것만으로도 필요한 식량을 1/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마리사도 그런 윳쿠리 중 하나였다.
"느훗...느후훗...레이무..."
봄이 되면 사랑스러운 레이무한테 프로포즈 할 거야. 무리에서 제일 예쁜 윳쿠리 레이무랑.
레이무는 당연히 OK 하겠지? 왜냐하면 마리사는 이렇게 잘 생겼고 느긋하니까.
그런 다음 무리의 무능한 보스 파츄리를 쫓아낸 뒤, 내가 새로운 보스가 될 거야.
지금 보스는 생각하는 게 하나도 느긋하지 않아. '아가야는 2마리까지'라느니 '야채씨를 딸 수 있는 산기슭의 윳쿠리 플레이스에는 다가가면 안 돼'라느니 느긋할 수 없는 망언으로 무리의 모두를 괴롭혀. 어쩜 저렇게 병신 같고 무능할까.
나라면 그런 짓은 안 해. 느긋할 수 있는 아가야를 낳는 걸 제한하기는 커녕 오히려 추천할 거야.
그리고 야채를 딸 수 있는 산기슭의 윳쿠리 플레이스도 인간들한테서 빼앗을 거야. 만약 인간들이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해도 문제 없어.
마리사는 겨울나기 하기 전에, 이미 쵯강의 군단을 만들어 뒀으니까(사실 야채에 눈이 먼 건달 윳쿠리 몇 마리를 한패로 만들었을 뿐).
걔네들한테 게스 인간들을 물리치라고 하면 돼. 틀림없이 느긋하지 않은 인간들은 울면서 용서해달라고 빌겠지?
그리고 언젠가 산기슭에 있는 인간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도 점령해서 윳쿠리 천년제국을 만들 거야. 그 공적은 후세에까지 널리 알려져, 마리사의 존재는 윳쿠리들의 영원한 희망이 되겠지?
"느훗...느후후훗......"
실로 완벽하고, 완전하면서도 동시에 느긋한 계획이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봄이기다려진다제에......"
윳쿠리 릴리가 우는 포근한 봄날을 망상하면서, 마리사는 몇 번째인지 모를 그 대사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한편 그 무렵
봄. 그것은 희망의 계절임과 동시에 이별의 시기이기도 했다. 윳쿠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치르노. 이제 봄 나기에 들어갈 거니까 건강히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티......"
어느 숲 속. 윳쿠리 두 마리가 서로에게 작별을 고하려고 하고 있었다.
한 마리는 인간이라도 고개를 들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윳쿠리 레티. 또 한 마리는 작은 핸드볼 공 크기의 윳쿠리 치르노였다.
이 두 마리는 올 겨울에 친해진 윳쿠리들로, 모든 동료가 겨울잠을 자버린 치르노에게 레티는 외로움을 잊게 해줄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레티 종은 겨울에만 활동할 수 있는 윳쿠리. 봄이 되면 둥지 안에서 봄 나기(정확히는 봄여름가을 나기지만)에 들어가야 한다.
안 그러면 몸 속의 아이스 팥이 녹아 영원히 느긋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몸...봄은...레티가 없는 봄은 정말 싫다구......봄 따위 오지 말고......계속......계속 겨울이면 좋을텐데......"
친구와 헤어져야만 하는 괴로움에 눈물 흘리는 치르노.
다음에 레티와 만날 수 있는 것은 겨울. 봄, 여름, 가을 중에는 레티와 만날 수 없었다. 수명이 짧은 윳쿠리들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모처럼 친해진 친구가 10년 동안 콜드슬립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척박한 자연계에서 약해빠진 윳쿠리가 겨울까지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생에 마지막이 될 지도 몰랐다.
"치르노...그런 말 하면 안 된다구......"
그런 치르노에게 어린애 달래듯 따뜻하게 말을 거는 레티.
"봄이 되면 다이, 루나, 서니 밀크, 스타 사파이어, 릴리랑도 만날 수 있다구. 걔네들이랑은 안 만나도 되는 거야?"
"느으읏..."
치르노는 이른바 요정 종이라고 불리는 무리의 윳쿠리였다. 봄이 되면 무리의 윳쿠리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레티와는 다음 겨울까지 만날 수 없다.
무리의 친구들, 특히 다이와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레티와는 헤어지기 싫었다.
치르노에게는 이율배반의 딜레마. 복잡한 심경이었다.
"치르노...넌 최강의 흑막이지?"
"최강......이몸 최강이라구......"
치르노의 눈물이 멈췄다.
'최강', 그것은 치르노에게 있어 신성한 단어였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참고로 '흑막'이란 레티 종이 자주 쓰는 범용성 높은 긍정형 표현으로, 앨리스 종의 '도시파', 텐코 종의 '암퇘지'와 비슷하다. 레티 종 특유의 입버릇이라고 할 수 있다.
"맞아. 넌 최강의 흑막 윳쿠리라구. 그러니까 이런 일로 울면 안 된다구."
레티 역시 치르노와 헤어지는데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치르노를 향해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음 겨울이 기다려진다구. 최강의 흑막이 된 치르노랑 만나는게 말이라구."
레티와 치르노의 이런 이별 의식은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이런 힘든 이별을 겪은 치르노는 또 한 계단 어른 윳쿠리로 성장해 나간다.
치르노가 이 이별을 계기로 성장하여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도스 치르노가 된 모습으로 레티와 재회하는 것은, 이로부터 9개월 뒤의 일이다.
"그런데 레티. 집 안에 밥씨가 얼마 없는 것 같은데 괜찮은 거야?"
둥지 안을 살펴보던 치르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 레티 같은 도스급 체구의 윳쿠리가 장기간 봄 나기에 들어가려면, 그야말로 치르노가 고개를 들어 쳐다봐야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식량이 필요할 터였다.
하지만 둥지 안에는 입가심 정도의 풀, 꽃이 아담하게 쌓여있을 뿐이었다.
"괜찮다구. 먹을 거라면 뱃속에 잔뜩 있다구."
마치 임신한 것처럼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여주는 레티.
레티 종은 음식을 먹어 저장할 수 있는 윳쿠리였다. 봄부터 가을의 끝자락까지 수 개월 동안 계속해서 잠만 잘 수 있을 정도로.
"어젯밤에, 둥지 안에서 자고 있던 놈들을 잔뜩 먹었다구."
말을 마친 레티는 치르노에게 살짝 미소 지었다.
"느후후훗......"
레티 뱃속에서 웃음 짓는 마리사. 자신이 어제 자고 있는 사이 레티한테 잡아먹혔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느후후훗......벌써부터봄이기다려진다제......"
마리사는 기다렸다. 올 수가 없는 봄을. 존재하지 않는 밝은 미래를.
참고로 사랑스러운(풉) 레이무와 최강 군단(풉)의 부하들도 그곳에 있었지만, 마리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죰뎌......느그이......이꼬.....싶.....어...................."
레티의 뱃속에서 마리사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며칠에 걸쳐 레티에게 소화된 것이다. 산 채 조금씩 녹아내리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한다.
"봄~이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