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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4097 윳쿠리와 육교

by 류민혜 posted Oct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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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후타바 윳쿠리 괴롭히기 스레 주민
번역자 : ?
번역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anko4097 윳쿠리와 육교





나는 평범한 학대 오빠야.
추위도 절정이 지나간 요즘 이 무렵.
애견(미니어처 닥스) 멍멍이와의 산책도 꽤 이른 시간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오늘 산책은 멍멍이가 좋아하는, 경사면 있는 육교를 지나는 코스로 골랐다.
육교는 계단만 있는 게 많지만, 그 중에는 경사면이나 엘리베이터가 붙은 것도 있다.
다행히 집 근처 육교에는 자전거도 지날 수 있게 경사면이 붙어있어, 평소에도 이용하고 있다.
개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허리에 큰 부담이 가해지지만, 경사면이라면 안심할 수 있다.
경사각도 완만해서 좋았다. 하지만 자전거가 옆으로 지나다니는 건 무섭다...왠지 노친네 생각 같긴 하지만.


편도 2차로 큰길에 들어서서 바로 육교 입구가 보였다.
방향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멍멍이가 앞장 서서 경사면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코스를 산책할 뿐인데 꼬리를 흔들며 이렇게 좋아하니, 퇴근 후의 산책이 힘들래야 힘들 수 없지 않은가.


"능차, 능차......아가야, 이제 금방 정상이라구!"
"""느와아아아아!"""


......조금만 더 가면 경사면 꼭대기를 바라보는 곳에서 들려온 불쾌하기 짝이 없는 만쥬 보이스.
소리의 주인은 성체 윳쿠리 마리사와 레이무 부부, 그리고 각각의 머리 위에 타고 있는 아기 마리사 세 마리와 아기 레이무 세 마리였다.
아직 골프공 크기의 아기 윳쿠리를 데리고 이런 데까지 나오는 걸 보면, 바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멍! 멍멍!"


멍멍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려고 하는 것을 서둘러 말렸다.
멍멍이의 무차별적인 프렌들리쉽은 아주 좋아하지만, 더러운 노숙 윳쿠리한테까지 그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희희낙락하며 노숙 윳쿠리를 물어 죽이는 정신 나간 개는 싫지만.
어쨌든 윳쿠리 가족을 피해 반대쪽을 걸었다. 나참, 왜 사람이 윳쿠리를 피해 다녀야 하는 건지...


"아가야, 이제 금방 정상이라구! 정상에서는 세계가 보인다구!"
"느느응!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장소를 알고 있다니, 과연 레이무의 남편이라구!"
"""느와아아아! 마리쨔(레이뮤)눈세걔를소내너을꺼라구!"""


아무래도 이놈들, 육교에서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려고 소풍을 나온 모양이다.
남편 마리사가 위엄을 보이려고, 아직 어린 아기 윳쿠리를 데리고 지옥의 행군에 나선 건가?


육교는 동네 윳쿠리들 입장에서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여기서 윳쿠리를 보는 것 자체는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저기, 마리사. 아까부터 계속 벽씨 밖에 안 보인다구......"
"그, 그럴 리 없다구! 멀리서 봤을 땐 그렇게 높이 있었다구!?"
"""아뺘야, 마리쨔(레이뮤)재미업쩌어어어어!!"""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아무 것도 안 보인다며 분개하는 것이 패턴화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경사면 벽에는 성체 윳쿠리보다 높은 위치까지 안전판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안전판은 눈가리개판이라고 불리는, 일부 업계에서는 팬티 노출 방지 장치로서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존재였다.
하지만 여성과 차, 그리고 무엇보다 윳쿠리 자신에게 있어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바보와 뭐시기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속담이 가리키듯, 윳쿠리가 육교를 오르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 때문에, 높은 데서 밖을 둘러보려고 하다 육교 벽 틈으로 떨어지는 바보가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부모 따라 나온 아기 윳쿠리들이었지만, 그 중에는 보다 멀리까지 보고 싶다며 기둥 사이로 몸을 쑤셔넣다 굴러떨어지느 성체까지 있었다.
그리고 윳쿠리가 떨어지는 곳은 수많은 차들이 오고 가는 도로...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팥소폭탄 때문에 차가 찌그러지고, 상대가 더러운 노숙 윳쿠리인지라 보상을 받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상대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니 복수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 보급된 이 안전판은, 일부 신사 이외의 모든 사람들을,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윳쿠리들마저 구하고 있는 셈이다.


"벽씨는 비키라구! 마리사들은 세계를 둘러보고 싶을 뿐이라구!"
"심술 부리는 벽씨는 뿌꾹~할 거라구! 뿌꾸우우우우욱!"
"""뿌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트집 잡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이 안전판이 없으면, 아무리 잘해도 아기 윳쿠리는 모조리 도로의 얼룩이 될 뿐이니까.


"어이쿠, 안녕하신가?"
"아아, 안녕하세요."


윳쿠리를 무시하고 육교를 건너려고 하는데, 반대쪽에서 걸어온 옆 동네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평소 토이푸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멍멍이는 할아버지도 토이푸들도 아주 좋아했다.


"오오, 멍멍아! 오늘도 힘이 넘치는 구나."
"매번 놀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를 향해 미친듯이 꼬리를 흔들고, 할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멍멍이.
할아버지와의 인사 뒤에는 토이푸들과 같이 노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그리고 발치에서 멍멍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일상화 되어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 저쪽 슈퍼에서 세일 하길래......"


수다 떨기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최근 유행 중인 루프 물이었다.
오늘 패턴으로 미루어 마지막에는 옛날에 싸게 산 사과가 아주아주 달고 맛있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평소에는 적당히 이야기를 끊지만, 멀리 보이는 방금 전의 윳쿠리들이 뭔가 재미있는 짓을 시작한 모양이다. 
할아버지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놈들의 단말마를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뾰옹! 뾰오오오옹옹! 어, 어때, 아가야!? 세계는 보였어!?"
"느와아아아! 뇨피뇨피이이이이이이! 마리쨔는날개를소내너어따구우우우우우!"
"""""무셔어어어어어어어어! 샬료죠오오오오오오오!"""""


육교에서 경치가 보이지 않아 초조해진 마리사가, 드디어 수직 뜀뛰기를 시작했다.
모자 위에 아기 마리사와 아기 레이무, 총 6마리를 태운 채로 말이다.
아기 마리사 한 마리만 좋아라 할 뿐, 나머지는 대체로 울고 있었다.
윳쿠리가 평소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하는 높이높이와 달리,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되풀이하는 높이높이.


레이무는 "아가야가 하늘을 날고 있다구우우우!" 라며 옆에서 속 편한 소리만 늘어놓았지만, 나머지 놈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뾰오오오오오옹! 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진땀 같은 액체를 흘리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계속해서 뜀뛰기 하는 마리사.
제 새끼들한테 바깥 경치가 안 보인다며 잔뜩 욕 먹을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기분 나쁠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무셥땨구우우우우우우!"""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몰골의 마리사에, 저도 질세라 추하게 울부짖는 아기 윳쿠리들.
이미 고도 상으로 안전판보다 높이 던져진 놈도 있었는데, 그런 놈들은 죄다 드러눕거나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늡푸.......느웨에에에에에에에엑!"


오오, 계속해서 울기만 하던 아기 레이무 한 마리가 구토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아기한테 나타나는 흔들림 증후군이 유명한데(원인은 뇌의 내출혈), 윳쿠리들도 저렇게 흔들리면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흥분시키기 위한 진동과 달리 제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이를 던져졌다 떨어졌다 반복하고 있으니, 그 대미지가 얼마나 크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필사적으로 제 새끼를 내던지는 마리사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모자 위에서는 아기 윳쿠리들과 그들의 팥소 내용물이 똑같이 던져졌다 떨어졌다, 던져졌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하나로 섞이고 있었다.


"느삐, 내, 냄섀나......우웨에에에에에에엑!?"
"느웨에에엑, 토햐고이쨔나...부부붋쟈아아아아아아......"
"느삐느삐뿝!?"
"느빼뺴!?"


어느 일정 수준을 넘은 시점에서, 울고 있던 다른 아기 윳쿠리한테도 연쇄 구토 증상이 일어났다.
어떤 놈은 토사물을, 어떤 놈은 액상 응응을 사방에 뿌리며, 아기 윳쿠리은 하나 둘 죽어갔다.


".........느늣!? 바, 바리자아아아! 아가야드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
"뾰오오오오옹! 뾰오오.......응? 이게 무슨 냄ㅅ......끄에에에에에에에엑!?"


때늦은 레이무의 비명을 듣고, 마리사가 간신히 행동을 멈췄다.
구린내(평범한 팥소지만) 감도는 모자 위에는 무수한 고형/액체상의 팥소와, 경련하는 아기 윳쿠리들이 있었다.


"아가야들아, 정신 차리라구!? 낼~름, 낼~름......우, 우웩!"
"아가야들아, 누가 이랬냐구!? 마리사가 혼내줄테니까 눈을 뜨라구우우우우!?"


냄새 난다고 인상 쓰며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 레이무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엉뚱한 복수를 맹세하는 마리사의 멋진 부부.
그들을 부모로 둔 아기 윳쿠리들은 정말 행복한 존재다.
덕분에 제대로 다 크기 전에, 하나 둘 쇠약해져 죽게 됐으니 말이다.
뭐, 제대로 돌봐줘봤자 저주 남기고 죽을 시간이나 벌어주는 꼴이겠지만.


"......그래서 말이지, 된장국에 거기 파 넣으니까 이게 또 맛있어서......"
"헤에, 국물은 가다랑어로 뽑나요?"


......그건 그렇고, 그런 윳쿠리들 따위 완전 무시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참 끝이 없다.
이야기가 반복될 때마다 다른 대답을 준비해서 분기를 만들어가고는 있지만, 이야기 하다보면 또 원래대로 돌아와버린다.
무한 루프, 진짜 무섭지 않은가?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드리며 윳쿠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약삭 빠른 인간으로 태어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멍멍이도 아직 토이푸들과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어울리고 있었다.

 

 


"으, 으으으......"
"아가야들아, 어째저......"


할아버지의 된장국 토크 뒤쪽으로, 장례식 분위기의 마리사와 레이무의 모습이 비쳤다.
육교 한가운데에 팥소 자국과 아기 윳쿠리들의 잔해를 늘어놓아 주변 경관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뺘야, 엄먀야, 느그타개이쮸라구!"


......그런 두 마리 틈에서 살아남은 아기 마리사가 죽여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의젓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잠깐 말을 끊고 달려가 밟아 죽여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아뺘야, 마리쨔죠그미써쯔면세걔를볼쮸이쪄땨구! 한번더뇨피뇨피해댤랴구!"
"무슨소리하는고야아아아아!? 아가야들이많이많이죽었으니까바로집으로돌아갈거라구우우우우!?"


으음. 그러고 보면 눈 앞에서 이렇게 많은 자매들이 죽었으니 '이쓔레기부모!'라고 욕하는 게 일반적인 아기 윳쿠리의 반응인데.
이 아기 마리사는 구제불능의 바보일까, 아니면 너무 높이 뛰어서 바보병이 도진 걸까?
......아니, 생각해보니 이 아기 마리사, 처음에 던져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혼자서만 좋아라 했지.
달래기 위한 높이높이랑 달리 다른 아기 윳쿠리들이 기겁해서 울 정도로 높이 던져졌는데 처음부터 좋아했다는 사실은, 그냥 아주 처음부터 머리 한 구석이 맛이 가 있었다는 소리군.


"여둉섕이른아꺕깨댔찌만, 세걔를뵬쮸인뉸건선택바든윳쿠치뿌니라구!"
"......그렇구나, 마리사. 딱 한 번만 더 던질 거라구! 살아남은 마리사는, 세계를 다스리기 위해 선택받은 윳쿠리라구!"
"바, 바리자아아!? 무슨소리하눈고야아아아아아!?"


......마리사는 바보 새끼의 헛소리를 핑계로, 제 책임을 없었던 일로 만들 셈이려나 보다.
아니, 너무도 큰 충격에 정상적인 생각을 못하게 됐다고 봐야 하나? 따지고 보면 원래 정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마리사는 레이무가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살아남은 아기 마리사를 모자 위에 태웠다.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용사라도 된 것처럼 잘난 척하는 표정으로 모자 위에 올라타는 아기 마리사. 순간 뛰어가서 뭉개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럼 마리사, 입 꼭 다물고 있으라구......!"


삼겹살 같은 배때기 살을 쭈욱 늘리며 마리사가 힘을 모았다.
레이무는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어느새 용사를 지켜보는 어머니 같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기 마리사의 표정은 사랑하는 고향에 이별을 고하고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안 돼, 지금이라면 저놈을 팥시럽 상태까지 산산조각 낼 자신이 있다.


"그럼 아가야......삐이이이이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느와아아아아아아! 마리쨔는! 날개를! 소        내                  너                          어                                        푸직"


......마리사의 이날 최고의 도약은, 드디어 아기 마리사의 몸뚱이를 안전판보다 높은 데까지 밀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기 마리사는 약 5초 정도의 시간 동안 유람비행을 만끽했다.
놈의 눈에 비친 것이 세계의 전부였는지, 아스팔트였는지는 내 알 바 아니었지만.

 

 

 

"아, 아아......"


모든 것을 이룬 듯 뿌듯한 표정의 마리사 옆에서, 이건 아니라는 듯 새파랗게 질린 레이무가 입만 벙긋벙긋 하고 있었다.
마리사가 그 표정을 알아차리기까지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늣? 아가야?"


......사실은 다 알고 있으면서, 공포에 전염된 마리사가 제 모자를 들여다봤다.


"바리자아아아아아아아! 아가야가떠러져짜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늣........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의 발연기에, 레이무의 호통이 쏟아졌다.
이런 육교 위에서 행복했던 윳쿠리 가족이 붕괴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국어책 읽기)


"바리자아! 빨리가저아가야를구해오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
"느히익......아, 아가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리자가금방구해줄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등을 떠밀리듯 레이무한테 몸통 박치기를 맞은 마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겨우 경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깐, 바리자아! 그쪼기아니라이쪽계단찌로내려가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


......하지만 레이무 말처럼 경사면을 내려가면 낙하지점인 도로까지 거리가 벌어진다.
하지만 완전히 정신줄 놓은 마리사한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늑까아아아아아아아! 이제바리자따위모른다구! 레이무가아가야를구해주겠다구우우우우우우!!"


밍기적거리며 경사면을 내려가는 마리사를 보고 짜증을 느낀 레이무가 직접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왜 처음부터 지가 내려가지 않고?


"능차! 능차! 귀여운 레이무가! 단숨에! 계단씨를 뛰어 내려간다구우우우우우우!" 


씩씩한 구호와 달리, 한 계단 한 계단 실로 느긋하게 내려가는 레이무.
이 육교는 계단 경사가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서 한 번에 두 계단 씩 뛰어넘을 수 있음직 했지만.


"능차! 능차! 능......능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그렇게 느긋하게 내려갔는데 갑자기 저부가 미끄러지는 게 말이 되냐?
데굴데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한 레이무.
온몸을 심하게 부딪힌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가죽이 터지고, 이가 부러진 그 모습은 실로 끔찍했다.
어설픈 학대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레이무는, 더 이상 제 힘으로 움직일 수조차 없으리라.
이제 놈에게 남은 운명은 사람 손에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지든가, 일기예보가 맞다면 내일 내릴 비에 숨통이 끊어지든가 둘 중 하나였다.

 

 

 


"......어이쿠, 벌써 이렇게 어두워졌네. 슬슬 집에 가 볼까?"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살펴 가세요."


레이무의 최후를 확인했을 즈음, 드디어 할아버지의 루프 이야기도 끝이 났다.
같은 소리를 수 없이 반복해놓고 왜 못 알아차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만족한 듯 허허 웃는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그다지 싫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토이푸들도 멍멍이랑 놀면서 계속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걸 보니, 역시 인덕이란 게 소중하긴 한가보다.


"그럼 멍멍아, 집에 갈까?"


토이푸들과 마음껏 논 멍멍이를 데리고 그제서야 육교를 건넜다.
결국 1시간 가까이 육교 위에서 보낸 셈이었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일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 조금 늦은 저녁식사를 할 뿐이었다.

 

 

 


별로 상관없는 소리지만, 다음 날 출근 중에 예의 육교 밑을 지나는데 차에 치어 죽은 윳쿠리 마리사의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