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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 12695 노예 상인 90kb

by 다섯개 posted Jul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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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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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5

노예 상인 90kb

토시 아키

 

 

 

 

 

 

 

 

 

 

 

 

마리사는 마리사가 아니게 됨으로써 마리사임을 허락받고 있었다.

 

마리사의 하루는 비참함에서 시작된다.

목숨 다음으로 소중한 장식물을 벗어던지고, 대신 번호가 붙은 하얀 배지를 머리에 단다.

방에 비치된 거울로 비뚤어지거나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걸 게을리하면 혹독한 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울에 반사되어 반짝 빛나는 배지. 그 표면에는, 어떤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621」. 이것이 이곳에서의 마리사의 이름이다.

 

(아아, 오늘도 느긋하지 않은 거제)

 

마리사는──621은, 거울로 몸가짐을 확인하는 이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싫었다.

자신이 느긋하지 않다는 것을, 싫어도 강제로 보게 되기 때문에.

방 안에는 621 외에 4마리의 윳쿠리가 있지만, 느긋하지 않은 621의 모습을 비웃는 자는 아무도 없다. 자신들도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621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622. 623. 624. 625. 모두가 배지를 달고 몸가짐을 확인하자, 5마리는 말없이 한 줄로 서서 방을 나섰다.

 

방 밖은 광대한 공간이었다.

어지간한 학교 운동장만 한 그 공간은, 아는 사람이 보면 밭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 밭에서는, 621 일행 이외의 윳쿠리가 작업을 하고 있다.

흙을 가는 자, 비료를 뿌리는 자, 잡초를 뽑는 자…. 다양한 일에 쫓기는 윳쿠리들이지만, 모두 한결같이 621 일행과 마찬가지로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작업을 감시하고 있는 남자 앞에, 5마리는 나란히 섰다.

지팡이를 짚은 초로의 남자다. 눈빛도 자태도, 온화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날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자신들의 주인이다. 적어도, 그렇게 되어 있다.

남자는 621 일행을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잘 울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점호」

 

「…621, 인 거제」

 

「622」

 

「623」

 

「624」

 

「……」

 

「…왜 그러나, 625」

 

아아, 또 저질렀다, 라고 621은 생각했다.

625──파츄리는, 최근에 들어온 신참이다. 자신의 이름이 번호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점호 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그녀가 점호 때 말을 더듬은 것은 이번 주로 3번째였다.

 

「…625, 인 것이라구요」

 

「늦었다. 벌로서 오늘의 식사량은 줄인다. …일에 착수해라, 621반」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라고 5마리는 대답하고 작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그 뒷모습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가 죽어 있었다.

식사는 이 생활 속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즐거움이다. 그것을 빼앗기는 것은 621반 전원의 기력을 꺾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파츄리… 625의 미련함에 분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윳쿠리는 이 안에 없다.

윳쿠리끼리의 싸움은 처벌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도 이유지만… 벌을 받은 적 없는 윳쿠리는 이 안에 없다.

625가 실수를 해버리는 이유를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그다지 심하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5마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농사일에 착수했다.

 

──그녀들은 노예 윳쿠리.

남자에게 붙잡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려 먹히는, 윳쿠리 중의 최하층이다.

 

 

 

 

 

 

 

 

 

 

-노예 상인-

 

621──마리사는, 들윳 윳쿠리의 아이로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야 온 세상에 축복받으며 탄생했다고 기염을 토한 그녀지만, 대부분의 들윳 윳쿠리가 그렇듯 그런 몽상은 금방 깨져버렸다.

부모님은 평범한 마리사와 레이무였다. 요컨대, 식사는 매일 쓴 풀이나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 항상 목숨을 위협받고, 느긋했던 때라고는 셀 수 있을 정도조차 없다.

들고양이에게 먹히고, 작은 돌멩이로 껍질이 찢어지고, 어떤 자는 비윳쿠리증에 걸리고. 마리사의 자매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를 줄여, 살아남은 것은 마리사 단 한 마리뿐. 흔하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막다른 길에 몰린 들윳 윳쿠리의 평소 모습이다.

 

──그런 일가의 전환기는, 어떤 소문을 들은 것이다.

가로되, 이 근처에는 윳쿠리를 사랑하는 애호파의 마을이 있어, 그곳에 가면 어떤 윳쿠리라도 인간 씨에게 상냥하게 대해준다고.

뜬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곤궁에 시달리던 일가는 그 소문에 뛰어들었다.

가혹한 여행 속에서 먼저 엄마 레이무가, 다음으로 아빠 마리사가 목숨을 잃고…, 이 마을에 다다른 것은, 마리사 한 마리뿐이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던 마리사를 이 마을의 지역 윳쿠리가 발견해…, 보호해 줌으로써, 소문은 사실이었구나, 이걸로 드디어 느긋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마리사는 기억하고 있다.

 

……그 지역 윳쿠리가 하필이면, 자신을 이 남자에게 팔아넘기기까지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마을은 정말로 애호파의 마을이긴 했다고 한다.

다만, 이 마을에는 노예 상인이라고 불리는 남자도 있어, 운 나쁘게도 자신은 그 남자에게 붙잡혀버렸던 것이라고도.

이 넓은 저택은 노예 상인의 것이다. 그는 들윳 윳쿠리를 닥치는 대로 잡아, 노예로서 자신의 정원에서 혹독한 대우 아래 농사일에 종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애호파의 마을에서 유일하게, 이 남자만이 윳쿠리를 비인도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노예가 된 당초에는, 625… 파츄리를 비웃을 수 없는, 아니,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무모함이었다.

이 저택의 주인인 남자를 만나고 말한 첫마디는 「똥영감, 달콤달콤을 내놔」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가감 없는 폭거다.

당연하게도 벌로서 윳채취봉으로 채찍질을 당하고, 연대 책임으로 같은 반의 식사가 줄어들었다. 밤의 자유 시간에 다른 반원에게 너덜너덜하게 제재를 받고, 다음 날 아침에 그 상처가 발견되어 또다시 규칙 위반으로 벌을 받는다는 터무니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 밖에도, 장식물을 빼앗긴 것으로 울부짖고, 자신의 번호는 기억하지 못하고, 모두가 필사적으로 농사일을 해서 겨우 자라난 채소 씨의 잎을 우-걱 우-걱 해버리고──. 뭐, 한 바퀴의 벌은 다 받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저질러댔다.

 

그런 마리사도, 몇 번의 계절이 지나자 이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

물론 남자에 대한 반항심이나 분노는 있고, 느긋할 수 없는 매일이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만 지키면, 끔찍한 일을 당하지는 않고 식사나 안전도 보장되어 있다. 비장한 얼굴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식별 번호 621로서, 하나의 반을 맡게 된 반장까지 된 것이다.

 

「느히이, 느히이…」

 

「625.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페이스가 빠른 거제. 그래선 밤까지 버티지 못하는 거제」

 

「마리사… 하지만…」

 

「하지만이 아닌 거제. 여기서 무리해도 모두에게 폐가 될 뿐인 거제. …그리고, 여기서는 마리사가 아니라 621인 거제」

 

「…알겠다구」

 

「621, 625. 사담은 삼가라」

 

「…죄송합니다, 인 거제」

 

반장이 된 621에게는, 625를 포함해 4마리의 부하가 딸려 있다.

요컨대, 5마리 1조로 반은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남자가 에도 시대의 인보 제도인 오인조를 참고하여 만든 시스템이며, 반원이 무언가 실수를 했을 때 연대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규칙을 위반하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외에, 상호 감시를 시켜 윳쿠리끼리 과도하게 연대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다.

 

반장으로 발탁된 자는 대체로 그렇지만… 621은 여기서, 상사로서의 힘을 크게 발휘했다.

원래, 우두머리나 간부 윳쿠리 같은 지위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윳쿠리다. 계급 제도와의 상성은 의외로 나쁘지 않고, 이 621처럼 들윳 출신이라도 위에 서는 것의 책임을 다하려는 개체는 일정 수 존재한다.

 

특히 621은 어릴 적의 저지름으로 벌이 몸에 배어 있는, 요컨대 벌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데다 벌을 받는 경계선도 다른 윳쿠리보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헤아려 행동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예 윳쿠리였다.

 

「…일은 끝났다. 각자, 청소 후에 식사를 배급한다. 진정이 있는 자는 보고해라. 이상이다」

 

해가 완전히 저물 무렵, 드디어 작업이 끝났다.

모두 흙투성이에 녹초가 되었지만, 시체처럼 느릿느릿 걸으며 몸을 씻으러 향한다.

딱히 몸을 깨끗이 하지 않아도 벌칙은 없지만, 원래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윳쿠리다. 흙투성이인 몸으로 방에 돌아가면 잠자리를 더럽히고, 그것을 남자가 청소해 주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자연스럽게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라고는 해도, 지급되는 것은 물통에 담긴 약간의 물뿐이다. 그것만으로는 몸을 깨끗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반원끼리 낼-름 낼-름을 해서 더러움을 정성껏 떨어뜨려 가는 것이다.

 

「자, 625. 아냐루를 이쪽으로 돌려라구-. 낼-름 낼-름 하는 거라구-, 알라구-」

 

「무, 무큐, 고마운 것이라구요. 저기…」

 

「624라구-. 슬슬 알라구-」

 

「624. 말이 험한 거제」

 

「그래 624. 도시파가 아니야… 아아 거기 거기… 응홋…」

 

「622. 페니페니를 세우는 건 그만두는 거제…」

 

「안다구-」

 

본래는 가족끼리 하는 낼-름 낼-름이지만, 더러움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방은 반에서 공동으로 쓰고, 낼-름 낼-름을 거부하는 개체는 당연히 누구에게도 낼-름 낼-름을 받지 못한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이 시간은 반원끼리의 사이를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

 

「621반, 식사 지급 및 장식물 반환이다」

 

「감사합니다, 인 거제」

 

청소가 끝나면, 나머지는 자유 시간이다.

라고는 해도, 야간에 돌아다니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지급된 식사를 먹고, 나머지는 방에 틀어박혀 잡담하거나 취침하는 것이 통상적인 노예들의 일과다.

(참고로 식사는 잘 모르는 풀이나 벌레 등을 아침저녁 두 끼분, 여기서 지급된다. 배분은 반장에게 일임되므로 밤중에 너무 많이 먹으면 다음 날 아침 배고픈 신세가 된다)

 

그리고, 아침에 몰수되었던 장식물은 여기서 반환된다. 이것은 장식물을 인질 아닌 장식물질로 삼아 노예들이 도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평생 빼앗아 둔 채면 자포자기해서 장식물이 없어도 도망치려는 개체가 나오기 때문에, 밤 동안은 장식물을 반환하여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다.

 

자유 시간에 방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이때만큼은 621은 「마리사」로 돌아갈 수 있다.

 

「아아… 어서 와 첸의 느긋한 장식물 씨…」

 

「조금 구부러졌네. 정성껏 낼-름 낼-름 하지 않으면…」

 

「………」

 

「무, 무큐… 배가 고파서 영원히 느긋해질 것 같아…」

 

저마다의 자유 시간을 즐기는 반원들.

마리사는 장식물을 바로잡고, 반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자자, 모두-, 밥 씨 먹을 시간이다제. 모이는 거다제」

 

지급된 봉투를 열고, 각 윳쿠리의 그릇에 식사를 담아주는 마리사.

참고로 여기서 양을 슬쩍해서 자신만 많이 먹는 게스 반장도 있지만, 대개 반원과의 불화를 초래하고 남자에게 보고되면 반장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상의 이유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반장은 거의 없다. 중간 관리직은 괴로운 것이다.

 

「…적다구-」

 

「죄, 죄송한 것이라구요…」

 

「사과할 정도면 "성의"를 보여라구-. 네 밥 씨를 모두에게 나누든가…」

 

「첸. 그 이상은 용서 못 하는 거제. 여기서 파츄리의 밥 씨를 모두에게 나눠줘도 아무 소용 없는 거제」

 

「하지만 이 녀석 때문에 밥 씨가…」

 

「밥 씨가 줄어드는 일 따위 누구에게나 있는 거제. 그걸 들추려면 마리사는 자면서 응응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는 거제」

 

「으, 으갸-! 그 이야기는 그만두라구-!」

 

「대단했지 그거. 아침에 일어나서 "첸의 침대에 응응한 건 누구냐구-!"라며 응응투성이 아냐루로…」

 

「아, 알았다구-! 끝! 이 이야기는 끝이라구-! 알겠냐구-!」

 

「…그런 거제. 파츄리. 실수를 신경 쓰는 건 보통인 거제. 하지만 너무 신경 쓰는 것도 나쁜 거제」

 

「아, 알겠다구요… 고마워, 마리사」

 

소란스러우면서도 밤은 깊어간다. 방 안에는 불빛 따위 없으므로, 어두워지면 이제 남은 건 자는 것뿐이다.

621반은 모두,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잠이 들었다.

(방이라고 해봤자, 윳쿠리 한 마리가 쏙 들어갈 정도의 좁은 잠자리뿐이다. 이것은, 집단으로 같이 자는 것을 허용하면 피부가 맞닿아 발정하여, 상쾌-에 이르러 아이를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저기 마리사, 안 자?」

 

문득, 마리사의 옆방인 파츄리에게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 자는 거제」

 

「그, 오늘은 정말로 미안하다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제. 아까도 말했지만, 밥 씨가 줄어드는 것 따위 모두 겪는 거제.

마리사 같은 경우는 주인님을 똥영감이라고 불러서 된통 두들겨 맞은 적도 있는 거제」

 

「그, 그건 정말로 대단하네…」

 

그러고 나서, 수십 초의 침묵이 흘렀다.

다음에 파츄리가 입에 담은 것은, 자신의 신상 이야기였다.

 

「파체는 말이야… 애완 윳쿠리였어. 금 배지의 아빠야랑 엄마야의 아이….

하지만 말이야, 파체는 못난이였어. 머리가 나빠서, 은 배지도 따지 못했어…. 그래서, 버려졌어」

 

「…심한 이야기인 거제」

 

「후후후, 그렇네. 하지만 말이야, 가장 힘들었던 건, 아빠야랑 엄마야가 파체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

너 따위 우리 아가야가 아니야! 라고…」

 

「정말로, 심한 이야기인 거제」

 

「하지만 말이야, 파체는 이 도시에 버려져서, 다행이었어.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분명 지금쯤 영원히 느긋하고 있었을 텐데…」

 

「…………」

「아무래도 좋다구-」

 

「첸? 안 자고 있었어…?」

 

「아까부터 짜증 나는 이야기만 들려서 잠이 깨버렸다구-. 알라구-.

…너의 이야기 따위, 듣고 싶지 않다구-」

 

「첸, 그건…」

 

「입 다물라구-. …마리사도 알고 있을 거라구-. 첸도, 마리사도, 들윳이었으니까.

노예 따위 되고 싶지 않았어. 애완 윳쿠리가 되고 싶었다구-」

 

「……」

 

「첸에게는 말이야-, 꿈이 있다구-. 애완 윳쿠리가 되어서, 달콤달콤을 잔뜩 먹고…. 미윳쿠리인 란샤마랑 잔뜩 상쾌-하고, 잔뜩 아가야를 만들고…」

 

「첸, 그런 건…」

 

「…알고 있다구-. 인간 씨는, 이런 더러운 들윳 따위 애완 윳쿠리로 삼지 않는다구-. 하물며, 노예 따위…」

 

「……」

 

「그래도 말이야, 꿈이라구-. 네 이야기는, 그 꿈을 발로 짓밟고 있는 거라구-.

머리가 나빴으니까 버려졌다고? 핫, 부럽기 짝이 없다구-. 첸들한테는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구-.

노예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밉고 미워서 어쩔 수가 없다구-」

 

「첸, 파츄리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알고 있다구-. 하지만…」

 

「첸……」

 

「알고 싶지 않다구-……」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장식물을 벗고, 621의 배지를 단다.

오늘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분명 어젯밤, 더 마음이 가라앉는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5마리 한 줄이 되어, 방을 나온다.

주인인 남자에게로 정렬하러 가는 도중에, 문득, 언제나와 다른 광경을 보았다.

──주인과 말다툼하는, 두 쌍의 남녀.

느긋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625는 몸을 떨었다.

 

「…그러니까! 윳쿠리를 이런 노예처럼 다루는 건 잘못됐어요!」

 

「잘못되지 않았다. "처럼"이 아니라 진실로 그녀들은 나의 노예다」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들윳 윳쿠리들을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길바닥에서 죽었을 목숨이다. 내가 유효 활용한다고 해서 문제없을 것이다」

 

「겨,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이런 일이 용납될 리가 없어요!」

 

「나의 행위는 법적으로 아무런 과실이 없다. 애완 윳쿠리를 데려와 노예 취급하고 있다면 기물 파손, 혹은 절도에 해당하겠지만…. 그녀들은 들윳이다. 야생동물로서의 윳쿠리에 관한 법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들윳을 차로 치어도 죄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죄를 추궁받을 일은 없다」

 

「으… 으으…!」

 

「그것보다, 자기 몸 걱정이나 하는 게 좋을 거다. 이 정원은 나의 부지다. 지금 경찰에 통보하면, 불법 침입으로 잡혀가는 건 너희들 쪽이다」

 

「…오늘은 이걸로 돌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기는 애호파의 마을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 남녀는 떠나갔다.

뒤에 남은 것은 주인과 그것을 멀찍이서 보는 윳쿠리들의 무리다.

 

「…무엇을 하고 있나. 일할 시간이다. 정렬해」

 

방금 전까지 험악한 분위기로 말다툼했던 것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냉철함으로, 남자는 말했다.

 

「너희들부터다, …점호」

 

「416입니다」

 

「417」

 

「418」

 

「찐-뽀」

 

「420」

 

「좋다, 416반 작업에 들어가라. 다음은……」

 

언제나와 같은 점호, 그리고 일이 시작된다.

점호에 대비하고 있던 621은 눈치채지 못했다. 624──첸이, 떠나간 남녀를 먼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며칠 후.

오늘은 621반이 작업을 쉬는 날이다.

노예 윳쿠리의 일은 로테이션제다. 6일의 노동과 1일의 휴식으로 노예들의 일주일은 이루어져 있다.

정해진 공간이기는 하지만 다른 반의 윳쿠리와의 교류도 허용되며, 성실한 근로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반에는 장난감이나 마도서의 대여도 허용된다.

 

「오, 마리사 아니냐. 오랜만이네」

 

「느, 오랜만인 거제, 레이무」

 

담화실에서 621과 마주친 것은, 한 마리의 레이무였다.

그녀는 식별 번호 601. 621과는 노예가 된 시기도 비슷하고, 함께 문제아였던 적도 있어서 오랜 지기 같은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레이무, 평범한 레이무와는 조금 다르다. 무엇이 다르냐 하면, 살쪄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레이무는 한때 데이부라고 불리던 존재였다.

공원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착취의 끝을 달리고, 급기야는 쿠데타를 일으켜 무리에서 추방. 흘러 흘러 이 도시에 도착하여, 노예로서 남자에게 붙잡힌 경위가 있다.

 

그런 경위를 가진 윳쿠리이므로, 당연히 621에 지지 않을 정도의 문제아였다.

노예가 되었을 때 처음에 내뱉은 말이 "여기를 데이부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만들겠다구!"였으니 과장 없이 문제아 수준은 621과 엎치락뒤치락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윳채취봉으로 실컷 두들겨 맞는 혹독한 노예 생활의 결과, 데이부 특유의 오만함은 자취를 감추고, 식생활도 검소해져 체형도 원래대로 돌아와, 지금은 하나의 반을 맡게 된 엄마 레이무로서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은 어쩐 일이니. 네가 여기에 오다니 드물구나」

 

「저쪽 반의 마리사랑 우리 집 앨리스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어서 민망해서 어쩔 수가 없는 거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공부나 할 거제」

 

「핫! 네가 공부를! 내일은 달콤달콤이라도 내리겠구나!」

 

「내버려 두라는거제」

 

여담이지만, 621반의 앨리스… 622와 601반의 마리사는 연인 사이다.

의외지만, 노예끼리의 연애는 금지 사항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물론 멋대로 상쾌-해서 아이를 만들어버리면 아이는 솎아내지고 부모에게도 혹독한 벌칙이 부과되지만, 교류를 깊게 하는 것에 한해서는 아무것도 금지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에 관해서는, 어떤 이유가 있다.

 

「그래서, 너한테는 그런 윳쿠리는 없니? 너네 신입인 파츄리 같은 애 괜찮지 않아?」

 

「내버려 두라는거제. 레이무야말로 어떤데?」

 

「나는 그런 건 이제 전의 무리에서 질렸어. 지금은 한 마리라도 많은 윳쿠리를 길러내는 게 삶의 보람이야」

 

「그런가제. 그럼 저쪽 마리사도 잘 부탁하는 거제. 우리도 조심하겠지만, 겨울 씨까지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거제」

 

「말할 필요도 없지. 그럼 나는 간다. 다음에 만날 때는 4 정도는 알게 되라고」

 

그렇게 말하고 601… 레이무는 떠나갔다.

뒤에 남겨진 것은 621뿐이었지만, 그 등에 말을 거는 자가 있었다. 625다.

 

「어머, 마리사도 공부? 열심이네」

 

「파, 파츄리…」

 

방금 전까지 레이무와 이야기했던 것이 팥소를 스쳐 지나가, 묘하게 두근거려 버리는 621.

 

「파츄리야말로 공부인 거제? 여기 교재는 파츄리에게는 너무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제」

 

「무큐. 그래도, 공부하고 싶어. 파체는 바보지만, 공부하는 것을 그만두면 바보인 채로일 거야」

 

「…이제 애완 윳쿠리로는 돌아갈 수 없는데도?」

 

말하고 나서 실수했다, 라고 621은 생각했다.

이래서는 그저 질투일 뿐이다.

 

「그래도, 야. 저기, 파체에게도 꿈이 있어. …들어줄래?」

 

「…듣는 거제」

 

「파체는 말이야, 금 배지를 따고 싶어. 애완 윳쿠리로 돌아가지 못해도 좋아. 여기서 잔뜩 공부해서, 주인님께 금 배지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부탁할 거야. …그렇게 해서 금 배지를 따면, 파체는 "못난이" 같은 게 아니야. 가슴을 펴고 살아갈 수 있어. 그것이 파체의 꿈이야」

 

「…훌륭한 꿈인 거제」

 

「저기, 마리사는? 마리사에게는 꿈이 없어?」

 

「…없는 거제. 마리사가 본 적 있는 꿈은, 태어나기 전의 한 번뿐인 거제」

 

온 세상에 축복받으며 마리사가 탄생한다구.

 

마리사가 꾼 꿈은 이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태어난 직후에 산산조각 났다.

세계는 마리사의 탄생을 축복해주지 않았고, 윳쿠리도 달콤달콤도 행복도, 들윳의 윳생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리사는 꿈꾸기를 그만뒀다.

그것은 마리사를 살게 했지만, 서서히 죽여가기도 했다.

 

그래서 마리사는, 첸의 마음도 알았지만, 동시에 파츄리의 마음도 알고 있었다.

노예가 되어 다행이었다. 그 마음은, 주인인 남자에 대한 반항심과 함께, 마리사 안에 항상 있었다.

괴로운 노동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리사는… 꿈 따위 꾸고 싶지 않은 거제.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괴롭고 괴로운 거제. 그래서 마리사는, 꿈 따위 꾸지 않는 거제」

 

「그래」

 

파츄리는 한마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것도, 훌륭한 생각이야」

 

다음 날, 마리사는 식사를 지급받을 때, 남자에게 한 가지 진정을 했다.

담화실에, 애완 윳쿠리 배지용 교재를 도입해 달라고.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다음 휴일의 일이었다.

마리사는, 파츄리와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아니, 파츄리에게 공부를 배우고 있었다.

왜냐하면, 역시 담화실에 비치된 교재로는 전 애완 윳쿠리인 파츄리에게는 너무 쉬웠던 것이다.

마리사의 진정은 남자에게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기자재 도입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하고 마리사의 교사 역에 파츄리가 입후보했던 것이다.

 

「으음… 역시 모르겠는 거제. 4가 뭐인 거제…」

 

「진정하고 생각해 보라구요. 그래… 3은 알아요?」

 

「아는 거제. 아빠야랑 엄마야랑 마리사. 이게 3인 거제」

 

「그래. 그럼 5는? 우리들 반의 윳쿠리 수야」

 

「아니, 그것도 아는 거제. 5가 두 개 모이면 10인 거제. 10이 열 개 모이면 100인 거제. 하지만 4는 모르겠는 거제…」

 

「이건… 난제네…」

 

…여기 노예 윳쿠리가 지능 면에서 안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윳쿠리는, 3보다 위의 수를 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노예와 같은 규칙적인 생활을 보낼 수 없다.

그래서 남자가 고심한 것이, 윳쿠리에게 「5」라는 숫자를 외우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5마리 1조로 행동하게 하는 것과 엄격한 벌칙으로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5분 단위, 라는 시계의 개념도 이해할 수 있었고, 이 마리사처럼, 5와 관련된 숫자라면 100까지 외우는 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대신에 「4」라는 숫자에 관해서는 괴멸적인 이해도가 되어버렸다.

윳쿠리의 주위에는 4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인간이라면 양손 양발이나 손가락을 접는 것으로 간단히 4의 존재를 지각할 수 있지만, 윳쿠리의 신체에서 가장 많은 것은 눈알과 레이무의 귀밑털 정도이며, 그것도 2이다. 짝을 얻어 아가야가 2마리 태어나면 4가 되지만, 많은 윳쿠리는 이것을 「4」가 아니라 「2와 2」로 판단한다. 이것이 4다, 라는 개념을 가르치지 않는 한, 들윳이 4라는 숫자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먼저 5라는 숫자를 외워버린 노예 윳쿠리에 있어서는, 그 이해도는 괴멸적이었다. 걷기보다 먼저 달리기를 배워버린 폐해다.

 

「그래… 이렇게 말하면 알까. 반 안에서, 마리사 이외의 윳쿠리, 그 수가 4야」

 

「으음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크, 큰일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끙끙 앓는 마리사에게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온 것은, 622 앨리스였다.

 

「앨리스, 무슨 일이야?」

 

「첸이… 첸이 인간 씨에게 끌려갔어어어어어어어어어!!」

 

「──뭐?」

 

비명조차 되지 못하는 소리를 내며, 621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욱신거리는 엉덩이의 통증보다, 파괴된 존엄이 팥소 깊숙한 곳을 시리게 했다.

 

「다음, 622」

 

남자의 냉정한 목소리가 울린다. 앨리스가, 창백해진 얼굴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눈동자가 겁에 질려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희미하게나마 저항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601반의 마리사. 사랑하는 연윳의 얼굴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입 벌려라. …물어」

 

앨리스의 입에도 재갈이 물리고, 머리가 형틀에 고정되었다.

621은 바닥에 엎드린 채, 고통으로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동료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좇았다.

 

파앙!

 

첫 번째 매질. 앨리스의 가녀린 몸이 활처럼 휘었다. 하지만 비명은 새어 나오지 않았다. 재갈을 문 입술을 꽉 깨물고, 그녀는 버티고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매질이 계속될수록 앨리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열 번째 매질이 끝나고 형틀에서 풀려났을 때, 그녀는 621의 옆으로 말없이 쓰러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어깨만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다음은 623이었다. 그는 앨리스처럼 의연하지 못했다. 형틀로 향하는 짧은 거리 동안, 그의 아냐루에서는 이미 응응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첫 번째 매질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식을 잃은 몸뚱이에 아홉 번의 매질을 기계적으로 계속했다.

 

마지막은 625, 파츄리였다.

그녀는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부들부들 떠는 저부는 그녀의 몸을 지탱하지 못했고, 남자가 머리채를 잡아 끌고 와 형틀에 고정시켰다.

 

「히, 히끅… 시러… 시러여…」

 

파앙!

 

첫 번째 매질에, 파츄리의 몸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621의 팥소가 얼어붙었다. 다른 윳쿠리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연약한 비명이었다. 다른 노예 윳쿠리들도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

 

세 번째 매질에 파츄리는 의식을 잃었지만, 그녀의 몸은 고통을 기억하는 듯 경련을 멈추지 않았다. 열 번째 매질이 끝났을 때, 그녀는 축 늘어진 넝마 조각과 같았다.

 

「…끌고 가라」

 

남자의 명령에 다른 직원들이 움직였다. 의식을 잃은 623과 625, 그리고 간신히 몸을 움직이는 621과 622는 질질 끌려 어느 건물 안으로 옮겨졌다.

그들이 던져진 곳은 차갑고 축축한 돌바닥이었다.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시야는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징벌방이었다.

 

「흐윽… 흐으윽… 아파… 아프다구요…」

 

어둠 속에서 파츄리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앨리스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켜, 파츄리가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파츄리… 괜찮아… 괜찮아…」

 

자신도 고통스러울 텐데, 앨리스는 파츄리를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았다.

621은 타는 듯한 엉덩이의 통증을 견디며, 벽에 등을 기댔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오히려 뜨거운 통증을 조금은 가라앉혀주는 것 같았다.

 

「…미안한 거제…」

 

621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마리사가… 반장인데도…」

 

「마리사 탓이… 아니야…」

 

앨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품 안에서 파츄리의 흐느낌이 조금 잦아들었다.

의식을 잃었던 623도 깨어났는지, 방구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어둠과 침묵. 그리고 네 마리의 윳쿠리가 내뱉는 고통스러운 숨소리만이 좁은 방을 채웠다.

첸. 그 이름이 621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배신자의 얼굴. 그를 믿었던 자신에 대한 분노.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지금 이 차가운 돌바닥에서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고통 앞에서 희미해져 갔다.

 

이것이, 첸이 남기고 간 결과였다.

이것이, 남겨진 자들의 현실이었다.

이것이, 4.

 

621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부서지고 상처 입은 네 마리의 윳쿠리가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있었다.

열흘간의 형벌. 이제 겨우 첫 번째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이다. 622, 앞으로 나와」

 

622──앨리스는, 621보다도 한층 더 비참했다.

윳채취봉으로 맞기도 전부터 눈물과 시시를 흘려대고, 처형대에 고정된 것만으로 응응을 싸질렀다.

621은, 622와 연인 사이인 마리사가 이 광경을 보고 그녀에게 환멸하지 않기를 빌었다.

 

「으오오오오오오오옷!!!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리쳐지는 매, 매, 매.

괴조와 같은 622의 비명을 들으며, 남이 보기에는 이렇게나 순식간에 진행되는구나, 하고 반쯤 남의 일처럼 621은 10번의 매질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형대의 구속이 풀린다. 그 순간, 뿌보봇 하고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배설음과 함께 다른 반의 윳쿠리에게 닿을 듯한 기세로 응응이 뿜어져 나와, 몇몇 윳쿠리가 622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오앗… 앗… 아아…」

 

「622, 느긋하게, 느긋하게 있는 거제…」

 

경련하는 622를, 621은 응응과 시시로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낼-름 낼-름 핥아주었다.

그 옆에서는, 623이 매질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625. 파츄리의 차례가 왔다.

 

파츄리는, 당장이라도 영원히 느긋해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은 비장할 정도로 창백해졌고, 이를 딱딱 부딪치며 땋은 머리를 악물고 토팥을 참고 있다.

621은 참지 못하고, 주인을 향해 진정했다.

 

「주인님! 625의… 파츄리의 벌은 621이 대신 받겠습니다제! 그러니까… 그러니까 파츄리는 용서해 주십시오!」

 

「…5대, 추가다」

 

「아, 감사합…」

 

「착각하지 마라, 625에게 5대 추가다. 15대의 매질을 받게 하겠다」

 

「그, 그런… 주인님!」

 

「10대 추가다. …621.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이것이 연대 책임이다. 자신의 과실을 타인이 지는 것, 그래야만 벌에 의미가 있다. …이해했다면, 닥치고 입을 다물어라」

 

「……!!」

 

621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파츄리의 매질은, 누구보다도 길게 이어졌다. 그것은 횟수도 물론이었지만…, 한 대 때릴 때마다, 무언가 파츄리의 몸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 일일이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이 처벌은, 끝날 무렵에는 완전히 해가 솟아 있었다.

 

마지막 한 대를 마치고, 파츄리가 구속구에서 풀려난다.

죽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파츄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아…………」

 

「파츄리… 미안해… 미안한 거제…!」

 

파츄리에게 달려가는 621. 그것을 곁눈질하며, 남자는 모든 윳쿠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보는 대로다! 도망친 자가 있는 반은 이렇게 된다!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라! 단, 남겨진 동료가 어떻게 될지는 잘 생각하도록!

…처벌은 끝이다! 일하러 돌아가!」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반의 윳쿠리는, 평소보다 한층 더 비장한 얼굴로 농사일에 향한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자까지 있다.

모두 다시 한번 이해한 것이다. 자신들은 이 남자의 노예라는 것을.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윳쿠리가 일하러 돌아간 것을 확인하자, 남자는 621반을 향해 돌아섰다.

 

「…너희들을 징벌방에 넣겠다. 기간은 10일간이다」

 

벌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네 마리는 다시 한번 깨닫고, 공포에 떨었다.

 

징벌방.

그것은 중대한 규칙 위반을 저지른 자를 수용하는 방이다.

방은 독방이 주어지며, 당연히 들어가 있는 동안은 노동이 면제된다.

…하지만, 이 방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유 중 하나는, 우선 그 비좁음이다.

넓이는 성체 한 마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 실질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다.

일단 화장실은 딸려 있지만, 이 비좁음으로는 흘려보낼 수밖에 없고, 깨끗한 몸인 채로 징벌방에서 나올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응응투성이의 죽은 눈으로 징벌방에서 나오는 죄윳의 비참함은, 여기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노예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충고해 두지. 울지 마라. 소리 지르지 마라. 기한이 올 때까지 나는 너희들을 결코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외쳐도 소용없다는 것을 기억해 둬라」

 

또 다른 이유가… 이 방의, 차단성이다.

이 방은… 외부로부터의 빛도, 소리도 모두 통과시키지 않는다. 반대로 내부로부터의 소리는 통과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원래는 가공소에서 만든 학대용 상품이다.

즉, 이 방에 넣어진 자는 폐소감과 동시에, 일체의 어둠과 무음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621반이 모두 방에 넣어진 후, 방의 문이 닫혔다.

──그 순간, 621의 눈앞에서 세계라는 것이 소실되었다.

 

621은 지금까지 두 번, 이 방에 들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리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졌을 때는, 윳쿠리로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일 것이다.

허무. 너무나도 허무함에, 621의 몸에서 폭포수 같은 땀이 뿜어져 나온다.

견디지 못하고, 621은 목소리를 냈다.

 

「아」

 

들린다.

이 허무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는 들린다.

 

「아」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실이라는 것이 없어져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을, 경험이라는 이름의 이성으로 억누른다. 남자가 말했듯이, 소리쳐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번 고삐를 풀어버리면, 공포에 대한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르는 다른 윳쿠리는, 지옥을 보았다.

622는, 징벌방의 문이 닫힌 지 수십 초 후, 그 너무나도 어둠과 무음에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두워어어어어어어어어!! 무서워어어어어어어!!! 내보내줘!! 여기서 내보내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

 

외치고, 외치고, 외친다. 하지만 의미는 없다. 동요하는 마음이, 가속도적으로 광기를 깊게 해 간다.

 

「뭐든지 할게요!!! 뭐든지 할 테니까, 여기서 내보내주세요오오오오오오오오!!!」

 

덜컹덜컹 징벌방이 흔들린다.

안에서 622가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의미는 없다. 남자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그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외치는 것에 의미는 없다고 말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정확히는, 외쳐서 용서를 구하는 것은 "안에 있는 윳쿠리에게" 의미는 없다, 이다.

징벌방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는 다른 노예 윳쿠리들에게는, 그 목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으로부터의 절규였다.

그래도 동료인 윳쿠리가 끔찍한 일을 당하고, 그 고통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을 초래한 인간의 말대로 되어 노동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윳쿠리로서의 존엄을 박살 내는 것과 같은 취급에, 모두 눈물을 흘리며 비참함에 의욕을 잃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면 반드시 나타나는 자가 있다.

 

「……이제 용서 못 하는고제! 저 똥영감, 쳐죽여버릴고제!!」

 

「!?」

 

「!?」

 

불만이 한계를 넘어선 자, 요컨대 반란 분자다.

원래 윳쿠리 지상주의의 기가 센 것이 윳쿠리라는 생물이다. 자신이 벌을 받지 않는 입장이라고… 아무래도, 이 마리쨔처럼 현실을 보지 못하고, 분노에 맡겨 폭언을 내뱉어버리는 오만한 개체가 나와버렸다.

 

「모두! 일어서는고제! 모두 함께 덤비면 저 똥영감도 쳐죽일 수 있는고제! 마리쨔는 잔느 다르크 쨩──느삐!」

 

「너, 너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아아아!!!」

 

「빨리! 빨리 입 다물게 하는 거제!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뭐지?」

 

남자의 대응은 간단하다.

벌을 받지 않아서 오만해진다면, 벌을 주면 된다.

이런 튀어나온 말뚝은 어떻게 해도 정기적으로 나온다. 나온다면, 철저하게 두들겨 패는 것이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 아래, 위반을 저지른 노예들이 덜덜 떨고 있다.

──결국, 이날 징벌을 받은 반은, 3개 조에 달했다.

 

 

 

 

 

 

 

 

 

 

 

「마리사는, 마리사인 거제」

 

「마리사는, 621인 거제」

 

「마리사는, 마리사인 거제」

 

일정한 간격으로, 염불처럼 중얼거린다.

미치지 않기 위한, 621 나름의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적어도, 10일 이상은 지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5일째쯤에 발광한 622가 급식 틈을 타 징벌방에서 탈주하려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패로 끝났고, 621반의 형기는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621은, 621인 거제」

 

「마리사는────」

 

철컥, 하고 소리가 났다.

급식 시간인가 했지만, 먹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올 때가 왔구나, 라고 621은 생각했다.

 

「…점호」

 

「621, 인 거제」

 

「……」

 

622는 대답하지 않는다.

머리는 헝클어져 흩어졌고, 하반신은 응응투성이다. 피로와 고통으로 흙빛 피부에 핏발 선 눈을 하고 있다. 623과 625도 비슷한 꼴이었지만, 자신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621은 자조했다.

621은, 622의 눈에 어떤 감정이 떠오른 것을 감지했다. 옛날의 자신이 실컷 품었던 감정이다. 그것은, 남자에 대한 분노였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라고 621은 622의 태도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대답하지 않으면 징벌방으로 돌려보내겠다」

 

「622, 입니다」

 

눈앞의 이 남자는, 그런 마음을 꺾는 것이 누구보다도 특기이니까.

 

질질 끌며 한 줄로 걷는다. 더러워진 몸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도중에, 다른 노예 윳쿠리와 스쳐 지나간다. 모두가 자신들을 동정적인 눈으로 보았다. 그것이 비참함을 더욱 가속시킨다.

죽은 듯한 눈으로 낼-름 낼-름을 하고, 응응 냄새가 나는 입 냄새와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십수 일 만의 방으로 돌아간다.

거기에는 반환된 장식물이 놓여 있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배지를 떼고, 장식물을 몸에 걸친다.

 

「마리사는, 마리사인 거제」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징벌방에서 몇 번이고 반복했던 말이다.

 

「앨리스, 는, 앨리스야…」

 

「…………」

 

「파체는, 파츄리, 라구요… 흐윽…」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돌아왔다. 동료와 함께. 그 사실을 곱씹으며, 네 마리는 어깨를 맞대고 윳윳 울었다.

 

첸의 탈주로부터…… 621반이 가혹한 징벌을 받고 나서, 수개월이 지났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이 끝나고, 계절은 가을. 결실의 시기다.

노예 윳쿠리들이 부려 먹혔던 이 밭에서도, 그 성과는 여실히 나타나고 있었다.

 

당근 씨, 고구마 씨, 무 씨. 그것들이 열리는 밭.

들윳 윳쿠리에게는 군침 도는 광경이 펼쳐져 있고──, 당연히, 이런 바보도 나타난다.

 

「………맛있어 보이는고제」

 

「624. 다음에 똑같은 소리 하면 주인님께 일러바칠 거제」

 

첸이 탈주해서 결원이 생긴 621반. 여기에 새로운 624로서 들어온 것은, 어떤 마리쨔였다.

이 마리쨔, 수개월 전에 노예의 대우에 분노하여, 자신을 잔느 다르크라고 칭하고 다른 반원들에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맞았던 그 마리쨔다. 골칫덩어리를 떠맡겨졌다고 생각했지만, 621 자신도 이 나이 때는 비웃을 수 없을 정도의 말괄량이였기에 씁쓸하게도 받아들이고 있다.

 

「저 채소씨는 멋대로 자라난고제. 우걱우걱 먹는 게 뭐가 나쁜고제」

 

「느하하, 바보도 작작 말하는 거제. 저 채소 씨는 621들이 잔뜩 돌봐줬으니까 자라난 거제.

멋대로 자라는 채소 씨 따위는 없는 거제」

 

여기 노예 윳쿠리에게는, "채소가 멋대로 자라난다"와 같은 안이한 생각을 가진 자는 없다.

이 마리쨔처럼 가진 자도 있지만, 여기에서의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그런 생각은 버려진다.

 

애초에 윳쿠리의 "멋대로 자라난다"라는 개념은, 사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윳쿠리의 저속한 인식 능력과 지혜로는, 사물의 인과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어째서 그것이 눈앞에 있는지 모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생각을 포기하고 "멋대로 자라난다"고 인식해버린다.

여기까지라면 문제가 없지만, 여기서부터 인간과의 알력을 일으키는 것이 윳쿠리 특유의 팥소뇌다.

팥소뇌에 물든 윳쿠리는, 이 "멋대로 자라난" 것을, 멋대로 자랐으니까 자신의 것으로 해도 좋다고 믿어버린다. 산에 자생하는 풀과 나무라면 이 이치를 적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인간이 키운 채소에 대해서도 똑같은 감상을 품기 때문에 대체로 반감을 사서 밟혀 죽는다.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도, 채소가 자신들과 똑같이 자란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채소 씨는 멋대로 자라난다"는 생각을 고칠 수는 없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밟혀 죽는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이해시키면 된다, 가 남자의 생각이었다.

노예들을 귀신같은 규율로 억누르고, 농사일에 종사시킨다. 씨앗에서, 모종에서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윳쿠리들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윳쿠리는 올바르게 "채소 씨는 멋대로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위반하는 자나 게으름 피우는 자도 나오지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없다. 왜냐하면……

 

「저쪽 반의 밭 씨를 보는 거제, 624.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아서, 채소 씨가 아직 아가야인 채인 거제.

불쌍하게도, 저긴 올해는 채소 씨는 없는 거제」

 

땋은 머리로 어떤 밭을 가리키는 621. 거기에는 명백히 발육 불량인 채소와, 부러운 눈으로 다른 밭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슬프게 돌보는 반원들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부터 진지하게 손을 댄다고 해도 때늦었다.

 

──밭이라는 것은 정직하다.

손을 뺀 자, 게으름 피운 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성과밖에 돌려주지 않는다.

이 반은, 작업을 하는 척하며 (본윳쿠리들 입장에서는) 교묘하게 일을 게을리하는 반이었다. 당연히 남자에게는 들통났지만, 일부러 방치되었다. 결과는 보는 대로다.

본윳쿠리들은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위는 그것을 보고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요컨대 본보기였다.

이로 인해, "자신들이 느긋하게 있으니까 채소 씨가 자라난다"는 팥소뇌 이론도 박살 낼 수 있고, 노예들은 느긋할 수 없는 일을 성실하게 해왔기 때문에 채소 씨가 자라났다고,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윳쿠리는 사냥이나 육아 등, 느긋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본능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것을 팥소뇌로 사고를 포기하거나 낙관론에 휩쓸리거나 하니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지, 환경만 갖춰주면 비교적 사물을 올바르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반대로 저쪽 밭 씨를 보는 거제 624. 성실하게 일을 했으니까 잔뜩 채소 씨가 자란 거제.

…어쩌면 저 반은, 올해는 딸기 씨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제」

 

「느! 딸기씨! 마리쨔 딸기씨 먹고 싶은고제!」

 

「그럼 일을 열심히 하는 거제. 그리고 여기서는 마리쨔가 아니라 624인 거제」

 

「……알았다는고제」

 

우수한 성과를 보인 반에게는, 여기서 만들어진 채소를 수확한 후에 과일을 심을 권리가 주어진다.

물론 평소에 기르는 채소보다 섬세해서 말라죽게 할 가능성도 높지만…, 노예 생활 속에서는 귀중한 달콤달콤이 손에 들어올 기회다. 모두가 앞다투어 이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남자가 주는 당근과 채찍, 그 당근 부분이다.

 

621과 같은 경험을 쌓은 노예가 현 624와 같은 젊은 노예를 이끌고, 또 경험을 쌓게 한다. 이 순환에 의해 이 정원의 일 년은 성립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흘러.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확의 날이다.

……라고는 해도,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는 힘없는 윳쿠리로는 뽑아낼 수 없다. 남자가 부른 업자가 작업을 하고, 노예들은 그것을 멀찍이서 볼 뿐이다.

 

「느으으으으으! 엄청나게 느긋한 채소 씨들이야아아아!!」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묭…」

 

「저 고구마씨는 마리쨔가 키운 거인고제! 엄청 큰고제…」

 

들뜨는 노예들. 말하는 621도 젊었을 때는 고양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뻐하는 것은 비교적 젊은 노예들뿐이다. 621반에서는 624, 마리쨔뿐이다.

621과 마찬가지로, 경험을 쌓은 노예들은 이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이야, 올해도 대풍년이네요. …그럼, 옮기겠습니다」

 

「아아,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느에?」」」」

 

자신들이 정성 들여 키워낸 채소들. 마치 아가야처럼 귀여워했던 그것들이, 업자에 의해 저택 밖으로 옮겨져 간다. 대량의 채소들은, 순식간에 수를 줄여갔다.

 

「이… 이상하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건 레이무들이 키운 채소 씨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

 

「마리쨔의 고구마씨가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소리냐묭! 설명을 요구한다묭!!」

 

업자가 떠난 후. 확실히 채소는 아직 남아 있지만, 수를 세지 못하는 윳쿠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수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8할 가까이가 업자에게 넘어가 버렸다.

 

「…진정하는 거제, 624. 가만히 있으면 채소 씨는 먹을 수 있는 거제. 하지만 주인님께 거역하면 그것도 소용없는 거제. 그러니까 진정하는 거제」

 

「하지만! 하지만! 저건 마리쨔들의 채소 씨인고제!」

 

여기서 "그렇다"고 말해버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621은 속마음을 억누르고, 624에게 고했다.

 

「……아닌 거제. 621들은 노예인 거제. 노예의 것은 주인님의 것인 거제. 그러니까, 채소 씨가 옮겨져도, 불평하면 안 되는 거제. 불평하면 또 매질의 형벌인 거제」

 

「그런, 그런……」

 

지금, 확실히 621은 소리를 들었다. 624의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다.

과거 621은, 자신의 안에서 그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이걸로, 624는 훌륭한 노예가 될 것이다. 자신처럼.

분노와 체념을 끌어안으면서, 아주 약간의 희망을 찾아내며, 죽은 눈으로 나날을 살아가는 것이다.

 

621과 마찬가지로, 남자에게 불만을 터뜨리려는 젊은 노예들을 주위의 윳쿠리가 타일러 간다.

그런 노예들의 곁으로, 남자가 걸음을 옮겼다.

 

「…남은 채소는, 각자 일한 만큼에 따라 지급한다. 과일을 심고 싶은 자는 신청해라. 아아, 그리고……」

「웃기지 마 똥영감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자리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말을 꺼낸 것은, 젊은 노예 레이무다.

 

「네놈은, 무슨 권리로 이런 짓을 하는 거냐아아아아아!!? 저건 레이무들이 필사적으로 키운 채소 씨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애초에 레이무는 노예 따위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매일매일 토 나올 만큼 맛없는 밥 씨랑 느긋할 수 없는 일을 시키고…! 장난하지 마! 우리들은 아무 잘못도 안 했다고!!」

 

명백히 폭거라고 할 수 있는 포효. 하지만 그것을 막는 자는 아무도 없다.

모두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똑같으니까.

 

「…나에게 말대꾸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알고 말하는 건가」

 

「매질이든 징벌이든, 뭐든지 하라구! 너는 빼앗는 것밖에 못 하잖아!

윳쿠리를 괴롭히지 않으면 느긋할 수 없는 불쌍한 똥영감! 너 따위에게 진짜 느긋함은 빼앗을 수 없다고!!」

 

외치는 레이무를 보는 노예들의 눈이 열기를 띤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는 레이무가, 영윳으로 생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621은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가, 이런 폭거를 용서할 리가 없다.

 

「……좋다. 그럼 처벌을 내리겠다. ……올해의 채소 지급은, 없다」

 

「느푸푸, 그게 다야? 그 정도, 아무렇지도 않다구! 레이무 터프해서 미아~ㄴ……」

 

「──누가 "너에게"라고 말했나」

 

「느에?」

 

「채소 지급이 없어지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다」

 

621에 이어, 모든 윳쿠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일 년 중 몇 안 되는 느긋함. 일 년 중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달콤달콤.

그것이 방금, 이 자리의 모든 윳쿠리에게서 빼앗겨버렸다.

 

「느아… 아…」

 

자신이 무슨 짓을 해버렸는지 이해한 레이무가, 이를 딱딱 부딪치며 떨고 있다.

 

「……확실히 나는 빼앗는다. …하지만 내가 빼앗는 것은 내가 준 것뿐이다.

설마 자신들만으로 채소를 만들 수 있었다고? 너희들에게 씨앗을 먹지 말라고 가르친 것은 누구냐. 모종을 준 것은 누구냐. 비료를 주라고, 물을 뿌리라고 가르친 것은 누구냐?

…나다. 필사적으로 키웠다니, 오만함도 정도가 있지」

 

레이무를 보는 노예들의 눈이 일제히 느긋하지 않은 것으로 변한다. 그것은 영윳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죄윳을 보는 것이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레이무를 노려본다. 아이 윳쿠리 정도라면 그것만으로 죽일 수 있을 듯한 압박감에, 레이무는 무섭시시를 흘렸다.

 

「다음은 무엇을 빼앗기고 싶나, 말해 봐라. 식사인가? 주거인가? 휴식인가? 아니면──」

「주인님!!」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621이 뛰쳐나온다.

땅에 머리를 대고, 납작 엎드린 모습으로 진정했다.

 

「용서해 주십시오! 채소 씨 필요 없습니다! 우걱우걱도, 쿨-쿨-도 참겠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아가야를 만들 권리"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다른 노예들이 흠칫 놀란다.

"아가야를 만들 권리".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빼앗기려 했는지 짐작한 그녀들은, 621과 마찬가지로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가야를 만들 권리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인간에게 무릎 꿇고, 코러스처럼 목소리를 합쳐 용서를 비는 윳쿠리의 무리. 이곳 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남자는 일어서서 지팡이를 짚더니, 모든 윳쿠리를 향해 말했다.

 

「좋다, 그 권리는 빼앗지 않겠다. …하지만, 내 기분에 따라 그 권리가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은 팥소에 새겨두도록.

……이해했나?」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좋다. ……이야기가 중단됐군. 그 아이를 만드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짝이 되고 싶은 자는 이따 각자 신청해라.

심사를 통과하면 아이를 만드는 것을 허락해주겠다」

 

「「「「──감사합니다아아아!!!」」」」

 

최악의 사태를 피한 것에 울며 기뻐하는 노예들.

그것을 곁눈질하며, 남자는 마지막으로 레이무를 향해 중얼거렸다.

 

「"진정한 느긋함"이었던가. 너는 옳다. 나에게 그것은 빼앗을 수 없다」

 

「그런 것은,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가야를 만들 권리".

그것은, 느긋함과 연이 먼 이 노예들에게 있어서, 채소 씨와 함께 몇 안 되는 느긋함이다.

애초에 이 정원의 노예 수는 일정하지 않다. 남자는 윳쿠리끼리의 살육을 금하고는 있지만, 트러블은 끊이지 않고 사고로 영원히 느긋해지는 노예도 있다. 게다가 "어떤 이유"로 노예는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새로 노예를 조달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주어진 것이 "아가야를 만들 권리"다.

 

농사일을 생업으로 하는 노예 윳쿠리들은, 농한기인 겨울에는 작업량이 현저히 줄어, 파종의 계절인 봄이 올 때까지 특별히 할 일은 없어진다.

남자는 이 공백 기간을 이용해 우수한 자나 반대로 문제아를 리스트업하고, 봄을 향해 반을 새롭게 재편하는 것이다.

한편, 성실한 근무 태도나 성과를 보인 노예 윳쿠리는 이 기간에 짝이 되는 것이 허락되고, 한 마리뿐이지만 아가야를 만드는 것도 허가된다. 이것이 "아가야를 만들 권리"다.

621이 601 레이무에게 "겨울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경위가 있다. 문제를 일으키면 이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622와 601반 마리사가 짝이 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라고는 해도, 지금의 621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지만.

 

 

 

 

 

 

 

 

 

 

「…다음, 식별 번호 621, 625. 들어와」

 

「실례합니다인 거제」

 

「실례합니다」

 

그렇다, 지금, 621과 625──파츄리는, 짝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첸이 없어진 것에 대한 외로움이었을까, 622와 601반 마리사의 애정행각에 자극받았을까. 휴일에 공부를 계속하는 중에 그런 관계가 되었을까──. 뭐 이유는 많이 있지만, 일단 두 윳쿠리는 그런 관계가 되었다. 601 레이무의 예언대로 되어 내심 분하지만, 되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621, 경미한 규칙 위반 1회. …625, 경미한 규칙 위반 3회…. 허용 범위 내인가.

좋다, 짝이 되는 것을 허가한다」

 

「「아,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설명해 두겠다. 낳는 아이는 한 마리뿐. 어떤 아이가 태어나도 다시 하거나 솎아내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알고 있습니다인거제」

 

「각오하고 있습니다」

 

「…부모 자식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이 겨울 동안뿐. 봄이 오면 떨어져, 아이도 노예로서 취급된다. 그래도 좋은 건가?」

 

「…네」

 

울 것 같은 마음으로 대답한다. 파츄리와 몇 번이고 이야기했던 일이었다.

그렇다. 남자는 결코 자선 사업으로 아가야를 만드는 것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다.

줄어든 노예의 보충 요원. 남자에게 아가야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겨울 동안, 아이 윳쿠리까지 성장한 아가야는 봄, 반 재편 시에 부모와 떨어져, 한 마리의 노예로서 취급받게 된다.

일하는 중에 교류를 가지려 해도, 농사일 동안은 장식물을 몰수당한다. 누가 자신의 부모인지, 누가 자신의 아이인지는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참고로 621의 반에서는 624… 신입인 마리쨔가 이 방법으로 태어난 윳쿠리다)

 

이 방법에는 남자에게 큰 이점이 있다.

부모와 자, 각각을 떨어뜨려 노예로 만듦으로써,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인질 아닌 윳질로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규칙 위반을 하면 연대 책임으로 처벌받는 것을 두려워해, 이 방법으로 태어난 노예들은 들윳을 주워오는 것보다 순종적인 노예로서 남자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다.

브리더가 애완 윳쿠리끼리의 팥소 혈통으로 아이를 낳게 하여, 더욱 애완 윳쿠리에 적합한 윳쿠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이 경우, 노예끼리 아이를 만들게 하여, 보다 노예에 적합한 윳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매우 느긋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권리를 행사하려는 노예는 끊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가야를 만들어 느긋하게 지내고 싶다, 자신의 팥소 혈통을 남기고 싶다는 윳쿠리 특유의 본능도 있지만, 아가야가 반드시 생존한다는 안전 측면의 영향도 크다.

남자는, 결코 스스로 윳쿠리를 죽이지 않는다. 윳쿠리끼리의 다툼이나 작업 중의 사고로 죽는 일은 있지만…, 노예는 자신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윳쿠리의 죽음을 유난히 꺼린다.

 

올해 여름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

너무나도 속박에 느긋할 수 없게 된 어떤 반이, 남자의 허가를 얻지 않고 상쾌-에 이르러, 그것을 반 전체가 은폐하고 몰래 아가야를 키우려 획책했던 것이다.

 

──이 계획은, 최악이게도 남자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부모들은 들킬 것을 두려워하여 아가야들에게 소란 피우지 말 것을 단단히 일러두었고, 아기 윳쿠리들도 그것에 순종적으로 따랐다.

──반복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여름이다. 성체 윳쿠리라도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더위 속에서, 취약한 아기 윳쿠리가 살아남을 리가 없다. 결과, 부모들이 노예로서 작업에 나간 사이, 아기 윳쿠리들은 더위에 견디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져 전멸했고, 그것을 발견한 부모들의 늣늣 울부짖는 소리에 의해 사건은 발각되게 되었다.

남자는 격노하여, 반원에게 처절한 처벌을 내림과 동시에, 아기 윳쿠리들의 시체를 본보기로 밭 근처에 내걸었다.

 

아가야. 몇 안 되는 노예 생활 속의 느긋함.

그 시체가 나날이 내걸려, 썩어가는 과정과 그 끔찍한 죽음의 냄새를 싫을 정도로 들이밀린 노예들은, 남자의 허가 없이 아가야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한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남자의 비호 아래 있는 아가야는 다르다.

노예가 되는 것이 확정된 아가야와 그 부모는 이 겨울 동안, 사치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살기에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살아남는다. 물론 봄이 되면 노예로서 느긋할 수 없는 나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안전하게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은 윳쿠리에게 헤아릴 수 없다. 전 애완 윳쿠리는 차치하고, 아가야가 쉽게 죽어버린다는 들윳의 경험이나 기억이 있는 노예에게는 군침 도는 환경이다.

그렇게 양자의 이점이 맞아떨어진 결과, 오늘도 이 시스템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3일 후 다시 여기로 와라. 아이가 한 마리밖에 태어나지 않게 되는 약제를 투여한 후, 방을 지급하겠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3일 사이에 무언가 문제를 일으키면 권리는 박탈한다. 이해했나?」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좋다. 그럼 방으로 돌아가…… 아아, 온 김에. 지난번 시험 결과를 알려주지」

 

시험이란, 625가 남자에게 요청했던 배지 인정 시험…의 모의시험이다. 애완 윳쿠리가 아닌 노예 윳쿠리는 배지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모의시험을 보는 것으로 양자 납득했던 것이다.

 

「621…. 너는 은 배지 시험에 합격했다. 625. 너는 금 배지 시험에다. 솔직히, 여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훌륭하다」

 

「……!」

 

625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621은 믿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

625를 따라 기념으로 응시했을 뿐인데, 자신이 은 배지 시험에? 들윳이었던 자신이?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은 애완 윳쿠리가 아니므로 정식 배지 시험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잘했다. 이걸로 너희들에게도 상품 가치가 생긴다」

 

──상품 가치. 마지막 한마디는 듣지 못한 척하고, 621 일행은 방으로 돌아갔다.

 

 

 

 

 

 

 

 

 

「엄마샤! 마ー샤랑 놀아주고싶은고제!」

 

「어머어머, 알겠어. 그럼 숨바꼭질이라도 할까」

 

「후후, 오늘도 아가야는 개구쟁이인 거제」

 

그로부터 수개월 후.

621과 625 사이에는, 옥구슬 같은 아가야──마ー샤가 태어났다.

621의 개구쟁이 기질과 625의 요조숙녀 같은 면모를 겸비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가야. 621도 625도, 윳생 속에서 가장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가야를 만드는 것을 허가받은 짝은, 겨울 동안만 남자의 저택 안에 있는 방을 빌릴 수 있다.

가족에게 각각 하나의 독실이 지급되고, 거기서 아가야를 아이 윳쿠리까지 키우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622와 601반의 마리사도 짝이 되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고, 두 윳쿠리 사이에는 앨리슈가 태어났다.

가족 단위로 교류는 계속되고 있으며, 마ー샤와 앨리슈는 절친이 되었다.

 

──하지만, 621도 625도 깨닫고 있다.

이별의 시간은 가깝다. 기뻐야 할 아가야의 성장이, 지금은 이제 마음에 아프다. 아가야가 훌륭해지면 훌륭해질수록, 그것은 이별이 가까워진다는 것이니까.

──대부분의 노예가 그렇지만──, 621과 625 부부도, 마ー샤가 노예 윳쿠리라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방에 식사를 주러 온 남자가 떠난 후, 마ー샤가 중얼거린 적이 있다.

 

「저 인간은 누구인고제? 아빠야랑 엄마야의 노예인고제?」

 

그 말을 들은 621과 625는 여태까지 없었을 정도로 마ー샤를 꾸짖었다.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하지 않도록 강하게 타이르자, 총명한 마ー샤는 "느긋하게 이해했는고제…"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621도 625도, 마ー샤가 게스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서도, 남자에 대한 충성심에서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두 윳쿠리 모두, 이제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노예로서 취급하는, 그 끔찍함에 대해서.

"느긋할 수 없는 것"보다, "느긋하게 두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

이제부터 노예로서 취급받게 되더라도, 적어도 저 끔찍한 남자처럼 타인을 노예로서 취급하는 따위의 느긋할 수 없는 짓은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기심일지도 몰랐지만, 분명 두 윳쿠리의 마음이었다.

 

「무큐, 아가야. 오늘은 공부하도록 해요」

 

「느와ー이! 마ー샤 공부 정말 좋아하는고제! 오늘이야말로 10을 외울 거인고제!」

 

마ー샤는 어머니를 닮았는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어리면서 이미 그 영리함은 621에 버금갈 정도였고, 언젠가는 625처럼 금 배지 상당의 영리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아, 이 아이가 애완 윳쿠리가 될 미래가 있었다면.

 

621은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땋은 머리로 닦았다.

노예가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마ー샤를 낳은 죄스러움이, 이제 와서 짓눌러 온다.

625도 마찬가지인 듯, 밤, 모두가 잠든 무렵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을 621은 목격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랑스러운 아가야와 더 느긋하게 있고 싶다. 더 느긋하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다, 621. 작별 인사를 해라」

 

이 남자는, 그런 것을 기다려주지는 않는 것이다.

 

「빨리 해라. 나도 한가하지 않다」

 

싫어. 싫어. 싫어.

그렇게 말해버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이 남자가 그런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뼈저리게 알고 있다.

 

「으흑, 흐윽,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아, 아빠야? 엄마야? 왜 우는고제? 이 인간 씨는 누구인고제?」

 

역시 아직 전하지 않았나, 하고 의외라는 표정도 없이, 남자는 진실을 고했다.

 

「거기 두 마리는 나의 노예다. 그리고 너는 노예와 노예의 자식. 태어날 때부터 노예다.

…오늘이, 약속의 날이다. 너는 내일부터 노예가 되어, 나에게 복종하게 될 것이다」

 

그만둬, 라고 말하려던 625를, 남자가 눈빛으로 제지한다.

알고 있다. 아무것도 전하지 않은 자신들이 나쁜 것이다.

 

「노, 노예…? 그럴 리 없는고제. 아빠야? 엄마야?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하는고제!」

 

침통한 마ー샤의 외침에, 621도 625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총명한 마ー샤는, 그것만으로 남자의 말이 진실이라고 이해해버린다.

 

「서, 설마… 노예? 마ー샤, 노예로서 태어난고제…? 어째서… 아빠야, 엄마야…」

 

참지 못하고 눈물이 흐른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노예라고 지목당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어째서, 마ー샤를 낳은고제?」

 

그것은.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말이었다.

 

「말하지 마! 아가야 그런 말 하지 마!!」

 

625의 입에서, 참지 못하고 오열이 흘러나온다.

알고 있었는데. 노예로서 사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도.

 

「시끄러운고제… 시끄러운고제!! 너희들은… 너희들은, 쓰레기 부모인고제!! 마ー샤, 노예가 될 바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던고제!! 대답하는고제!! 왜 마ー샤를 낳거나 한고제에에!!」

 

거기서부터는 더 이상, 말이 되지 않았다.

621도 625도 마ー샤도, 그저 눈물을 흘릴 뿐.

 

「꽤나 감동적인 이별이군. …이제 남길 말은 없나?」

 

남자만이 이 분위기에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별을 재촉해 온다.

621은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 내, 대답했다.

 

「아가야… 확실히, 아빠야들은 아가야에게 심한 짓을 한 거제. 노예로는, 낳아주고 싶지 않았던 거제.

……하지만, 이것만은 믿어줬으면 하는 거제. 아빠야들은 아가야를 사랑하는 거제. 그것만은 진짜인 거제…」

 

「…………ㅈ어」

 

「……아가야?」

 

「죽어, 쓰레기 부모」

 

그것이, 이 부모와 자식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되었다.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상자에 마ー샤를 넣었다.

가공소에서 만든 윳쿠리 운송용 케이스지만, 621과 625에게는 알 도리가 없다.

 

「621, 내일부터 노예로서 작업에 들어가라. 새로운 반원은 추후 통달하겠다」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인 거제」

 

죽은 듯한 눈빛으로 대답하는 621. 이제 모든 것이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다.

또 한 마리, 이름이 불려야 할 자가 불리지 않았다는 것에.

 

「──그리고 625. 기뻐해라, 너는 오늘부터 노예가 아니다」

 

「「────에?」」

 

「인근 공원에 빈자리가 생겼다.

──너에게는 내일부터, 거기서 지역 윳쿠리로서 일하게 하겠다」

 

──이것이, 노예가 줄어드는 "어떤 이유"다.

 

남자는 이 도시에서 노예 상인이라고 불린다.

왜인가? 윳쿠리를 노예로서 부려 먹고, 채소를 팔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면 채소 상인이다.

 

──이 남자의 상품은, 채소가 아니라, 노예──. 즉, 윳쿠리 그 자체였다.

 

엄격하고, 억압된 노예로서의 환경. 여기서 윳쿠리는, 두 가지를 배운다.

하나는, 인간에게는 결코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 하나는, 느긋할 수 없는 일을 해내면 주거와 식사가 주어진다는 것.

 

──지역 윳쿠리로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의 자질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농사일이라는 가혹한 노동을 부과하는 것은, 인간 사회에 대한 적성을 갖추게 하기 위함이다.

 

요컨대, 남자는 지역 윳쿠리의 알선업자였다.

노예로서 잡은 들윳 윳쿠리, 버려진 윳쿠리를 지역 윳쿠리로 키워내, 팔아넘긴다. 그것이야말로 노예 상인의 이름의 유래이며, 애호파인 이 도시에서 꺼려지는 이 남자의, 정체였다.

 

「그, 그런… 너무한 거제! 마리사는 파츄리랑도 헤어져야 하는 거제!? 그런 건 너무 심한 거제!!」

 

「……슬슬 학습해도 좋을 때다, 621. 말했을 텐데. 내가 빼앗는 것은 내가 준 것뿐이라고.

625와 짝이 될 권리는 누가 주었나? 아이를 만들 허락은? 애초에 너희들에게 노예로서의 지위를 준 것은 누구냐?

…전부, 내가 준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빼앗는다. 당연한 섭리다」

 

「그럼… 그럼 마리사는, 전부 빼앗긴다면, 마리사의 윳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제에에엣!!?」

 

자신을 621이라고 부르는 것도 잊고 울부짖는다.

분했다. 비참하고,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리사의 윳생은 전부 이 남자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그것이 분하고 분해서, 마리사는 울었다.

 

「이것도 말했을 텐데, 621. 나에게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전부 빼앗고, 그래도 마지막에 남은 것이 너의 인생의 의미다.

너희들이 말하는 "진정한 느긋함"이다. 그것은 나에게는 빼앗을 수 없다. 누구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건… 그런 건, 마리사의 윳생에는 이제 없는 거제! 아가야도 없어지는 거제, 파츄리도 없어지는 거제!!

전부 전부, 너에게 빼앗기는 거제!!」

 

「아니, 남는 것은 있다. ……오늘의 폭언은 불문에 부치겠다. 몸을 쉬게 하고, 내일부터의 작업에 대비해라, 621.

…625. 내일부터 너는 지역 윳쿠리다. 621과 작별 인사를 해둬라」

 

그렇게 말하고, 마ー샤를 데리고 남자는 떠나갔다.

남겨진 것은 늣늣 우는 621과 625뿐이다.

 

621은 남겨진 시간 동안, 625에게 계속 사과했다.

"미안해, 미안한 거제"라고. 625는 621을 상냥하게 껴안고, 그것을 모두 용서했다.

 

「마리사. 파체는 지역 윳쿠리가 될 거야. 아마,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잔뜩 있겠지만…, 파체는 힘낼 거야. 그러니까, 저기 마리사? 약속해줘? 마리사도 힘낼 거라고. 마리사가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파체는 힘낼 수 있어」

 

「하지만… 이제, 아가야도 파츄리도, 없어지는 거제. 아가야는 여기에 남지만, 죽으라고 들은 거제. 쓰레기 부모라고 들은 거제. 마리사, 어떻게 힘내야 할지, 모르겠는 거제」

 

「그래도 힘내는 거야. …후후, 이런 말 하면 마리사는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주인님의 말씀은 옳아. 우리들은 가족이야. 마리사는 파체를 아내로 맞아주고, 잔뜩 사랑해 줬어. 아가야를 낳고, 느긋하게 지내줬으면 하고 열심히 키웠어. 그것만은, 저 남자도 빼앗을 수 없어. 알겠어? 마리사. 이건 유대야. 파체와 마리사와, 그리고 아가야의, 유대. 세상이 멸망해도 이 유대는 빼앗을 수 없어」

 

「……」

 

「아가야를 잘 부탁해, 마리사. 파체도, 흐윽, 힘낼게…」

 

「느흑, 파츄리, 느긋하게, 느긋하게 있는 거제…」

 

밤이 깊어간다.

이 가족의 마지막 밤은, 눈물과 함께 끝을 맞이했다.

 

 

 

 

 

 

 

 

「겨우 깨달은 거제. 노예가 아가야를 만드는 건 백 년은 이른 거제」

 

다음 날. 심신이 모두 지쳐버린 621을 맞이한 것은, 동료의 마음 없는 한마디였다.

621과, 마찬가지로 초췌한 622에게 신랄한 말을 던진 것은 624다. 봄을 맞이하여 성체로 성장했고, 지금은 훌륭한 마리사가 되었다.

 

「624……」

 

「아마,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다거나 그런 생각을 했겠지? 태어날 아가야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거제. 너희들에게는 그런 괴로운 얼굴을 할 자격은 없는 거제」

 

…624가 이토록 신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624는 이 저택에서 노예와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윳쿠리다.

…즉, 마ー샤와 마찬가지로, 태어났을 때부터 노예임을 강요당한 자다.

 

…태어났을 때부터 노예인 자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들윳 윳쿠리나 전 애완 윳쿠리가 남자에게 붙잡혀 노예 윳쿠리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경우는 "나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억지로 끌려왔고 도망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예로서 태어난 자는 다르다. 적어도, 애정의 유무와 상관없이 부모는 자식이 노예가 될 것을 승낙한 후에 자신을 낳았다는, 그 사실을 생생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강요당하는 것이 다감한 아이 윳쿠리 시절인 것도 있어서, 부모에 대한 반발을 품은 채 노예가 되는 자는 많았다.

 

즉 624에게 621 일행은, 자신을 노예로 낳은 부모들과 똑같은 짓을 했던 어리석은 윳쿠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흥, 저 똥영감 말 따위 들으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거야!」

 

그런 두 윳쿠리에게 쐐기를 박듯, 방 안쪽에서 뽀잉뽀잉 윳쿠리가 나타났다.

 

「우왓, 새로운 보충 요원이 이 녀석인 거제…」

 

전 625…. 파츄리의 빈자리는, 어떤 레이무가 채우게 되었다.

하지만, 이 레이무, 수개월 전 채소 수확 때 주인을 똥영감이라고 부르고, 노예 전원의 채소 몰수를 일으킨, 그 레이무다. 게다가 이 반응을 보니,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는 기억은 팥소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듯하다.

…이 반은 문제아만 모이는 건가 하고, 621은 한숨을 쉬었다.

 

「…미리 말해두는 거제 625. 만약 또 주인님을 똥영감이라고 부르면, 일러바칠 거제. 밥 씨는 줄지만 채소 씨 몰수보다 나은 거제」

 

「오오 무서워라. 노예 근성 다 드러내네」

 

「잘난 척하지 마는 거제. 정 그러면 네가 "그" 레이무라고 모두에게 까발려도 좋은 거제」

 

「느흑… 미안했어. 조용히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지」

 

농사일 중인 윳쿠리는, 장식물을 몰수당한다. 여기에는, 도주 방지, 그리고 구분이 안 가게 되어 부모 자식의 결탁을 막는다는 목적이 있지만…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것은, 중대한 규칙 위반을 저지른 죄윳의 보호다.

 

이 레이무처럼 노예 전체에 불이익을 끼친 노예 윳쿠리는, 무리 전체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당연히 모두에게 미움받고 있으므로, 사소한 일로 제재를 받기 쉽다. 자제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윳쿠리다, 잘못하면 제재에서 히트업해서 그대로 살해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다툼의 싹은 일찌감치 잘라두는 편이 좋았다.

그것을 위한 반의 재편성이다. 규칙 위반을 저지른 윳쿠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면, 자신이 먼저 말하지 않는 한 그것이 모두에게 들킬 일은 없다. 증오를 향할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반원에게는 들키게 되지만…, 그것을 떠벌리는 일은 거의 없다. 자기 반에 문제아가 있다고 어필해봤자, 반에는 아무런 이점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체를 숨기고 얌전히 있어주는 것이 반에게는 훨씬 좋다.

 

「그럼, 621반」

 

「오늘도, 느긋하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거제」

 

──621의 일 년이, 다시 시작된다.

 

노예로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나서 며칠.

621의 일솜씨는 순조롭…다고는 할 수 없었다.

 

「622. 한눈팔기가 잦은 거제. 일에 집중하는 거제」

 

「…그러는 621이야말로, 한눈팔기가 잦아」

 

이유는 물론, 이 정원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아가야의 존재다.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면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며칠은 이런 식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두 윳쿠리였다.

 

「흥, 반장이 이래서야 기가 막히는 거제. 일을 성실하게 할 생각이 없다면 624에게 얼른 그 자리를 넘기는 거제」

 

「윽… 미안한 거제」

 

가혹한 말투지만, 완전히 정론이다.

불성실한 일을 해서 처벌이라도 받게 되면, 아가야에게 폐가 미칠지도 모른다. 파츄리와의 약속을 떠올리고, 621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날의 일이 끝나고, 몸을 깨끗이 하고 있을 때였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들린 것은.

 

「냐-핫핫!! 느긋하지 않은 윳쿠리들이다냐──!!」

 

담장 위에 한 마리의 윳쿠리가 앉아 있다. 정돈된 머리카락. 말랑말랑한 피부. 동글동글 포동포동하게 살찐 모습.

한눈에 애완 윳쿠리라고 알 수 있는 그 깨끗한 장식물에는, 은색 배지가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장식물을 잘못 볼 리가 없다.

 

「너… 너, 첸!? 첸인 거제!!?」

 

지금으로부터 약 일 년 전, 이 정원에서 탈주하여, 인간에게 끌려갔던 전 624. 첸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무슨 짓이냐」

 

남자가 보고 있는 것은 첸이 아니다.

그 등 뒤, 담장 너머에 있는 남녀의 모습이다. 언젠가 이 저택을 방문하여, 노예 윳쿠리들을 해방하라고 다그쳤던, 그 남녀다.

 

「…싫네요, 불법 침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법률상 애완 윳쿠리는 기물로서 취급되죠?

그렇다면 담장 위에 있어도 아무런 위법이 아니죠」

 

「핫, 법률의 허점을 찔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하다가 실수했군.

윳쿠리를 물건 취급하다니, 애호파라는 이름이 울겠어」

 

「……노예 취급보다는 낫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당신과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니에요」

 

「그럼 빨리 용건을 마쳐라. 그 첸이 오늘의 비밀 병기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줘 보시지」

 

「…첸쨩, 부탁해」

 

「알겠다냐─, 언니야!」

 

첸은 그렇게 말하고, 노예들──621 일행을 향해 돌아서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첸은 원래 노예 윳쿠리였다구-! 하지만, 여기서 도망쳐서 언니 오빠들에게 애완 윳쿠리가 되었다구-! 애완 윳쿠리의 삶은 정말 느긋하다구-! 푹신푹신한 침대 씨랑 이불 씨, 매일 몸을 깨끗하게 해주고 행복-한 푸드 씨랑 달콤달콤을 잔뜩 받을 수 있다구-!」

 

웅성, 하고 노예들 사이에 동요가 번진다. 애완 윳쿠리의 생활상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선전되니 그 지위는 노예와 하늘과 땅 차이다.

──부럽다. 노예들 사이에, 선망과 질투의 물결이 퍼졌다.

 

「부럽지-! 안다구-! 하지만 너희들 노예는 애완 윳쿠리가 될 수 없다구-! 아아 불쌍해라 불쌍해!

…하지만 첸이랑 언니 오빠들은 상냥하니까, 불쌍한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구-!」

 

「모두 들어! 그대로 있으면 당신들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어! 그러니까… 당신들이, 노예를 그만뒀으면 좋겠어!」

 

노예들은 섬찟했다. 그야 그만둘 수 있다면 이런 건 언제라도 그만두고 싶다.

그만둘 수 없는 것은 남자가 압제를 펴고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자신들의 의지처럼 말해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놈들에게 그만두라고 말한들 어쩌겠나. 노예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다」

 

「…그래. 그러니까 당신들이, 이 사람을 설득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를 노예에서 해방해 주세요"라고!」

 

「그, 그래도 그런 걸로는…」

 

노예 중 한 마리가 중얼거린다.

누구나 안다. 그런 짓을 한들 이 남자는 자신들을 해방시켜 주지 않는다. 오히려 벌로서 매질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빠 쪽이 경악스러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걸 위해서, 너희들이 단결해서, 이 사람의 말에 거역해 줬으면 좋겠어!」

 

이번에야말로 모든 노예가 말을 잃었다.

이 오빠는 자신들에게 죽으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래, 이건 불복종이야! 당신들이 이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이 사람은 채소도 지역 윳쿠리도 출하할 수 없게 돼!

언젠가 당신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될 거야! 이건 해방을 위한 싸움이야!」

 

「그, 그런 건 무리다묭! 그런 짓 해도, "벌"을 받을 뿐이다묭!」

 

참지 못하고, 어떤 노예가 외치기 시작했다.

 

「너 혼자만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당신들 전원이 일제히 거역한다면? 이 사람은 전원을 벌할 수는 없어. 시간도 수고도 부족하니까.

…물론, 무서운 건 알아. 벌을 받는 윳쿠리쨩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부탁이야! 용기를 내! 당신들이 용기를 내서 행동해 준다면, 당신들은 노예를 그만둘 수 있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야!」

 

「저, 정말로 할 수 있는 거냐묭…?」

「하지만 확실히 말하는 대로야…」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거제…?」

 

무리에 동요가 퍼져나간다.

기본적으로 눈앞의 일밖에 없는 윳쿠리다. 벌을 받을 것을 전제로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것을, 생각해 본 노예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길이 있다면 생각도 않고 뛰어드는 것도 윳쿠리라는 생물이다.

남자에 대한 반항이라는 열기는,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런 가운데, 621은 차가운 눈으로 이 남녀를 보고 있었다.

 

(아아, 똑같은 거제)

 

이 남녀의 눈 속에 깃든 빛을, 621은 몇 번이고 보았다.

애완 윳쿠리가 되고 싶다고 떠벌렸던 첸. 금 배지를 따고 싶다고 말했던 파츄리.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자신에게는 없는 빛이었다. 그래서, 621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오빠야, 언니야. 자유로워지면, 621들은 애완 윳쿠리가 될 수 있는 거제?」

 

앞으로 나와, 말을 건다.

자신들의 계획에 찬동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남녀 두 사람은 기쁨의 미소로 그것에 대답했다.

 

「응, 그래. 모두 모두, 애완 윳쿠리가 될 수 있어」

 

「그건 무리인 거제. 이렇게 많은 윳쿠리, 언니 오빠들은 돌볼 수 없는 거제」

 

「괜찮아. 여기는 애호파의 마을. 우리들이 아니더라도, 당신들을 데려가고 싶은 주인 씨는 잔뜩 있어」

 

「애완 윳쿠리가 되면, 621들은 행복해질 수 있는 거제?」

 

「응, 응, 그럼! 이런 일 따위 하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일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고, 달콤달콤도 먹을 수 있어. 그런 더러운 모습 하지 않아도, 언제나 깨끗하게 있을 수 있어」

 

「애완 윳쿠리의 생활은 최고라구-! 이게 "진정한 느긋함"이야-!!」

 

「…그러니까, 너도 용기를 내봐? 애완 윳쿠리가 되고 싶지?」

 

──아아, 정말. 꿈같은 이야기.

그렇다. 꿈이다.

그래서, 621은 얼굴을 숙였다.

 

「죄송한 거제. 하지만 거절하는 거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621은 현실에서밖에 살 수 없었다.

 

「……뭐?」

 

「아마, 애완 윳쿠리가 되면 굉장히 느긋할 수 있는 거제. 621은 배부르게 밥 씨를 먹어본 적 따위 없는 거제. 달콤달콤도, 고구마 씨를 가끔 먹을 수 있을 정도인 거제」

 

「…그렇지!? 어떻게 생각해도 애완 윳쿠리 쪽이 좋잖아! 그런데 왜…」

 

「하지만, 그게 전부인 거제」

 

「……에?」

 

「애완 윳쿠리가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밥 씨를 먹을 수 있는 거제. 달콤달콤도 먹을 수 있는 거제.

언니 오빠들은 상냥하니까, 분명 결혼하는 것도, 아가야를 만드는 것도 용서해 줄 거제.

…하지만, 그게 전부인 거제. 그런 건, 노예랑 똑같은 거제」

 

「그렇지 않아! 우리들은 너를 노예 취급 따위 하지 않아!」

 

「──아닌 거제. 노예는, 언니 오빠들 쪽인 거제」

 

「…………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밥도 달콤달콤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제.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거제.

…하지만 그건, 621의 것이 아닌 거제.

언니 오빠들이 느긋하지 않은 일을 해서 손에 넣은 것인 거제. …621은, 그걸 받기만 할 수 있는 거제. 아무것도 돌려줄 것이 없는 거제. 그런 건, 언니 오빠들을 노예로 만드는 거랑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거제」

 

「윽!」

 

「621들은 노예인 거제. 그래서 아는 거제, 노예라고 불리는 건 괴롭고 괴로운 거제.

이대로 애완 윳쿠리가 되면, 아마 처음에는 굉장히 기뻐할 거제. 감사할 거제.

…하지만 언젠가, 그걸 잊고 언니 오빠들을 "똥노예"라고 불러버릴지도 모르는 거제.

…그건 싫은 거제. 누군가를 노예 취급할 바에는, 621은 노예인 채로 있는 편이 나은 거제」

 

그러니까 거절하는 거제, 라고 말하고, 621은 떠나려 했다.

담장 위에 있던 첸이 그것을 불러 세운다.

 

「너는… 너는 터무니없는 바보라구-!! 진정한 느긋함을 손에 넣을 기회를 망쳐버렸어!!」

 

「첸…」

 

「첸이… 모처럼 신경 써줬는데, 너는… 너희들은… 으흑…」

 

「첸, 너… 우는 거제?」

 

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621은 당황했다.

 

「──거기까지 해둬라, 624. 너의 연설은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방금 전까지 남자에 대한 반항이라는 열기에 들떠 있던 노예의 무리는, 621과 남녀의 대화를 듣고 그 열을 잃었다.

모두가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621의 말을 듣고,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고 냉정해진 것이다.

 

「624 따위가 아니야, 똥영감! 첸은… 첸이라고!!」

 

「아니 너는 624다, 나의 노예다.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네가 그 이름을 잊었을 때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니다. 그래서 너는 울고 있는 것이겠지」

 

「윽!」

 

「…?」

 

「지금 너에게 친구는 있나? 동료는? …노예 출신인 너와 말이 통하는 윳쿠리 따위 있는가?

…아마 짝도 아이도 없겠지. 란 종은 귀한 데다 사려면 비싸니까.

…너를 기억하는 자는 이제 여기에밖에 없다. 그래서 너는 여기에 왔다. 다른가?」

 

「아니야… 아니라구…!」

 

「외로웠겠지. 윳쿠리는 사회적인 생물이다. 고로 고독을 싫어하지.

…그러니 너는 동료를 만들러 왔다, 그리고 실패했다. 울고 있는 이유는 그쯤이겠지」

 

「닥쳐… 닥치라구 이 똥영감…!」

 

「조금 전 "진정한 느긋함"이라고 말했지. 지금의 네가 그것을 손에 넣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군」

 

「그렇지 않아…! 첸은… 첸은 누구보다도 느긋하게 지내고 있다구…!

이것이 진정한 느긋함이라구…!」

 

그것이 허세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했다.

견디지 못하고, 621은 끼어들었다.

 

「첸… 그건 진정한 느긋함이 아닌 거제. 왜냐면, 그건 전부 받은 것뿐인 느긋함인 거제.

…진정한 느긋함이란, 잔뜩 있는 느긋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제. 아마 좀 더 작은 느긋함을 말하는 거제.

…621은, 625…. 기억하는가제? 파츄리 말인 거제. 파츄리랑 결혼해서, 아가야를 만들었던 거제.

지금은 이제 파츄리는 없고, 아가야에게도 미움받았지만… 행복했던 거제. 설령 이 앞으로 마리사가 영원히 느긋해져도, 앞으로 불행해진다 해도, 이것만큼은 바꿀 수 없는 거제. 주인님에게도, 신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진짜인 거제」

 

「그런 건, 첸에게는, 첸에게는…」

 

「아니, 첸에게도 있는 거제. 마리사는 기억하고 있는 거제.

여기에 막 왔을 무렵, 잠결에 622에게 덮쳐질 뻔했던 거제. 일하는 중에 누가 더 달리기가 빠른지로 싸움이 나서, 같이 주인님께 매로 두들겨 맞았던 거제. 자면서 응응해서, 침대를 더럽혔다고 싸웠던 거제.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거제. …첸은, 기억하지 못하는 거제?」

 

「첸은… 첸은… 기억하고…」

 

「그런 건 노예의 허세일 뿐이야…!」

 

전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챈 언니 쪽이, 견디지 못하고 두 윳쿠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남자의 안색이 변한 것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그런 시시한 추억 따위, 가짜야, 진정한 느긋함이 아니라고…!

알겠어? 인간이야말로 당신들에게 진정한 느긋함을 줄 수 있는 거야!

…왜냐면 당신들, 금방 죽어버리잖아. 몸도 힘도 약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 인간에게 길러지는 것 말고는, 당신들이 행복해질 방법 따위 없잖아!!」

 

「야, 야… 너무 흥분했어…」

 

「시끄러워!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거절해? 거절한다니!?

노예 근성도 작작 좀 부리라고!! 당신들 따위────」

 

「────정정해라」

 

따악-, 하고 지팡이가 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는 어느새 이동해, 남녀와의 거리를 눈앞까지 좁히고 있었다.

 

「뭐, 뭐야, 사실이잖아!」

 

「…이놈들의 추억을, 시시한 가짜라고 말했겠다. ──취소해.」

 

──화가 났다.

평소 남자의 분노에 접하는 노예들에게는, 남자가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노기를 띠는 남자의 모습은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확실히 이놈들은 금방 죽는다. 취약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뻔하다.

인간에게 길러질 수밖에 없다는 네 생각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추억을… 유대를, 시시한 가짜 취급할 권리 따위, 너에게는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 정정해라」

 

「뭐, 뭐야 이 사람… 머리가 이상한 거 아니야…?」

 

「야, 이제 돌아가자! 이 사람 뭔가 위험해!」

 

「앗…」

 

남자의 노기에 겁을 먹은 남녀는, 첸을 데리고 서둘러 떠나갔다.

남겨진 것은 남자와 노예의 무리다.

 

「…방으로 돌아가라, 노예들. 돌아다니는 자는 용서 없이 처벌한다」

 

「「「「느,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모두가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621은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방금 그건, 설마. 저 남자의 분노는.

 

(621들을 위해서, 화내준 건가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남자가 자신들을 위해 화를 낸다고? 왜?

생각에 잠겨 있던 621은, 스쳐 지나간 한 마리의 아이 윳쿠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쓰레기 부모치고는, 제법 좋은 말을 했는고제」

 

「────엣?」

 

돌아본다.

방으로 돌아가는 노예들의 인파에 섞여, 방금 스쳐 지나간 윳쿠리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 목소리는, 저 말은────.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른다.

그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고, 그저 인파를 바라보았다.

용서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용서받으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기뻤다. 파츄리가 말한 대로, 힘내서 다행이라고 마음속 깊이 생각했다.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방을 향해 달려간다.

여기서 한심한 모습을 보이면, 아빠 실격이니까──.

 

「들어와라」

 

「실례합니다, 인 거제」

 

그 소동으로부터 며칠 후.

621은 남자에게 불려가 있었다.

남자는 방의 일부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고, 621은 방 전체가 자신을 압도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문득, 하나의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초라한 천이 장식되어 있다.

──621에게는 알 수 있다. 저것은 장식물이다. 시들고, 빛바랜 레이무 종의 리본.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신경 쓰이나?」

 

「아, 아니오, 괜찮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짐작하고 있겠지만, 너의 출하가 결정되었다. 내일부터, 너는 지역 윳쿠리다」

 

「…알겠습니다, 인 거제」

 

마침내 온 이 순간을, 621은 기쁨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얼굴로 받아들였다.

이걸로 파츄리는커녕 아가야와도 평생의 이별이다. 기쁨의 감정은, 621 안에는 없었다.

 

「…본래는 좀 더 늦어질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앞당겼다. 너는 우수하지만, 조금 너무 우수했군」

 

문득,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말이 귀에 들어온 탓에, 621은 무심코 되물었다.

 

「느… 우수? 621이?」

 

「그래, 그렇다. 621.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너는 이 노예 생활 속에서 보기 드문 자질을 보였다.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르겠습니다, 인 거제」

 

「너는 꿈을 꾸지 않았다. 환상을 좇지 않고, 우직하게 현실을 보며 살아왔다. …윳쿠리 중에서는, 드문 자질이다」

 

그것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었다.

꿈은 빛이다, 희망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621에게, 그것을 가지지 않은 것을 칭찬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꿈은…… 가지고 있는 편이 좋지 않은 거냐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너희 윳쿠리는 꿈을 꾼다. 너희들이 말하는 "느긋함"을 위해서다.

하지만 너희들의 몸은, 그 꿈에 비해 너무나도 약하다. 있지도 않은 환상을 보고, 그것을 좇다가, 가뜩이나 죽기 쉬운 너희들은 더욱 죽어간다.

…하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현실을 보았다. 달콤한 말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했다. 지난번 첸을 데려온 인간들을 기억하나? 그때 너의 말은 제법 통쾌했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남자 곁에 있었는데도, 621은 남자가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문득, 621은 전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싶어졌다.

지금의 남자라면, 대답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기, 주인님은,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제」

 

「…이런 일, 이라 함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

 

「뭐랄까… 전부, 인거다제. 어째서 621들을 노예로 만들고, 지역 윳쿠리로 만들고 있는 건가제」

 

「…………」

 

621 안에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너무나도 황당무계해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주인님은, 윳쿠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신거제」

 

괴롭히고 혹사시키니까, 윳쿠리를 학대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621은 남자가 노예들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유감이지만 나는 윳쿠리를 싫어한다. 솔직히 지금도 너희들이 잘린 머리 괴물로 보인다.

그리고 너희들의 유치한 정신에는 여전히 구역질이 난다. 매일 상대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이다」

 

「…느, 그런건가제」

 

621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질문에는 답해주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 였나.

…한마디로 말하면, 과거의 청산을 위해서다. 나는 옛날에 과오를 저질렀다. 그것을 갚기 위해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액자 안에 있는, 시든 장식물을 보았다.

621은 장식물을 보는 남자의 눈에, 빛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자가 621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것은 금방 휙 사라지고, 언제나의 준엄한 남자의 눈으로 돌아왔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것은 마음이다. 관계 속에서 태어나는 관계성이다.

나는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지만, 너희들의 사랑은 사랑한다」

 

「?……???」

 

「무리해서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질문은 끝이다. 내일부터 너는 지역 윳쿠리가 된다.

반원과 작별 인사를 해둬라. …그리고」

 

마침 그 타이밍에, 남자의 방 문이 노크되었다.

희미하게 문이 열린다.

 

「네 아이와도, 이야기를 마쳐둬라」

 

한 마리의 아이 윳쿠리가 방으로 들어온다.

어색하게 눈을 피하고 있지만, 그 모습을 잘못 볼 리는 없다.

 

621은──마리사는, 내 아이에게 달려가, 그 이름을 불렀다.

 

진정한 느긋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유대다, 연결이다.

마리사는, 줄곧 남자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그 위에서 춤추고 있다는 것을 분하게 느꼈다.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을 출지는, 항상 마리사가 선택해 왔다.

마리사는 파츄리와 결혼하고, 마ー샤를 낳았다. 그것은 마리사가 선택한 것이다, 이 노예 인생 속에서, 쟁취한 것이다.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만이, 진정한 느긋함이 될 수 있다.

약해빠진 윳쿠리에게는 이 정도밖에 붙잡을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붙잡은 것에는 가슴을 펼 수 있다.

마리사의 윳생은 아직도 계속된다. 이 "진정한 느긋함"을 가슴에 품고──.

 

「아니 근데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몰랐던 거제」

 

「……뭘 보는 거제. 저리 가는 거제」

 

「레이무들한테 질투하는 거야, 달링! 똑똑히 보여주자!」

 

부모와 자식 감동의 재회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위해 방으로 돌아온 마리사는, 624와 625가 애정행각을 벌이는 현장과 마주쳤다.

 

「……노예가 아가야를 만드는 건, 백 년은 이른 거 아니었나제」

 

「마, 만든다고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거제. 참으면 되는 거제」

 

「아니, 절대 무리인 거제. 너희들 절대 아가야 만들 거제」

 

「윽……」

 

뭐, 살아있는 한 이런저런 일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리사는 그 광경을 상상하고, 느하하, 하고 웃었다.

 

「어서 와, 621. 주인님 이야기는 뭐였어?」

 

「이제 621이 아닌 거제. 마리사인 거제」

 

622는,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 외로워지겠네」

 

「고마운 거제, 622… 앨리스. 하지만, 그렇게 외로워할 건 없는 거제. 언젠가 분명,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제」

 

왠지 모르게, 지금의 마리사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어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꿈인 걸까? 알 수 없었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라고 마리사는 생각했다.

 

「좋아! 오늘은 "파티"를 하는 거제! 앨리스, 그거 하는 거제, 페니페니로 배지를 들어 올리는 개인기. 마리사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저게 보고 싶은 거제」

 

「에에~, 그거 피곤해서 싫은데… 어쩔 수 없네, 마지막이니까, 힘내서 응훗 해볼까!」

 

「아니, 하는 걸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하지 마는 거제. 그런 끔찍한 건 보고 싶지 않은 거제」

 

「레이무는 보고 싶은데! 분명 학문에 도움이 될 거야, 달링!」

 

「무슨 학문인 거제……」

 

마리사가 노예인 마지막 날은, 웃음으로 감싸이며 끝났다.

이것도 또한, 마리사 안의 진정한 느긋함이었다. 동료들과의 나날.

그것을 가슴에, 내일, 마리사는 지역 윳쿠리가 된다──.

 

 

 

 

 

 

 

「마리사는, 마리사인 거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중얼거린다.

장식물에 붙은 녹색 배지의 무게가, 조금은 마리사의 팥소를 긴장시킨다.

 

괜찮아, 자신은 여기서도 잘 해나갈 수 있다.

눈을 감고, 자신을 사랑해 준 윳쿠리의 모습을 떠올린다.

 

(파츄리, 마리사는 힘낼 거제. 그러니까 파츄리도, 힘내는 거제)

 

기합을 다시 넣고, 눈을 뜬다.

 

──그 순간, 마리사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착각했다.

 

왜냐면, 추억 속에만 있어야 할 모습이, 지금 눈앞에 있다.

 

「──마리사?」

 

「──파츄리?」

 

서로 망연자실하면서, 마리사의 팥소 안에서는 남자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빼앗는 것은, 내가 준 것뿐이다"

 

그 말은 옳았다. 확실히 그렇다, 라고 마리사는 웃었다.

빼앗기 위해 준다는 것이라면, 그 반대.

주기 위해 빼앗는다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마리사는, 621인 거제)

 

마리사는 마리사가 아니게 됨으로써 마리사임을 허락받고 있었다.

그래서, 621이라는 이름도 줄곧 마리사 안에 있었고, 잊을 수는 없었다.

다른 윳쿠리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노예의 쇠사슬이라고 비웃음 당할지도 모른다.

다만, 마리사는 이 쇠사슬 속에서, 그 남자와의 연결고리를 느끼고 있었다. 그 대부분은 공포나 분노 같은 감정이었지만……, 그 안에, 희미하지만 분명히, 느긋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마리사는 인정했다.

남자가 말한 것처럼, 마리사가 이 이름을 잊지 않는 한 이 연결고리는 마리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쇠사슬로서, 그리고 이정표로서.

 

「마리사-! 오빠야가 부르고 있다구-!」

 

「지금 가는 거제, 파츄리-!」

 

──마리사가 지역 윳쿠리가 되고 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노예 윳쿠리였을 때부터 우수함을 보인 마리사는, 지역 윳쿠리가 되어서도 쑥쑥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은 차기 리더 후보로 꼽힐 정도다.

 

「오, 왔구나. 오늘은 너희들 앞으로 선물이 있다」

 

지역 윳쿠리 관리인이, 골판지 상자에 담긴 무언가를 마리사 일행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잔뜩 있는 채소 씨였다. 당근 씨, 고구마 씨, 무 씨….

그것이 누구로부터 보내져 온 것인지는, 소리 내어 말할 필요도 없이 알아버렸다.

 

「…파츄리」

 

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잔뜩 있다곤 해도, 윳쿠리가 만든 모양 빠지는 채소 씨를 사려는 인간 씨가 있을까, 하고.

그 답은, 눈앞에 있었다. ──팔고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전의 주인님, 기억하거제?」

 

「응, 기억하고 있어」

 

「마지막에 이야기했을 때, 말했었다제. 윳쿠리를 싫어한다고」

 

「응…? 하지만 그건, 그, 뭐랄까…… 무리가 있지 않아?」

 

「뭐, 인간 씨는 거짓말쟁이인 거제. 그런 걸로 해두는 거제, 625」

 

「응, 그러네. 그렇게 해두자, 621」

 

그렇게 말하고, 두 윳쿠리는 땋은 머리를 엮었다.

 

────아무래도, 이 쇠사슬은 아직 풀릴 것 같지 않다.

 

 

 

 

 

 

 

 

 

 

 

남자는, 집무실에서 서류와 씨름하고 있었다.

반을 재편성하기 위한 적정한 배분, 과일 모종을 지급할 우수한 반, 아가야를 만들 권리 행사를 신청해 온 짝과의 면접……. 할 일은 산더미다. 자신도 나이를 먹었다, 슬슬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액자에 있는 장식물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마리사에게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윳쿠리를 싫어한다.

 

남자는 농가 출신이다. 라고는 해도, 전후 아직 가난했던 시절, 거기서 그는 유년기를 보냈다.

이 시대, 농가에서의 윳쿠리 피해는 심각했다. 당시에는 아직 구제 방법 같은 것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윳쿠리들은 농가에게 역병신 외의 아무것도 아니었고, 남자는 윳쿠리에 대한 증오와 함께 소년기를 보냈다.

 

전기는 어느 날 찾아왔다. 학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남긴 남자는 어떤 명문가에 눈에 띄어, 데릴사위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내는 마음씨 좋고, 상냥한 딸이었다. 병약해서 병상에 누워만 있었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남자를 지탱해 주었다.

이 명문가는 대대로 정치가를 배출해 온 집안이었고…, 남자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정계에 들어가게 되었다.

 

남자는 여기서도 우수함을 발휘했다. 그의 가장 큰 공적이, 공적 기관에서의 윳쿠리 피해 대책 및 구제였다.

윳쿠리의 생태를 연구하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구제한다. 남자의 수완에 의해 그를 위한 시설이 조직되었고, 이 시대에 첫울음을 터뜨렸다.

 

────그 시설의 이름은, "가공소"라고 한다.

 

가공소는, 발족과 동시에 막대한 성과를 올렸다.

이 시설에 의해 들윳 윳쿠리는 대폭 자취를 감추었고, 노하우가 확립됨으로써 농산물에서의 윳쿠리 피해도 격감했다.

특히 농촌에서는 남자는 신처럼 감사받았고, 지금도 이 시설을 만든 남자에 대한 신앙이 남아있는 시골 마을도 많다.

 

남자의 경력은 순탄했다.

순조롭게 성과를 올리고, 정치가로서의 권력을 늘려갔다. 장차 총리대신까지 될 수 있지 않을까 말해질 정도였다.

 

──아내가, 병으로 죽기 전까지는.

 

상심 속에서,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남자는, 그 안에 더러워진 리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안다. 윳쿠리의 장식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왜 이것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사람을 통해 아내의 과거를 물었고…, 그리고 마침내 진실을 알았다.

 

이 리본의 주인은, 아내의 유일한 친구였던 어떤 윳쿠리의 것이었던 것이다.

병약했던 아내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정원에 헤매 들어온 레이무를, 아내는 발견해… 숨겨주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과 한 윳쿠리는 친구가 되었다. 방약무인하게 행동하는 레이무를 아내는 귀여워했고, 레이무도 그런 아내를 잘 따랐다. 남자가 바빠져, 집을 비우기 쉬워진 것도 있어서… 이 만남은 들키지 않고 계속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극이 일어났다.

 

당시에는 아직, 애완 윳쿠리의 배지 시스템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았다.

윳쿠리를 기르는 사람도 있기는 있었지만, 신청도 무엇도 필요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래서는 애완 윳쿠리와 들윳 윳쿠리의 구별 같은 건 붙지 않는다. 아내가 잠시 눈을 뗀 사이에 저택 밖으로 나간 레이무가, 가공소 직원에 의해 구제되어버렸던 것이다. 그것을 알았을 때 아내가 엉엉 우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당시 그것을 목격했던 하인이 말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남자 안에 격렬한 슬픔과 후회가 태어났다.

 

아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남편이 만들어낸 조직에 유일한 친구를 살해당하고. 그리고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도.

 

실의의 끝에, 남자는 정치가를 그만뒀다.

그리고 이날부터, 남자의 속죄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윳쿠리는 상냥하게 대하면 기어오르고, 엄하게 대하면 금방 죽는다. 어떻게 하면 이 취약하고 난해한 생물을 구할 수 있을지, 남자에게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저택과 "애호파의 마을"의 시스템은 만들어졌다.

 

구조는 이렇다.

우선 들윳 윳쿠리에게 "애호파의 마을이 있다"는 소문을 흘려, 이 도시로 유인한다.

그 들윳을 잡아, 복합 방지약이 들어간 먹이를 줌으로써 각종 병을 막고, 노예로서 지역 윳쿠리에 걸맞은 윳쿠리로 교정하여, 지역 윳쿠리로서 출하해 도시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재이용한다. 지역 윳쿠리에 어울리지 않는 게스도 나타나지만, 그런 개체는 출하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사육해 두면 된다.

 

요컨대. 이 저택은 노예의 관이 아니라, 윳쿠리의 교정 시설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윳쿠리에게 고용을 창출하고, 있을 곳을 만들어주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여기서, 남자에게 오산이 3가지 일어났다.

 

우선, 이 도시가 정말로 애호파의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들윳 윳쿠리를 빨아들이는 이 저택과, 교육에 의해 정예가 된 지역 윳쿠리들.

그 시너지 효과에 의해, 이 도시의 윳쿠리 피해 건수는 단숨에 격감했다. 그 결과, 윳쿠리에게 마이너스 이미지를 가진 인간이 없어지고, 점점 도시 전체가 애호파로 기울어 갔던 것이다. 소문에 속은 들윳 윳쿠리들이 이곳은 애호파의 도시라고 떠들어댄 것도 크다.

…그리고 그것은, 사정을 깊이 모르는 지역 주민과의 충돌을 불렀다. 남이 보기엔 어떻게 봐도 악랄한 학대 행위였기에, 남자는 이 도시에서 귀신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오해를 풀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 생업을 윳쿠리를 위해 하고 있다는 것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이 알려지면 노예들은 남자를 얕보고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남자는 "자신의 욕구와 금전을 채우기 위해 윳쿠리를 노예로서 부려 먹는 비정한 남자"라는 역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남자가 무능하다고 생각했던 윳쿠리가 의외로 우수했던 것이다.

 

남자는 당초, 지역 윳쿠리로 알선하는 것은 선량하고 지능이 높은 개체로 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스나 무능은 잘라내고, 평생 이 정원에서 사육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요컨대 재능 있는 자를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남자가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게스나 무능한 윳쿠리도, 갱생만 하면 우수함을 발휘한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총명한 윳쿠리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대로 우수함의 표현이지만, 게스나 무능은 과오를 저지르면서도 착실하게 성장하고, 언젠가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남자는 어느 쪽인가 하면 그쪽에 주목했다. 윳쿠리는 기본적으로 잘못하는 것을 용납받지 못한다. 과오 이콜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완 윳쿠리는 잘못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생산된다. 잘못하지 않는 것은 우수함이다. 남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과오를 저질러도 죽이지 않고, 성장의 기회를 줌으로써, 무능한 윳쿠리도 우수한 윳쿠리가 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이상, 그것을 잘라낼 수는 없다. 남자로부터, 윳쿠리를 죽인다는 선택지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이지만……, 남자는, 확실히 윳쿠리라는 생물에게 정이 들고 있었다.

 

물론 윳쿠리의 대부분은 남자가 평소 생각하는 그런 똥만쥬다.

갱생의 여지가 있다곤 해도, 몇 번이고 밟아 죽여버릴까 생각했을 정도로 남자는 지금도 윳쿠리를 싫어한다.

하지만 반면에, 드물게 진정한 선성이나 모성을 가진 윳쿠리가 있다는 것도 남자는 알았다. 그녀들은 그 선성으로써, 윳쿠리끼리의 우정이나 소위 "가족놀이"가 아닌, 진짜 유대로 맺어진 가족을 만드는 것이다. 그 훌륭함을 남자는 인정했다. 그것은 자신이 아내에게는 해주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윳쿠리를 싫어했지만, 윳쿠리의 순수함은 사랑했다.

아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샌가 그것은 그 자신의 이유가 된 것이다.

 

────그것이, 이 저택의 모든 것.

노예 상인이라 불리는 남자의, 진짜 진짜였다.

 

 

 

 

 

 

 

 

 

 

「느긋하고 싶어… 느긋하고 싶다구……」

 

터벅터벅 걷는 한 마리의 윳쿠리.

몸은 더럽고, 생기 없는 눈. 전형적인 들윳 윳쿠리의 모습이다.

 

「거기 윳쿠리, 멈춰라묭!」

 

그 들윳 윳쿠리를 불러 세우는 윳쿠리. 그 장식물에는 녹색 배지가 달려 있다.

──지역 윳쿠리다.

 

「정말, 들윳이라니 오랜만에 본다묭. 인간 씨에게 폐를 끼치는 건──어라?」

 

나뭇가지를 든 지역 윳쿠리가 의외라는 얼굴로 들윳을 본다.

 

「너, 너 624!? 624냐묭!?」

 

「누, 누구냐구- 너는…」

 

「누, 누구냐니… 623이다묭! 같은 반이었다! 623이다묭!」

 

「623……. 아-… 뭔가… 그런 녀석 있었던 것 같다구-…. 뭔가 엄청 존재감 없는 녀석으로…」

 

「쓰, 쓸데없는 참견이다묭. 그것보다 너, 어쩐 일이냐묭. 애완 윳쿠리가 된 거 아니었냐묭?」

 

「애, 애완윳…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아-, 버려졌구나묭. 뭐, 그런 거지묭. 훌훌 털어버려라묭」

 

「훌훌 털어버리라니… 어떻게 하면 되냐구-!! 아무렇게나 말하지 마 이 공기 같은 녀석!!」

 

「고, 공기…. 그야, 그거다묭. 이 근처 들윳 윳쿠리가 갈 곳이라고 해봤자, 하나로 정해져 있다묭」

 

「주인님을, 만나러 가는 거다묭」

 

여기는, 노예 상인의 저택.

애호파의 마을에서, 유일하게 윳쿠리를 비인도적으로 다루는 곳으로서 인근 주민에게서도 윳쿠리에게서도 두려움을 사고 있다.

 

「──621, 오늘부터 네 반에 신입이 들어온다. 네 아버지와도 연이 있는 윳쿠리다. 이야기해 둬라」

 

「알겠습니다제」

 

──하지만, 아무도 이 저택의 진실을 모른다. 당사자인 노예 상인조차 모르니, 아무도 알 리가 없다.

 

「──자」

 

노예 상인의 하루가, 오늘도 시작된다.

 

「일할 시간이다」