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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20:22

anko4026 사정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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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후타바 / 教授あき
번역자 : ?
번역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anko4026 사정청취

작가: 교수아키

 

 

 

 

 

나는 지금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발 밑에는 거울 달린 상자를, 옆에는 가방을 놓고서.
눈 앞에는 마리사, 앨리스, 첸, 파츄리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 인간 씨. 시킨대로 데려왔다구."

이 공원에 사는 들윳들의 우두머리인 파츄리가 구토사 직전의 모습으로 보고했다.
파츄리 말대로 여기 모인 4마리는 내가 파츄리에게 명령해 데려오게 한 윳쿠리들이다.

"인간 씨, 뭐, 뭐냐제? 마리사들은 열심히 노력했다제?"
"모르겠다구~무슨 짓 했다면 사과하라구~"

왜 불려왔는지 이해 못하는 마리사와 첸이 저마다 여기 모인 이유를 물었다.

"일단은 파츄리한테 이야기 들었겠지만, 마리사랑 우두머리 파츄리 말고는 특별히 이유는 없어. 그냥 이야기 들어줄 놈들이 종류별로 필요했을 뿐이지."
"어, 어째서어어어어어어!? 마리사가 무슨 짓을 했다는 거냐제에에에에에에에!?"

마리사가 절망에 찬 비명을 질렀다.

"너'는' 아무 짓도 안 했어. 널 부른 건 네가 이놈의 짝이라고 그러길래 말야."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에 거만한 표정의 레이무가 나타났다.

"레, 레이무!?"

"이놈이 내 여동생한테 덤볐거든.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사람한테 싸움을...나한테 목숨보다 소중한 여동생을 다치게 하려고 했단 말이지. 너희라면 어떻게 될지 잘 알겠지?"
 
눈을 부릅뜨자 윳쿠리들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특히 파츄리는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여동생과 같이 시장 나갔다 돌아오던 길의 일이다.
여동생은 집에 오는 길에 산 소프트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예의 레이무가 나타나 갑자기 소프트크림을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몇 차례 문답을 되풀이하던 레이무가 "됐으니까 레이무한테 내놓으라구우우우우우!" 라며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물론 여동생한테 맞기 전에 걷어 차버렸기에 그녀가 다치는 일은 없었지만, 가볍게 정신적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근데 죽이려고 하니까 '레이무는 공원의 아이돌이라구! 레이무가 죽은 줄 알면 모두가 복쑤해줄 거라구!'라고 하더라? 복수 대상이 되기는 귀찮지만, 공원에 사는 윳쿠리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사라지면 아무래도 불쌍할 것 같아서 말이지."

나름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하는 윳쿠리가 사라지면, 선량한 놈이 많기로 유명한 공원의 무리가 슬퍼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뭐, 내가 아는 레이무 중에는 예의 바른 놈이나 신앙심 깊은 놈 등등 여러 마리가 있거든? 뭐, 해서 그놈 하는 말도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생각한 거지."

실제로 싸구려 은배지였다가 몸첨부 금배지로까지 성장한 지인의 애완 레이무나, 들윳이었다가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공원의 마스코트가 된 레이무를 나는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공원에 사는 윳쿠리는 선량하고 성실하다.

"해서 조금 정상참작이라도 해줄까~하고 생각했는데, 이놈 말이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겠지? 그래서 너희한테 사정청취 좀 하려고 하거든?"
"사, 사정청취이?"
"레이무가 정상참작......다시 말해 벌을 가볍게 해줘도 될지 말지를 판단하기 위해 너희한테서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이거야."
"용서해 주는 거야?"

벌이 가벼워진다는 말을 듣고, 다 죽어가던 파츄리가 정신을 차렸다.

"뭐, 만약 사실이라도 공원 사는 윳쿠리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포함해서, 장식물 뜯어내거나 한쪽 눈 뽑는 걸로 참는 정도겠지만." 
"그래도 살아나는게 어디야......"
"야야, 착각하나 본데? 죄가 가벼워지냐 마냐는 너희 하기 달렸다고. 그리고 만약 너희가 거짓말을 하면 범죄자를 감싼 죄로 나름의 벌을 줄테니까 그리 알아."
""""느, 느그치이해해씀미다""""

 


이리하여 레이무 사건과 관련된 사정청취가 시작됐다.

 


"그럼, 먼저 이 레이무는 무리에서 어떤 윳쿠리였지?"

그 질문에 첸과 앨리스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

"무리의 중심에 서서 항상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는 무드메이커라구~"
"언제나 노래를 부르거나, 아가야들 상대를 해주었다구."

둘 다 레이무 종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까 모성이 있고, 주위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고?"

두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츄리는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 레이무의 행동력은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어. 젊은 윳쿠리의 중심적 위치였고, 항상 눈에 띄었거든."
"중심적 위치였다, 라. 거기 두 마리도 그러던데, 중심적 위치였다는게 구체적으로 뭘 한 거지?"

내 질문에 세 마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룹의 중심에 있었다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거 아냐? 예를 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머리가 좋다든지 하는......그냥 소란만 피울 뿐이었다던가?"
"그, 그렇지 않다구! 레이무의 이야기는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다들 웃고 좋아했다구!"
"맞다구~! 오빠야는 이해하라구~!"

필사적으로 레이무를 변호하는 앨리스와 첸.

 

 

"......뭐, 됐고. 그럼 다음 질문을 하지. 어째서 레이무가 내 여동생을 공격했을까?"
"무큐우......틀림없이 달콤달콤이 먹고 싶었을 거야. 파쳬 같은 들윳쿠리들은 달콤달콤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거든. 탐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봐."
"인간한테 거역하면서까지, 말이냐? 여기 사는 무리는 좀 더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인간 씨. 윳쿠리는 느긋하게 지내는 걸 무엇보다도 웃썬하는 생물이라구. 우리 무리는 잣제하고 있지만......"

다시 말해 레이무는 자제력을 잃었다 이건가?

"거기 두 마리도 같은 생각이냐?"
"앨리스도 보스랑 같은 생각이라구."
"다 안다구~레이무는 항상 달콤달콤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구~"

대충 동의견을 피력했다. 

 

 

"어디보자, 너희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레이무는 무드메이커였고 인기윳으로서 무리의 중심에 있었지. 그 레이무가 여동생을 공격한 것은, 달콤달콤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어서였다, 이거냐?"

파츄리와 앨리스, 첸에게 확인을 구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긍정했다.

"무큐우. 인간 씨, 레이무가 한 짓은 아주아주 나쁜 짓이라구. 하지만 부디 관때한 마음으로 용서해달라구."
"앨리스도 부탁할게." "첸도 부탁한다구~이해하라구~"

세 마리는 고개를 숙이고 레이무의 목숨을 구걸했다.

 

 


"......이제, 그만 하라제."

갑자기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마리사가 세 마리를 제지했다.

"거짓말 하면 느긋할 수 없게 된다제? 마리사는 모두가 느긋하게 지냈으면 한다제."

그 말에 우두머리 파츄리들이 일제히 벙어리가 됐다.

"인간 씨, 레이무는 보스들이 말한 것 같은 아이돌 따위가 아니었다제."
"호오......?"

마리사에게 몸을 돌려 귀를 기울였다.

"그럼 짝인 네가 봤을 때 레이무는 어떤 윳쿠리였지?"
"솔직히, 게스였다제."

마리사가 즉답했다.

"레이무는 평소 마리사한테 귀찮은 일을 떠넘겼다제. 그러면서 좋은 일이 생기면 전부 레이무가 독점했다제. 아가야의 응응이나 시시 뒷처리, 우는 아이 달래기를 '남편이 할 일이자나아아아아!' 라면서 마리사한테 죄다 시키는 주제에, 레이무한테 집안 일 좀 도와달라고 하면 '레이무는 애 보느라 바쁘다구우우우우!' 라고 핑계대면서 아무 일도 안 한다제."

발 밑의 거울 달린 상자가 덜컥거렸다.

"무리 일도 마찬가지라제. 공원 쓰레기 청소나 풀 뽑기 같은 걸 해야 하는데, 레이무는 맨날 농땡이만 부렸다제. 보스도 알고 있을 거라제."
"무, 무큐웃!"

마리사에게 지목 당한 파츄리가 움찔거렸다.
이 무리가 선량한 것으로 유명하며 일제구제를 그다지 시행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이었다.

"파츄리~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응?"
"그, 그건......"
"앨리스도 도시파적인 가구 씨를 레이무가 훔쳐가서 속상해 했다제. 레이무 대신 마리사가 사과하러 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제. 첸도 '첸은 아는 척만 하지 아무 짝에 쓸모도 없다구'라며 대놓고 비웃는 걸 본 적이 있다제."
"마, 마리사......" "그건......"

 

 

"......솔직히 그 레이무는 느긋하지 못했어."
""보스!""

우두머리 파츄리가 조용히 말했다.

"행동력이 있다고 했지만,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구. 쓸데없이 여기저기 끼어들기나 좋아해서 잘못했으면 무리의 모든 윳쿠리가 구제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구. 젊은 윳쿠리들의 중심적 존재인 건 맞지만, 선동한다는 표현이 가장 적쩔할 거라구."

파츄리가 말을 잇자, 앨리스와 첸도 사실을 털어놓았다.

 

 

"목소리만 컸을 뿐이었다구. 현씰을 못 보고, 마치 자기 생각이 모조리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구."
"무슨 일만 일어났다 하면 금새 '레이무도 느긋하게 하라구' 라고 한다구~다 같이 느긋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레이무는 맨날 자기 밖에 생각할 줄 몰랐다구~알고 있었다구......"
"레이무가 자제력을 잃은 건 사실인 것 같지만, 변호의 여지는 없다구."

차츰 레이무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 발 밑에 놓아둔 상자가 시끄럽게 덜컥거렸다.

 

 


"그럼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어째서 레이무를 감싸려고 한 거지? 거짓말을 하면 느긋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잖아?"

더 이상 놈들이 날 만만하게 보지는 못할 터.
이곳 윳쿠리가 우수하다는 사실은 이야기만 해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레이무를 죽게 내버려뒀다는 게 밝혀지면, 틀림없이 무리의 레이무나 젊은 윳쿠리가 소란을 부릴 거라구. 파쳬한테는 그런 윳쿠리를 말릴 자신 따위......거기에 아무리 게스라도 같은 무리의 동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구. 파쳬가 열심히 설득하면, 틀림없이 레이무도 마음을 돌릴 줄 알았다구."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다니...마음가짐이 훌륭하군."
 
내가 찬사를 보내자, 거짓말을 한 세 마리가 다소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자신들을 인정했다→레이무를 용서해줄 것이다, 라고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하지만, 그것도 다 소용없게 됐는걸."

나는 발로 발치의 상자를 걷어찼다.

"느, 느느느으으으으으으읏!?"

그런 괴성을 내지르며 상자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레, 레이뭇!?""""
내 여동생을 공격한, 바로 그 레이무였다.

 

 


옆에서 보면 거울 달린 상자 같지만, 사실 이건 가공소의 신제품 '매직 미러 박스(안에서 밖)'이었다.
윳학 상품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투명 상자의 자매품인 이 상자는, 각 면이 매직 미러로 되어있어 안에서 밖을 살필 수는 있어도 밖에서 안을 확인할 수는 없게 되어있었다. 
물론 다른 투명 상자처럼 방음/방진/방수 등 각 기능 외에 코끼리가 밟아도 깨지지 않는 내구성을 지녔지만, 그래가지고는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기에 스피커를 달아놓은 상태였다.

 

 

 
"어, 어째서 오빠야 혼자 오지 않은 거야아아아아아!"

자신들의 속내를 레이무한테 들킨 게 그녀를 가져온 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뭐, 그건 그래."

파츄리 말도 일리는 있었다.
레이무의 평판을 듣기 위해서만이라면, 딱히 상자에 넣어가지고 올 필요는 없었다. 되레 쓸데없는 짐이 늘어나 불편할 뿐이었다.

"그치만 말야, 파츄리. 난 이놈이 게스든 말든 상관없이, 적당히 괴롭히다 죽이려고 생각했는걸. 다만 그렇게 되면 지가 아이돌 따위가 아니라는 것도 모른 채 죽는 게 짜증날 거잖아? 그렇다고 만약 내가 너희한테 들은 이야기를 집에 가서 이놈한테 말한다고 과연 얘가 그 말을 믿을까? 아니, 안 믿겠지."
'그건 다 인간 씨의 거짓말이라구!' 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아이돌이라고 착각한 채 비극의 히로인으로 죽어갔으리라.
게스한테는 게스한테나 어울리는 죽음이 있다. 착각 속에 생을 마감하는 것은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이놈을 상자에 넣어 가지고 온 건, 이놈한테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라 이거야."
"그, 그럼 레이무는......"
"당연히 죽일 생각이었지. 다만 만약 너희가 죄다 거짓말만 늘어놓았다면 일제구제 의뢰라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일제구제라는 말에 파츄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범인은닉은 인간 사회에서도 죄가 되는 행위다. 아무리 그것이 의기심에 근거한 것이라도, 처벌받아 마땅한 죄다.
뭐, 아무래도 일제구제는 너무 심하니까 고작해야 레이무의 공개처형을 공원에서 하는 정도였겠지만.

 

 

"다들......"

레이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거짓말, 이지? 레이무는 모두의 아이돌이지?"

간접적이라고는 하지만, 눈 앞에서 믿고 있던 동료에게 배신당했다.
그것은 레이무 안에 존재하던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니까 죽을 리 없다'는 안심의 근원을 송두리째 뒤집는 것이었다.

 

 

 

"거짓말이 아니야."

레이무의 마음의 버팀목을 빼버리듯, 앨리스와 첸이 레이무를 부정했다.

"이 참에 분명히 말할게. 레이무랑 있어봤자 느긋할 수 없다구. 어디가 아이돌이란 거야?"
"맞다구~오히려 레이무랑 있으면 짜증만 난다구~"

대놓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레이무에게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 보인 셈이었다.
될대로 되라는, 어떤 의미의 개운함이 두 마리의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마, 말도 안 돼......말도 안 돼......"

레이무는 매달리듯 파츄리와 마리사 쪽을 바라봤지만,

 

 

"보스. 이 참에 레이무랑 이혼하고 싶다제."
"좋아. 아가야들의 친꿘은 어떻게 할 거야?"
"아가야는 마리사가 책임 지고 가르치겠다제."

레이무를 버려두고 심판이혼이 성립되려 하고 있었다.
이쪽 두 마리도 마찬가지였다.
마리사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듯한 상쾌한 웃음마저 짓고 잇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레이무, 널 이 무리에서 춧방하겠다구."
"어, 어째서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아이돌이라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아이덴티티가 붕괴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무리 내에서 자신의 거처마저 사라져버렸다.

"당연한 거 아니야? 규칙에도 '인간 씨한테 폐를 끼치면 춧방' 이라고 나와있잖아. 얌전히 꺼져 버리라구."
"느, 느, 느......능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지막 구명줄이 호쾌한 소리와 함께 투둑 끊어지며, 레이무는 절규했다.
 

 


"결론이 났나 보군. 아무래도 여기서 공개처형 하면 귀찮은 일만 생길 것 같으니, 집으로 가져 가야지."

반 광란 상태의 레이무를 다시 상자 속에 처넣고 일어서려 하자, 파츄리가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머리?

"인간 씨, 이번에 정말 실례되는 짓을......"
"음......그러고 보니, 너희들 나한테 거짓말 했지......이번만은 특별히 용서해주지. 이번 한 번만, 이지만."

안도하는 파츄리.

"그럼, 도와줘서 고맙다."

내 참 뜻을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파츄리들은 레이무에 대한 징벌을 간접적으로 도와준 셈이었다.
나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오, 오빠~야."

돌아가는 길에 레이무가 내게 말을 건넸다.

"게, 게스는 저놈들이라구! 동료를 팔아치우다니 느긋할 수 없다구!"

이대로 가다간 제 목숨이 위험하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더 큰 악당을 만들어 자기만은 살아보려는 속셈이리라.

"......순식간에 입장 바꾼 저놈들은 게스 윳쿠리 소리 들어도 쌀지도 모르지."
"그, 그렇지!? 그러니까 레이무를 풀어달라구! 레이무는 피해자라구!"

 

 

"근데 말야, 굳이 이놈들 변호를 좀 하자면 할 말은 얼마든지 있지 않겠어? 예를 들어, 그것이 공원에 사는 들윳 무리의 처세술이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한 무리의 동료의 목숨은 소중하지만, 그 이상으로 소중한 건 무리 전체의 존속이니까."

선량하고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동료와, 자신들의 파멸을 가져올 뻔한 레이무 한 마리.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대답은 뻔하다.
어떻게 보면 와이드쇼에서 하는 주민 인터뷰랑 비슷할지도 모른다.
범인의 집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 범인에 대해 물으면 '그런 사람일 줄 몰랐다' 나 '언젠가 저지를 줄 알았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귀찮은 일에 더 이상 휘말리기 싫다는, 일종의 방위본능이 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너 자신의 평소 행실도 이유 중 하나야. 짝이었던 마리사가 한 마디 하기 전까지 파츄리들은 널 살려보려고 했잖아. 하지만 마리사의 한 마디에, 잘 생각해보니 널 살려줄 이유 따위 없다는 걸 깨달은 것 뿐이지."

만약 살려줬다간 또 자신들에게 피해나 입혔을 것이다.
그런 놈을 누가 도와준다고.

 

 


"어쨌든 간에......곱게는 안 죽일 거니까 기대나 해. 최소한 1주일은 두고 천천히 죽여줄게."

꿈도 희망도 완전히 사라진, 대신 절망만이 남은 레이무에게 그렇게 말한 뒤, 미러 박스의 뚜껑을 닫았다.
그렇다. 꿈도 희망도 사라졌다.
자기는 무리의 아이돌이었지만, 동료에게 배신당한 불쌍한 레이무(풉).
그러나 처음부터 자신은 아이돌 따위가 아니었으며, 도와줄 동료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막연한 희망을 뿌리부터 붕괴시킨 것이다.
  • ?
    Hatrte 2015.10.06 12:04
    무리의 아이돌(죽음을 부르는)
  • ?
    얏얏 2018.01.22 14:18
    가볍게 즐기기 좋은 학대물이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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